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나온 동생 덕에 월요일 까지는 쓰기 힘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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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엘리니는 하프 오크에게로 다가갔다. 그 누구도 키엘리니에게 반론하지 못했다. 존재로 좌중을 압도하는 그녀가 다가옴에 방금 전까지 하프오크와 싸우던 이들이 그 자리를 피했다.
“저는 키엘리니 세스타니엘이라고 합니다. 네달렉스의 종으로서 그대를 이 도시를 떠날 때까지 보호하겠어요.”
키엘리니는 그렇게 말하며 하프오크에게 악수를 청했다. 하프오크는 여전이 떨떠름해보였지만 일단 내민 손을 무시할 수는 없는지 악수를 받았다.
“나는 야예이 할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어차피 나는 이런 괄시에는 익숙하오만 저 같은 하프오크를 감싸면 그대 교단의 이미지가?”
“그렇지 않아요. 네달렉스는 존재의의는 진정한 법의 실현. 누구도 부당하게 괴롭힘 당할 수 없지요. 오히려 이런 행위야 말로 네달렉스에 대한 기도와 같은 겁니다. 당신이 부담 가질 필요가 없어요.”
키엘리니는 상큼하게 말하고는 먼저 바텐더에게로 걸어갔다. 야예이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문득 모든 이의 시선이 키엘리니에게로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멍하니 키엘리니를 바라보고 있다. 아까와는 달리 아무도 야예이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야예이는 놀라워하며 키엘리니를 보았다. 확실히 자신도 그녀로부터 시선을 돌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무슨 마성의 여자도 아니고 이토록 사람의 시선을 붙잡는 힘이 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토른 조차도 그녀에게 호의적인 느낌을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단순히 외양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그나마 야예이는 끈질기게 수련한 평정심 덕에 자신을 유지하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어서 오세요. 방을 구하시려던 것 아니었나요?”
친절한 어조로 키엘리니가 말했다. 그 말에 야예이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시 상기시키고 바텐더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경비병이 내준 패를 내밀었다.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얇은 금판에는 마법사의 인장과 함께 세밀하게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바텐더는 그 패를 보고 기겁했다.
“이럴...! 엘리엔님의 손님이셨습니까? 이런 실례를... 설마 하프오크실거라고는. 당장 저희 집에서 가장 좋은 방을 수배하겠습니다. 목욕은 하실 런지요? 아니 식사는?”
아까까지만 해도 세 명의 무뢰한과 겨루는 야예이를 조소하며 바라보던 바텐더의 태도가 급변했다. 그는 경악에 찬 얼굴로 어조를 바꿔 야예이에게 황급히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열거했다. 패를 꺼낸 야예이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의 반응이었다.
물론 놀란 사람은 야예이 뿐만 아니었다. 옆에 서 있던 키엘리니도 놀란 듯 했다.
“흠. 당신도 위치 엘리엔의 손님이었군요. 저도 그녀에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란도스로 가고 있답니다. 제가 보호를 선언한 당신이 저와 같은 목적지로 가려고 한다니. 어쩌면 네달렉스께서 인도하심이 아닌가 하는 군요.”
키엘리니는 무척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쩌면 이 역시 네달렉스의 시험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억을 되찾고자 하면 긴 겨울이 찾아온다고 했었다. 기억을 되찾고자 하는 여정 중에 같은 목적지를 향해가는 사람을 만나다니. 마치 어떤 계시 같다고 키엘리니는 느꼈다.
“과장된 생각 같습니다만...”
“저는 동행을 청하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제 목적 때문에 보호자를 자처했음에도 이 도시 내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조금 걸렸어요. 잘 됐다는 생각이 드네요.”
청아한 미소를 띠는 키엘리니는 홀릴 듯 아름다웠다. 마치 보는 것만으로 눈이 멀어 버린다는 숲의 님프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강렬히 아름다운 이성에 느낄 수 있는 원초적인 성욕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지고한 존재에 대해 약한 것들이 이끌릴 수밖에 없는 것과도 같은 것이었다. 마치 눈앞에서 초월적인 무언가를 목도하는 것과도 같이 말이다. 하지만 야예이는 자신이 흔들린다는 기분이 들 때마다 에크로반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자신을 다 잡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에게 경의와 호감을 가진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목적지가 같다면 괜찮겠다고 생각됩니다.”
야예이는 말을 아꼈다. 더 이상 입을 열면 쓸데없는 말까지 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익숙해진다면 모르데 첫대면에서 그녀와 제정신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그 신의 사자와도 같은 고결함을 처음 보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 고결함에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니 말했다.
“다행이네요. 조금 저를 경계하시는 것 같아서 불안했어요.”
키엘리니는 야예이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 듯 그렇게 말했다. 야예이는 딱히 뭐라고 할말이 없었다. 분명 경계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녀의 초월적인 매력은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그에 야예이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이 네달렉스의 성기사는 법의 수호자답게 사람의 마음의 일부를 간파할 수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너무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요. 자, 그럼 저는 보호자로서 이 분의 옆방을 잡죠. 괜찮나요?”
바텐더는 멍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키엘리니의 물음에 답했다.
“물론입니다. 레이디. 레이디를 위한 방을 이 분의 옆방으로 잡도록 하겠습니다. 야, 톨! 어서 우리 여관 최고의 방을 잡아드려라. 당장 준비해!”
바텐더는 자신의 뒤에서 키엘리니는 쳐다보고 있던 소년에게 소리쳤다.
“예! 예엣!”
소년는 깜짝 놀라 소리치고는 이층으로 쿵쾅쿵쾅 뛰어올라갔다. 그에 바텐더는 골치 아프다는 듯 한 번 더 소리 질렀다.
“이 멍청아! 야예이경과 기사 키엘리니님을 안내해드려야 할 거 아니냐.”
“야예이경?”
한 번도 칭해져 본 적 없는 높은 호칭에 야예이는 기겁했다.
“저는 그런 위치가 아닙니다! 그냥 보잘 것 없는 레인저입니다.”
“그렇지만 엘리엔님과 친분이 있는 이상 저희에게는 경과 같은 지위나 마찬가지십니다.”
바텐더의 말에 야예이는 한 번 더 놀랐다. 대체 그녀가 어떤 인물이기에 이정도의 대우를 받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귀족 사칭은 중죄입니다. 그리고 대체 엘리엔이란 분은 어떤 분이시기에 그렇게까지 하는 것 입니까?”
야예이가 그런 질문을 하는 사이에 톨이 다시 뛰어내려 왔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안내해야할 사람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아, 죄송합니다.”
급히 사과하는 톨의 머리를 바텐더가 쥐어박았다. 그리고 바텐더는 야예이에게 오히려 의외라는 얼굴로 말했다.
“네? 모르신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그 패는 엘리엔님이 굉장히 중요한 분에게만 드리는 것입니다. 그것을 주셨다면 분명 엘리엔님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계시다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아닙니다. 저는 엘리엔이란 분을 만나 뵈지도 못했습니다. 단지 돌아가신 스승님의 유지에 따라 서신을 전하려는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그 돌아가신 스승님이란 분께서 엘리엔님에게 중요하신 분이셨을 겁니다. 그분은 어느 정도 예지력과 천리안을 가지고 계시니 어쩌면 당신이 스승님을 대리하여 이곳에 올 것이란 것을 예언하셨을 지도 모르지요.”
바텐더의 말은 타당성 있어 보였다. 마법사라는 존재들은 누구도 모르는 일을 때론 알곤 한다고 에크로반으로 부터 들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야예이와 바텐더의 이 대화를 키엘리니도 유심히 듣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의 기억을 되찾게 해줄 중요한 단서를 알지도 모르는 자였다. 친우의 죽음을 예지하고 그 제자가 찾아올 것을 예측할 정도라면 분명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대사제 엘리우스의 추천은 틀림없는 것이었다.
“그런 대단한 분이 스승님과 아는 사이였다니...”
야예이는 오늘은 놀랄 일들뿐이라고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면 에크로반은 그를 줍기 전의 과거 이야기는 잘 하지 않았다. 그저 세상을 떠돌아다녔다는 이야기를 해줄 뿐이었다.
바텐더는 말을 이었다.
“뭐, 저희는 그분에게 은혜를 입은 것이 있지만 그분이 어떤 속내를 가지고 계신지 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분명이 엘리엔님을 만나시면 모두 알게 되실 겁니다. 그러니 오늘은 푹 쉬시고 내일 출발하도록 하시죠. 레이디도 엘리엔님의 손님이라고 하니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식사도 저희가 준비할 테니 오늘은 느긋이 쉬십시오.”
바텐더의 말에 야예이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자, 그러면 따라오세요. 저희 여관 최고의 방을 보여 드리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톨의 뒤를 따라 키엘리니와 야예이는 계단을 올랐다. 야예이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따라오는 토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생각에 잠겼다.
스승님의 친우라는 그 엘리엔이란 사람에게 스승님은 대체 무엇을 전하려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야예이는 깊이 피로가 몰려옴을 느꼈다. 오늘은 어쩌면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궈 피로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야예이는 신나게 이노의 여관에 대해 설명하는 톨과 그 예기를 들어주는 케일리니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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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