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Maid no Maiden#08 - Meeting again
2005.02.16 23:37
-아델라이드력 679년 5월 2일-
“하아…”
잠을 잘못 잤다.그게 또 왜그렇냐고 물어봤자,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아무렇게나 자버려서 그렇다.
덕분에 허리라거나 목이라거나가 굉장히 뻐근해진 느낌.(뭐, 방이 부숴진 밀렌이라는 메이드도 거실에서 나와는 다른 소파에서 잠자더만-)
신세타령도 이것이 몇번째인지 모른다.
몇번이고 한숨을 내쉬며 온천의 빗질을 하고 있었다.이것이 오늘 민씨의 첫번째 임무라던가 뭐라던가, 분명히 레아씨는 그렇게 말했지만……
이렇게 넓은 온천은 아무리 남자라 해도 혼자서 하기에는 무리다!
“다들 너무했어……”
바닥에 털썩, 하고 주저앉는다.
정말 자기들 마음대로인 여자들이다.분명히 로텐부르크의 아가씨는 베레니스 왕국뿐만 아니라 이곳, 프랑크까지 그 영량력을 뻗치고 있다.그런 거물이다.반항하면 정말로 지하감옥에 굶어 죽을때까지 노래부르다가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 거물이라면, 인간의 죽음따윈 아무렇지도 않게 은닉할수도 있다.
“저기…민씨?”
“흐악!”
등 뒤에서 전혀 느끼지 못한 차가운 손이 닿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돌아봐 버렸다.
아─, 아침 이후로는 도저히 보지못한 그, 밀렌이라는 메이드다.
“뭐, 뭐에요?”
“아니, 저기…”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어 버린다.이사람, 뭔가 할말 있는 것 같은데?
“저기, 그게 말이죠…점심 때문에 장보러 가야 하는데.레아씨가 ‘이젠 남자도 생겼으니 민씨한테 부탁해봐!’라고 해서, 말이죠…”
“저기, 무엇을 부탁하는 건지…”
그러니까 요지를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짐들기를…”
“으음”
짐들기라.
뭐, 그다지 힘 없는것도 아니고.힘쓰는 거라면 이레뵈도 일가견 있으니 도와볼까나.
“음, 뭐.도와줄게요.그냥 이대로 가면 되는건가요?”
“에에!자, 잠시만, 돈이라거나 이것 저것 준비해야 되니…현관에서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서는 혼자서 온천을 훽, 나가버린다.
“음, 밀렌이라 했던가.”
조용히 그녀가 사라진 온천 밖으로의 통로를 쳐다본다.그러자 생각나는 쎄실이라는 여자아이의 말.
‘그 아이는 평범한 성격의 아이니까요.마스터처럼 완벽한 귀족도 아니고, 레아처럼 초 낙천적인데다가 경계심 일체 없는 녀석도 아니고.그 아이는 평범한 성격이에요.적당히 거리낄줄 알고 적당히 사귈줄 알죠.뭐, 그런걸로 당신과 밀렌이 친해지는 것을 부추기고 싶은것도 아니지만.’
분명히 그런듯 하다.
아까의 태도만 해도, 낯선 사람에게 대한 경계로 보인다.하지만 내가 자고있을때는 내 머리카락 까지 만지면서 그렇게 남말 했는데, 실제로 사람과 마주 이야기 하면 그녀도 모르게 경계하고 되는걸까?
“이런 저런 사람들도 있는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빗자루를 제자리에 고스란히 놔두고 온천을 나왔다.
“민”
“아”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보자, 복도에서 로텐부르크의 아가씨와 딱 마주쳐 버렸다.우왓, 이거 위험.아침부터 그렇게 딱 마주쳐 버렸으니.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아, 그러니까.분명히 내가 성에 있을때는 먼저 인사부터…….
“그냥 평범하게 아가씨라고 불러주세요.”
“아, 예.아가씨.”
아가씨는 여전히 웨이브 진 금발을 늘어뜨리고 있었다.드레스는 굉장히 호화스러운 물건으로, 성에 있을 때 어머니가 자주 입은듯한 분홍색 드레스.그 드레스는 이 저택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물건이였다.
“지금 바쁜일이 있나요?”
“아뇨, 그게…그…밀렌양이 장보러 가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음, 밀렌에게 점심은 나중에 먹을 테니, 장은 나중에 봐도 좋다고 말해주세요.그보다 지금 저택의 입구에 손님이 온 것 같으니, 배웅하러 가시길.”
“예?손님이라니?”
“귀인이에요.각별히 모시세요.그리고 거실에 다 왔으면 제방으로 와서 불러 주시구요.”
그렇게 말하고서는 훌쩍,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하아, 이거이거 또 자기 마음대로.정말, 여자라는건 자기 마음대로구나…라는걸 생각하기 전에 그녀와 나는 ‘주종관계’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한다.뭐, 반 강제로 하는거긴 하지만, 슬슬 방랑생활도 질려가고 있는 중이였고….
저택의 입구, 호화스러운 대문에 와서 보니 확실히 마차가 한대 서있었다.아아, 척 봐도 귀부인의 마차.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따라 이곳 저곳을 많이 다녀봤으니, 이정도는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일.
이, 일단은 인사부터 정중하게.
“안녕하신지, 저는 로텐부르크 저택의 시종(Groom).민·리코스트 합니……”
“어머나~ 언제부터 로텐부르크 아가씨의 개가 되었나요, 오라버니?”
그 목소리에.
궁중식 인사로 정중하게 맞이하던 내 시선은 순식간에 마차에서 내린 한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나와 같은 금발을 묶어 올린 소녀.
“오랜만이군요, 아니.아까도 만났으니 오랜만은 아닌가?”
엘자 드 발렌타인.
“엘자…너!”
“다가오지 마세요!”
한발을 짚어 내딛자, 그녀는 호통을 치며 거부했다.
“당신은 지금 한 귀족여성의 한낱 시종에 불과해요.그런 자가, 자신의 주인뻘 되는 부인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도 되는건가요?”
그녀의 그 말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노려본다.
“무섭군요, 오라버니.그 여름의 햇볕마저 얼려버릴 듯한 눈동자.정말로 오랜만에 봐요.하지만 알고있어요?내 기억이 닿는 한.”
그녀는 말을 이었다.
“난 당신의 그 눈이 정말 싫어.”
얼어붙은것은.
한여름의 햇볕이 아니라, 떨고있는 이 나의 입술이였다.
짦은건 타이밍의 맞춤을 위하여.
“하아…”
잠을 잘못 잤다.그게 또 왜그렇냐고 물어봤자,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아무렇게나 자버려서 그렇다.
덕분에 허리라거나 목이라거나가 굉장히 뻐근해진 느낌.(뭐, 방이 부숴진 밀렌이라는 메이드도 거실에서 나와는 다른 소파에서 잠자더만-)
신세타령도 이것이 몇번째인지 모른다.
몇번이고 한숨을 내쉬며 온천의 빗질을 하고 있었다.이것이 오늘 민씨의 첫번째 임무라던가 뭐라던가, 분명히 레아씨는 그렇게 말했지만……
이렇게 넓은 온천은 아무리 남자라 해도 혼자서 하기에는 무리다!
“다들 너무했어……”
바닥에 털썩, 하고 주저앉는다.
정말 자기들 마음대로인 여자들이다.분명히 로텐부르크의 아가씨는 베레니스 왕국뿐만 아니라 이곳, 프랑크까지 그 영량력을 뻗치고 있다.그런 거물이다.반항하면 정말로 지하감옥에 굶어 죽을때까지 노래부르다가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 거물이라면, 인간의 죽음따윈 아무렇지도 않게 은닉할수도 있다.
“저기…민씨?”
“흐악!”
등 뒤에서 전혀 느끼지 못한 차가운 손이 닿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돌아봐 버렸다.
아─, 아침 이후로는 도저히 보지못한 그, 밀렌이라는 메이드다.
“뭐, 뭐에요?”
“아니, 저기…”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어 버린다.이사람, 뭔가 할말 있는 것 같은데?
“저기, 그게 말이죠…점심 때문에 장보러 가야 하는데.레아씨가 ‘이젠 남자도 생겼으니 민씨한테 부탁해봐!’라고 해서, 말이죠…”
“저기, 무엇을 부탁하는 건지…”
그러니까 요지를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짐들기를…”
“으음”
짐들기라.
뭐, 그다지 힘 없는것도 아니고.힘쓰는 거라면 이레뵈도 일가견 있으니 도와볼까나.
“음, 뭐.도와줄게요.그냥 이대로 가면 되는건가요?”
“에에!자, 잠시만, 돈이라거나 이것 저것 준비해야 되니…현관에서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서는 혼자서 온천을 훽, 나가버린다.
“음, 밀렌이라 했던가.”
조용히 그녀가 사라진 온천 밖으로의 통로를 쳐다본다.그러자 생각나는 쎄실이라는 여자아이의 말.
‘그 아이는 평범한 성격의 아이니까요.마스터처럼 완벽한 귀족도 아니고, 레아처럼 초 낙천적인데다가 경계심 일체 없는 녀석도 아니고.그 아이는 평범한 성격이에요.적당히 거리낄줄 알고 적당히 사귈줄 알죠.뭐, 그런걸로 당신과 밀렌이 친해지는 것을 부추기고 싶은것도 아니지만.’
분명히 그런듯 하다.
아까의 태도만 해도, 낯선 사람에게 대한 경계로 보인다.하지만 내가 자고있을때는 내 머리카락 까지 만지면서 그렇게 남말 했는데, 실제로 사람과 마주 이야기 하면 그녀도 모르게 경계하고 되는걸까?
“이런 저런 사람들도 있는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빗자루를 제자리에 고스란히 놔두고 온천을 나왔다.
“민”
“아”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보자, 복도에서 로텐부르크의 아가씨와 딱 마주쳐 버렸다.우왓, 이거 위험.아침부터 그렇게 딱 마주쳐 버렸으니.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아, 그러니까.분명히 내가 성에 있을때는 먼저 인사부터…….
“그냥 평범하게 아가씨라고 불러주세요.”
“아, 예.아가씨.”
아가씨는 여전히 웨이브 진 금발을 늘어뜨리고 있었다.드레스는 굉장히 호화스러운 물건으로, 성에 있을 때 어머니가 자주 입은듯한 분홍색 드레스.그 드레스는 이 저택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물건이였다.
“지금 바쁜일이 있나요?”
“아뇨, 그게…그…밀렌양이 장보러 가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음, 밀렌에게 점심은 나중에 먹을 테니, 장은 나중에 봐도 좋다고 말해주세요.그보다 지금 저택의 입구에 손님이 온 것 같으니, 배웅하러 가시길.”
“예?손님이라니?”
“귀인이에요.각별히 모시세요.그리고 거실에 다 왔으면 제방으로 와서 불러 주시구요.”
그렇게 말하고서는 훌쩍,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하아, 이거이거 또 자기 마음대로.정말, 여자라는건 자기 마음대로구나…라는걸 생각하기 전에 그녀와 나는 ‘주종관계’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한다.뭐, 반 강제로 하는거긴 하지만, 슬슬 방랑생활도 질려가고 있는 중이였고….
저택의 입구, 호화스러운 대문에 와서 보니 확실히 마차가 한대 서있었다.아아, 척 봐도 귀부인의 마차.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따라 이곳 저곳을 많이 다녀봤으니, 이정도는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일.
이, 일단은 인사부터 정중하게.
“안녕하신지, 저는 로텐부르크 저택의 시종(Groom).민·리코스트 합니……”
“어머나~ 언제부터 로텐부르크 아가씨의 개가 되었나요, 오라버니?”
그 목소리에.
궁중식 인사로 정중하게 맞이하던 내 시선은 순식간에 마차에서 내린 한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나와 같은 금발을 묶어 올린 소녀.
“오랜만이군요, 아니.아까도 만났으니 오랜만은 아닌가?”
엘자 드 발렌타인.
“엘자…너!”
“다가오지 마세요!”
한발을 짚어 내딛자, 그녀는 호통을 치며 거부했다.
“당신은 지금 한 귀족여성의 한낱 시종에 불과해요.그런 자가, 자신의 주인뻘 되는 부인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도 되는건가요?”
그녀의 그 말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노려본다.
“무섭군요, 오라버니.그 여름의 햇볕마저 얼려버릴 듯한 눈동자.정말로 오랜만에 봐요.하지만 알고있어요?내 기억이 닿는 한.”
그녀는 말을 이었다.
“난 당신의 그 눈이 정말 싫어.”
얼어붙은것은.
한여름의 햇볕이 아니라, 떨고있는 이 나의 입술이였다.
짦은건 타이밍의 맞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