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연재 A→B #아직 시작

2008.06.20 11:47

빨탕 조회 수:232


  이 만든것중에서 최악의 실패작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인간과 그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일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신체, 완벽하지 않은 마음. 완벽하지 않는 인격과 완벽하지않은 진화.
  이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적어도 우리가 사는 인간세계는 ‘완벽’할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완벽함’을 끝없이 추구하는것이고, 쫓아가는 것이겠지. 그래,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이 세계 역시 완벽하지가 않다. 그렇다면 완벽한 알리바이따윈 존재하지 않고, 완벽한 증거물 제거따윈 할 수 없는 거겠지.
  이야기는 태초,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의 두 자식.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은 왜 서로 죽여야 했을까? 같은 모습을 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인간을. 난 단지 그것이 알고싶을 뿐이다. 너의 이야기를 듣고싶을 뿐이다.
  그러니까…
  왜 죽였어?


  “뭐해?”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자 그곳에는 낯익은 복장을 한 한 여학생의 무리가 날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와 같은 교복을 입고 나와 같은 학교에 등교하며 나와 같은 교실에서 수업하며 나와 같이 하교하는 나의 친구들. 그녀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여기 말이지? 위험하니까 어서 가자.”

  눈치빠른 한 친구가 먼저 말을걸자, 주위 여자애들은 서로 싫다는 눈초리로 다시 주위를 살펴본다. 나도 어쩔수없이 아무말없이 그녀들의 뒤를 쫓았다. 아름다운 벚꽃이 휘날리는 가로수길, 철조망 너머의 작은 놀이터에는 아직 없어지지않은 ‘통제구역’ 테이프와 살인사건의 흔적이 버젓히 남아있었다.
  범인은 잡히지 않은것일까?

  “여기 범인, 잡히지 않았을까 해서.”

  멈춰서는 친구들.
  그리고 그녀들은 나를 다시 찬찬히 쳐다보고서는 어쩔수 없다는듯 다시 내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요하랑. 정말 너의 그 특이한 취향은 알아줘야한다니까.”

  중학교때부터 나의 절친한 친구, 혜지가 나의 손목을 잡으면서 말했다.

  “집에 가자. 오늘 종례시간때에도 선생님이 말했잖아? 이 근방은 살인자가 나타나는 곳이라고. 여긴 사실 오지말았어야 하는 곳이지만…….”
  “나 참. 알고있어 서혜지.”

  혜지의 손을 뿌리치고 그녀들의 등을 두드리며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가면 주택가다, 그곳까지만 가면 안심하고 집에 돌아갈수 있다. 그래, 평범한 소녀인채로 있자. 치한이 무섭고 살인자가 두려운 평범한 여고생으로 있자. 그러기로 했으니까. 그러기로 약속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난 저녁놀 아래 벚꽃지는 가로수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성원동 주택가 놀이터에서 어젯밤 한 여성이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되었다고 한다. 팔 다리 목 골반 모든 관절이 절단돼 검은 실 몇가닥만으로 이어져 놀이터 모래밭 위에 버려져있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뉴스에서 이런 적나라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는다. 뉴스에서는 그저 단순한 토막살인이라 보도되었지만, 동네 아줌마들의 소문은 그렇게 우습게만 들을만한 이야기가 아니였다. 아마도 그녀들의 정보력은 세계최고가 아닐까? 신뢰도는 낮지만.

  “잘가~”
  “내일보자!”

  마지막으로 활기차게 혜지에게 인사를 하고 난 주택가의 우리집으로 발걸음을 옳겼다. 한적한 동네. 적어도 살인마따윈 나오지 않을 곳이지만 이곳만 벗어나게 된다면 오늘밤도 아마도 살인마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을것이다…. 라는게 어른들의 이야기다.
  나는 믿지 않지만.

  끼이, 낡은 대문의 문을 열고 정리정돈되지 않은 마당을 지나 신발을 벗고 마루에 들어서자, 그곳에는 방문을 활짝 열고 컴퓨터를 하고있는 동생이 보였다. 해는 벌써 주택가 지붕위에 걸쳐있을 시간, 신발의 개수와 인기척을 보니 아직 부모님은 돌아오지 않았나 보다.

  “요예랑.”

  새카만 머리카락을 등언저리까지 길른 동생.
  이름이 예랑인 저‘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왜?”
  “누나왔으면 인사해야지.”
  “……….”

  대답도 없다.
  컴퓨터로 뭘 하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니터에 시선이 빼앗겨서는 도저히 다른곳으로 눈길을 돌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돌릴 생각을 한다면 아마도 그건 밥먹을때와 TV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오락프로그램이 할때밖에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거실의 자리에 앉아 마루바닥 넘어 새카만 마당을 바라봤다.
  봄치곤 더운날씨겠지만, 아직 벌레는 없겠지. 나는 마루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열었다.

  “뭐해 누나?”

  평소였으면 버얼써 변성기따윈 지나갔을텐데, 아직 앳된 느낌이 많이 남은 목소리로 동생이 그렇게 물어왔다. 보면 모르겠냐? 문 열고있잖아.

  “사랑스러운 동생을 위해서 창문을 열고있다.”
  “먹을거는?”

  …은혜도 모르는 것.
  누나에게 오자마자 할말이 결국은 손벌리는 일 밖에 없냐.

  “내가 무슨 밥사오는 기계냐. 아침에 엄마가 해놓고 간 밥 있잖아? 중학생이면 그정도는 알아서 챙겨 먹어야지.”
  “뭐야! 반찬도 하나도 없고 라면도 하나도 없고! 나 학교에서 점심 이후에는 아무것도 안먹었단 말이야!”

  중2병이라는것이 있다.
  그건 아마도 한창 사춘기의 나이인 중2를 빗대어 말하는것과 행동이 사춘기의 것과 비슷하다던가 흡사하다면 붙여주는 아주 명예로운(실은 그렇지 않는) 병명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녀석 역시 15살, 분명 한창 여자에 관심많고 무뚝뚝하고 시니컬 할 때일텐데… 해가 가면 갈수록 더 어린애가 되어간다는 느낌이다.

  “김치 있잖아 김치!”
  “누가 그딴걸 먹냐!!”
  “그럼 나중에 엄마오면 밥달라고 하던가. 난 친구들이랑 군것질 하고와서 하나도 배안고프지롱.”
  “윽…….”

  분하다는듯이 질리는 동생.
  하지만 그것도 얼마가지 않았다.

  “흐, 흥!! 누나는 똥꼬!! 발냄새 나 바보야!! 길가다가 변태나 만나버려!!”

  하하 귀여운 녀석. 이 누나는 그런 귀여운 욕으로는 화내지 않아요.
  그렇게 말한 예랑이는 쿵쿵거리며 다시 지방으로 훌쩍 들어가버렸다. 아까와는 틀린점이 있다면 방문이 닫혀있나 열려있나의 정도겠지. 흥, 나중에 엄마오면 밥은 나혼자서 먹겠다. 너따윈 불러주지도 않겠어. 그렇게 다짐하며 난 탁자위에 몸을 조심히 늬이고서는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PC로도 할게 많을텐데… 최근 마을 동태에 대해서 적어놔야하고, 미니홈피도 관리해야하고, 메신저에서 사람들과 대화도…….
  8시 뉴스에선 버젓히 낯익은 풍경들이 나오고 있었다.

  “성원동 토막살인사건의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은 가운데 많은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있습니다. 사건현장은 성원동 주택가 놀이터이며 살해된 여성은 26세의 김 모양으로 밝혀졌으며 사인은 날카로운 칼날에의한 토막살인으로 밝혀져…….”

  같은 이야기.
  범행현장은 이곳이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죽은 여성은 이런 사람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이렇게 죽였다……. 언제나와 같은 이야기. 전혀 진적이 되지않는 수사,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범인. 무능력한 경찰, 쓸모없는 공권력. 그 아래에서 또 사람들은 하나 둘 죽어나가겠지.
  내게 있어선 누군가가 어떻게 죽던지 상관하지 않는다.  26세의 김 모 양은 아는 사람도 아니고, 가족은 더더욱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죽든지 내 알바 아니다(아니 그래도 너무많이 죽는건 좀…). 문제는…….

  “예랑아. 엄마오면 누나 잠시 친구만나러 갔다고 해라!”

  대답은 없었다. 짜식, 삐지긴.
  난 교복을 입은채 학교구두를 다시 신고 마당을 지나 대문을 빠져나왔다. 아까전까지만해도 친구들과 걸어오던 주택가의 골목을 달리고 있었다. 해는 모두 져간다. 지부등 사이로 미미하게 보이는 햇빛은 이제 끝을 맞이하며 이윽고 기다리던 밤이 찾아오게 된다. 그렇다면 할수있다. 이야기를 들을수있다.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들을수 있다.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곳은 아직 벚꽃잎으 떨어지는 가로수길, 철장안의 놀이터였다. 놀이터 안으로는 한발짝도 다가갈수 없다. 출입통제가 걸려있으니까, 관계자외에는 누구도 들어갈수 없을것이다. 그렇게 놀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겠지… 이 시간에 경찰들이 수사하고 있을리도 없겠고. 살인마가 나타나는 거리에 누군가가 돌아다닐리도 없겠고…….
  해가 완전히 진걸 확인하고,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철장을 휘감았다. 이정도면 현장이 그렇게 가깝지 않더라도 가능할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집중을 했다.
  재생하라, 재생하라.
  스파크 두세번으로는 날 떨궈낼수 없어, 재생하라……됐다.

  “자, 이야기해줘.”

  난 보이지않을 ‘그사람’에게 말했다.

  “왜죽였어?”

  피잉─, 뇌에서 뭔가 떨어져 나가는 소리. 정신을 차리고 눈을뜨자 그곳에는 한밤중의 놀이터가 보였다. 다른점이 있다면… 그 놀이터에는 한사람의 인기척이 보였다는 것이다. 움직이는 그림자, 거칠게 들려오는 숨소리. 성공했다, 실패했던적도 별로 없지만. 성공할때마다의 이 기분은 묘한 성취감이 든다.
  난 이것은 ‘추억재생’이라 부른다. 어느 특정한 장소에서 행해지는 추억을 다시 재생 시켜주는 능력… 난 추억재생이라고 하지만, 이 추억이 얼마나 추악한 추억인지 안다면 더 이상 추억이라고 부를수 없을것이다.
  내가 이 능력을 쓰게된건… 초등학교를 다니전 시절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을때의 일이였다. 아빠가 술취해서 데리고온 강아지, 그 강아지는 며칠 못가서 죽고 말았다. 잔뜩 기대를 품고 학교를 다녀온 집에는 강아지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엄마에게 묻자… 엄마는 그저 ‘가출했다’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였다.
  납득할수 없었다. 멀쩡하던 강아지가 가출하다니. 그래서 몇번이고 울었다. 슬픔과 의문이 겹쳐왔다. 없다는것이 실감되어가고 있을 때, 나는 진심으로 강아지의 행방의 진실을 찾고있었다.
  아마도 그때였을것이다. 죽은 강아지를 신문지에 싸서 버리는 엄마의 모습을 본건. 아마도 그때 그 영상을 보고선 엄마에게 따졌었지. 왜 강아지를 죽였냐고, 왜 강아지를 버렸냐고.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지만… 강아지에겐 닭뼈를 먹이는게 아니였다. 분명 그 전날에 닭다리를 맛있게 부숴먹는 강아지를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말하자면 살인의 재생이다.
  사이코 메트리의 일종일까? 하지만 이상한건 이 ‘추억재생’이 꼭 누군가의 희생이 있던곳에서 이뤄진다는것이다. 강아지가 죽었던 우리집, 26살의 김 모 양이 죽었던 이 놀이터. 적어도 보통 인간들이 인지하는 죽음의 경계 안에서만 발휘되는 능력이다. 주위에 크게 죽은사람이 없어서 한동안 잘 써보진 않았지만…….

  “혹시 궁금해서 살해현장을 따라다니며 시험해본 효과가 있지.”

  난 지금.
  살인마의 살해현장을 다시 재생하고있는 중이다. 놀이터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숨소리.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심장. 손바닥에선 닦아내도 닦아내도 사라지지않는 땀이 베이기 시작했고, 내 숨소리 역시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녀석은 듣지 못하겠지. 내가 보고있는건 그저 재생일 뿐───,

  “학생.”

  낯선 목소리.
  등 뒤로 돌아보자 그곳에는 수상해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오랜만에 꿈사에 연재해보는군요.

...

한동안 정말 소설이라고 부를만한 놈을 안써서 꿈사에 오지도 않고.

이제서야 적당히 연재할만한놈을 쓰기시작해서 연재해봅니다.[...]


누군지 모른다고!?

내 이름으로 검색해봐!!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