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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키다리 오빠 - 0

2005.04.23 15:07

T.S Akai 조회 수:175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느센가 내리기 시작했던 비다.당연히, 뉴스의 일기예보에 보기좋게 속아 넘어간 나는 우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솔직히 말하자면 거리에는 우산도 없이 비를 피하기 위해 뛰어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우산을 쓰고가는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사오거나 바보같은 일기예보를 믿지 못하고 우산을 가지고 온 예언자들 뿐이였다.그리고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들도 우산을 들고 왔겠지?

"하아..."

나는 지금 보기좋게 비를 맞으며 시내의 거리를 거닐고 있다.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물방울이 떨어지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시내를 거닐고 있었다.

그 말은, 그녀가 먼저 말했다.


'우리 헤어지자'


솔직히 말하자면 예상하고 있었다.그전부터 점점 사이가 서먹서먹해졌으니.오늘 카페에서 만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단번에 알아보았다.

이걸로 나는 끝이구나─, 하고.


말하자면, 그녀도 그런 소리를 하고 내 표정을 봤을땐 놀랐겠지.지금 생각해도 그 모습은 정말로 소름끼쳤을 것이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런 내 얼굴을 보고서 당황하는 그녀의 태도에 조금은 재미가 있었다.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제대로 된 정신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그 말을 들었을때 심장이 미치도록 뛰었고, 어지러워 흔들리는 머리를 억지로 참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별을 말하고 카페를 나왔을때에는──


──비가오고 있었다.



녀석은 우산을 들고있겠지?
그럼 상관없다.

뭐야.헤어진 주제에 아직도 그녀석 걱정을 하고있는건가?나도 참......



콰당!


무언가에 걸렸다.아아, 하늘만 올려보면서 걷는게 화근이였겠지.거기다가 딴생각 하면서 걷는것도 플러스 알파 요인이 될려나.
몸은 순식간에 앞으로 쏠렸고, 그와 동시에 바닥에 넘어지며 내 몸을 완벽하게 흙투성이가 되어갔다.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이제 아무레도 상관없다.일으키려 하는 사람도 없이, 그들은 구경만 하고 지나간다.팔꿈치가 까져 피가 흘러도 이젠 상관 없다.쓰고있는 안경이 완벽하게 더러워져도 난 상관 없다.

그녀석은 우산을 들고있으니까.


"3년...그렇게 짧은게 아니야...."

누구의 눈물일까.
비는 내리고 있었다.









그가 떠나간 자리를 멍하니 쳐다본다.
먼저 자리를 뜬건 그였다.그래도, 돌아가는 길 정도는 마지막으로 같이 갈려고 했는데...

그의 아무것도 없는 표정에 머리가 새하얘져, 나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헤어지자'는 말을 했을때 그는 딱 한마디만을 했다.


'아아, 그래?'


그리고 침묵이였다.
무섭도록 아무것도 없는 그 표정에, 너무나도 감정이 들어있지 않는 목소리.그것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 무릎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백만을 내려보고 있었다.그리고 어느센가.

덜컹.

그가 앉아있던 의자가 뒤로 빠졌고, 그는 뭐라고 말하며 카페를 나갔다.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무서운 느낌이 들었다.듣는다면 다시는 그의 눈을 쳐다볼수가 없을것 같았다.아니, 내가 그 말을 한것과 동시에 난 이제부터 더이상 그의 눈은 물론, 그의 옷자락 끄트머리도 볼수 없겠지.

그래, 이걸로 끝이다.
이정도면 된거야.
세상에 깔린게 남자인걸.
연애정도야 얼마든지 할수있어.
난 아직 젊은걸.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을때.


창밖에서는 비가오고 있었다.



"그사람, 우산 안가지고 왔을텐데..."


손에 꼭 쥐고있는 3단으로 접히는 예쁜 우산을 내려다 본다.이것도, 저번에 비오는날에 그가 사준 물건이였지.그때도 비가 이렇게 많이오고 있었다.그때의 우리는 우산도 가지고 있지 않아, 그가 편의점에서 이 우산을 골라 사주었다.
그때는 그렇게 우산도 같이 다정하게 쓰고 그랬는데...

이젠 나 혼자구나.


더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도 없을것 같다.
걸으면서라도 조금 생각해보자.그렇게 해서라도 그를 완전히 잊어보자.그렇게 생각하며 테이블에 있어야 할 메누판을 찾았을때, 그것은 이미 없었다.

"어, 얼레?"

메뉴판이 없다.
그래봤자, 홍차 2잔만 주문한 메뉴판이였지만 대가 정도는 치뤄줘야 겠지.그렇게 생각하며 메뉴판이 없는 테이블을 떠나 카운터에 가서 점원을 향해 말했다.

"저기, 죄송하지만 메뉴판이 없는데요...홍차 하나에 3천원이였죠?"
"네?"

그와 자주왔던 카페의 알바생.막 고등학교를 졸업한듯한 그녀는 뭔가 알수없다는 표정을 하고선 물었다.
말하자면, 그와 나는 이 카페의 단골로써.그녀도 나와 그와의 관계를 아주 잘 알고있다.그러니까 제발, 눈치채지 말기를...

"메뉴판은 남편분께서 가지고 오셨는걸요."

아하하.
수줍게 웃으며 그녀가 말했다.
아아, 그가 내것까지 계산한건가.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그가 나간 카페의 입구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무슨일 있어요?그쪽 남편분께서 갑자기 정색을 하고 나가다니."
"아, 아뇨.아무일도 없어요!"

강하게 부정하고서는 알바생에게 인사를 하고 입구를 나선다.밖은 분명히 비가온다.우산을 펼쳐 주위를 둘러본다.
모두가.

커플들 뿐...


이젠 아무레도 좋다.
끝난거라구.
완전히 잊어야 해.
내가 헤어지자고 했잖아.
그러니까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돼.

하지만...





"3년은 그렇게 짧은게 아니라고..."

누구의 눈물일까.
비는 내리고 있었다.













---


삑.

메이드 인 메이든을 쓰기 전에 두뇌회전용으로 써본 스토리.

계속 될지는 작자도 모름.<-????


뭐, 그래봤자.지하철에서 잠자기 전에 생각해낸 스토리니.


일단은 프롤로그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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