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W.I.N.C- 숲
2004.03.06 13:52
얼마 전에 키노의 여행을 보고
저도 그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원래 생각하긴 좀 했습니다만
어쨌든 이번 건 좀 급하게 썼습니다.
숙제하는 도중에 틈틈이 말이죠.
'기회는 지금이다!'라듯이...하하.
덕분에 양도 적고...좀 진지하게 쓸 걸... 후회되는군요.
---------------------------------------------------------------------
한 버스가 있습니다.
표지판은 붉습니다.
저 버스는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시간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음악도 들어볼 겸 탑니다.
한 버스가 있습니다.
좌석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전 4번째 좌석에 서서 고리를 잡습니다.
얼마 안 되어서 한 남자가 자리를 양보해 줍니다.
한 버스가 있습니다.
전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제게 자리를 양보해 준 남자가 일어서 있습니다.
버스가 시내의 정거장에 멈춥니다.
한 여자가 내립니다.
그 남자는 냉큼 그 자리에 앉습니다.
한 버스가 있습니다.
시외의 정거장에 멈춥니다.
한 노인분이 올라오십니다.
노약자석은 가득 찼습니다.
노인분은 이곳 저곳을 돌아보십니다.
노약자석은 노인분들로 가득 찼습니다.
노인분은 남자를 쳐다봅니다.
남자는 자고 있습니다.
전 버스에서 내립니다.
한 남자가 탔습니다.
노인분은 힘겹게 자리로 걸어가십니다.
한 남자가 달립니다.
그 자리는 그 남자의 것이 되었습니다.
한 버스가 옵니다.
제가 탄 그 버스입니다.
종점을 거치지 않고 한바퀴 돌아옵니다.
전 탔습니다.
노인분은 여전히 서 계십니다.
저도 서 있습니다.
한 남자가 저에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
"...일기?"
"네."
"...이봐. 일기는 검사받는 게 아니란 말야."
"글쎄요. 전 검사받아야 속이 시원해요."
"...희한한 습성이군. 자기 비밀을 남들한테 다 까발려도 좋다는 거야...?"
"글쎄요. 전 제 비밀을 일기장에 쓰지는 않아요."
"아, 그러셔."
밍크씨는 가볍게 일기장을 듭니다.
툭.
"...이게 뭐야?"
"아...그건 자금조달책이라고 학교 선생님이 써 주신 거에요."
"...두 패의 합이 11 이하이면 더 받고 17 이상이면 그만 받는다. 12~16이면 딜러의 패를 살펴서 에이스 포함 7 이상이면 그만 받고 2~6이면 더 받는다..."
"..."
"이거 뭐야? 블랙잭이야?"
"...네. 외우하시던데요."
"...이걸 외 외워? 니가 생각해도 되는 거 아냐? 숫자만 알면 대충 이렇게 하잖냐."
"..."
"외우는 거에 너무 집착하는 거 아냐?"
"글쎄요. 전 늘 이렇게 공부해 왔는걸요..."
"...도박을 가르치질 않나 외우기만 시키질 않나 일기를 검사하질 않나..."
그러더니 밍크씨는 가볍게 한숨을 쉬시면서 일기를 뒤적거립니다.
"좋은데? 일기를 이렇게 시적으로 쓰다니 말야."
"..."
"...이것도 누가 가르쳐 준 거냐?"
"...아뇨.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쓴 거에요."
"...그래?"
"근데...여지껏 이렇게 써 왔는데요. 좋다는 소린 한 번도 못 들어 봤는걸요."
"...멋지다..."
"뭐가요?"
"...일기말야."
"..."
"앞으론 이런 거 굳이 보여 줄 필요 없어. 그냥 니가 쓰고 싶은 대로 계속 써 나가."
"선생님은 문장으로 쓰는 게 좋다고 하시던데요."
"...아는 걸 단순히 글 표현으로 평가 할 순 없는 거 아냐. 게다가 일기를 문장으로 써야 한다는 건 누가 법으로 정해놓은 거야?"
"아뇨."
"게다가 너처럼 공부하면 외우는 머리만 늘어나 버릴 걸. 그게 책이지 사람이야?"
"..."
"공부하는 건 말야, 원래 한가지 능력만 죽어라 키우는 건 아냐. 적성을 맞추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암기력만 키우는 건 아냐."
"..."
"...거목이 자라는 거엔 한계가 있지만 숲이 자라는 거엔 한계가 없지. 공부도 그런 거란다."
"그래요...?"
"내가 알기론. 뭐...나도 그렇게 교육받은 건 아니지만 말이지."
“...”
“내가 선생이라면 그렇게 키울텐데. 어쨌든 일기 잘 봤어.”
“네에. 고마워요.”
“...그나저나 그 녀석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양보도 안하는 그녀석 말야."
"아, 그분요. 얼마 전에 전화하셨던 분이요."
"...아...그놈. 그놈이면 이해는 간다..."
저도 그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원래 생각하긴 좀 했습니다만
어쨌든 이번 건 좀 급하게 썼습니다.
숙제하는 도중에 틈틈이 말이죠.
'기회는 지금이다!'라듯이...하하.
덕분에 양도 적고...좀 진지하게 쓸 걸... 후회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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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버스가 있습니다.
표지판은 붉습니다.
저 버스는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시간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음악도 들어볼 겸 탑니다.
한 버스가 있습니다.
좌석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전 4번째 좌석에 서서 고리를 잡습니다.
얼마 안 되어서 한 남자가 자리를 양보해 줍니다.
한 버스가 있습니다.
전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제게 자리를 양보해 준 남자가 일어서 있습니다.
버스가 시내의 정거장에 멈춥니다.
한 여자가 내립니다.
그 남자는 냉큼 그 자리에 앉습니다.
한 버스가 있습니다.
시외의 정거장에 멈춥니다.
한 노인분이 올라오십니다.
노약자석은 가득 찼습니다.
노인분은 이곳 저곳을 돌아보십니다.
노약자석은 노인분들로 가득 찼습니다.
노인분은 남자를 쳐다봅니다.
남자는 자고 있습니다.
전 버스에서 내립니다.
한 남자가 탔습니다.
노인분은 힘겹게 자리로 걸어가십니다.
한 남자가 달립니다.
그 자리는 그 남자의 것이 되었습니다.
한 버스가 옵니다.
제가 탄 그 버스입니다.
종점을 거치지 않고 한바퀴 돌아옵니다.
전 탔습니다.
노인분은 여전히 서 계십니다.
저도 서 있습니다.
한 남자가 저에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
"...일기?"
"네."
"...이봐. 일기는 검사받는 게 아니란 말야."
"글쎄요. 전 검사받아야 속이 시원해요."
"...희한한 습성이군. 자기 비밀을 남들한테 다 까발려도 좋다는 거야...?"
"글쎄요. 전 제 비밀을 일기장에 쓰지는 않아요."
"아, 그러셔."
밍크씨는 가볍게 일기장을 듭니다.
툭.
"...이게 뭐야?"
"아...그건 자금조달책이라고 학교 선생님이 써 주신 거에요."
"...두 패의 합이 11 이하이면 더 받고 17 이상이면 그만 받는다. 12~16이면 딜러의 패를 살펴서 에이스 포함 7 이상이면 그만 받고 2~6이면 더 받는다..."
"..."
"이거 뭐야? 블랙잭이야?"
"...네. 외우하시던데요."
"...이걸 외 외워? 니가 생각해도 되는 거 아냐? 숫자만 알면 대충 이렇게 하잖냐."
"..."
"외우는 거에 너무 집착하는 거 아냐?"
"글쎄요. 전 늘 이렇게 공부해 왔는걸요..."
"...도박을 가르치질 않나 외우기만 시키질 않나 일기를 검사하질 않나..."
그러더니 밍크씨는 가볍게 한숨을 쉬시면서 일기를 뒤적거립니다.
"좋은데? 일기를 이렇게 시적으로 쓰다니 말야."
"..."
"...이것도 누가 가르쳐 준 거냐?"
"...아뇨.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쓴 거에요."
"...그래?"
"근데...여지껏 이렇게 써 왔는데요. 좋다는 소린 한 번도 못 들어 봤는걸요."
"...멋지다..."
"뭐가요?"
"...일기말야."
"..."
"앞으론 이런 거 굳이 보여 줄 필요 없어. 그냥 니가 쓰고 싶은 대로 계속 써 나가."
"선생님은 문장으로 쓰는 게 좋다고 하시던데요."
"...아는 걸 단순히 글 표현으로 평가 할 순 없는 거 아냐. 게다가 일기를 문장으로 써야 한다는 건 누가 법으로 정해놓은 거야?"
"아뇨."
"게다가 너처럼 공부하면 외우는 머리만 늘어나 버릴 걸. 그게 책이지 사람이야?"
"..."
"공부하는 건 말야, 원래 한가지 능력만 죽어라 키우는 건 아냐. 적성을 맞추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암기력만 키우는 건 아냐."
"..."
"...거목이 자라는 거엔 한계가 있지만 숲이 자라는 거엔 한계가 없지. 공부도 그런 거란다."
"그래요...?"
"내가 알기론. 뭐...나도 그렇게 교육받은 건 아니지만 말이지."
“...”
“내가 선생이라면 그렇게 키울텐데. 어쨌든 일기 잘 봤어.”
“네에. 고마워요.”
“...그나저나 그 녀석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양보도 안하는 그녀석 말야."
"아, 그분요. 얼마 전에 전화하셨던 분이요."
"...아...그놈. 그놈이면 이해는 간다..."
댓글 3
-
배사
2004.03.06 13:58
-
히이로
2004.03.06 14:15
맨 처음부분의 글
시 같아요~
(원래 시인가....)
멋집니다.
잘 읽었어요. -
카루나
2004.03.07 00:51
음. 잘 보았습니다.
급하게 쓰신 글이라고 하지만 이번 화도 역시나 마음에 드는 화 입니다.
고 3이라 연재가 힘들다는 것.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너무 연연해 하지 마시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시기 바랍니다. [웃음]
저 처럼 한 50점 낮은 학과 잡아놓고 노는 것도 한 방도지만 말이죠 =_=;
[그래도 과톱은 커녕 차석도 못함. 너무 얕잡아 본 청과대 물리치료과]
여기서 귀○○ 씨가 생각났던…….
[끌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