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릴레이 소설] 살아있는 이야기 - 01화
2005.02.13 14:17
"침대다.."
나는 딱딱한 내무반이 아닌 푹신함 침대에서 그것도 흠뻑 젖은체 일어났다
입고있는 옷도 군복이 아니고 징집되기전의 입고 자던 잡옷
시간을 거슬른 것일까 아니면 죽어서 그냥 보는것일까
나의 손 나의 몸 나의 가슴 나의 숨결
그리고 나의 목소리
그 어느 하나에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가득하자 마음에 놓였다
식은땀에 완전히 젖은 침대에서 일어나 난 버릇처럼 침대 시트를 챙긴다
무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다 어쨰서 이곳에 와있는지 따위의 의구심도 안생긴다
나는 전쟁에서 벗어났다는것에
죽음의 공포가 넘쳐나는 곳에서 탈출했다는것에서 안도 할뿐 더 이상은 없다
나는 마치 이곳을 천국이라고 명명하고 싶을만큼 기쁘며 희망이 넘쳤다
누군가가 이곳을 천국이라고하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도 엄청나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냉정하다
시트를 챙기고 밖으로 가는듯한 문을 열자마자 나는 엄청난 공포에 휩싸였다
내가 연 문 바로 앞에는 창살이 있으며 반대편에도 창살이 보인다
문을 닫자 다시 평온한 집 안 같은 느낌
하지만 다시 열면 나는 교도소에 갖힌 죄수다
솟아났던 기운과 희망이 금방 사라져 버리고는 문을 열고 바로 앞쪽을 주시했다
가장 최적화된 인원으로 감시하는 곳인듯 가운데 있는 간수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나와 마주친다
저쪽에서 검은 무언가가 날아와 나의 뺨을 후려친다
저쪽에서는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보이고 내 쪽에선 전혀 보이지 않는데다가 다른 죄수들과 의사소통조차 할수 없다
이건 정신병원보다 더 하다
이쪽에서 뭘 하건 저쪽에서 다 보인다는 생각에 힘이 좌악 빠진다라락
탈출 같은건 기적일꺼고 일단은 가진것 조차 없고 자신과 의논한 친구도 옆에 옆에 없다
하아.. 엄청난 현대화식 감옥이다
안은 아득한 집처럼 구성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교도소라니.. 누가 이런 발상을 한것인가
난 아마도 포로인거겠지.
그거 말고는 이걸로 설명이 될리가 없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식탁이로 음식이 내려온다
자동인거냐
아득한 집 분위기는 둘쨰치고.. 마치 개나 줄듯한 이 여러가지를 마구 섞은듯한 파이.
냄새도 묘한게 먹을 기분이 전혀 안든다
"젠장 어떻게 되는거지.."
다시 한번 문을 열어 좌절감에 휩싸인 나는 ...
어찌할바 모르는 난감한 상태에 휩싸여 나는 ...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BROWN - 알면용취^^]
"으악!!"
내 옆을 지나가던 간수가 갑작스레 비명을 지른다. 뭘까?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저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간수가 놀란걸까?
-웅성웅성
그 비명소리에 다른 간수들도 온 것 같다.
바로 옆이라 그런지 말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어떻게 이런 일이..."
"우웩!!"
"내장이 다..."
뭘까? 궁금하다. 궁금해 미칠 것만 같다.
사람이라도 죽었나? 여기선 자살하는 일이 꽤 흔한 것 같던데...
하긴 그런게 무슨 상관인가? 옆에 있는 사람이 나와 연과되어 있을 이유는 없다.
다른 사람의 죽음은 지금 이 파이의 맛보다도 중요하지 않다.
정말 맛없다. 개밥은 이런 맛일까?
"흐이이히히, 죽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음식이 잘도 넘어가는군"
"컥"
먹던 파이가 밖으로 다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패닉에서 깨우지 못했다.
그 웃음, 그 목소리...
너무도 인상깊은 꿈이었기에 기억한다.
웃고 있었음에도 온몸에 흐르던 비장함, 티 없는 살기
그 모습, 나의 뇌가 너무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큭, 긴장하지 말라고. 너까지 죽일 생각은 없어"
벽에서 한 인영이 튀어나온다.
그것은 꿈에서 본 그 아이, 그 담배연기
아니, 이미 이것도 현실이 아니다.
현실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미칠 것이다.
"파이인가? 냄새가 역겹군. 나라면 안먹어. 이런 걸 먹느니 차라리 죽어버릴꺼야"
그러면서 그 파이를 치워버렸다. 아니, 소멸시켰다.
눈 앞에 있던 파이가 없어졌다.
보기 싫던 파이가 없어진 건 좋지만 아직 무서운 존재가 남아있다.
"그래, 아까 그녀석이 죽여달라 부탁한 것도 이 파이 떄문이었을꺼야"
이순간 나는 너무나도 냉정해졌다
"나가는 길은 죽는것 뿐인가?"
"아 꼭 그런 방법만 있는건 아니지?.. 네가 나처럼 된다면 나갈수 있어"
내 앞의 무서운 존재처럼 된다는게 무슨뜻일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무슨 만화영화의 유령(캐스퍼)처럼 벽을 이리저리 꽤뚫고 다니는듯 하고 그런 주제에 내 앞에 놓여있던 파이에게도 힘을 가하다니..
정말로 현실인가?
아니면 죽어서 느끼는 꿈일까
"쿠당!"
나의 안락한 방으로 보이는 문이 부서지면서 간수들이 들어온다
아무래도 내 앞에 있는 아이를 제지하려는것이겠지
하지만 그들은 아이를 보지 못하는것 같다
오히려 그들과 아이를 번갈아 가면서 놀란눈으로 쳐다보는 나를 향해 충격기라 여겨지는것을 들고 나에게 천천히 걸어온다
바로 옆에 서서 나를 주시하는 아이를 보지 못하고 나에게 충격기를 들이되려는 순간 아이의 손이 간수의 목을 잡았다
"콰직"
무슨 기인 프로그램에 기인들이 사과를 한손으로 으깨버리듯 상쾌한 음향과 함깨 간수의 목이 부서지면서 그의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버린다
엄청난 물리력이다
7살 꼬마로밖에 보이지 않는 저 아이의 힘일리가 없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건 꿈이건 난 이 아이에게 걸어보기로 했다
"너 처럼 된다는게 무슨뜻이지?"
"당신 안에 들어있는 힘. 그것을 꺠달으면 된다."
"깨닫기만 하면 될리가 없잖아."
"그리곤 죽는거야 큭큭"
아이의 손가락이 담배로 향하고 아이는 그것을 탁자에 비벼 껐다
담배에 붙어있던 불은 꺼졌지만 탁자에선 거대한 불이 붙어서 날뛰기 시작한다
"방법은 두가지야. 꺠닫고 죽거나. 그냥 죽거나."
"어쨰서 나에게만 네가 보이는거지?"
난 아까 간수가 아이를 보지 못한것처럼 행동한것에 대해서 궁금해져서 물었다
"넌 자격이 있으니까"
갑자기 무엇을 꺠달으라는것일까
내 안에 든 힘?
오랜 기간 살아오면서 그런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전쟁 속에서도 난 그냥 총알받이나 다름없는 쓸모없는 핏덩이 인거다
그런데!
그런데...
아이는 나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죽길 바라는 눈으로
탁자에 붙은 불길은 어느새 거대해져서 아득해 보이던 나의 감방을 둘러쌓고 불타오른다
벌써 불길이 입구를 막아서 나는 뛰쳐나가지도 못한다
연기가 방안을 가득 차고 숨이 막히기 시작한다
연기때문에 정신이 혼미스럽고 기침이 마구 난다
"젠장.. 꿈이든 현실이든 빨리 꺠버려.."
연기 속에서도 아이가 날 보고 있다는 강한 느낌과 그 눈초리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넌 그런 약한 존재가 아냐. 느껴. 너의 안에 들어있는 힘을 그럼 편안해 질꺼야"
젠장..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더 혼란스러워 졌다
머리가 몽롱해 진다 그리고 죽는 다는 생각과 동시에 나는 바닥에 엎어졌다
뜨겁다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모든것이
지금까지 살아온 기억의 단편들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아아..."
나는 엎어져서 눈을 질끔 감았다
온 몸의 감각은 뜨겁다라는 느낌뿐
하지만 뇌리에서 아이의 모습이 떠나가지 않는다
"느껴.."
몸이 부웅 떠오르는듯 하다
죽은걸까?
난....
아무튼 아이가 바라는대로 죽어버린것 같다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지나치게 냉정하게 변했던게 후회가 된다
아이가 간수를 죽였을때 재빠르게 뛰쳐나갔어야 했는데..
[GREEN - 이부키]
하지만, 하지만.
이런 상태도 나쁘지는 않겠지. 나에게 있어서 현실이란 너무나도 가혹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되니 꽤나 지루한걸. 지금 몇시간, 아니 며칠? 몇년?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거지?
하지만,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난 아이는 그때의 그 아이잖아. 모습이 그대로인걸 보니 年단위의 시간은 아직 흐르지 않았나 보군.
"정정신신좀좀차차려려..."
아이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다. 정신을 차리라고? 난 지금 멀쩡한데?
"눈눈을을떠떠라라...장장난난치치지지말말고고어어서서나나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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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 차례라구! 봐! 불이 깜빡이고 있잖아! 언제까지 쓰고 있을거야?"
아아, 릴리의 화난 얼굴이 창 너머로 보인다. 귀여운 녀석.
"알았어 알았어. 그깟 30분을 못 기다리고 그 난리냐."
"그깟이라고! 도대체...에휴, 됬다 됬어. 너랑 말싸움 하면 언제나 손해보는건 나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이번에 한건 어떤 내용이야? 꽤나 짧던데."
"무슨 판타지 소설 도입부같던데. 전쟁물인가 했더니 유령 같은 녀석이 나와서 뭐 '숨겨진 힘' 어쩌구 하는데, 좀 황당하더라."
"흐응...α8Ⅵ-926이 그런 거였구나. 난 그럼 이번엔 β8Ⅵ쪽으로 해볼까나."
릴리에게 자리를 내주자 '사용자가 바뀌었습니다. 설정을 다시 해주십시오.'라는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들린다. 저 목소리좀 어떻게 안바뀌나. 너무 칼칼하잖아.
잠시 멍한 머리를 회복시키려 머리를 돌리고 있는 동안 경쾌한 발걸음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여, 이제야 나왔냐. 빨리좀 나와라 자식아. 괜히 우리만 릴리에게 괴롭힘 당하잖아."
오, 이게 누구신가. 학생회장 히라노군이로군. 귀찮다는 듯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늘어놓는 잔소리.
"저게 그렇게도 재밌냐? 저딴 기계가 만들어내는 환상이 뭐가 재밌다고."
"훗, 너도 해보면 알거야. 영화나 소설과는 비교도 안되는 그 현실감! 직접 만질 수 있고 직접 들을 수 있고 직접 맡을 수도 있는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 글자나 영상만이 아닌 진짜 세계를 경험하고 싶으십니까? 그럼 이 포세이돈을 선택하세요! 분명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전 우주에 포세이돈 광고 문구 외우고 다니는 놈은 너 하나밖에 없을거다, 이 독종아."
그 말을 남기고 히라노는 텔레포터에서 '외부 3지구'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여기는 베리언 은하의 외각에 자리잡고 있는 히르행성에서 제일 권위있는 아카데미인 미하일 아카데미다. 그 중 점심시간에 제일 인기있는 장소인 휴게실에 와있다. 바로 이 '포세이돈'이라는 기계를 사용하기 위해서. 이 기계는 3년전에 출시된 '제우스'의 개량형으로 베리언 은하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상품중의 하나다.
이 기계의 사용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가상 현실 체험기'라고 할 수 있겠다. 눈과 귀를 덮는 고글과 샤워부스와 비슷한 크기의 부스로 이루어진 이것은 먼저 부스로 들어가서 감각의 강도와 어떤 가상 현실을 체험할 것인지 선택을 하는 등의 설정을 마치고 - 물론 모든것은 음성 인식 시스템과 홀로그램 영상으로 처리된다 - 고글을 착용하면 귀를 덮는 부분에서 촉수가 나와 뇌와 연결되어 신경계를 조작해 가상 현실을 실제로 '느끼게' 된다. 간단한 사용법과 완벽한 안전 시스템으로 베리언 은하의 최고 걸작이라 불리고 있다. 물론 그런 물건인 만큼 가격도 엄청나지만, 우리의 미하일 재단이 어떤 재단인데 그깟 기계 몇대쯤 아카데미에 못 들여놓을까. 괜히 히르행성 최고의 아카데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