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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W.I.N.C- A Perfect Man

2004.03.07 23:55

말랑군 조회 수:241

숙제를 하다가 필이 와서 썼습니다.

자주 올리지 못할 '예정'이니

컴을 잡으면 쓰고, 올려얍죠.

얼마 전에 외계어 금지운동 사이트를 둘러봐서 기분이 상쾌~

어쨌든 본편은 선거도 다가오고 해서 써 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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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장을 봐 올께요.”

“...그럴래? 알았어. 다녀 올테면 다녀 와.”

“네. 오늘 필요한 게 뭐죠?”

“비누 3개랑 칫솔 5개 정도 사와.”

“네.”

거리는 한산합니다. 휴일답지 않게 말이죠. 요즘 인간들의 신문을 보면, 국회의원을 뽑는다며 난리를 칩니다. 신문 앞부분의 대부분이 선거 이야기입니다. 그 덕에 다른 내용이 줄어버리는 게 솔직히 맘에 안 듭니다. 얼마 전 밍크씨는 어떤 신문에 나온 여론조사가 실제랑 다르다며 신문사에 대들었답니다. 이번에 나온 이유는 그걸 조사도 할 겸 나온 겁니다. 물론 그것 때문에 밍크씨의 심부름을 잊어먹어서는 안되겠지만요.



시장에 있는 벽에 여러명의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신문에서도 자주 본 얼굴인 걸 보니 이 사람들이 후보들인가 봅니다. 한 아이가 펜을 들고 오더니 한 남자의 이빨에 먹칠을 하고는 친구들과 함께 좋아라 웃더니 사라집니다. 안그래도 낙서가 많이 되어 있는 얼굴이었습니다만, 하여간 이렇게 보니 또 색다른 재미가 있군요.

한 남자분이 포스터를 바라보십니다.

“저기요.”

“응”

무뚝뚝하게 대답합니다.

“이번 선거 하실 건가요?”

“당연하지.”

“누구 뽑으실 건데요?”

“3번.”

“어째서?”

“우리 고향 사람이거든.”


한 노인분이 오십니다.

“저기요.”

“응.”

“이번 선거 하실 건가요?”

“그럼.”

“저 1번 후보 어때요?”

“그 놈은 너무 막나가서 안돼.”

“막나간다라뇨?”

“젊은 놈들은 몰라도 돼”

그러더니 사라지십니다.


한 여자가 포스터를 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

“이번 선거 하실 모양이시군요,”

“응.”

“저 2번 후보 어때요?”

“2번은 안 돼.”

“어째서요? 제가 보기엔 막나가는 거 같지도 않고 동향인 거 같은데.”

“여자관계가 문란하다더군.”

“정말요?”

“모르지.”


한 청년이 다가옵니다.

“안녕하세요, 아가씨.”

먼저 말을 걸더니 포스터를 봅니다.

“선거 하실 모양이신가 보죠?”

“아뇨. 그런 황금의 휴일을 왜 그런 데에다 보내나요.”

“그럼 누가 됐으면 좋겠어요?”

“글쎄요.”

“4번 어때요? 공약도 괜찮고 막나가지도 않고 여자관계도 깨끗해요.”

“안돼. 그 녀석 아들은 군대도 안가고 다른 나라 영주권 먹고 잘 먹고 잘 산단 말야. 억울해서 못 뽑아줘.”


한 할머니가 지나갑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선거 하실 건가요?”

“옹야.”

“5번 어때요? 공약도 괜찮고 막나가지도 않고 여자관계 깨끗하고 아들도 안빼돌렸어요.”

“안돼. 그놈은 뇌물을 먹었단 말야.”

“그게 그렇게 나쁜 건가요? 물론 나쁘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액수나 횟수도 적고 동기도 당당히 밝혔잖아요. 사과까지 한 사람인데요. 그리고 이 사람이 공무 능력이 시원찮은 것도 아니잖아요.”

“어쨌든 뇌물먹은 놈은 안돼.”


한 아주머니가 오십니다.

“안녕하세요. 선거 하실 건가요?”

“응.”

“그럼 저 6번은 어때요? 공약 괜찮고 여자관계 깔끔하고 뇌물 안먹고 막나가지 않고 아들 안빼돌린 사람이에요.”

“아니. 난 아무나 찍을 거야.”

“네?”

“정치인들이 다 마찬가지 아니겠어? 처음엔 기대를 주지. 뭔가 달라지겠지...하고 말야. 하지만 다 헛짓이야. 거짓말쟁이들이라고. 참된 정치인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없을거야. 정치인이 뭐야.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 아냐. 그런 사람은 자고로 완전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치인도 사람이잖아요. 사소한 과실보단 능력이 중요한 거 아니에요?”

“누가 그런 소리를 하디?”

“...제가 아는 분이요.”

밍크씨라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말하면 보나마나 밍크씨에게 엄청난 욕을 할 테니까요.

“이봐 처자. 정치라는 건 말야, 결점 없는 성실한 사람이 하는 거야.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결점이 있어서야 되겠어? 그런 사소한 실수가 가정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는 거야.”

“그럼 아주머니는 잘못이 없으세요?”

“나야 상관없지. 정치인이 아니니까.”

“...”

아차. 비누...칫솔... 몇 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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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크씨. 오늘은 안 놀아요?”

“여관하는 사람이 무슨 휴식을 하니. 게다가 오늘은 선거 전날이잖아.”

“그래도 일요일이잖아요.”

“음...정치에 무관심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선거때 사람들이 많이 놀아. 여행도 많이 하고. 그러니 여관은 열어 놔야지.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그럼 선거일 때는 어떡하실 거에요?”

“해야지.”

“정해둔 후보는 있어요?”

“음... 좀 고민해야 하는 사안이야.”

“그래요?”

“응. 그 사람이 얼마나 일을 잘 할지 봐야 할 거 아냐.”

“저...저번에 시장에 갔을 때 들은 이야기거든요?”

“뭐가?”

“1번 후보는 너무 막나가구요,”

“진보란 이야기군.”

“2번은 여자 관계가 문란하구요, 3번은 동부 출신 사람들이 싫어하구요, 4번은 아들을 빼돌렸구요, 5번은 뇌물을 먹었구요, 6번은 의미가 없대요.”

“그래?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디?”

“네.”

“하하. 이봐. 너 생각해봐. 정치는 무조건 성인군자가 하냐?”

“글쎄요. 하면 좋겠죠.”

“하면 좋지. 그럼 성인군자들이 우리나라 국회 300명을 채울 정도로 많냐 이거야.”

“글쎄요.”

“사소한 잘못쯤은 덮어줄 줄 알아야지. 그 사람이 여자관계가 문란하던 아들을 해외로 보내던 내 알바 아냐. 다른 사람들은 문제가 많은데, 그 사람들은 그런 문제 외에는 사람들이 들먹이지 않잖아? 정치도 사람이 하는 거야. 어떻게 인격적으로 완벽한 사람들만 정치를 하겠어. 그 사람의 능력을 가지고 편을 해야지 아버지가 역적짓을 했다느니 하는 걸로 사람을 가르는 건 아냐.”

“그럼 이번에 투표하실 사람은 선택 하셨나요?”

“음... 이번엔 좀 힘드네. 전부 다 그런 문제 말고는 정말 괜찮은 사람들이거든. 솔직히 이번엔 나도 좀 의외야.”

“그래요? 그럼 투표하고 나서야 알게 되겠네요.”

“이렇게 찍기 어려울 때야말로 비로소 외모같은 사소한 걸 보면서 찍는 거지.”

“...”

++++++++++++++++++++++++++++++++++++++++++++++++++

“누구 찍으셨어요?”

“헤헤. 6번 찍었어.”

“왜요?”

“모르겠어. 하지만 이번엔 후회하지 않아. 모두다 괜찮은 사람이었어. 누가 뽑혀도 잘 해낼 것 같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근데 그 사람들은 누굴 찍었을까?”

“모르지. 하지만 그렇게 정치인을 믿지 못하고 작은 트집을 부풀리는 세상이라면, 절대 그들이 원하는 지도자는 나오지 않을 거야. 어쩌면 벌써 사장되 버렸는지도 몰라.”

“어쨌든 그 사람들이 누굴 찍더라도 좋은 사람이라면 상관 없겠네요.”

“...‘투표를 했다면’ 말이지. 어쩌면 우리 여관에서 자고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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