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연재 르시아 제 1 부 1 화 - 심판자 2

2004.02.15 00:44

슈안 조회 수:262

제 1 화 - 2 사투 전편



우당탕탕! 철퍽!

요란한 소리에 뒤이어 들리는 끈적끈적한 느낌의 액체음.
산란한 시신의 토막들이 집안의 집기에 부딪혀 그것들이 넘어지고 깨지며 난 소리였다.
일순간. 그야말로 일순간에 한 사람이 제 형체를 잃고 고깃조각이 되어버렸다.
조각조각 절단된. 아니. 그것은 잘린 것이 아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무시무시한 완력에 의해 부서진 것. 그렇지 않고서야 이가 다 빠진 식칼로 그렇게나 간단히 사람을 해체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나는 못 박힌듯 그 자리에 서서 느닷없는 심야의 불청객을 쳐다볼 뿐이었다.
컴컴한 거실의 어둠을 뚫듯 흉흉하게 빛나는 푸른 안광.
한참을 그자리에 우뚝 서 있던 살인귀는 천천히 이쪽으로 한걸음씩 다가오며 말했다.
영문을 모를 말을.

"이런 곳까지 도망쳐 왔나. 베르가디네. 키키킥... 히힛... 히히히히히!!!"

그제서야 퍼뜩 정신 차린 듯이 어머니는 우리 오누이의 손을 이끌고 안방쪽으로 내달렸다.
그러나 살인귀는 마치 육식동물의 그것과도 같은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움직임으로 눈깜짝할 사이에 우리의 앞으로 돌아나왔다.
우리 세 사람이 뭘 어떻게 하기도 전에 누나의 손을 잡고 있던 어머니의 왼팔이 잘려나갔다.
그 박자에 누나는 어머니의 왼팔을 잡은채로 앞으로 크게 굴렀다.
그리고 팔린 잘린 어머니가 채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살인귀의 흉검이 어머니의 왼쪽 가슴을 관통했다.
그대로 묵직한 소리와 함께 어머니는 쓰러졌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것을 본 누나가 두 발로 설 생각도 못하고 네 발로 기어 어머니의 곁으로 다가와 어머니를 붙들고 울기 시작했다.
그것을 잠시 즐거워서 미칠 것만 같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려보던 살인귀는 누나의 머리채를 잡고 누나를 들어올렸다.

"아아아아아아아!!! 놔!!! 캬아아아아!!!"

절규. 누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살인귀는 누나를 자신의 눈 높이까지 들어올려선 아무런 망설임 없이 누나의 왼쪽눈에 손에 들고 있던 흉기를 꽂아넣었다.
지독한 고통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남은 한쪽눈으로 상대를 노려보던 누나는 왼쪽눈에서 흉기가 뽑혀 나오는 것과 동시에 정신을 잃었는지 축 늘어졌다.
누나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자 마치 그 살인귀는 부서진 장난감에 흥미를 잃은 소년처럼 누나를 내던져 버렸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내게로 꽂혔다.
히죽하고 웃는 살인귀.
그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어린 내게 있어 그는 너무나도 크고, 강대하고, 무서운 존재였다.
어린 나는 그에게 있어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였으리라.
나는 그의 앞에서 꼼짝도 못하고 서 있을 뿐이었다.
도망이라는 두 문자는 머릿속에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던 단어는 공포였을 뿐.
그가 어느샌가 내 앞에 다가와서 나와 시선을 맞췄다.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불꽃처럼 어둠을 불사르는 푸른 안광.
잠시 내 얼굴을 감상하듯, 이리저리 뜯어보던 그는 곧 희열에 가득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꼬마아....... 내 얼굴을 자알 기억해 둬... 네가 죽여야 할 원수의 얼굴이니까 말이지...!"

그렇게 내게 말하던 그가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 눈동자를 살짝 굴리더니 말했다.

"아아... 그건 불가능하겠군...... 키히히... 넌 여기서 죽을테니까. 히히... 히히히히!! 캬하하하학!!!"

그의 광소와 함께 왼쪽 가슴에 이물감. 뭔가 차갑고 딱딱한 것이 억지로 몸을 파고 들어오는 감각.
나는 그 때 몇 번이고 되뇌이고, 또 되뇌였다.
[죽고 싶지 않다.]라고. 10년전 그 날. 가족들이 죽고 상처 입은 그날에. 그리고 지금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끝없는 어둠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몸이 뭔가에 들어올려지는 듯한 감각.
아니. 틀리다. 내가 스스로 일어선 것이다. 하지만 이 감각은 무엇?
내 의지도 아닌데 멋대로 몸이 움직이는 듯한 이 감각은?
점차로 눈이 어둠에 익어왔다.
어두컴컴한 골목길. 눈 앞을 머리카락이 가렸다.
검은 머리카락. 더 이상 어두워 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주위를 둘러싼 어둠같은 너무나도 검은 머리카락이.
10년전 그 날 그 빛깔을 잃고 백발이 되었던 머리카락이 원래의 빛깔을 되찾았다.
문득 양쪽 손등을 보니 뭔가 빼곡하게 쓰여져 있다.
뭔가의 문양, 뭔가의 공식처럼 보이는 복잡한 도형과 문자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것을 봐도 별다른 감흥은 느껴지지 않았다.
10년전의 입은 왼쪽 가슴의 흉터를 봐도 더 이상 아무런 감흥도 일어나지 않듯이, 마치 그것이 오래전부터 그렇게 손등에 새겨져 있었던 것 처럼,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리고 입에서는 주문 외듯 단 한가지의 말만이 되풀이되어 나왔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턱.

시야가 크게 흔들렸다.
몸이 제 멋대로 한 발 내딛었다.
마치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양, 그 다음 순간 나는 미친듯이 내달리고 있었다.
마치 자동차에 타고 있는 것 처럼 주위의 풍경이 빠른 속도로 스쳐지나간다.
귓가엔 바람이 찢어지고,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그렇게 어두운 밤길을 내달렸다.
나를 죽음직전으로 몰고간 적을 배제하기 위해. 오로지 그것 하나만을 위해.

제 1 화 - 3 사투 후편에서 계속...

==================================================

파판... 후훗... 후후후후후후후후...[의불]

홈페이지 개장하기 참 어지간히도 힘들다아..............

글 보던거 한번 밀리니 정신이 대략 아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8 『제 13구역』Chapter 1 '진실'(7.마지막) [3] 신지君 2004.02.17 229
127 -W.I.N.C- 맺으려는 두 존재 [2] 말랑군 2004.02.17 279
126 절대 안 될듯한 가브리엘 후계기 [3] 알면용취^^ 2004.02.15 305
125 FlowMoon 제 1장 흐름의달 12페이지 [9] 츠바사(G.p) 2004.02.15 217
124 神影 제 1장 비오는날 0페이지.(프롤로그) [3] 츠바사(G.p) 2004.02.15 290
» 르시아 제 1 부 1 화 - 심판자 2 [3] 슈안 2004.02.15 262
122 [리뉴얼]血鬼#第 2章 [2] T.S Akai 2004.02.14 246
121 『제 13구역』Chapter 1 '진실'(6) [5] 신지君 2004.02.14 224
120 [리뉴얼]血鬼#第 1章 [2] T.S Akai 2004.02.13 278
119 [아주 짧은]IMPERFECT의 과거관(세계관이 었으나 의불 됐음) [1] 알면용취^^ 2004.02.12 249
118 IMPERFECT-3 [4] 알면용취^^ 2004.02.11 236
117 『제 13구역』Chapter 1 '진실'(5) [4] 신지君 2004.02.11 219
116 -W.I.N.C- 말을 잃었던 마녀 [3] 말랑군 2004.02.11 290
115 『제 13구역』Chapter 1 '진실'(4) [4] 신지君 2004.02.09 244
114 르시아 제 1 부 1 화 - 심판자 1 [4] 슈안 2004.02.09 244
113 FlowMoon 제 1장 흐름의달 11페이지 [8] 츠바사(G.p) 2004.02.08 242
112 『제 13구역』Chapter 1 '진실'(3) [5] 신지君 2004.02.07 272
111 FlowMoon 제 1장 흐름의달 10페이지 [10] 츠바사(G.p) 2004.02.07 260
110 -W.I.N.C- 이름을 얻은 마녀(3) [3] 말랑군 2004.02.06 274
109 『제 13구역』Chapter 1 '진실'(2) [4] 신지君 2004.02.04 261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