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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Maid no Maiden#13 - Half

2005.03.06 12:59

T.S Akai 조회 수:191

흔들리는 말을 타고 성으로 뛰어간다.이제 다왔다.어렴풋히 기억하는 그 광경.저 먼 어딘가에서 성벽이 보였다.발렌타인 성의 성벽이, 고향의 그 두터운 성벽이.
말은 마차에서 잠시 빌렸다.뭐, 그게 또 오랜만의 말타기다 보니 조금은 난감했지만 지금은 감이 돌아온 후다.
밤공기를 가르며 달린다.그리고 발렌타인 성벽에 도착했고, 성벽을 빙글 돌아 어느센가 성 입구로 와버렸다.

입구는 묘하게도 활짝 열려있었다.

“환영하는건가?”

혼자서 조용히 그렇게 중얼거리고서는 말에서 내린다.
이제부터는 말로 갈수는 없다.성 안에서 말타고 뛰어다닌다니…어느 소설에도 그런 씬은 없는데다가 그다지 하고싶지도 않다.
성 입구에 서자, 내가 느끼는 성의 위화감은 예전과 확연히 달랐다.

성은, 주인이 바뀌었다.위화감 만으로도 알수 있다.이 성의 주인은 분명 엘자, 그 아이가 현재 내게 품고있는 증오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성 입구 다음에는 커다란 나무문이 있었다.모두 기억에 남아있는 광경들이다.그 나무문을 두손으로 밀어낸다.묵직한 그 문은 옛날의 나는 나 혼자서 열지못해, 입구를 경비하고 있는 경비병들이 열어주었다.그리고 그 성문을 열면 분명히 안에는 아름다운 성 안뜰의 화단이 있었……

확실히 그곳에는 화단이 있었다.

시체가 무수히 쌓여있는 죽음의 화단이.

꽃들은 모두 시들었다.그것들을 바쳐주던 풀들도 모두 시들었고, 아침이슬을 머금고 아름답게 빛나던 나뭇잎들도 모두 죽어버렸다.땅도 썩었고, 그들의 살갗도 썩었다.시체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아니, 후각을 마비시킨다.무숨한 시체의 산.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어느것도 할것없이 모두가 시체.
메이드의 시체.경비병의 시체.쥐와 고양이 같은 짐승들의 시체.그리고 얼마전에 죽은듯한 시체에서는 새하얀 구더기들이 꿈틀거렸다.

참을수 없는 구토감, 그것을 억지로 참으며 메이드가 쌓여있는 시체의 산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그것들은 너무나도 익숙했다.누렇게 변질된 에이프런은 분명히 눈에 익은 디자인이였다.그것은, 한창 내가 저택에 있을 때 메이드들이 입었던…

“윽!”

가슴이 두근거린다.기분이 불쾌해진다.뇌가 비명을 지른다.다리는 움직이지 않고, 시선은 시체의 산을 놓치지 않는다.그것을 샅샅히 관찰할려고 한다.그것에 대해 알려고 한다.저들은, 내가 어릴 때 함께 놀았던 젊은 메이드들의…
하지만 이상하다.피의 발렌타인 사건이 일어났을때는 약 8년전, 그정도라면 시체는 완전히 썩어 뼈밖에 남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이 시체들은 아직 썩은 살갗들이 남아있다.아직도…죽은지 8년만큼 오래 되지 않았다.

참을 수가 없었다.속이 울렁거렸다.그리고, 나는 정신을 완전히 차리기도 전에 위속에 있던 모든 것을 입밖으로 쏟아내버렸다.
입에서 기괴한 소리가 흘러나온다.그것은 절대로 진짜가 아니라면 절대로 형용할수 없는 기괴한 인간의 소리.
나는 몇번이고 허리를 굽혀 시체들의 앞에서 구토를 했다.

왠지 미안한 느낌은 어쨌든 무시하자.이건 어쩔수없는 인간의 생리현상이니까.하지만, 그녀들의 몰골은 너무나도 가녀려 보였다.

“젠장…!”

시체의 산 너머에는 복도로 바로 연결되는 문이 있었다.하지만, 이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그리고 부실한 이 정신상태로는 저기까지 갈수 있을지가 만무하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아까 가지고 온 남자의 검을 지팡이 삼아 한걸음 내딛는다.성공, 하지만 아직 복도 입구로의 문은 훨씬 멀었다.

한걸음 더 내딛는다.정신은 몸을 앞선다.저곳을 향해 걸어가려는 나의 의지는 몸을 너무 앞서버려, 결국은 다리가 그것에 맞추지 못하고 따라오지 못한다.몸이 내것이 아닌게 되어버리고, 내 의지대로 움직이기가 어렵게 된다.

그것이, 이곳 죽음의 정원인가?

바라지도 않았는데, 시선은 메이드들의 산더미 같은 시체로 돌아가버린다.침을 삼킨다.하지만 그 침도 너무 삼켜서 더 이상 삼킬만한 침도 없다.혀가 마르고, 식은땀은 흐른다.어째서일까?몸안의 같은 수분일텐데…침은 마르고 땀은 흐르다니.역시 인간이란 것은……

챙!

지팡이 삼아 쥐고있던 검이 힘없이 무너진다.이것은 그냥 균형을 잃어서가 아니야.무언가와 의도적으로 부딪쳐 무너지는 균형!생각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서도, 그 다음 행동은 전혀 이어지질 않았다.왜일까, 몸이 무거운 것 처럼…의지에 몸이 따라가지 않는것처럼…
내가 쓰러진곳은 메이드들의 냄새나는 시체의 산더미였다.

“하, 하악!”

심장이 미칠듯히 뛴다.
손은 시체의 살갗을 더듬고, 새카만 뼈를 더듬고, 썩은 천조각을 더듬는다.엉덩이는 예전에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메이드의 가슴의 갈비뼈를 부러뜨렸고 머리카락이 얼마 남지않는 해골이 속삭이듯이 목덜미를 간지럽혀 왔다.

검을 놓쳤다.위험해──

휘리리리리리리릭, 쿠웅!!

‘무언가’가 날라온다.그리고 그 ‘무언가’는 순식간에 수많은 시체의 산 바로 앞에있는 정원을 단숨에 날려버렸다.날라온 물건은 자세히 들여다 본다.그것은 아무레도……쇠사슬이 달린 거대한 송곳 같은 것.

“베냐민 드 발렌타인.잘왔다, 내가 만든 세계에.”
“누구냐!”

소리가 난곳으로 시선을 돌린다.그곳은 나무였다.하지만, 그 나무에는 아무도 없었다.누가 말했던 것일까?느낌상으로는 여자의 목소리.하지만 여자가 이정도의 괴력을 가지고 있다니, 상상하기도 싫다.

“그래, 아무리 곧 죽을 상대라고는 해도 이름을 가르쳐주는게 예의겠지?”

목소리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린 나무 뒤에서는…조용히 한 여성이 그림자같이 나타났다.

“발렌타인 가(家)의 암살부대 대장, 아네스라고 한다.”

아네스라고 밝힌 여성은 천천히 남자만이 하는 궁중식 인사를 아주 정중하게 하길 시작했다.

“그래도 한때는 소공작, 만약 그대가 작위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발렌타인 공작 2세의 자리에 앉았을터.그러니 예의정도는 지켜야 되겠지.”

아네스라고 하는 여성…아니, 자세히 보자면 여성이 아니다.그녀는 내 또래의 여자아이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다.남색의 머리카락은 단발로 잘라 삗쳐 내려졌고, 어쌔신 전투복이 입혀져 있는 몸 말고도 팔과 다리 곳곳에는 낡은 천쪼가리를 두르고 있었다.
그 몸에는 무수한 암기가 숨겨져 있겠지…전형적인 암살자의 형태다.

싸울 생각인가?칼은 저 멀리 떨어져 있다.보검이라고는 해도 품속의 조그만한 단도로는 날카로운 칼날이라면 몰라도 저 묵직한 송곳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다.손을 더듬는다.그곳에는 썩은 살갗이 여기저기 끼어있는 뼈의 무리와 썩은 천쪼가리들이 널부러져 있었다.그리고, 그 천조각 안에는 딱딱한 무언가가 손에 잡혔다.
금속으로 보이는 그것은…자그만한 명찰.

“죠젯트(Josette)…”
“아아, 소공작.그 이름을 알고있는건가?기억력 하나는 좋은가 보군.”

그 이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이 성에서 나와 함께 놀았던 메이드의 이름.바쁜 어머니 대신 어머니 노릇을 해준 당시 10대후반의 아름다운 여성이였다.그런 여성이였는데…

“어째서…이렇게……”
“너희가 자초한거야, 발렌타인.”

하얗게 빛나는 명찰을 쥔다.추억을 더듬는다.집사가 죽고, 죠젯트라는 한 메이드가 내 손목을 잡고 성 밖으로 빠져 나간다.그리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나와 엘자를 마차로 태워보내고서는 눈물을 흘린다.
그것이, 내 기억속 마지막 그녀의 모습이였다.

“너희 발렌타인이 반란만 하지 않았다면…그렇게 많은 메이드도 죽지 않았고 집사도 죽지 않았을거야!”

그녀가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어째서, 어째서 그녀는 이 일을 알고있지?집사가 죽었다는 것도, 죠젯트의 일도.발렌타인 가(家)에 대한 것은 모두 알고있다.그녀는……

“피의 발렌타인 사건 이후 발렌타인 성에서 해산된 우리는 엘자 주인님이 작위를 잡자마자 발렌타인 성으로 돌아왔다.그리고 주인님은……”

그녀는 말을 이었다.

“대부분의 메이드들을 처형시켰다.”

시선은 그녀에게서 무수한 시체들이 되어버린 메이드의 산으로 옮겨져 갔고, 그 시체들은 확실히 근년만에 죽은듯한 시체들이였다.피의 발렌타인이 일어난 8년전의 시체같이 보이지는 않는다.이것들은…최근에 죽은 시체들.그렇다면 엘자가…

“나는 8년전, 죠젯트의 옆에서 일했던 메이드중 한명이였다.”

그녀는 송곳에 달린 쇠사슬을 쥐어잡으며 말했다.

“죠젯트는 자신의 일에 굉장히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어.당신을 돌봤으니까.발렌타인 소공작이라는 사람을 돌봤으니까.넌, 수많은 메이드들의 품이라는 사랑속에서 자라왔으니까.그런 수많은 메이드들의 사랑속에서 죠젯트는 당신을 돌봤으니까.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나를 보고있었다.

“그녀는 죽었다…”

그 눈동자는 증오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말고도 쓸쓸함이 있어 보인거는 왜일까?

“너희들…너희들만 아니였다면……”

그리고 송곳이 시선 정면으로 날라온다.제길, 빠르다.피할수 있을까?하지만 피하고 봐야한다.그런 생각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갔고, 나는 순식간에 몸을 굴려 시체들의 산에서 빠져나왔다.송곳은 무식하게도 시체들의 산에 묻혀버렸다.

“그녀들은 죽지 않았을거야!”

그녀의 손에 돌아온 송곳은 단숨에 시체의 산에서 뛰쳐나온 나를 향해 날아왔고, 그 틈에는 군더기가 없었다.파고들 틈이 없다.옆으로 파고들면 휘날라오는 쇠사슬에 잡혀 버리고, 정면으로 들어가면 송곳에 심장이 파먹힌다.
일단은 옆으로 살짝 피하자, 송곳은 다시 땅에 박힌다.그러나 그 송곳은 이내 그녀의 손으로 돌아와 또다시 내 심장을 노린다.

“죽어라, 베냐민!네 아버지가 갚지 못한 그 죄를…네가 갚는거다!”

그 목소리에 다리가 굳었었다.확실히 말하자면 그 목소리에 잠시 주춤한것도 있다.하지만, 내 의지와는 달리 다리는 전혀 움직여주지 않았다.아까의 검을 짚고 기어가던때와 같은 느낌으로……

쉬이이이이이익, 푹!

날라오는 거대한 송곳을 피하지 않고 팔로 막아낸다.아니, 피하지 않은게 아니라 피하지 못한것이겠지.반사적으로 나는 두팔을 들어올려 얼굴과 가슴을 가렸지만, 송곳은 당연하다는 듯이 두 팔을 뚫고서 왼쪽 어깨를 작살내버린다.

“크윽, 아!”

어깨에 묵직한감과 동시에 심한 통증이 서려온다.질퍽한 느낌은 말할 나위가 없고 왼팔을 움직이려고 할때마다 온몸에 전율로 느껴지는 통증덕분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었다.
제길…!!

“생각보다 몸이 잘 안움직여지지?네 의지가 그것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이곳은 나의 정원!네 몸이 의지만 앞선 네 의지를 따라갈리도 없는 나의 결계!의지만 앞섰구나, 베냐민!”

그 목소리에 울컥했다.
하지만 사실일지도 모른다.이 몸은…의지를 따라오지 못한다.나는 의지만 앞선것인가?

“다음은 오른쪽이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쇠사슬을 당기려 한다.그렇지, 이럴때는 녀석의 무기를 봉쇄하는게…

어깨에 찍혀버린 송곳을 오른손으로 붙잡는다.그리고 녀석이 송곳을 회수하지 못하게 꽉 잡는다.자, 이제부터 녀석은 송곳을 쓰지 못한다.이 성가신 물건을…

“자, 네 무기는 봉쇄되었다.이제 어쩔 것이……”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손에서부터 날라온 두줄기의 가시가 오른팔에 모두 작렬해버렸고, 오른손에서는 점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놓칠수 없어.이걸 놓치면 나는…

하지만, 몸은 의지를 따라가주질 못한다.

“귀찮기는!”

그녀가 송곳을 회수하려고 다시 잡아당기자, 나는 힘없이 그 송곳을 따라 끌려가다가 시체들의 산으로 다시 내동댕이 쳐졌다.잡고있던 오른손의 힘이 풀린거겠지.그건 그렇다 치고 저 여자의 힘은 나정도의 남자도 가볍게 날려버릴수 있다는 것인가?

“그만 죽어라, 베냐민.네놈하고 시간끌고싶은 마음은 없어!”

그러자 회수되었던 송곳이 다시 날라온다.하지만 그것을 다시 몸을 굴려 간신히 피해낸다.젠장!이레서는 이쪽이 불리하다.던지는걸 피하다보면 체력이 떨어지기 마련, 그리고 체력이 떨어진다면…필시 나는 죽는다!

먼저 검을 회수하자.
그리고 일단 날라오는 저 송곳을 막고 파고들어가 제압한다.왼팔이 안움직이고 굉장히 아프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아까 정면으로 송곳을 맞은 것은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한다.덕분에 저 송곳이 날라오는 패턴을 눈에 익혀두어 조금만 익숙해진다면 저 송곳을 검으로 막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아까 가지고 온 검은 꽤나 두터워서 단단해 보이기도 하고.
일단 검부터…

슈욱!

“큭!”

몸을 일으키려 할 때 오른쪽 허벅지에 두개의 수리검이 꽂힌다.그리고 힘없이 무너지고는, 시체의 산더미에 다시 털썩, 하고 주저앉아 버린다.아, 아프다.

“고통은 지금까지다.단숨에 끝내줄 테니 가만히 있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천천히 다가온다.오른쪽 허벅지에 손을 가져다대자, 그곳에는 확실히 꽂혀버린 두자루의 수리검이 있었다.그것을 아무렇게나 뽑아낸다.피는 분명히 나고있었다.

“크윽!”

목구멍 저 아래에서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소녀는 이미 눈앞에 있었다.바로 앞에서, 그녀는 천천히 송곳을 머리위로 들어 나의 숨통을 끊을 준비를 하고있는 것 같다.젠장.난 여기서는 죽을수 없어.이런데서……

품에 손을 집어넣고 아까 썼던 황금색의 단검에 손을 가져댄다.눈치 못채게…

“무슨 수작이냐?”
“그건 봐야될 것 아냐?”

쉬익!
품에서 꺼낸 황금의 단검이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며 그녀에게로 날라간다.됐다!저녀석에게 조금의 틈만 보여주면 돼!

챙!

“윽!”

예상대로, 그녀는 송곳으로 날라오는 단검을 막아내었고, 그와 동시에 그 몸에는 무수한 틈들이 생기기 시작했다.어차피 내 또래의 여자아이, 무기를 쓰지 못하면 주먹으로도 충분히 제압할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의 품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옆구리에 주먹을 가격하려 할 때──

“조잡하구나, 베냐민!”

푸욱.

“크아아아아아악-!!”

──녀석의 손목에서 나온 칼날이 옆구리를 가른다.피가 목구멍 위로 역류할려고 한다.아프다, 죽을것 같아.녀석의 옆구리를 친다는게 도리어 내 옆구리가 당했다.고통이 온몸을 지배하고 전율이 되어 온몸을 진동시킨다.쳇, 이길수 없는건가…

“고통없이 보내준다고 했는데도!!”

그녀는 힘이 빠져가는 내 몸을 아무렇게나 밀어내며 말했다.

“왜 자꾸 반항하는거야!내가 고통없이 보내준다고 했잖아!네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아파지는거 모르고 있는거야!”
“바, 바보 같은…!!”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욕일까.
이상한 소리를 하고있는 그녀에 대한 증오일까.하지만, 그래도 난 말하고 있었다.

“난 살아날거야…”

바닥에 내쳐진 나는 썩은 시체들과 함께 정원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정원의 고여서 썩은물이 입속으로 들어온다.이것은, 그때다.그때와도 비슷한…

“난 살아서 내 동생을 봐야돼!네 같은…네 같은 년이랑 노닥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단 말이야!!!!”

그 목소리가 정원을 흔들었고.
이내 곧 그녀는 울먹이는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째서…”

그녀가 그렇게 물었다.

“어째서 당신은 8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하나도 없는거야!”

그 말은 무슨뜻일가?이해할수 없는 말.방금전까지 송곳이 쥐어져있던 그 손은 슬픔과 원망을 쥐고 있었다.

“무, 무슨 소리야?너…”

그 물음에 그녀는 답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왔다.그 걸음에는 규칙성이 없었다.비틀거리는것 같기도 보였고 취한것도 같이 보였다.분명히, 다친건 나일텐데……그녀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린듯한 걸음걸이로 내게 걸어오고 있었다.

상반신을 일으켜 뒷걸음질 친다.녀석이 오고있다.송곳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아까처럼 손목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온다던가 수리검이 온몸에 구멍을 뚫을지도 모른다.그러니까, 그러니까…

툭.

등 뒤에는 시체의 산이 있었고, 나에겐 더 이상 도망칠곳 따윈 없었다.그리고.

녀석은 자꾸만 걸어오고 있었다.

“오지마!”

그렇게 외쳤다.그 목소리에 그녀는 살짝 발걸음을 멈추고서는 말했다.

“시끄러워…”

그 눈동자는 무언의 협박을 담고 있었다.
왼팔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오른쪽 다리는 움직일때마다 엄청난 통증을 호소한다.단검으로 찢겨진 옆구리는 허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아파서…일어날수도, 움직일수도 없다.이제 나는…

“베냐민 당신은…”

그녀가 말했다.

“동생만 사랑하고…”

걸어오고 있던 그녀의 발걸음은 이내 내 시선 바로 코앞에서 멈췄고, 그녀의 손이 천천히 내 목덜미를 잡았다.하지만, 그 손끝은 전혀 과격하지 않은, 부드러운 소녀의 손길이였다.
그녀는──

“내게도──”

──내 목덜미를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 사랑을 나눠줘…”

연하게 붉은 그녀의 입술이.
시선 가득히 채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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