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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Antares[0.5막] - Follow me 01 -

2006.01.26 11:13

히이로 조회 수:164

들어가기에 앞서;
왜 0.5막이냐면; 본편이 아닌 외전 격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서막을 끝내고 본편으로 들어가면 이야기 전개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약간의 이야기를 껴놓게 되었고 본편인 1막이라 하기는 좀 거시기 해서
0.5막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서막과 연결되는 내용으로 본편의 구성에 좀 더 필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 재밌게 읽어주세요.






메이나 3240년, 사로크 250년 초여름. 카세리네 협곡에 위치한 바르디아 제국군의 한 막사. 연한 분홍빛의 밸벳 커튼을 밀치며 잠옷 차림의 여성이 침대 밖으로 느릿느릿 걸어나온다.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양쪽 눈은 모두 감겨있었고 헝클어진 금발의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뻗쳐 수사자를 연상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천천히 막사의 귀퉁이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녀. 누가 준비해 놓았는지 세련된 문장으로 장식된 대야 위에 차가운 물이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내며 내부를 채우고 있었다.

찰싹∼!

"앗, 차가워!"

가볍게 물이 출렁이는 경쾌한 음과 더불어 놀란 여성의 음성이 들려온다. 물에 적신 뽀얀 두 손으로 천천히 얼굴 전체를 씻는 여성. 눈에 낀 눈곱을 다 때내고 나서야 비로소 그녀는 거울을 봤다.

"하아……언제 이걸 다 정리 하냐……."

나지막하게 긴 한숨을 쉬며 힘없는 눈빛으로 이리저리 뻗친 자신의 웨이브진 머리카락을 바라보던 여성은 갑옷과 검이 놓여져 있는 탁자로 걸음을 옮긴다. 잠옷을 벗고 모포로 몸을 가린 다음, 손뼉을 치자 하녀 두 명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와 고개를 조아렸다.

"부르셨습니까 아가씨."

"옷 입는 것 좀 도와줄래."

"네,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천천히 모포를 벗긴 하녀는 질 좋은 실크로 만들어진 순백의 상의와 갈색 빛이 은은히 감도는 바지를 서둘러 그녀에게 입힌다. 그러는 동안 또 다른 하녀는 빛으로 그녀의 머리를 정성스레 빗고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조그만 크리스탈 병에 들어있는 액체를 소량씩 손에 담아 그녀의 머리에 뿌리고 있었다.

"오늘의 향은 뭐지?"

"예, 로즈마리입니다. 아가씨."

공손한 하녀의 대답에 별다른 대답 없이 앉아서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여성. 곧이어 그녀는 조심스런 하녀의 손길을 느끼며 체인메일을 비롯한 각종 무구를 착용한다. 약 20여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모든 무장을 끝마친 그녀. 잘 손질된 검을 검집 채로 허리에 차고 막사 밖으로 걸어나갔다.
아직 새벽도 되지 않은 어두운 주변. 보초를 서는 기사와 병사 몇을 제외하면 아직 많은 사람들은 잠을 청하고 있는 듯 했다. 조심스런 걸음걸이로 주변을 돌아다니던 그녀는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한껏 얼굴에 머금고 기척을 죽이며 대상에게로 다가갔다.

"와악∼!"

"……보초서는 중이다. 심심하면 들어가서 빵이라도 뜯고 있는 게 어떤가 네르바."

그녀의 장난에 상대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는다. 그리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를 할 일 없는 사람 마냥 평가하는 태도에 네르바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보초서는 방향만을 바라보는 남자의 뒤통수를 향해 자신의 주먹을 날리는 그녀. 한 방향만을 바라보고 있던 상대는 그녀의 주먹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따악∼!

"……아프다."

순간적으로 그의 몸이 휘청거렸으나 곧 자세를 바로잡는다. 얼굴표정은 변화가 없었지만 눈매가 파르르 떨리는 것으로 보아 머리가 울리는 통증을 간신히 참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네르바의 화를 더욱 돋굴 뿐이었다.  

"이 망할 자식이 기껏 물 떠다준 것 고맙다고 인사하러 왔더니 반응이 저따위야! 그래, 니 할 일이나 잘하고 있어라. 난 가서 잠이다 더 잘 테니!"

"……나 인줄 어떻게 알았지?"

"뻔하잖아! 하녀한테 다 물어봤어. 내가 이곳에 머문 이후로 그날 보초를 서는 기사가 암묵적으로 이런 일을 해주었단 말야!"

"……음, 그런 것이었나. 얼굴은 제대로 씻었냐?"

"숙녀를 뭘로 보고! 당연한 거 아냐!"

"어제 밤 이곳에 도착했을 때 잠깐 보니까 눈에 '그것이' 그대로 붙어 있어서. 난 그래서 깨끗이 좀 씻으라고 떠다준 거였는데 원래 그랬었나보군."

"……너, 그런 말을 본인 앞에서 직접 하면 얼마나 실례가 되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하아, 그래 그래 내가 잘못했다. 앞으로는 주의 할 테니 화 풀어라 네르바."

분노와 부끄러움 때문인지 얼굴이 빨개져서 열을 내뿜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남자는 재빨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 실로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체득한 삶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한동안 둘 사이에서 어색한 공기가 감돌자 이제는 남자 쪽에서 나서 그녀를 적극적으로 달래기 시작한다.

"2년만에 만났는데 너무 하는 거 아냐 네르바. 사람 뒤통수나 때리고 말이지. 뭐 내가 잘못했다해도 말이야. 숙녀가 그렇게 힘을 휘두르면 곤란해. 어릴 적 성격은 아직 안 변한 것 같다. 얼굴도 그대로네.
뭐, 이례적인 일로 당분간 같이 생활하게 되었으니 이런 일 가지고 너무 열내지 마라. 응? 아직 기상시간은 멀었으니 가서 잠 좀 더 자고. 오늘부터 꽤 많은 거리를 이동할텐데 무리하면 몸에 안 좋아."

"시, 시끄러 너 같은 녀석에게 그런 소릴 들으니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나보다 검 실력도 떨어지던 녀석이 갑자기 남 걱정이야! 이만 간다!"

상대가 미쳐 대답도 하기 전이었다. 거칠게 몸을 돌려 자신의 막사로 되돌아가는 네르바의 뒷모습.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다시 고개를 보초서는 방향으로 돌린 남자. 슬그머니 자신의 왼손으로 여전히 욱신거리는 뒤통수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2년 동안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자신을 대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대로 빗나갔다는 생각을 하며 필립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검 실력이 떨어진다고……? 그건…16살 때 이야기잖아. 네르바 녀석. 아직도 그때 것을 울궈먹는군. 진짜 변한게 하나도 없네."

한편 다시 막사로 돌아온 네르바는 침대에 털썩 주저앉으며 하녀들에게 불평을 토로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본 얼굴이라 반갑기는 했다. 하지만 자신을 보고도 모른 척 하며 본인의 일만 하는 필립이 너무하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무시할  수 있어.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예?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가씨."

"필립말이야. 필립 폰 에르네오. 너희들도 기억하지. 매일 괴롭힘만 당하던 암울한 녀석. 2년만에 만났는데 그 녀석 반응이 어떤지 알아?"

주절주절 방금 전에 일어난 사건을 하녀들에게 털어놓는 네르바. 물론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절반이 넘게 객관화시킨 이야기이다. 하녀들은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쳐 줄뿐 감히 나서서 필립을 흉보지는 못하였다. 네르바가 아무리 안 좋은 쪽으로 상대를 헐뜯는다 해도 필립은 귀족. 그것도 후작가의 후계자였던 것이다.
마음껏 필립을 흉보고 나자 그녀는 마음이 후련해 졌는지, 의자에 몸을 기대고는 시간이 되면 깨워달라는 말과 함께 다시 한 번 깊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작센 성이 발사로크 공화국의 손에 함락된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말이 풍부한 작센 지방을 손에 넣은 공화국은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결해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고, 내부에서는 5년 안에 제국의 영토를 모조리 점령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전열을 가다듬고 언제라도 대대적인 침략 준비를 하고 있는 발사로크와는 달리 바르디아 제국은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아직 점령되지 않은 북쪽의 영토는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없는 척박한 환경이다. 또한 곡물창고라 불리는 남부 영토는 발사로크의 손에 점령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점령되지 않은 곳이라도 시시각각 벌어지는 소규모 국지전 덕분에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형편. 여기에다 귀족들간의 정치적인 분쟁으로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었다.
필립과 네르바가 황도에서 떨어진 외진 곳까지 나와 전시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막사 생활을 하는 것에는 이런 이유들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제국을 구성하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평민들이 발사로크로 도망쳐 가는 횟수가 늘었고, 급기야는 집단적인 현상으로 번져나가는 것이 현실의 상황. 이들의 탈출이유는 대부분이 식량부족에 따른 생계의 어려움이었다.
정치적인 권력다툼인 귀족들이라도 이 문제는 간과할 수 없었기에 산발적으로 군대를 투입해 영토수복에 힘을 쓴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진 못하였다. 오히려 역으로 반격을 당해 황도에서 2일 가량 거리까지 발사로크 군이 북진한 사례가 있을 정도였다.
현재 바르디아 제국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발사로크의 북진을 억제하는 것 외에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급기야는 황도에 위치한 여러 기사단을 전선에 파견하는 상황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런 명령에 따라 필립과 네르바는 카세리네 협곡 부근에 주둔하게 된 것이다.

철컥 철컥 철컥

시간은 오전 6시, 봄의 달(月)이라고 불리는 크루즈가 희미해져간다. 동시에 붉은 빛을 사방에 내뿜으며 안타레스가 서서히 그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에 발맞추어 막사 앞 공터에서는 하루일과 중 하나인 기사단 사열식이 진행되고 있다.
보폭을 맞추면서 동시에 대열을 절도 있고 신속하게 정비하는 기사들. 안타레스의 빛을 받아 그들의 갑주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익시드 나이츠는 기사단치고는 너무 헤이한 것 같습니다."

"황도 주변에 주둔하고 있었으니 전쟁의 위협을 덜 느끼는 것 뿐, 우리 기사단의 군령이 상당히 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가요. 와하하하핫, 말씀을 들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군요."

제국내 기사단 중 하나인 익시드 나이츠의 사열 모습을 보며 부관인 듯한 자가 한심하다는 투로 말을 한다. 그러나 그의 상관으로 보이는 자는 투구를 뒤집어쓰고 팔짱을 낀 채 사열 모습만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짙은 청색 바탕에 바이슨이 형상화 되어있는 문장이 찍힌 망토가 바람을 맞아 부드럽게 휘날린다. 어느덧 익시드 나이츠의 사열식이 끝나고 그들의 차례가 오자 그는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는 조용히 한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나인발트 나이츠! 진군!"

부관의 우렁찬 고함소리와 함께 쇠와 쇠가 맞부딪치는 음색만이 분주히 들여왔다. 불과 1분도 채 지나기 전에 공터에는 나인발트 나이츠 소속의 기사들이 10열 횡대로 줄을 맞춘 채 석상처럼 굳어져 다음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천히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나가는 한 명의 기사. 방금 전 손으로 명령을 한 남자였다.

스릉

스릉∼! 스릉∼!

그가 천천히 검을 뽑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렬했던 기사들도 각자의 검을 꺼내들었다. 전부다 깨끗하게 손질이 잘 된 검 날과 갑옷을 살펴보며 천천히 병사들 사이를 거니는 기사.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 그는 느리지만, 깊게 울리는 목소리로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우리는 익시드 나이츠와 연계하여 카세리네 협곡으로 진군하고 있는 발사로크의 상퀼로트를 막기 위해 이동할 것이다. 나인발트 나이트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사로써의 본분을 망각하지 말고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길 바란다. 이상!"

"네, 알겠습니다!"

"각자 자신의 위치로 돌아간다! 소집 명령이 있기 전까지 대기하도록."

다시 한 번 울리는, 절도 있지만 힘이 가득 찬 고함소리와 더불어 기사들이 신속히 흩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익시드 나이츠 소속의 기사단장과 소속 기사들은 할 말을 잃고 그들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움직임. 사족하나 붙이지 않은 신속한 진행. 자신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군기. 은연중에 벌써 그들은 나인발트 기사단에게 위축되고 말았다.

"흥, 시골기사라 그런지 빠릿빠릿하네."

네르바가 자존심 상한다는 표정으로 가시가 잔뜩 돋친 말을 내뱉자 그제 서야 다른 기사들의 얼굴에도 그늘이 사라졌다. 분명 나인발트 소속 기사들은 기강 면에서는 손색이 없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들과 합류하고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동안 익시드 나이츠의 기사들은 국경과 황도의 문화적 차이를 뼈저리게 실감했던 것.
국경 주둔 및 수비라는 실질적인 업무에 치중하다보니, 나인발트 나이츠는 기사로써의 예절이전에 실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전투에 강한 기사들은 많았지만 예절이나 매너, 음악적 소양 등 예능 적인 분야에서는 거의 잼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
익시드 나이츠의 기사들은 네르바의 말에 이런 것들을 기억해냈고 그로 인해 약간 가라앉은 분위기는 일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필립 이 녀석은 어디 있는 거야? 전부다 투구를 쓰고 있으니까 찾아볼 수가 없잖아. 적군이 코앞에 있는 것도 아니고, 하여간 융통성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군 나인발트 나이츠는."

기사들이 사열하는 동안 열심히 눈을 움직였지만 필립을 발견하지 못한 네르바의 푸념이 이어졌다. 나중에 만나면 새벽 때처럼 한 대 때려줘야겠다는 불순한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뒤에 묻은 먼지를 톡톡 털어 내며 천천히 자신이 갈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갓 구운 신선한 빵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맛이 좋은 바게트를 썰어 버터와 고기 스프를 곁들인 아침 식사가 끝나자 두 기사단의 수뇌부는 막사로 모여 앞으로의 일정에 관해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가 시작된 이후, 익시드 나이츠 소속의 대장들은 한동안 할 말을 잃고 나인발트 나이츠의 한 인물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그들의 이런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기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기사. 자신을 쳐다보는 기사들을 향해 묻는다. 그제 서야 자신들의 행동이 실례가 된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을 붉히는 익시드 나이츠 소속의 기사들. 하지만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는지 기사하나가 일어나 그에게 물었다. 다른 기사들도 체면 때문에 가만히 있을 뿐, 눈을 빛내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궁금하다는 기색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었다.

"저 나인발트 기사단장 '대리'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이를 알 수 있을까요?"

"21세 이오."

질문을 받자마자 즉석에서 대답을 하는 기사. 자신의 신분과 직책은 '기사단장 대리'인지라 질문을 한 상대가 30세 이상인 중견 기사라도 하대를 한다. 그의 대답을 들은 익시드 나이츠의 기사들은 얼굴에 드러난 여러 가지 감정들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기사세계에서도 나이가 어린 기사가 능력이나 가문의 배경으로 높은 직책을 가지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적인 기준일 뿐. 21세라면 견습기사를 갓 수료한, 말 그대로 애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자가 기사단장 대리라는 높은 직책을 맡는 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모두가 내 나이에 꽤나 놀란 것 같군요."

헝클어진 자신의 검은머리를 손으로 단정히 매만지며 그가 말한다. 익시드 나이츠의 기사들은 모두가 침묵하고 있다. 표정들을 보니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는 것을 그는 알 수 있었다. 나이가 많은 완고한 기사들은 나인발트 기사단장이 이런 새파랗게 젊은 놈을 기사단장 대리로 임명해 자신들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 모른다.

"기사단장 대리. 그대의 이름과 출신 지방을 알고 싶소만."

익시드 나이츠의 기사단장이 그를 바라보며 묻는다. 나인발트 기사단장 대리는 시선을 올려 그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본다. 나이는 50세 전후로 추측. 우람한 몸집은 아니었지만 한 기사단의 책임자답게 강건함이 눈빛에서 풍겨 나오고 있었다.
여전히 기사단장을 바라보며 그는 천천히, 그러나 또박또박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한다.

"출신 지방은 지금은 발사로크의 영토가 된 작센. 이름은 필립 폰 에르네오. 아버지는 2년 전 작센 방어전 당시 전사한 필로스 폰 에르네오 후작. 원칙적으로 작위는 본인이 계승해야 하나 무슨 이유인지, 황족이자 공작인 바르키엘 공의 반대로  현재는 나이트의 칭호만 가지고 있음. 이 정도면 됩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 주위의 기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을 보다 못한 필립의 부관이 참을 수 없었는지 한마디를 내뱉는다. 약간은 격양된 목소리였다.

"익시드 나이츠의 기사들은 이렇게도 무례한가. 아까부터 실례되는 짓만 골라서 하고 있군."

부관의 말 한마디에 물을 끼얹은 듯 주변은 냉기만이 감돈다.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필립은 눈짓으로 부관을 제지하고 그를 대신해 말을 이어나갔다.

"어제 우리 기사단이 밤늦게 도착하였고 그로 인해 단장대리인 내 얼굴을 못 봤을 것이라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 생각하오. 다시 한번 소개하겠소. 내 이름은 필립 폰 에르네오. 앞으로 함께 전투를 치를 입장이 되었으니 잘 부탁하오. 지금부터 나인발트 나이츠의 기사단장이신 사리크 이디레온 경의 말씀을 전하겠소. -나인발트 나이츠의 방어 영역인 국경 지방에 문제가 생겨 단장 대리와 기사들을 보내는 바이니 익시드 나이츠의 기사단장께서는 넓은 마음으로 자신의 무례를 이해해달라- 라는 말씀이었소. 이제 소개는 어느 정도 끝난 듯 하니 본론인 회의로 들어가는 게 어떻겠소."

더 이상의 반론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주먹으로 탁자를 가볍게 치며 손가락으로 펼쳐져 있는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키는 필립. 그의 이런 행동에 다른 기사들도 일시적으로 고개와 시선을 그의 손가락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켰다.
필립이 가리키는 곳은 케샹스 성. 룬드슈테트 대전 때 적에게 넘어간 성채 중 하나 이다. 최전방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고향인 작센과 마찬가지로 밀 생산량이 높은 곳이기에 전략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곳이다.

"상퀼로트. 발사로크를 상징하는 정규부대. 모두다 아실 거라 믿고 설명을 생략하겠소. 케샹스 성에 주둔하고 있던 상퀼로트 500명이 이곳 카세리네 협곡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소. 이 협곡을 점령하면 동쪽의 랭스 성과 마를로 성을 굳이 거치지 않아도 황도 아플래톤으로 이동할 수 있는 최단거리가 확보된다는 것을 적의 참모진도 눈치챘다는 증거라오. 물론, 3개월 전부터 이곳에 익시드 나이츠가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은 적에게 알려져 있지 않소."

"으음."

필립의 설명에 익시드 나이츠의 기사단장을 비롯한 다른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한번 그들을 둘러본 다음, 필립은 다시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을 재개한다.

"적은 카세리네 협곡을 지키기 위한 방어군이 내가 인솔해 온 나인발트 나이츠 50명이 전부라고 착각을 하고 있을 것이오. 우리는 오늘부터 상퀼로트가 들어올 카세리네 협곡의 입구로 급진하여 대비를 할 예정이오. 단, 익시드 나이츠의 경우 나인발트 나이츠보다 더욱 급진하여 협곡 주변에 위치한 마르텔 산에 매복하여 상퀼로트가 나타나기 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오. 상퀼로트가 협로로 밀려들어와 나인발트 나이츠와 교전을 시작하면 익시드 나이츠는 산에서 빠져 나와 적의 뒤를 치도록 하시오. 숫자로는 상퀼로트가 200명 가량 우세하지만 전원이 기마병인 두 기사단의 연합 공격을 앞뒤에서 받으면 반드시 궤멸할 것이오. 카세리네 협곡은 길의 폭이 좁아 소수가 방어하기에 유리하고 지형은 기병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으므로 우리에게 이롭도록 작용할 것이오. 익시드 기사단장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형과 기사의 특성을 잘 살린 방안이군. 필립 나인발트 기사단장 대리의 제안을 채택하겠소."

조용히 필립의 설명을 듣던 익시드 기사단장은 만족한 표정으로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전체적인 전술이 정해진 시점에서 이젠 지휘 체계를 재편할 시간이었다.
두 기사단의 연합 작전이기에 이 문제는 제법 비중이 있는 일이었다. 우선, 총 대장을 익시드 기사단장으로 하는데 에는 그 누구의 반발도 없었다. 그러나 나인발트 기사단장 대리인 필립을 참모장으로 임명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시작하자마자 격렬한 논쟁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난 필립경이 그 직책을 맡는 것에 동의할 수가 없소!"








동시 연재 사이트




소설 커뮤니티 꿈꾸는 사람들 www.thedreams.wo.to   필명- 히이로



애니메이션 및 동인의 저택 노나메  www.no-name.wo.ro    필명- 히이로



조아라     www.ujoa.com          필명- 데스데모네                                
조아라 작가의 뜰           http://yard.joara.com/tktlsdlfu -설정 및 세계관 수록..


소설 커뮤니티 마루닷컴    http://maru.ibbun.com 필명- 히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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