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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그리고 세벽 2시를 시나가는 시간, 영하 2도의 차가운 기온,
그리고 그보다 차가운 살기의 바람이 불고있었다.
주변의 가로등은 아마 고장이 나버린 모양이었다. 주황빛은 어두운
파란 빛이되고는 어두워졌다가, 다시 원레 빛으로 돌아가기를 반복
했다. 깜박거리는 가로등의 불빛은 서로의 표정을 시시각각 다르게
비추었다.

"오래전에도 말이지.. 너하고 이렇게 대면한 적이있었지."
"흐음..."
"...그때 네가 죽었어야 편했을 텐데 말이야."

"ㆍㆍㆍ."

발카라스의 눈앞에는 아련한 과거의 조각들이 가로등의 실루엣에
은은히 비추며 눈앞을 흐리게 했다.




눈앞을 가리는 펄럭이는 하얀 로브

그리고....

쉴세 없이 움직이던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

피빛 하늘에 흩날리는 금발...

검은 깃털



분노와 슬픔의 감정은 단지 이런 단편적인 단어로만 남아버린
너무나도 오래전의 친구의 대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그 녀석은 너보다 신성했다. 비록 녀석은 검을 깃털을
갖고있었지만.."

츠바이 핸더에 더더욱 힘이 들어갔다. 이제 더이상 녀석을 위해
울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발카라스는 자신이 할수있는
가능한 일.
복수를 해주는 것.


난 아직 살아있지만..


넌 이미 죽어버렸지만...


발카라스는 자조하듯 웃음을 흘렸다. 원수를 갚기 위해서 검을
드는 것,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 인가..
그 입가에 자욱하게 입김이 퍼져나갔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궂히기 위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신의 검을 든 이유를

"나의 친구. 녀석을 위해 난 검을 들었다. 나의 싸움은 그 때 부터
시작했지.."
"하지만 녀석은 이미 죽었지 않나?"

역시나 싱긋 웃으며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일관하는 에펠이었다.
발카라스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잠시 동안 올려본 하늘에는 만월에 하루가
비는 달이 떠 있었다.
그의 친구가 좋아했던 하루가 비는 미완의 달이었다. 어설퍼서
아무런 이름도 갖지 못한 달. 그가 좋아했던 달이 이 하늘에
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다시 앞에 있는 적에게 향했다.

".... 그래, 그래서 나의 싸움은 무의미 해졌을 지도 모르지.."

잠시 동안 입가에 머물었던 미소는 그의 창백한 얼굴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모습이 무너지듯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에펠은 낮게 자세를
취하면서 검을 땅에 끌듯 움직였다. 쇳소리가 거슬리게 울부짖었다.
검의 날은 메우 거칠게 땅을 긁어대며 불똥을 튀어댔다.
그리고 가로등 불빛이 비추어지는 하나의 공간에서 첫 번째 검격이
오고갔다. 그리고 가로등이 비추는 거리에 검의 청랑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직 둘의 검격에는 서로의 헛점이라 생각할 수 있을 만한
점 이 보이지를 않았다. 그 상태에서 검격은 가로등이 비추는 부분
에서만 이어졌다. 헛튼 공격은 맹수에게 자신의 몸을 먹이로 주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차가운 검의 소리가 거리에 7번째의 가로
등을 지나가는 순간 발카라스는 그의 움직임이 예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른쪽 손이 제대로 공격에 가담하지 않고, 뒤로
물러선다는 사실을.
분명히 오른손을 감싸면서, 왼손만으로 전투를 하고있다. 하지만
아직은 확실지가 않았다. '착각'일지, '함정'일지, 아니면 '사실'일지..
아직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가로등 붗빛이 비추는 공간
에서 그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다시 치명적인 부분을 노린 검
격이 서로의 공격으로서 상쇄되었다.
발카라스는 그의 모습이 다시 어둠에 녹아나기 전에 손으로 아스팔트
바닦을 긁어 올리면서 높은 전압을 흘렸다. 순식간에 빛이 주변에
어둠을 몰아내며 강한 기세로 퍼져나갔다.
그대로 강한 접압을 주위에 흩뿌리며 전기의 구체는 푸른 꼬리로
어두운 거리를 휩쓸었다. 그 모습은 흡사 뱀과 같았다.
그대로 그 푸른 뱀은 입을 벌리며 에펠의 오른쪽 어깨를 물어뜯었다.
육중한 충격과 더불어 강력한 전압이 의식을 멀어지게 할 정도의
타격을 그에게 안겨줬다.

"크흑!!"

저절로 신음이 입에서 흘러나올 정도였다.
전류의 양도 상당했는지 머리가 아찔했고 어깨도 거의 감각을 잃은
상태였다. 연기가 짙게 피어오르면서 그의 어깨를 보호주던 갑옷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그것은 금속 특유의 소리가 아닌 그저 푸석한
소리를 내면서 아스팔트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눈앞의 어둠을 비집고 들어오는 묵직한 검날, 그것을 날을 눕혀 막자
육중한 충격이 그의 척추를 비집고 발 끝으로 거칠게 빠져나갔다.
만약 그가 쥐고 있던 검이 그저 단순한 세이버였다면, 그 검날은 부러
졌을 것이며 그 사선상에있는 자신의 미간도 일도양단 당했을 것 이다.
에펠은 아직도 그의 검을 박살내고 들어오려고 울부짖는 검을 필사적으
로 막고있었다. 그러는 동안 서늘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 둘의 얼굴이 마주했다.
발카라스는 일그러진 그의 얼굴을 무표정하게 내려다 보면서...
그 답지않게 다시 입을 열었다.

"달이 떠있군. 그 녀석이 좋아했던 달이지. 이름없는 달.."
"그래, 그녀석 처럼 이름없고, 볼품없는 달이지."
"맞아.. 하지만 그 달이라도 달(月)을 이루는 소중한 부분이다.
언제나 공평한 빛을 받고 살아가는 너희 인간은 그 신성함을
절대 모르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츠바이헨더를 쥔 손에 힘을 더 불어넣었다.
에펠은 신음 소리를 입으로 흘리면서 오른쪽 무릎을 꿇었다.
에펠은 아까 전 에만 해도 허세가 가득했었던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지금의 표정은 그저 상당히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있었다.
발카라스는 그 표정이 상당히 볼만하다 생각했다.

'이런.. 나도 참 많이 잔인해 졌군...'

그렇게 발카라스가 상대방의 최후를 섯불리 예상했을 때, 에펠은
그것을 기회라는 것을 알았다. 츠바이헨더에 계속 가해저던 반발력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발카라스의 눈에는 에펠의 형상이 마치 촛불처럼
일렁였다. 세이버의 날이 휘어지듯 츠바이헨더의 날을 타고 내려갔다.
동시에 묵직한 충격이 복부를 강타했다. 하지만 그 감각은 너무 느렸
는지 이미 발카라스는 몸은 아스팔트 위를 저공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손 바닥으로 땅을 짚으면서 회전하듯 몸을 착지했다. 그 위에 눈부신
빛이 그의 몸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제빨리 몸을 옆으로 기울여서
정타를 피했지만 이미 피부의 일부가 화상을 입은듯 부글부글 거리면
서 역한 냄세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연기가 사라지면
서 상처부위는 금방 재생을 시작하고 있었다.
물론 그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공기를 가르면서 날아오는 세이버의
날카로운 끝은 발카라스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아마 아까의 전격은 그에게 심한 타격을 주었는듯 그는 서둘러 발카라스
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고 했다.
아까 발카라스가 범 했던 실수와 동급의 실수였다.
하지만 그 실수가 가져올 경우는 그에 반비례 하고 있었다.
발카라스의 허리가 뒤로 젖혀지며, 넘어지듯 휘면서 오른쪽 어깨가
왼쪽으로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의 귀 밑을 스쳐가는 세이
버의 날 그리고 발카라스의 눈에 비친 에펠의 얼굴은 낭패감에 젖어
있었다. 자비 따윈 없다.
그의 생각은 그대로 살기가 되어서 츠바이핸더의 날을 더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낮은 각도에서 날아오는 횡배기

"제기랄...!!"

녀석을 최후에 다다르게 만들기위해 자신이 휘두른 세이버는 그의 시선
밖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팔에 퍼지는 지독한 고통은 그에 덤 이었다.
에펠은 이미 최후를 예감했는지 욕지꺼리를 자신도 모르게 내뱉고 말았다.
이미 피할수도 없었고, 갑옷으로 튕겨내기엔 츠바이핸더는 무거웠다.
둘다 상대방의 최후와 자신의 최후의 순간을 예상했을 때,
무언가가 그 사이에 난입했다.
그 난입한 물체는 난입한지 1초도 지나지 않아서, 자신의 몸으로 에펠
을 감싸면서 손목에서 꺼넨 자신의 무기로 그의 검을 튕겨내었다.
그리고 발카라스의 가슴에 손을  갖다 데더니 알수없는 힘으로 마치
몸을 잡아서 던지 듯, 멀리 튕겨내어 버렸다.
거의 전신에 가해진 충격이라 낙법에는 그리 지장이 없었지만...
그가 착지했을 때는 이미 그 물체는 광화문을 뒤로 한체 저멀리 어둠속
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또 인가. 정말 궁굼해지는군.."

아마 그전에도 그와 결투시에 본적이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인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알고있는 생명체 중에건
저런 신체 리듬이나 움직임을 갖을수 있는 존재가 거의 없었다.
생명체가 아니면서도 살아있는 오묘한 존재...
발카라스는 이미 단념했는지 검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아서 검을 아레로
떨구었다. 철 종류의 것이 떨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단지 그의 아레에 깔려있는 그림자가 물의 일렁임 흉내내고 있을 뿐,
발카라스는 코트속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완전히 시대착오 적일 만큼 크고
투박한 무전기를 손에 쥐었다. 잠시 찬공기를 폐속 깊이 들이마시고는
무전기의 스위치를 맞추자 붉은 전원등이 켜지면서 저 높고 높은 빌딩의
숲 건너편에 있을 동료가 있는 곳의 소리가 수신기에 잡음을 섞어가며
들리고 있었다. 그는 잠시 수신기에 귀를 갖다데었다.
무엇인가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리고 간간히 인간의 비명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반주음일 뿐...
드디어 반주가 끝나고, 그 다음 들리는 목소리는...

『꺄하하하! 다 덤비라구~~! 다 약해빠져어어었어!! 심심해 죽겠다구!!』

"....."

아마 피를 마신게 상당히 정신상태를 고양시킨 모양이었다.
그 목소리만 해도 그의 고향까지 날아갈 정도로 요란했다.
발카라스는 드물게 그곳에서 그녀와 싸우고 있는 인간들을 위해서 묵념
을 약 2 초간 해주었다. 그리고는 잠시 (아직도 무전기는 그녀의 웃음
소리를 소음으로 생중계하고 있었다.) 고민에 빠졌다. 그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는지 손은 상당히 경제적인 방법. 즉 호출 버튼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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