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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Depression Wish : 마루 - 21

2008.01.24 20:13

카와이 루나링 조회 수:190

갑작스러운 에렐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수저를 떨어뜨려 버렸다.
심장이 갑작스럽게 뛰기 시작한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지나칠 정도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저, 저기…… 에렐?”

“무슨 문제 있나?”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건넨다.
하지만 에렐은 오히려 그런 나의 태도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러니까, 문제가 많다고…….

“그, 괜찮은거야?”

“뭐가 말인가?”

조심스레 말을 건네보지만 역시 에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묻는다.

“‘연’에서는 올바른 예절인가? 이런 밤에 손님을 보내는 것이?”

에렐의 말에 고개를 붕붕 저었다.
이미 머릿속이 하얗게 타 버린 지금, 입에서 말을 꺼낼만한 여유는 느껴지지 않는다.

“손님방은 항상 준비중이다. 그러나 자고 가는 것을 권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며 다시 고개를 숙여 밥을 먹기 시작한다.
하지만 난 도무지 에렐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그런 의미가 아니라니까…….

버릇처럼 에렐의 말실수를 고쳐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곧 묻혀버린다.
그저 당황한 채로, 수저를 집어 올리려다가 다시 한 번 떨어뜨려 버린다.
에렐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들고 이상하다는 듯이 날 바라보았다.

“문제 있나?”

많아!

하고 싶은 말이 턱 아래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꺼내지 못한다.
그런 말을 당연하다 여기는 듯한 에렐의 태도를 보자 거절할 마음이 사라져 버린다.
오히려, 거절을 하는 것이 우습게 보일지도 모른다.
아니, 실례가 될 듯한 분위기였다.

“그, 에렐?”

뛰는 가슴이 어느 정도 진정된 뒤에야 간신히 말을 꺼낸다.
에렐은 어느새 식사를 거의 마쳐가고 있었다.
말없이 이쪽을 바라보는 에렐에게 조심스레 물어본다.

“이런 일, 자주 있는거야?”

자신도 무슨 의미로 꺼냈는지 알 수 없는 질문.
하지만 에렐은 내 말을 어떻게 해석한 것인지 되묻지 않는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할 뿐.

“너무 늦게 손님을 보내는 것은 실례다. 그 이유로 항상 집에는 빈 방을 준비해 두었다.”

무덤덤한 투로 답하는 에렐.
날 바라보는 에렐의 눈빛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자고 가라. 방은 다 먹고 안내해주지.”

그렇게 말하며 에렐은 식사를 마친 것인지 식기를 내려놓는다.
아직 약간의 음식이 남아있지만 식욕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뭐, 그거야 나도 매한가지였지만.
수저를 내려놓는다.

“다 먹은건가?”

“으, 응.”

에렐의 질문에 답한다.
에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따라와라.”

말을 던지기가 무섭게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는 에렐.
결국은 무어라 말하지 못한 채 그 뒤를 따른다.




“여기다. 더 필요한 것 있나?”

에렐이 안내한 방은 1층에 있는 커다란 방이었다.
아마도 이곳이 안방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작은 침대 두 개와 둥근 탁자, 그리고 의자.
옷을 넣는 곳은 이전과 마찬가지고 벽장 안인가 보다.
익숙한 방의 변해있는 모습을 둘러보며 되묻는다.

“아니, 충분해. 그럼 에렐은 어디서 자는거야?”

물론 손님용 방이라고 했지만.
혹시나 에렐의 잠자리를 빼앗은 것은 아닌가 싶어 조심스레 묻는다.
하지만 에렐은 말없이 머리 위를 가리킬 뿐이었다.

손끝을 따라간다.
보이는 것은 천장.
그제서야 위층에 무엇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에렐은, 그 곳이 마음에 들었으리라.

“아아, 거긴가…….”

가만히 중얼거린다.
2층에 있는 방.
개폐식 차폐막과 천창이 있어, 언제라도 하늘을 볼 수 있는 방.
틀림없이 그 곳은…….

“이 집을 잘 아는 모양이군."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에렐의 말에 묻혀버린다.
고개를 돌리자, 에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이 쪽을 힐끔 보았을 뿐이었다.

지나가는 투로 던져진  에렐의 말.
하지만 그 짧은 한 마디를 듣는 순간 다시 한 번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한다.

특별한 답이 없는 내 모습을 본 에렐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있을까?
아니면, 에렐은 이미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던 것일까?

갑작스러운 에렐의 말에 두근거리는 가슴.
하지만 에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무덤덤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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