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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Depression Wish : 에렐리니아 - 56

2008.06.21 11:47

미에링 조회 수:256

 


느닷없이 알 수 없는 마루의 전화를 받고 나서,
수화기 옆에서 내용을 듣고 있던 로베스도 조금은 진지한
분위기가 된 모양이었다.

"하나도 안쳐들렸어. 마루교사님 목소리 쥐꼬리만해."

…조금 다른 이유인 모양이다.

"그럼, 계속 할까."

로베스는 조금 망설이는 듯 하다가, 내가 가만히 바라보자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쇼파에 앉는다.
마루의 말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자세한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무슨 일인지는 알 수가 없다.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어쩐지 전화를 받았을 때, 물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물어봤다고 해도 전화상으로 설명할 일은 아닌 것 같았지만.
무언가 지금의 상태라던가, 일정 정도는 물어볼걸 그랬을까,
아니, 그다지 얘기할 의욕이 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그저 대답만을 돌려보낸 채, 마쳐버린 통화가
왠지 껄끄럽게 속을 긁고 있는 기분이었다.

마루가 돌아오면 생각하자,
무례했다고 나무라는 말이라도 하고 나면,
이 답답한 기분도 조금은 풀리겠지.

그리고, 난 다시 메모지를 가르키며 로베스에게 묻기 시작했다.

"이건 뭐라고 하지?"

내가 가르킨 글자는 아누라크 어로 였다.

"개쉑."

…지적은 잠시 후에 하도록 하자.

"…이건?"

이번은 오빠.

"형씨~"

…억양도 잘 살아있다.

두어가지만 더 물어보기로 하고, 나는 생각나는대로
아무 단어나 메모장 위에 휘갈기고 다시 로베스를 보았다.

만남.

"후리기."

대화하기.

"지껄여."

사랑.

"떡…"

"그만."

이마를 짚고 고민을 시작하는 나를,
로베스는 천진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

…일부러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건 아니겠지.

어디부터 가르쳐 주어야 할까.
마루는 나름대로 조목조목 잘 짚어가며 가르쳤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내가 하려니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무작정 설명하는 것과는 다르게 무언가 알아듣기 좋았는데,
내가 설명하려니 말문이 막히는 것이었다.

역시, 가르치는것이 쉬운것은 아니구나.

"아, 에렐리니아."

내가 고민하는동안 거실 창밖을 보고 있던 로베스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표정을 하며 벌떡 일어섰다.

"이 집 정원에 작은 분수가 있더라고, 해볼래!"

그런 말을 하더니 느닷없이 현관 밖으로 뛰어 가는 것이었다.

…가끔 엉뚱한 말을 할 때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로 집중해 주지 않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난 천천히 로베스를 따라 일어섰다.


말을 가르치는건, 아무래도 마루가 돌아온 후에 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짚어내도,
그걸 어떻게 지적해서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모르는 이상,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할거라면 하지 않는게 나을 테지.

마루,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까.

-병간호일게 뻔하잖아, 뭘 새삼 궁금해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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