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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다.
그 무엇도 없는 황량한 공간.
하늘만이 펼쳐진 기묘한 광경.

오로지, 나뿐이 있었다.

배도 고프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다.
저 먼곳에는, 계곡도, 사막도, 황무지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곳에는 넓게 깔린 초원과, 그 위를 덮는 파아란 하늘만이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바라 마지않던 꿈.
두번다시, 깨고 싶지 않을 꿈의 세계.
이곳에서, 나는 그날 잃어버렸던 행복을 조금이나마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조금있으면 깨어져버릴, 순간의 꿈.


나를 버린 '모든 것'이 없는 장소도.
끝없이 상냥하게 펼쳐진 하늘도.
타인이 없는, 오로지 내것일 뿐인 세상도.



"싫어어!!!!!!!!!!!!!!!!!!!!!!!!!!!!!!!!!!!!!!!!!!!!!!!!!!!!!!!!!!!!"

오열하는 듯, 목소리를 토해낸다.
필사적으로 고게를 좌우로 흔들며, 토해내는 목소리는.

"전부 다 싫어."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나는 울었다.
눈물이 나오지 않는것이 억울해서, 계속해서 나는 울었다.
더이상 받아줄 사람도 없건만, 나는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 누군가 안아주기를 바랬다.

"나는, 어린아이인데, 더이상 괴롭히기도 힘들 터인데에!!!"

아무도 없기에 할수있는, 악에 받친 한탄.
그 외침은 이미 울음소리처럼, 저주처럼 주인을 상처입히며.

"그런데도 빼앗아가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데도...
...그런데도, 괴롭히고!!!!"

떨려오는 어깨를 감싸안고 주저앉는다.
이만큼 외침에도 꺠지 않는 꿈에 감사하며. 자신을 저주할 세상을 저주하며.


-이걸로 끝내자. 라고 말한다.


"여긴, 끝이구나.
돌아가는것은, 이제 싫으니까.
여기서 끝내는 거야.
그쪽이, 편하니까.

이 꿈은, 그거구나.

내가 나를, 끝내게 하기 위한."

-결심. 이라고 말하려 했다.
허나 말하지 못한 것은, 중간에 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

"아냐."

자신밖에 올수 없을, 자신뿐인 이 꿈에 등장한 남자는, 그렇게 나의 말을 막았다.

"이건, 시작이다."

그 목소리가 어딘지 아버지와 닮아있다고 느껴 돌아본 눈 앞에는.
어디선가 본듯한. 혹은 이미 알고 있는 듯한,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남자가 서 있었다.


시작.


곱씹어 본다.

나는, 잃어 왔다.
나는, 빼앗겨 왔다.
나는, 괴로워해 왔다.

그리고 나는, 지금은 외로움에 견딜수 없어 하고 있다.

아마도, 나정도의 애로써는, 충분히, 충분히 견딜수 없을 만큼.
이이상 견딜수없을만큼, 견디고 또 견뎌 온 나날들.

지금 방금, 진심으로. 죽으리라 마음먹을 정도로.



그런데도...................................................
...............................이게 시작이라고?!!!!!!!!!!!!

똑같다.
내 꿈에 침입한 저 사람은, 그동안 내 주위에 있던 타인들과 같다.
똑같이 나를 상처입히고는, '그만큼 당했으니 나중엔 보답받겠지.' 또는 '평생의 불운을
한번에 겪었다고 생각해라'라고.
그저 증오에 찬 연민을 날리던 어른들의 대사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아버렸기때문에, 속지 않는다.

"세상은, 평등한가요?"

세상은, 이미 처절하게도 불평등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인과응보라는게 진짜인가요?
나쁜일이 있었다면, 그만큼의 좋은일이 정말 일어나나요?
가족이 죽으면, 그만큼 사랑할수 잇는 사람이 과연 나타날까요?

여태까지의 불행이, 앞으로는 계속되지 않으리라고, 정말로 그런거라고 생각하세요?"

평소에는, 할수 있을리 없었다.
최대한 동정심을 유발하며, 상대를 거스르지 않으며, 비위를 맞춰 구걸할뿐이었던 내가, 이런
말을 할수 있던 것도, 이것이 꿈이라서 일 뿐.

빼앗길것도, 구걸할 것도 없는 세상에서 풀어논, 나의 진심.
빼앗은 세상과, 동정해주는 사람 모두에게 향한, 나의 저주.


"저는 괴로워요, 지금도 아파요.
언제나 바래왔어요, '이 고통이 오늘까지만을'이라고.
제발 내일부터는, 좀더 나은 하루가 있기를. 하고.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어요.
더 나빠지지도, 더 좋아지지도 않아요.
하루하루 눈치보면서 때리는대로 맞으면서, 그래도 그사람들 앞에서는 울어선 안되요.
그런데도, '시작'이라고요?
이게 시작이라면, 앞으로는 더 나은 나날이 있는건가요. 아니면. 앞으로도 이런 고통을
계속 맛봐야 한다는 건가요.
확실한 건, 절대로 먼저의 건 아닐거에요.
이젠 확실히 알 수 있어요. 불운이 있으면 행운도 있다. 라는건 거짓말이에요.
그동안 불운했기때문에, 앞으로는 잘될거다 라는 건 없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더이상은,
그런 불안 속에 살고싶지 않아요.

이런 고통 속에서도 또한, 더이상은.
살고싶지, 않아요."

계속되는 말은, 있을 리 없는 바람에 가시처럼 날카로워진다.
독을 품은 비수가 되어, 이 공간의 다른 존재를 용납하려 하지 않는 듯.

그런 것들을 담은 말 앞에, 저 어른은 잠시 놀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얘야..."

라고, 그 남자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니 말이 맞단다.
너의 미래엔, 아마도 여태까지 겪은것보다 많은 고통이 있겠지."

다시한번.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한다는 것은 옳지 않아."


너무나도 바라온 것과 닮은 그것에.
나도모르게, 떨리는 목소리가 되어 질문한다.

"어째서죠?"
"네 앞에, 고통만이 있으리라고는 할 수 없단다.
너는, 아직 인과응보를 시험하기엔 너무 조금 살았어."

따스한, 어딘가에 그리움이 묻어있는 목소리.

"누구나 행복과 불행을 반씩 안고 사는 사람은 없단다.
행복만 가득하여 걱정이 거의 없는 사람도 있고. 너처럼 불행에 파뭍인 상황을 저주하는 사람도 있지.
하지만,
누구라도 무한히 오래 살다보면, 한때의 기분은 겪어온 오랜 세월 속의 극히 작은 일부가 된다.
그때라면, 즐거운일도, 슬펐던 일도, 비슷한 분량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
물론, 지금의 너는 한동안 불행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젠가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버리는것은, 아깝지 않냐?"

그래. 처음 저 사람을 봤을때부터, 저 사람을 보기전부터 알고 있었어. 분명 이건.

"사람은 누구나,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자신과 싸우며 살아간단다.
분명, 인생의 불공평함에 자신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를거야."

아버지의 목소리.
아버지가, 해준 말.

잊었다고 생각한, 아버지의 마지막 문장.

"아저씨는...누구죠?"
"너는 누구냐."

고개를 들자, 보이것은 하늘만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길이 있었다.
그저 아무것도 없을 뿐인 지금의 장소로부터 뻗어난 길.
멀리 보이는 황무지로, 사막으로, 계속으로 돌고 돌아 뻗어있는 길.

그리고 그 끝은, 왜인지. 하늘에 닿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엘"

"트리거 다."

저 아버지를 닮은 사람-트리거는, 자신이 가던 길이 나있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여태까지도 쉬지않고 그래왔듯이.

그리고 나도, 하늘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헤어짐의 인사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서로 원래 해야 하던 것을 재촉했을 뿐.

하늘에... 가고싶었다.
이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 있는 유일한 것. 하늘.
그것이, 내가 원하는 길이 닿아 있을 장소임에 틀림 없으리라.

아마도, 꼬이고 꼬여있어 평생에 걸려 걸어도, 닿을수 있을지 알 수 없을 보잘것없는 길이라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감사의 인사가 들려온 듣한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의,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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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Trigger를, 장편으로 쓸 본편의 외전으로 썼다고 했었는데

유이씨가 '장편을 보고싶다'라고 하셔서

외전을 장편으로 다시 꾸며보고있습니다 (....틀려!!)



프롤로그만으로도 Trigger보다는 길지만.

Trigger를 보신 분들은, 이미 예측이 가능해서 재미가 떨어질지도?

(뭐...트리거엔 이벤트같은건 하나도 안넣었지만, 거의 트리거가 이 장편의 에필로그 급이 도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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