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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W.I.N.C- 숲

2004.03.06 13:52

말랑군 조회 수:268

얼마 전에 키노의 여행을 보고

저도 그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원래 생각하긴 좀 했습니다만

어쨌든 이번 건 좀 급하게 썼습니다.

숙제하는 도중에 틈틈이 말이죠.

'기회는 지금이다!'라듯이...하하.

덕분에 양도 적고...좀 진지하게 쓸 걸... 후회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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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버스가 있습니다.

표지판은 붉습니다.

저 버스는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시간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음악도 들어볼 겸 탑니다.



한 버스가 있습니다.

좌석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전 4번째 좌석에 서서 고리를 잡습니다.

얼마 안 되어서 한 남자가 자리를 양보해 줍니다.



한 버스가 있습니다.

전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제게 자리를 양보해 준 남자가 일어서 있습니다.

버스가 시내의 정거장에 멈춥니다.

한 여자가 내립니다.

그 남자는 냉큼 그 자리에 앉습니다.



한 버스가 있습니다.

시외의 정거장에 멈춥니다.

한 노인분이 올라오십니다.

노약자석은 가득 찼습니다.

노인분은 이곳 저곳을 돌아보십니다.

노약자석은 노인분들로 가득 찼습니다.

노인분은 남자를 쳐다봅니다.

남자는 자고 있습니다.

전 버스에서 내립니다.

한 남자가 탔습니다.

노인분은 힘겹게 자리로 걸어가십니다.

한 남자가 달립니다.

그 자리는 그 남자의 것이 되었습니다.



한 버스가 옵니다.

제가 탄 그 버스입니다.

종점을 거치지 않고 한바퀴 돌아옵니다.

전 탔습니다.

노인분은 여전히 서 계십니다.

저도 서 있습니다.

한 남자가 저에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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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네."

"...이봐. 일기는 검사받는 게 아니란 말야."

"글쎄요. 전 검사받아야 속이 시원해요."

"...희한한 습성이군. 자기 비밀을 남들한테 다 까발려도 좋다는 거야...?"

"글쎄요. 전 제 비밀을 일기장에 쓰지는 않아요."

"아, 그러셔."

밍크씨는 가볍게 일기장을 듭니다.

툭.

"...이게 뭐야?"

"아...그건 자금조달책이라고 학교 선생님이 써 주신 거에요."

"...두 패의 합이 11 이하이면 더 받고 17 이상이면 그만 받는다. 12~16이면 딜러의 패를 살펴서 에이스 포함 7 이상이면 그만 받고 2~6이면 더 받는다..."

"..."

"이거 뭐야? 블랙잭이야?"

"...네. 외우하시던데요."

"...이걸 외 외워? 니가 생각해도 되는 거 아냐? 숫자만 알면 대충 이렇게 하잖냐."

"..."

"외우는 거에 너무 집착하는 거 아냐?"

"글쎄요. 전 늘 이렇게 공부해 왔는걸요..."

"...도박을 가르치질 않나 외우기만 시키질 않나 일기를 검사하질 않나..."

그러더니 밍크씨는 가볍게 한숨을 쉬시면서 일기를 뒤적거립니다.



"좋은데? 일기를 이렇게 시적으로 쓰다니 말야."

"..."

"...이것도 누가 가르쳐 준 거냐?"

"...아뇨.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쓴 거에요."

"...그래?"

"근데...여지껏 이렇게 써 왔는데요. 좋다는 소린 한 번도 못 들어 봤는걸요."

"...멋지다..."

"뭐가요?"

"...일기말야."

"..."

"앞으론 이런 거 굳이 보여 줄 필요 없어. 그냥 니가 쓰고 싶은 대로 계속 써 나가."

"선생님은 문장으로 쓰는 게 좋다고 하시던데요."

"...아는 걸 단순히 글 표현으로 평가 할 순 없는 거 아냐. 게다가 일기를 문장으로 써야 한다는 건 누가 법으로 정해놓은 거야?"

"아뇨."

"게다가 너처럼 공부하면 외우는 머리만 늘어나 버릴 걸. 그게 책이지 사람이야?"

"..."

"공부하는 건 말야, 원래 한가지 능력만 죽어라 키우는 건 아냐. 적성을 맞추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암기력만 키우는 건 아냐."

"..."

"...거목이 자라는 거엔 한계가 있지만 숲이 자라는 거엔 한계가 없지. 공부도 그런 거란다."

"그래요...?"

"내가 알기론. 뭐...나도 그렇게 교육받은 건 아니지만 말이지."

“...”

“내가 선생이라면 그렇게 키울텐데. 어쨌든 일기 잘 봤어.”

“네에. 고마워요.”

“...그나저나 그 녀석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양보도 안하는 그녀석 말야."

"아, 그분요. 얼마 전에 전화하셨던 분이요."

"...아...그놈. 그놈이면 이해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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