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Depression Wish : 마루 - 41
2008.03.10 20:05
옷을 정리한 뒤 자리에 대충 몸을 뉘인다.
한 시간도 안되어 되돌아 온 것 같다.
"로베스.... 라...."
조금 전, 에렐을 찾아왔다는 한 여성의 이름을 중얼거려본다.
에렐과는 반대로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사람.
에렐을 위해, 거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연고 따위라고는 전혀 있는 이 곳까지 오게 된 사람.
친한 사이인 것 같았다.
에렐 역시 놀라기는 했지만, 딱히 싫어하는 기색은 없었던 것 같고....
조금은,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뭐야? 그 녀석. 주변에는 아무 것도 안 남은 것처럼 이야기 하더니."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쓴 웃음을 짓는다.
이전에 들었던 에렐의 이야기.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버젓이 살아 남아 이렇게 에렐을 찾아 온 친구의 모습을 보면 역시 그런 그런건 잘못된 착각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쩐지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후아암."
길게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랜만에 만난 둘에게 편한 시간을 보내게 해 준다고 집에 온 것 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딱히 할 일이 없다.
이전에는 일이라도 했었지만, 지금은 에렐의 개인 교사 일을 하고 있을 뿐.
게다가 그 개인 교사라는 일은 하루 종일 하는 일이기에 딱히 다른 일거리를 찾아 보기도 애매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고보니, 통장 잔고는 괜찮으려나..."
뭐, 아직은 여유가 있을 것 같지만...
이전부터 일하면서 모아왔던 액수는 상당수.
애시당초 별로 돈을 쓰고 다니는 타입도 아닌지라,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하면 돈이 나갈 일 따위도 없었따.
어림잡아 계산해보니, 대충 1년 이상은 충분히 버틸 정도인 듯 싶다.
어디까지나 별 다른 큰 일이 없다는 가정 아래일 뿐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돈을 벌어야 할려나..."
뒷머리를 가볍게 긁으며 중얼거린다.
돈 욕심 같은 것은 남들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지만,
그래도 수입원이 없다는 것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집에서 짬을 내어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찾아봐야 하나?
최소한 방세 정도의 수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신문 광고라도 뒤져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
휴대 전화도 끊어버릴까 하는 생각에 잠시 피식 하고 웃은 뒤, 전화번호를 확인한다.
그 곳에 써 있는 익숙한 이름을 보고 잠시 한숨.
그러고보니 최근 전화를 한 적이 없구나, 이 녀석도.
무슨 바쁜 일이 있던 것일까? 하고 생각하며 전화를 받는다.
"응. 무슨 일이야?"
[아, 오빠? 지금 통화 돼?]
조금은 조심스러워 하는 목소리.
언제나와 같은 멘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다.
"응. 괜찮아. 왜 전화 한거야?"
[오빠한테 전화하는데 용건이 있어야 하는거야?]
살짝 투덜거리는 말투.
재빨리 아니라고 달래준 뒤에 대답을 기다린다.
[아니, 그냥... 생활비 넣었다고...]
살짝 말을 흐린다.
하나뿐인 오빠를 걱정해주는 것 만은 참 고맙다.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연락이 닿는 것은 오직 이 녀석 뿐.
하지만, 그렇게 멋대로 집을 나온 사람을 계속 챙겨주려 하는 동생의 모습에는 확실히 미안한 감도 있었다.
"너도 쓸 일 많을텐데... 그렇게까지 해도 되는거야?"
[괜찮아. 그리 큰 액수도 아닌데 뭘....]
그 말에 살짝 쓴 웃음이 나온다.
큰 액수가 아니라고? 왠만한 아르바이트 월급 수준은 되는 액수가?
통장 속에 매달 들어오는 돈.
스스로 받을 자격도, 받고 싶은 마음도 없기에 돌려 보내려 했지만 녀석의 간곡한 요청에 결국 받아들은 금액은 상당량.
하지만 그 것을 쓸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기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동생의 지원금.
아, 이자는 잘 붙고 있겠네. 요즘 아무리 불경기라고는 해도...
그 것도 이제 거의 2년째다.
이 정도 액수라면 저 녀석의 봉급 중 반 이상을 떼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
언젠가, 반드시 그대로 돌려줘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저기, 오빠?]
"... 생각 없어."
[... 하지만...]
"... 미안해. 하지만 알잖아."
오늘도, 조심스레 건네진 권유.
하지만 그에 언제나와 같은 답을 돌려보낸다.
더 이상, 그 곳에는 가지 않으리라.
더 이상은...
[... 알았어. 하지만 다시 생각 좀 해 줘.]
그리고, 결국 오늘도 녀석은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물러난다.
그 말에 알았노라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고 자리에 눕는다.
"후으...."
한숨이 새어나온다.
그 놈의 집구석, 박차고 나온 것이 언제인데...
손 벌리는 것 조차 싫어 대학까지 때려친 채로 살고 있는 내게, 동생 만은 계속 손을 내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있는 곳은 들어가기 싫어.
그 것이 내 솔직한 감상.
이미 그 곳은 지옥이었다.
그렇기에...
"쳇."
혀를 찬다.
기분이 더러워졌다.
한 시간도 안되어 되돌아 온 것 같다.
"로베스.... 라...."
조금 전, 에렐을 찾아왔다는 한 여성의 이름을 중얼거려본다.
에렐과는 반대로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사람.
에렐을 위해, 거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연고 따위라고는 전혀 있는 이 곳까지 오게 된 사람.
친한 사이인 것 같았다.
에렐 역시 놀라기는 했지만, 딱히 싫어하는 기색은 없었던 것 같고....
조금은,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뭐야? 그 녀석. 주변에는 아무 것도 안 남은 것처럼 이야기 하더니."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쓴 웃음을 짓는다.
이전에 들었던 에렐의 이야기.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버젓이 살아 남아 이렇게 에렐을 찾아 온 친구의 모습을 보면 역시 그런 그런건 잘못된 착각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쩐지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후아암."
길게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랜만에 만난 둘에게 편한 시간을 보내게 해 준다고 집에 온 것 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딱히 할 일이 없다.
이전에는 일이라도 했었지만, 지금은 에렐의 개인 교사 일을 하고 있을 뿐.
게다가 그 개인 교사라는 일은 하루 종일 하는 일이기에 딱히 다른 일거리를 찾아 보기도 애매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고보니, 통장 잔고는 괜찮으려나..."
뭐, 아직은 여유가 있을 것 같지만...
이전부터 일하면서 모아왔던 액수는 상당수.
애시당초 별로 돈을 쓰고 다니는 타입도 아닌지라,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하면 돈이 나갈 일 따위도 없었따.
어림잡아 계산해보니, 대충 1년 이상은 충분히 버틸 정도인 듯 싶다.
어디까지나 별 다른 큰 일이 없다는 가정 아래일 뿐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돈을 벌어야 할려나..."
뒷머리를 가볍게 긁으며 중얼거린다.
돈 욕심 같은 것은 남들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지만,
그래도 수입원이 없다는 것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집에서 짬을 내어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찾아봐야 하나?
최소한 방세 정도의 수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신문 광고라도 뒤져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
휴대 전화도 끊어버릴까 하는 생각에 잠시 피식 하고 웃은 뒤, 전화번호를 확인한다.
그 곳에 써 있는 익숙한 이름을 보고 잠시 한숨.
그러고보니 최근 전화를 한 적이 없구나, 이 녀석도.
무슨 바쁜 일이 있던 것일까? 하고 생각하며 전화를 받는다.
"응. 무슨 일이야?"
[아, 오빠? 지금 통화 돼?]
조금은 조심스러워 하는 목소리.
언제나와 같은 멘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다.
"응. 괜찮아. 왜 전화 한거야?"
[오빠한테 전화하는데 용건이 있어야 하는거야?]
살짝 투덜거리는 말투.
재빨리 아니라고 달래준 뒤에 대답을 기다린다.
[아니, 그냥... 생활비 넣었다고...]
살짝 말을 흐린다.
하나뿐인 오빠를 걱정해주는 것 만은 참 고맙다.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연락이 닿는 것은 오직 이 녀석 뿐.
하지만, 그렇게 멋대로 집을 나온 사람을 계속 챙겨주려 하는 동생의 모습에는 확실히 미안한 감도 있었다.
"너도 쓸 일 많을텐데... 그렇게까지 해도 되는거야?"
[괜찮아. 그리 큰 액수도 아닌데 뭘....]
그 말에 살짝 쓴 웃음이 나온다.
큰 액수가 아니라고? 왠만한 아르바이트 월급 수준은 되는 액수가?
통장 속에 매달 들어오는 돈.
스스로 받을 자격도, 받고 싶은 마음도 없기에 돌려 보내려 했지만 녀석의 간곡한 요청에 결국 받아들은 금액은 상당량.
하지만 그 것을 쓸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기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동생의 지원금.
아, 이자는 잘 붙고 있겠네. 요즘 아무리 불경기라고는 해도...
그 것도 이제 거의 2년째다.
이 정도 액수라면 저 녀석의 봉급 중 반 이상을 떼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
언젠가, 반드시 그대로 돌려줘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저기, 오빠?]
"... 생각 없어."
[... 하지만...]
"... 미안해. 하지만 알잖아."
오늘도, 조심스레 건네진 권유.
하지만 그에 언제나와 같은 답을 돌려보낸다.
더 이상, 그 곳에는 가지 않으리라.
더 이상은...
[... 알았어. 하지만 다시 생각 좀 해 줘.]
그리고, 결국 오늘도 녀석은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물러난다.
그 말에 알았노라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고 자리에 눕는다.
"후으...."
한숨이 새어나온다.
그 놈의 집구석, 박차고 나온 것이 언제인데...
손 벌리는 것 조차 싫어 대학까지 때려친 채로 살고 있는 내게, 동생 만은 계속 손을 내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있는 곳은 들어가기 싫어.
그 것이 내 솔직한 감상.
이미 그 곳은 지옥이었다.
그렇기에...
"쳇."
혀를 찬다.
기분이 더러워졌다.
마루는 사실 대단한 집의 아들이었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