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FlowMoon 제 1장 흐름의 달 1페이지.
2003.11.06 22:21
언제 부터 인가 인간은 지구를 버리게 되었다.
지구와 달의 충돌을 막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이언트 웨이브.
그로 인해 우리들은 고향을 잃은 생존자들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자이언트 웨이브가 일어난뒤 8년 뒤에서 시작된다.
제 1장
흐름의 달
의 1페이지
골목길. 어둡고 습한 골목길, 햇빛은 건물에 막혀서 들어오지 않고
길가에 버려진 빵에 곰팡이가 생겨서 썩어 들어간다.
코를 썩히는 지독한 악취가 땅에서 올라오고 몸에서 세균이 자랄듯
한 그런 곳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시체도 보인다.
이미 사라져 버린 내장. 저 사람은 클론인가 보다.
대부분 사람들이 클론을 만들어서 자기의 장기로 이식할 장기만 때
어 내고 남는 것은 사회에 기증 한다.
자신의 클론 역시 생명이니까. 그것을 죽였다는 도덕적 죄책감을 기
증이라는 것으로 갚으려는 더러운짓.
눈도, 혀도, 내장도, 피부도, 근육도, 고막도, 뼈도 전부 빼앗긴 하
나의 흔적이 이 어두운 할렘가의 바닦에서 썩어 간다.
바닦에 버려진 시체와 쓰레기들…….
다다다다다다.
누군가 달려온다.
검은색 재가 묻은 잿빛 머리카락 이 골목길과는 어울리지 않는 빛을
뿜고 그의 가슴에 안겨 있는 빵들이 흔들거린다.
"이 빌어 먹을 자식!"
"거기 안서 이 도둑새끼야!"
뒤에 따라오는 두명의 거한들이 소년을 따라오고 있다.
3명이 그 좁은 골목길을 뛰면서 울리는 소리에 남들은 무관심한 듯
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본다.
마치 매일 있는 일인 것처럼……
달려가던 소년이 바닥에 떨어진 곰팡이 낀 빵을 밟고 미끄러져서 넘
어 진다, 황갈색의 천이 신발의 역활을 하고 있을뿐… 소년의 발에는
신발이라 불리는 것이 없다. 검은색으로 변해 버린 발바닥에 쓰레기
장의 오물이 붙어 있다.
"잡았다 이 자식!"
"잘도 우리를……."
먼저 뛰어오던 검은색의 옷을 입은 거한이 그 소년의 복부를 발로
차버린다. 소년의 몸이 일순간 공중으로 떠올라지더니 다시 떨어진다.
"크흑… 컥! 켁. 크윽."
"빵을 먹을려면 돈을 내야지 어디서 도둑질이야 이 자식아!"
다음으로 도착한 하얀 옷의 거한이 그 소년의 손을 밟아 댄다.
심하다 생각할 정도로 밟은상태로 땅바닥에 비빈다. 그리고 '빠각'
하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발을 들어 올린다.
"으아아아아아악!!!"
"흥! 이런 건방진 손 정도는 혼나봐야 겠지 안그레? 크하하하!!"
"그렇지! 그렇지! 이왕 이런거 우릴 힘들게한 이런 건방진 다리도
같이 혼내줄까?"
"그거 좋지! 크하하하!!!"
그들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다리를 바라본다.
살아 있는 무엇이든 팔아 넘길수 있는 세상. 코를 배어 간다는 것은
실제로 코를 베어 간다는 말이 실제로 배어가는 것이 되버렸다. 사
람의 몸은 매우 훌륭한 부품 그 차제이기 때문에 그것은 언제든지 팔
아 버릴수도 있으며 살수도 있다.
생게가 어려운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잘라서 팔고 사이버
네틱스 강화 장치나 인조장기로 대신한다.
살아있는 몸은 비싸다.
운동선수같은 사람이 죽은 후에 그의 몸은 비싸게 팔린다.
'튼튼하고 오레가는 품질좋은 인간의 육체'란 값진 것이다. 그런 것
이다.
"이자식 다리가 제법 좋잖아."
"팔아 버릴까?"
그들은 그 소년의 다리를 팔 돈으로 무얼 할것인지 머리속에 그려본
다. 나름대로 그들에게 있어 훌륭한 유흥비가 될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품안에서 한자루의 칼을 뽑는다.
총이라는 것. 만들수 있는 공장 같은건 이제 사라져 버렸으니 가끔
볼수 있는 총도 오레된 유적이나 아주 극소수로 살아 남은 장인 들이
아주 가끔 만들어 낸다.
그런것이 없다.
그러니 이런 모양만 대충 흉내 낼수 무기만으로 충분히 훌륭하다.
"오른쪽 부터 자를까 왼쪽 부터 자를까?"
"크흐흐흐 왼쪽부터 잘러 오른발 잡이가 왼발 잡이보다 많아."
"그렇지? 크하하하하!!"
먼저 잘린 쪽이 신선도가 떨어진다.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다리
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그들은 사람을 해친다는 것이 즐거
운지 웃으면서 칼을 그에게 들어댄다.
"내가 보기엔 가운대 부터 잘라 버리는게 좋을거 같은데?"
"응?!"
"뭐야 넌?"
그때 그들 사이로 붉은 머리카락의 사내가 나타났다.
코에 걸린 글레스가 햇빛도 없는 이곳에서 반짝거리고 그가 물고 있
는 담배의 연기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다.
"보시다 시피. 지나가는 아저씨."
가늘게 나있는 수염이 안깍은듯 거칠게 나있고 콧수염과 턱 수염이
연결 되서 우락 부락하며 하드코어한 이미지를 내뿜는다. 거기에 구
하기 힘든 담배와 붉은 눈동자가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얼굴에 있었
다.
"훗 노땅이면 그냥 갈것이지… 어딜!!!"
흑의 덩치의 갑작스러운 기습.
어깨를 이용한 몽통 박치기가 그 중년의 사내에게 들어간다.
그러나 그는 가볍게 그걸 흘러 넘긴다.
"노땅이라고 무시하냐?"
살짝 틀어서 피한 몸을 아레로 살짝 굽히며 다리를 걸어 그 거한을
넘어 트린다. 거한은 그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그의 다리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그는 거한이 넘어질때 그의 팔을 잡아서 가볍게 비튼다.
"아악!"
"자자 이제 이 아저씨 말 듣지 그레?"
"빌어 먹을…."
한순간에 팔이 탈골된 거한은 그 칼을 다시 잡고 그에게 뛰어 든다.
그러나 그는 여유있게 손목을 잡고 남아있는 왼손 마져 탈골 시킨다.
잡힌 팔목에 스넵을 주어 위로 튕겨내고 그사이에 팔목을 잡고 있다
가 팔목이 내려오면 그 잡은 부위에 힘을 주어서 팔목에 다시 충격을
준다.
아주 깨끗하게 들어간 기술이다.
"으아아아악!!"
그 녀석은 이제 두팔이 모두 탈골 되어서 자신의 살 덩어리가 겨우
받쳐 주고 잇는 꼴이 되었다. 그 녀석은 그 중년의 남자를 노려 보며
매우 되먹지 못한 눈빛을 보네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무
시한다.
"죽고 싶은가 노땅?"
"아무리 노땅이라도 죽을 나이는 아직 이야."
"죽고싶다는 거군."
"거 사람말 참 못알아 먹는 돼지 세끼일세."
남아 있는 백의 덩치는 잡고 있는 다리를 놓고 그 중년인에게 달려간
다. 자신의 친구과 같은 실수 따위를 하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칼을
꺼내 든다.
그리고 휘두른다.
휙~!
중년인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옆으로 돌아서 피하고 바로 로우
킥을 날린다. 로우킥을 맏은 거한의 무릎이 숙여지고 그대로 미들킥
으로 거한의 머리를 쳐버린다.
목뼈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그 거한의 입에서 피거품을 물고 쓰러
진다. 그는 그 거한의 옆에 쪼그려 앉고 그 거한이 시체가 되가는 과
정을 지켜 본다.
"뭐야? 죽은거야. 하여간 요즘 것들은 약해서 조금만 건들면 죽는다
니깐."
살인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목소리톤, 피에 젖은 갈색의 구두
를 보고 난뒤에 거한의 목에 하얀 무언가가 튀어 나왔다는 것을 보았다.
일격에 저정도 위력을 내는 것은 상당히 강한 자라는 것은 그렇다 치고
이마을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 외부인 이다. 적어도 소년의 마을에 이
정도 강한자는 없었다.
"꼬마야 괜찮냐?"
그는 이번에 그 소년의 곁으로 와서 쭈그려 앉고 그에게 말을 건다.
"으윽. 크윽!"
"죽어도 살려 달라거나 잘못했다는 말은… 안하는 구나."
"그런말 하면… 지는 거잖아……."
"어이구! 이거 제법 근성 있는 놈이네!"
"그런말 하면… 당장은 안 아플거야. 하지만! 나중에 평생 아플거야."
그는 그의 말을 들으며 소년의 손을 살핀다.
손가락의 뼈가 살가죽을 찢고 튀어 나오고 부러지고 피가 흥건히 흐
른다. 다시는 손을 못쓸지도 모른다.
"이렇게 다쳤으면서… 장하구나."
"크흑!"
그는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서 그 소년의 손을 붕대처럼 압박한다.
"너 이름이 뭐냐?"
시도 때도 없는 그의 질문에 소년은 순간 당황한다. 그러나 금방 평
정심을 찾고 그에게 반박한다.
"이렇게 아픈데 그런걸 물어 보다니… 이름따위 없어. 자이언트 웨이
브가 내 이름도 짓기 전에 내 부모를 잡아갔어."
"그레?! 그럼 기회는 있네."
그 중년인은 신이 난듯이 그를 바라본다. 부모 죽었다는데 그것이 그
리도 좋아할 일인가? 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그의 다음말에 좋아할 일
이 생겨 버린다.
"너 내 양아들 안할레?"
그의 붉은색 머리카락이 순간 바람에 휘날리며 '나 존나 착한 놈이다.'
라고 광고 하는것만 같았다. 그러나 소년의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노땅 즐. 엄마 환영."
"이 빌어 먹을 자식이!!!"
"개차반 즐. 여동생 환영."
"이자식이 주둥아리는 남아 있다 이거지!!"
그는 홧김에 그 소년의 주둥아리를 잡고 흔들어 댄다.
"아직도 주둥아리는 살아 있구나!!"
"으그아느아~(이거 놔라)"
그는 그 소년의 주둥아리를 잡고 흔들다 문뜩 무슨 생각을 한다.
그리고 크게 웃는다.
"크… 크하하하!! 이거 아주 웃기는 놈이네! 진짜 맘에 드는 구만.
너 내 아들 해라 아들 하면 동생도 엄마도 만들어 줄께."
"척 보아하니 어디서 아녀자들 납치해 올려고…."
"난 법을 지키는 사람이야."
"저렇게 살인을 하고 법 소리가 나와?"
"짜샤 저건 정당 방위였어!"
그들은 어느세 웃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는 거다.
"짜식. 그레도 웃네. 너 손 안아프냐?"
"아직도 아파. 하지만 참고 있어."
"손뼈가 부러졌는데 그걸 참아?! 진짜 근성 있는 놈이네."
"이런일이 한 두번이야지."
그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이런 세상에서 당연한 일이 되버린 곳은 누가 만들었는가? 자신이
아니던가.
"내 이름은 네르발 제라드. 이레뵈도 꽤 돈많은 사람이란다."
"그런 이름 이군요."
어느세 그 소년은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역시 돈이 많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날 키워 줄수 있어요?"
"물론. 15살이 되면 군인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그럼 절 5년동안만 키워 줄수 있다는 거네요."
"뭐 그렇지."
"쳇. 뭐 5년 동안만 부탁해요."
"그레. 그전에 나는 할일이 있어서 말이야. 잠시만 따라올레."
그는 쓸쓸하게 웃으면서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는 그 소년을 대리고 마을의 외각으로 걸어간다.
그는 걸어 갈때 마다 소년의 발을 바라보지만 그는 아무것도 못한
다.
피투성이가 되고 굳어버린 발바닥에 보이는 저 무수히 많은 상처
들은 다리 까지 올라와 있다.
"언제까지 걸어야 해요? 발아픈데."
"거의 다왔어 임마."
외각에 있는 숲은 언제나 나무가 많다. 하지만 그전에 시체가 더
많았다. 늘상 보는 시체들… 어느세 죽인 다라는 것에 무감각 해진
자신이 이런 아이를 대리고 있다니. 이 아이를 죽이는데 과연 몇
초가 걸릴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는 고개를 흔들며 그 생각을
지웠다. 살려주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 죽인다라는 것은 말이 안된
다.
어느세 그는 외각에 있는 산중 하나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보는 마을은 평범한 해변 마을 이었다. 사람들이 서로
살아 가기 위해 싸우고 죽이고 살아가는 아주 평범한 마을이었다.
"여긴가요."
"응."
"이제 뭐할거죠?"
"저 마을을 부숴야지."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일을 말한다.
"타운 브로커?"
"그레."
"동쪽에 있는 산적단에게 의뢰를 받은 거군요."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 거려서 자신의 대답을 대신 했다. 소년
은 그 '일'의 사정을 이미 알고 있다.
자이언트 웨이브가 일어나기 전까지… 지금으로 부터 8년 전에 있
었던 전쟁.
그 전쟁은 50년 이라는 긴 세월동안 계속 되어온 지겨운 전쟁이었
기 때문일까.
아직도 남아 있는 퍼스널리티 로이드 기어(PLG)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는 그 프로그(PLG)중 어디서도 본적이 없는 물건을
소유 하고 있었다.
LOOF-0x N.fild
새하얀 곡선이 기체의 표면을 매끈하게 감싸고 날렵한 다리선이 아
무리 봐도 여성형 기체라는 생각만 들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기체.
연약해 보이는 어깨와 목, 슬픈듯이 보이는 듀얼 아이 카메라 옆으
로 뻗어나가는 그 선들은 정말로 프로그가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것
인가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반신의 레그 파츠의 하늘색 베어링 타입이 내뿜는 자기장에 철가
루 같은 금속질 물체가 그 주위에 조금씩 떠있는 것이 보인다.
발끝으로 가면 갈수록 가늘어지면서 소형의 베어링 타입의 볼 베어
링이 마치 인형에 달아 놓은 작그만한 방울 처럼 귀엽기 까지 할 정
도 였다면 볼장 다 본것이다.
소년은 그 기체에서 눈을 때지 못했다. 아니 때고 싶지 않았다. 무
엇 보다도 그 기체의 아름다움은 소년의 상식을 크게 뒤흔들어 놓았
고 소년의 편견을 철저히 압박했다.
"이건……."
소년은 아무말도 못했다.
우유빛 하얀 기체의 표면에 자신의 얼굴이 비쳐 보일 정도로 화려
한 기체가 이런 곳에 숨겨져 있었다. 그것도 보통 타운 브로커가
활동하려면 4~5일은 마을에 대해서 조사 하고 다닌 다는 사실을
생각 했을때 무려 그 시간동안 이런 기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이 상당히 의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기체는 위장은 전혀 하지 않
았던가.
"루프. 내 기체지."
"이게 전쟁을 위한… 병기."
"틀려. 전투를 위한 병기가 아니야. 지금은 비록 싸우기 위해 쓰여
지고 있지만 이것의 진짜 목적은……."
그는 다시 한번 그 기체를 바라 본다.
"지키기 위해 존재 하는 기체지."
그는 매우 자신 있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마을을 부쉬는 것에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프로그가
아름답다는 것에 자신이 있다는 것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의 마음
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여 있었다. 마치 무엇이든 할수 있다는 의지
가 사람이 된것 같은 사람.
하지만 그는 절대 방심하지 않는 사람이다.
방심이 부른 비극이 자이언트 웨이브를 일으켰으니까. 지금도 저 달
은 언제 떨어 질지 모른다.
"저것이 프로그……."
그것은 도도한 공주님 이셨다.
"자 그럼 일하러 가볼까. 여기서 더 보다간 다 부쉬지 못할거 아."
"빨리 부시고 와요. 저 참을성 없어요."
그는 순간 아무말도 못했다.
10살 짜리 어린 아이가 순수하게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이 살던 곳을
부쉬라고는 말할수 없다. 그것이 아는 사람들도 모두 죽이고 자신의
소중했던 장소마져 소멸 시키건만 그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다.
순간 그는 가슴에서 미어져 오는 아픔을 느꼇다.
얼마나 우리가 차갑게 대했으면 이정도로 망가질수 있는가? 도대체
이 아이는 어떤 환경속에서 살았길레 이렇게 차가운 걸까? 그것은
그가 이 아이를 더욱 입양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견디기 힘든 아픔이 그의 가슴을 쑤시고 있었지만 소년은 아무렇지
도 않게 말했다.
"이 딴 마을 사라져도 전 상관 없어요."
그는 이 말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이 마을은 저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그저 안좋은 기억만
남아서 절 괴롭히는 공간 이니까요…. 저때문에 죄책감 가져서 이곳
을 못없에는 거라면 제가 저 프로그에 타겠어요. 제가 타고 제가 부
쉬죠."
"너…… 조종법은 아냐?"
"아니요 전혀 몰라요. 하지만 상관 없어요. 건들다 보면 알것만 같아
요."
그는 그 말을 들은후 프로그로 걸어 갔다.
소년에게 등을 보이며 프로그에 타고 있던 그는 조금만 목소리로 중
얼 거린다.
"나 이런 일 해도 되는 건가."
그러나 그의 질문은 부질 없음을 깨닭고 조용히 프로그에 탄다.
프로그의 내부는 생각보다 간편하고 복잡하지도 않았다.
그저 두개의 레버마다 7개의 버튼이 달려있고 키보드 처럼 생긴 자
판에 150개의 키패드가 있었다.
키패드는 두개의 레버 사이에 있었고 레버는 파일럿이 앉을수 있는
체어의 양쪽에 40도 정도 꺽여서 대각선 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키패드 위에 한개의 액정이 있는데 그부분에는 계기판 역활
을 하게 된다. 키패드 아레에는 다른 장치들도 상당히 많았다.
일단 5개의 패달이 레그 파츠를 제어한다.
체어의 위쪽에는 지지대로 보이는 판 같은게 있는데 그가 체어에 눕
자 내려와서 그의 가슴을 압박한다. 그리고 체어가 접혀지며 마치 앉
아 있는 듯 한 각도로 올라간다.
각도로 올라가자 또다른 지지대가 옆구리와 골반 부분을 지지해 준다.
만약 넘어질 경우를 대비한 서스펜션 외의 옵션으로 파일럿에게 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완된 방식이다. 보통 한번 넘어지면 운 좋으면
골절이고 운 나쁘면 뇌진탕으로 사망인 경우가 프로그의 초기에는 상당
히 많았었다. 그러나 발전 되고 있는 서스펜션과 안전 매트는 그로 인한
사고를 많이 줄여 주었다. 그러나 전투 중에 일어나는 사고 까지 는 완
전히 구제하지는 못했었다.
체어의 안쪽에는 만약을 대비한 비상식이나 의약품과 몇가지 간단한
공구들이 대비되어 있다.
비상식은 대체로 육포나 햄 같은 훈제 식품과 통조림과 레토르트 같
은 오렛동안 보관 하고 고 칼로리의 음식들 이었다.
그것들에 붙어 있는 유통기간은 1년 전에 이미 지났다. 그것들을 담아
논 상자역시 군에서나 볼듯한 크기와 무식함과 단순함과 튼튼함을 엿보
이게 한다. 그는 자신의 자켓에서 열쇠를 꺼내서 키패드와 액정 사이에
있는 틈에 끼워 넣는다. 그러자 키패드가 위로 올라오고 액정에 불이
들어온다. 아니 전원이 들어온다고 해야 할까. 어두운 루프의 콕핏이 밝
아 지며 계기판이나 스위치가 없는 부분들이 전부 모니터가 된다.
전방위 모니터 기능.
불과 3년전 까지만 해도 가능할까 했던 기술이다. 자이언트 웨이브로
인한 재해는 인간의 문화와 문명 까지 빼앗아 갔다.
다행이 목성과 화성으로 넘어간 일부 고등 과학만이 명맥을 유지 하여
지금의 프로그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원레 프로그는 특수 지형 탐사용 로봇으로 개발 되었었다. 그러나 전쟁
이 심해지며 병기의 다양화와 범용성이 급격히 필요하게 되는 시기가 오
고 말았다. 기존의 미사일이나 빔포 같은 병기보다. 특수 지형에서 작전
을 수행할수 있는 특수작전용 병기의 소량 생산이 기초가 되어 점차 치열
해 지는 전쟁에 급기갸 대량 생산까지 하게 되었다. 그 결과 결국 이정
도로 수많은 프로그가 계발 되어 지금 까지 명맥을 유지 하고 있다고 한
다.
그는 자신의 손에 잡혀 있는 레버를 잡아 당겼다. 그리고 다리의 4개의
패달을 동시에 밟았다. 그러자 그의 기체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 강철의 거인께서 일어나셔서 등뒤의 백팩에 연결된 거대한 캐논을 마
을을 향해 조준 하였다.
-입자 가속. 벨크로스 프레임 정상. 오버크러싱 올 그린-
캐논의 중단부 우측과 하단부 손잡이로 보이는 부분에서 검은색의 파이프
가 나오고 프로그의 핸드 파츠에서 나오는 다른 검은색의 파이프가 연결
된다. 그리고 그 파이프의 연결된 틈 사이로 엄청난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순식간에 얼기 시작하고, 그 그 얼음의 사이로 초
고전도의 자기장이 지속적으로 순환한다.
-인 커넥트 시스템 가동. 아카식 포스 제너레이터 핵시드 모드!-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저 마을을 부쉬버리라는 머리의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왜?!
왜 해오던 일을 못하는 거지? 이제 와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나? 아니면
저 소년 때문인가.
「설마 저녀석. 그때 만들어진 '그 시리즈 중 하나'인가?!」
'이미 자신의 손으로 마을과 함께 박살 내지 않았던가. 그 모든 시리즈
를 전부 박살내 버렸지. 그들의 내장을 허공으로 뿌리고 뇌를 곤죽으로
밟아 버렸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녀석이 있을 리가 없잖아.'
아무리 힘들게 살아왔고 아무리 자신을 괴롭히던 곳이라도 고향을 파괴
하라는 어린 아이가 있을리가 없다. 그런 아이가 있을리가 없다. 아니 있
어서도 안된다. 그러나 저 아이는 거침 없이 없에라고 했다. 자신의 정
체를 알아서? 아니 자기 자신의 능력을 쓰는 건가.
'불멸자. 죽지 않는자. 애초에 태어나지 않는 녀석들. 어린 소년으로 만
구성된 병사들…….'
그는 자이언트 웨이브 이전의 어느 국가에서 비장의 무기로 내세운 그 병
기의 기록을 떠올렸다. 하지만 머리속으로 지웠다.
'만들어 졌다 해도 세기 밖에 못만들었다. 녀석의 머리카락은 붉은 색이
야. 나처럼 붉은 머리와 눈 동자 머져 붉다고. 근데 저녀석은 회색이다
아주 선명한 회색. 내가 색맹이거나 저녀석이 불량품 이 아니면 불가능해.'
결코 다른 생각은 없었다. 두려움과 어찌 모를 긴장감이 그를 기쁘게 했다.
'그럼 어떤가! 녀석은 오늘 부터 내 아들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반면으로 다른 생각도 들었다.
과연 자기 자신은 저녀석의 무엇이 좋아서 아들로 삼고 잘 살아 볼려는 것
인가? 혹시. 그 녀석의 머리카락 색 때문에? 아니면… 자신의 딸을 위해서?
'그런거 상관 없어!'
-4연장 핵시드 캐논 발사.-
그리고 그의 캐논에서 또하나의 붉은색 빛의 기둥이 사막으로 변해 버린
마을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
마을은 놀랍게도 완전히 사막이 되어 버렸다.
아니 해변 이었기 때문에 부두가 있던 그 마을은 그야말로 해수욕장이 되
버렸다. 물론 그곳 물이 공업용 용수와 약간의 핵 폐기물로 드러워서 올 사
람은 하나도 없지만 말이다. 소년은 그 해변의 모래를 만져 보았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가는 녹아버린 돌의 흔적.
뼈의 조각으로 보이는 칼슘의 덩어리와 어떤 기계의 부속중 하나인 철판이
철가루가 되어서 떨어진다.
소년은 발바닥 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기분이 마음에 들었다.
분자 단위로 분해된 마을이 모래의 덩어리가 되어가 되어 있다.
해변의 바람이 시원 하게 불어온다.
그리고 소년의 눈가에 맺은 작은 물방울을 끌고 간다.
"잘됐어 이런 마을 따위."
그러나 네르발은 그렇게 보고 있지 않았다.
"이제 와서 눈물을 흘리는 거냐?"
"아니요."
"그럼 그 눈가의 그것은 땀이냐?"
소년은 아무말도 못했다.
"왜 그렇게 슬픈것을 숨기려 하지? 왜 그렇게 아무것에 관심 없다는 듯
한 태도를 취하지? 너는 스스로 무엇이든 할수 있는 아이야! 이런 세상에
그것도 이런 환경에서 넌 부모도없이 10년을 버텨 왔어!"
이 세상이 얼마나 썩었고 치졸한지 아는자는 이런 아이가 혼자서 10년
이나 살수 있다는 사실을 꿈도 못꾼다.
"10년 이란 세월은 짧은게 아니야 더군다나 너는 이미 세상을 너무 잘알
아! 그 세상에 찌들을 대로 찌들어 버린 삶에 살아 왔어. 죽을 각오로 살
아온거잖아 너는."
소년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믿어 줄수는 없느냐?"
"당신을 믿어야만 하는 이유가 없잖아요."
"믿지 않으면 널 죽여야 돼."
"그럼 저는 최선을 다해 반항할 뿐이에요."
어린아이가 아니였다.
겨우 10년을 살아온 아니가 30년을 살아온 자신을 뛰어 넘고 있다.
자신을 슬프게 하고 있다.
"왜 살려 달라는 말은 안하지……."
"그런다고 살려줄까요?"
그는 이제야 깨닭았다.
왜 자신이 이 야이를 살려내려고 하고 싶은지.
"이자식아!"
그는 소년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그런 생각은 버려라. 라고 자신의 머리속에서 울려오는걸 그는 느꼇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그 소년을 도와 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은 버리란 말이다!"
자기 자신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생각 따위 버려! 난 널 도와 주기 위해서 널 살린거다!"
자기 자신도 그 소년처럼 살아왔다.
"그렇게 외톨이가 좋으냐? 그렇게 혼자서 살아 남는 것이 좋으냐? 뭐가
좋단 말이냐! 기뻐도 같이 나눌수 없고 슬퍼도 같이 슬퍼해줄 사람 따위
는 없어. 스스로 살아 남는 것의 비굴함. 너만 아는것이 아니야! 그러니
내말좀 들어 먹어 이 얼간이 자식아!"
그의 눈에서 그 소년와 같은 것이 떨어진다.
"나도 외톨이 였단 말이다."
그의 머리속에 누더기 옷을 입고 총을 들고 있는 소년이 지나간다.
"나도 외톨이 였단 말이다! 혼자서 살아 남았었다!"
그 얼마나 힘들었던가.
비상식이 떨어져서 굶었던 시간. 다리에 총을 맞아서 30Km를 기어서
야전 병원으로 가던 기억. 고립된 곳에서 살아 남기 위해 식인까지
하던 그 아수라장에서 혼자서 살아 남았던 그 악몽들…….
"믿어줄수는 없냐? 이렇게 말하는 데도 믿어 줄수 없는 것이냐."
그는 표정을 환하게 보이려고 애를 썻다. 그렇기 때문에 입은 웃고
있었다. 그러나 눈에서 눈물은 계속 흘러 내려왔다.
"그래. 따라올려면 오고 말려면 말아도 돼."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자신의 프로그에 올라탔다.
〃〃〃
어느 도시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이 아까 해변으로 변한 도시보다는 많았고 걸쭉한 기름의
향기가 코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모두 웃고 있었다.
마치 자기 자신들은 무언가 할수 있어서 행복 하다는 듯이.
파란색의 트럭이 지나간다. 트럭의 짐칸에 회갈색의 포장이 무언가를
가리고 있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지나간다.
트럭은 마을의 주앙의 대로를 타고 마을 외각의 산쪽으로 간다.
산쪽에 나있는 길의 끝이 보인다. 하얀색으로 만들어진 2층 집이 보인다.
갈색의 지붕이 나름대로 어울리는 그 집의 2층의 창문이 열린다. 갈색의
긴 머리카락에 바람에 흐날리고 그 푸른눈이 허공을 주시 한다. 아니 허공
과 들판의 중간 지점인 그곳을 바라보고 있다.
파란색의 트럭이 보인다.
그리고 그위에 올라탄 붉은 머리카락의 사내가 보인다.
"아빠!!!!"
그 갈색 머리의 소녀가 2층 높이의 집에서 뛰어 내린다.
그리고 완벽한 착지자세 까지 시전하며 그 파란색 트럭을 향해 달려간
다. 마치 트럭에 정면 충돌 하려는 것처럼.
그리고 충돌 하기 5미터 앞에서…. 그녀가 날라차기를 시전 했다.
카앙!
완벽하게 쭉 뻗은 각선미가 돋보이는 다리가 특수 방탄유리로 만들어진
차의 프론트를 뚫어 버린다.
"흐엑!"
그 붉은 머리의 남자. 네르발은 고개를 꺽어서 그 발차기를 피했다. 그
러나 잠시후 그녀의 히프가 남아있는 유리를 전부 깨면서 네르발의 머리
를 강타한다. 그의 목에서 그가 미들킥으로 사람을 죽일때 나오던 소리
와 비슷한 소리가 나오면서 그가 앉았던 의자가 반쯤 부숴져 버렸다.
"무슨 짓이냐 이 무쇠다리 딸내미야!!"
"그걸 몰라서 물어 이 대머리 초기 단계의 노 중년 아저씨야!!"
"모른다 이 뚱띵이 딸아!"
"일주일간 출장을 갈거면 적어도 생활비나 먹을것이라도 남겨 놓고 가야
지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용돈 같은건 이미 한달재 안주면서 뭘 먹고 살
라는 거야! 덕분에 그 지긋지긋한 육포와 물로만 일주일을 버텼잖아!! 그
것도 일주일치도 아니고 딸랑 2일치만 남았잖아! 덕분에 난 5년 만에 도둑
질을 했다고! 추격하는 상점 주인들에게 실탄 쏘면서 위협 했던 기억이 아
직도 생생해!"
"다음부터 최루탄을 쓰란 말이다!"
"우리집이 무슨 무기 상이야?! 아빠가 전에 군생활 때려치면서 기념이랍
시고 슬쩍 해온 것들 뿐이잖아! 더군다나 저 프로그도 사실은 군의 극비
프로젝프인데 아빠가 슬쩍 한거잖아!"
"그럼 뭘로 먹고 살라고!!! 앞으로 5번만 하면 이짓도 끝이니까 이 프로
그도 팔아먹을 거야!"
"팔아 먹고 뭘할려고? 불법 무기상?! 마피아?! 아니면 다시 군바리라도
하려고?!"
"그딴거 안해 이 빌어먹을 년아!"
"잘도 안하시겠네 엿이나 드슈 멍청구리 아버지!"
이게 딸과 아버지 사이에 오고갈 대사인가.
"저기……."
"뭐 말이냐?!"
"뭐 가?!"
소년은 아무말도 못했다.
그 이유는 하나는 방탄 코팅된 차 유리를 발차기로 부숴 버린 괴력녀와
그런 괴력녀의 킥(정확히 히프~ 어택~)을 맞고 목이 부러지는 소리를
냈으면서 끄덕없는 초인이 둘이나 있었다.
"저는……. 이제 뭘하면 되죠?"
한마디로 소년은 지금 쫄았다.
괜히 온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과 같이 소멸되어 죽거나
저 두 초인에게 맞아 죽거나 둘중 하나다.
"뭐야 이 녀석은? 여자처럼 머리나 기르고."
"니 동생이야."
"뭐?! 뭐가 어쨰?! 내 그럴줄 알았어! 밖에서 애를 만들고와?! 생활비
남아 나시겠네!!"
"남아나! 남아 난다고! 걱정마!"
"밖에서 애나 만들어온 주제에…… 하여간 그 색마 같은 성격 볼때 내
가 알았어야 했어! 으이구! 돌아가신 엄마가 하늘에서 울고 있어 아빠!"
"아악! '만든거' 아니야! '만들어 진거' 주워 온거란 말이다!"
"전에 오빠도… 그렇게 주워 와서 죽었잖아."
소년은 그저 저 두 부녀의 대화 따위는 무시하고 올때 마을에 들려서
사온 자신의 짐을 일단 트럭에서 꺼내서 집안의 거실로 옴기고 있었다.
"어? 그세 다 옴긴 거야? 생각 보다 근성 있네?"
소년은 그게 지금 몇번째 듣는 말인지 기억마져 가물 가물 했다.
"그레 이름은 뭐야?"
그녀가 싱긋 웃으며 질문을 했다. 그러나 소년은 답할수가 없었다.
소년에게 이름은 없었다. 존재하지 않는 이름을 달아 줄수는 없었다.
"이넥스 제라드."
갑자기 부엌쪽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아빠의 성이 제라드 잖아. 당연히 제라드지."
"이넥스?…."
"그레. 뜻은 니가 직접 찾아봐. 그레야 훨씬 제미 있을테니."
소년은 싱긋 웃고 말았다.
뜻이라면 이미 알고 있다. 아주 오레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어라 웃었네."
"예?……."
"너말야 임마. 너 나와 만난지 3일만에 웃는 거야."
네르발은 그의 등을 토닥 거려 줬다.
"그런가요."
이넥스는 조용히 웃었다.
'이넥스. 그건 후회라는 뜻이잖아요.'
너무나도 잘알고 있는 단어가 자신의 이름이 되었다.
정말 멋집니다. 캬아! 감동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