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그녀]의 이야기 : n번째 세계-코야마가-05
2008.01.13 03:56
2008. 1. 13 초회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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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촤아악-하는 시원한 소리. 하지만 결코 기분 좋은 소리라고 할 수는 없다.
액체를 베는듯한 느낌이지만, 고여있는 물을 베는것같이 약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폭포같이 거센 물줄기를 벤다고 하기엔 박력이 부족한 소리이다. 오히려 액체상태의 무언가에 박힌다는 느낌의 소리.
"......"
리겔은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리겔과 그의 검이 멈췄다. 아니, 멈춰졌다.
리겔과 카미루 사이의 공간-2미터 남짓한 곳에 공간이 잘린듯한 균열이 생겼다. 사람 한명 지나갈 정도의 둥근 원. 어둠마저 삼켜버릴것 같은 어둠 속에서, 코야마 미즈루가 있었다.
"감히..."
미즈루는 공간에서 허리정도부터 몸의 절반 정도만 나와있었다. 그리고 리겔의 검을 막듯이 뻗은 오른팔은-새빨갛다. 그 팔은 확실히 리겔의 검을 막고 있었지만, 그 피가 그녀의 팔에서 나온건 아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녀의 몸에서 나온 피가 맞지만, 리겔의 검에 의해 상처가 생겨 난 피가 아닌것이다.
"감히 네놈이..."
염색체 수준에 각인되어있는 마법진에 의한 발동. 체내의 혈액의 흐름을 자유롭게 조절하고 신체 조직의 파열 없이 외부로 혈액을 배출하여 조종하는 술법. 미즈루의 붉은 오른 팔도 그녀의 체내에서 나온 피를 두껍게, 방어구처럼 팔 주변에 두른듯한 모습이다.
"우리 언니에게 칼을 들이밀어!!!"
미즈루는 소리지르며 팔을 휘두른다. 리겔은 검을 당기며 뒤로 물러선다. 미즈루의 팔에선 피가 한방울도 튀기지 않고 다시 사라진다.
"언니와 네놈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몰라."
미즈루는 공간에서 몸을 빼낸다. 허리 아래가 나오고 오른발, 왼발, 완전히 나오자 둥글게 잘려나간 공간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하지만 말이지..."
미즈루의 표정이 무섭게 변한다. 정말로 화가 났다는듯이.
"설령 언니가 어떤 짓을 했다고 해도, 언니에게 칼을 들이민것만으로도 네놈은 사형감이라는거지!!!"
논리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하지만 애정만은 가득 담긴, '선언'.
"미, 미즈루..."
"걱정마. 이제 내가 상대할테니까. 언니는 걱정할것 없어."
미즈루는 카미루를 뒤로 감싸며 말한다.
"아니...구해준건 고맙지만 내가 원인이고..."
"말 했잖아. 언니가 잘못했더라도-언니에게 칼을 들이밀면 당장 사형이라고, 그건."
그리고 시선을 다시 리겔에게 돌린다.
"그래.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무릎꿇고 빌며 평생을 언니와 내 밑에서 사죄하며 지낸다면 용서해줄 생각도 있는데?"
"귀찮군..."
리겔은 듣지 않는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카미루가 들고있는 공책에만 쏠려있다. 그리고 다시 움직인다. 미즈루를 피해 옆쪽으로 돌아 카미루에게 가려는 움직임,
"놔둘까봐!!"
미즈루는 옆쪽으로 몸을 날린다. 그러나-
리겔을 막지 못했다. 리겔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꺄앗!"
카미루의 비명. 미즈루가 돌아보자 리겔은 천정에서 카미루를 향해 뛰어내리고 있었다. 애초에 미즈루의 옆으로 돌아간다는 움직임은 페인트. 이쪽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카미루는 뒤돌아 도망가려고 하지만 리겔에게 머리카락을 잡힌다.
"언니!"
미즈루가 소리치며 팔을 허공에 크게 휘두른다. 그녀의 손 부분에서부터 피처럼 붉은 파장이 나가 리겔의 등을 채찍처럼 후려친다.
"크읏,"
리겔의 등을 크게 후려친 채찍은, 그의 옷과 등을 찢었다. 리겔의 등에선, 채찍과 다른 붉은 액체-자신의 피가 튀었다. 덕분에 리겔은 카미루의 머리를 잡은 손을 놓치고, 카미루는 달리기 시작한다.
"언니! 얼른 도망가! 이녀석은 내가 붙잡아 둘테니까!"
"소용없어."
하지만 리겔은 따라갈 생각도 안하고 가만히 서서 말한다. 그의 등에선 어느새 피가 멈춰있다.
"학교 부지와 외부공간은 차단됐다. 물리적으론 나가거나 들어갈 수 없어. 이동을 하려면 아까처럼-특수한 방법으로 공간 자체를 전이시켜서 오든지 해야겠지."
아까 대기가 바뀐듯한 느낌은 리겔에의해 공간이 차단되며 생긴 단절감일것이다.
"걱정마. 학교 내부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모두 내보내고 들어온것이니까."
"그렇다는건, 이렇게 될거라는걸 알고서 왔다는거야?!"
카미루가 놀라며 묻는다.
"...어느정도는."
그리고 긍정의 대답.
"언니, 더 들을것도 없어. 이런 놈, 내가 금방 처리하고 갈테니 언니는 어디든지 피해있어."
미즈루는 여전히 험악한 표정으로 리겔을 노려본다.
"하지만 내가 원인이고..."
하지만 듣지않는다. 미즈루는 리겔을 향해 달려간다. 리겔도 드디어 미즈루를 인식하기 시작했는지, 그녀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리겔은 몸을 낮추고 검을 내려 위로 휘두른다. 미즈루는 점프를 해 공격을 피한다. 그리고는 리겔의 뒤쪽에 착지해 그를 향해 찌르듯이 발차기를 한다.
퍽-둔탁한 소리와함께 미즈루의 발차기에 맞은 리겔의 몸이 1, 2미터 쯤 날아간다. 체격적으로는 리겔쪽이 훨씬 우세하지만 미즈루도 싸움의 기술과 단련을 늦추지 않았고 공격때문에 리겔의 자세가 흐트러져 있어서 제대로 들어간 것이다.
리겔도 다시 자세를 잡는다.
'역시, 안되겠군...'
리겔은 그렇게 생각하며 허공에 팔을 뻗는다. 미즈루는 의아해하며 보고있자 어느새 그의 왼팔엔 검집이 쥐어져있고, 그는 자신의 검을 꽂고, 허공에 놓았다. 그러자 검은 나타났을때처럼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검을 집어넣어도 되는거야? 지금 밀리고 있잖아? 하긴, 그런 낡은 검으로 어디 제대로 베어지기나 하겠냐만."
리겔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빠르게 몸을 움직일 뿐. 달려나가 미즈루의 앞쪽에 도착한 그는 양손으로 바닥을 집고 몸을 돌려 그녀에게 발을 휘두른다. 하지만 어찌보면 너무 뻔한 공격. 미즈루도 몸을 뒤로 날려 피한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달려온 속력에 다리를 휘두른 움직임까지, 관성을 최대한 실어 리겔은 바닥에서 손을 놓는다. 그의 몸은 공중으로 떠올라 뒤로 피한 미즈루를 따라간다. 이번엔 공중에서 바닥까지 손톱으로 크게 할퀸다는 느낌의 공격.
"칫,"
미즈루도 이번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뒤로 빠지는 움직임을 멈췄다. 대신 손을 아래서 위로 쳐올린다. 리겔과 정 반대되는 행동. 그러자 그녀 앞엔 커다란 피의 벽이 생긴다.
촤악,
다시 한번 액체를 베는듯한 소리. 리겔의 손톱은 미즈루가 펼친 피의 벽에 막힌다. 미즈루에겐 타격이 없지만, 피의 벽은 완전히 찢겨져 사라졌다. 쿵-하고 리겔의 손이 바닥에 박힌다. 리겔이 다시 손을 빼냈을땐 복도 바닥엔 구멍과 균열이 나있었다.
"언니, 조금만 세게 갈게."
미즈루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으..."
그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으아아아아아...!!!!!!"
이윽고 신음소리는 외침으로 바뀌며 그녀가 고개를 든다.
그녀의 모습에서 특별히 바뀐것은 없다. 바뀐것은 분위기. 지금까지보다 분명 훨씬 강렬하고, 강력하다. 존재감 자체가 다르다.
"이쯤 했으면, 살아갈 생각은, 않는거지?"
그렇게 말하며-엄청난 속도로 사라졌다. 그녀는 순식간에 리겔의 등 뒤에 나타서 그를 주먹으로 찌른다. 그리고 다시 엄청난 속도로 사라졌다가, 이번엔 리겔의 앞에 나타나 복부를 팔꿈치로 후려친다.
"크억,"
ㄱ자로 꺾여진 리겔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그대로 아래서 차올린다. 리겔은 공중으로 띄워진다. 미즈루는 그를 추격한다. 공중에서 그의 옆구리를 차서 더 높이 띄운다. 하지만 건물 안이라 리겔은 천장에 부딛친다. 그리고 떨어지는 그를 다시 추격해, 그의 등을 발꿈치로 크게 찍어 바닥으로 떨어트린다. 미즈루는 여유롭게 바닥에 착지한다.
미즈루는 카미루와 리겔의 사이에서 카미루를 가로막으며 서있다.
"크, 윽...이렇게 맞아보는건...처음일...지도 모르겠군. 큭큭큭."
리겔은 말을 끌며 일어난다. 이렇게 실컷 얻어 맞았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웃으며. 그리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듯이 다시한번 말한다.
"공책만 넘겨주면 다 끝날 일이다."
"공책?"
미즈루는 그제서야 카미루의 손에 들려있는 검정색 공책을 발견했다.
"저 공책이 뭔데?"
"알 것 없다."
리겔은 딱 잘라 말한다.
"어쨌든 다른 사람의 손에 들려있기엔 안좋은 물건이야. 어서 넘겨라."
하지만 카미루는 공책을 감싸며 물러난다.
"안돼.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어. 믿지 못하는 사람에겐 돌려줄 수 없어."
"......"
무언의 응답. 싸늘한 느낌.
"좋아. 그럼 마음대로 하라고!"
갑자기 리겔이 흥분하며 외친다.
"공책이고 뭐고, 내가 알 바 뭐야? 아무 일 없으라고 남이 일부로 힘써가면서 만류하는데, 콧등으로도 안듣고. 그래, 어디 보자고! 그걸 가지고 가서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리겔은 발을 돌려 걸어간다.
"그냥 보낼줄알고!"
미즈루는 리겔을 뒤쫓는다. 그녀와 리겔과의 거리는 반도 좁혀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멈춘다. 그러자-그녀의 앞으로 붉은 잔상같은게 나간다. 피가 응축되어 만들어진, 미즈루의 형상은-그대로 리겔에게 돌진해 어깨로 그를 들이받는다. 하지만 리겔 역시 몸을 살짝 틀어 간단히 피한다.
"!!!"
이번엔 미즈루도, 카미루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미즈루의 잔영 공격을 피한 직후, 리겔의 모습은 사라져있다.
"미즈루!!!"
카미루가 소리치고 미즈루가 돌아보지만니 리겔은 이미 그녀의 뒤에 있었다. 미즈루는 재빠르게 반격을 취-하려고 했지만, 그것 또한 페인트. 리겔은 현재 미즈루의 뒤에 있었다. 즉, 잔영 공격을 피한 직후 전진을 해서 미즈루에게 접근한 것이다.
"아,"
리겔은 미즈루의 양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는 자신을 향해 그녀의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미즈루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감싸듯 잡고, 자신의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마치 다정하게 키스를 하는듯이.
"으, 아..."
하지만 미즈루의 입에선 제대로 된 신음소리가 나온다. 입은 막히지 않았다. 리겔의 얼굴이 향한 곳은 그녀의 목. 리겔은 그녀의 목을 물고 있었다.
충격과 정적.
그 잠시간의 공백을 깨고, 리겔은 미즈루를 놓아주었다. 그리곤 물러나듯 성큼 뒤로 뛰었다.
"잠재되어있는 마력(힘)...생명(피)을 마력(힘)으로 바꾸는게 아닌, 마력(힘)을 이용해 생명(피)을 이끌어 방출하는 방식. 마력(힘)의 원천은 알 수 없지만, 유전자 레벨로 각인되어있는 마법진..."
리겔은 입에서 흐르는 미즈루의 피를 손으로 닦으며 말한다.
"매우 유사한 유전자. 순수한 혈통으로 마력(힘)을 보존하기 위한 근친혼인가? 이정도 순수함...코야마가의 초월자로군."
리겔은, 한손으로 그에게 물린 곳을 감싸고있는 미즈루를 본다. 아까까지의 분노보다는 놀랐다는 표정이 역력한 그녀의 표정. 카미루 역시 충격에 감싸여있다.
"이 공간에 침입한 방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정도의 순수함이라면 납득이 가는군. 나를 이정도로 몰아붙인 것 까지도."
그리곤 미소짓는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피좀 빨린다고 어떻게 되는것도 아니잖아? 아, 물론 그만큼 체력은 빼앗기겠지만. 피좀 빨렸다고 나한테 종속된다거나 하진 않아. 무엇보다 난 그런 재미없는 흡혈귀들이 아니거든. 게다가-만약 그렇다고 해도 겨우 이정도 빨렸다고 종속될 정도로 약하진 않을것아냐?"
리겔의 말이 끝나자 미즈루는 목에서 손을 뗀다. 피는 묻어있지만 분명 멈췄다. 빨린 피의 양도 매우 적고 몸에도 별 다른 영향은 없는것같다. 그리고 다시 그를 노려본다.
"그 공책이든 너희든, 어찌 돼도 상관없다고 말했지만, 아니다. 아무리 코야마가 정도의 능력이라도, 이 일은 사정이 달라. 너희들이 가지고 있기엔 '녀석'은 너무 위험해."
무슨,
이라며 미즈루가 반박하려는 순간.
"역시...실망시키지 않는군, 리겔공."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동이야. 이정도까지 일을 재밌게 일을 이끌어주다니."
그리고 주변이 바뀌었다.
방금전까진 학교 복도였을텐데-그들은 황량한 황무지 위에 서 있었다.
달이 떠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별이 더 밝게 보이지도 않는 어두운 밤 하늘.
그 하늘 위에-잿빛의 존재가 날개를 펴고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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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인가요?
안~녕~하~세~요~
하는 늘어지는 느낌으로 인사를 하면 여러분도 늘어지시나요?
[...
n번째 세계-코야마가 5번째 입니다.
음...전투씬...이긴 한데요, 이게 제대로 됐나...?
아 모릅니다 몰라...어쨌든 리겔도 미즈루도 여러가지 의미로 먼닭들이니까...
상관없겠죠...?
이번 편에서 미즈루가 등장해 카미루를 도와준다는건...벌써 많은 분들에게 간파당했습니다.
우와앙-슬퍼요...그만큼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있다는건 기쁘지만...
그리고 등장합니다. 드디어...
후후후-
솔직히 언제 등장시킬진 굉장히 고민했는데, 지금 나오는군요.
조금 빠른 감도 있긴 하지만, 괜찮을거라 믿습니다.
[...
라고 쓰면 굉장히 무계획하고 무책임하게 글을 쓰는것 같잖...(←사실이다)
[...
살려주세요...
개인적으로 최근 가장 재밌게 읽고 있는 소설은
카마치 카즈마 선생님의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Index)' 입니다.
뭐랄까-말이 필요없어요 그냥 재밌어요. 짱이에요.
이정도의 작품을 쓰려면 어느정도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까...싶지만,
저 정도로 해서는 택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분발해야죠...
어쨌든-안읽어보신 분이라면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세요.
아니, 기회를 내서 읽어보세요.
"애니 나올것 같으니 애니 나오면 보자" 로는 안돼요. 원작으로 즐기세요!
[...
어째 책 광고가 돼버렸군요.
음...지금 시각은 약 새벽 3시 50분경...
졸리군요...그 덕분인지 막막 오타가 잔뜩 나고있답니다...GG
아, 드디어 키보드와 마우스를 돌려받았습니다!
행복해...
라는 잡설들로-오늘도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이번에도 후기가 더 긴것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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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촤아악-하는 시원한 소리. 하지만 결코 기분 좋은 소리라고 할 수는 없다.
액체를 베는듯한 느낌이지만, 고여있는 물을 베는것같이 약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폭포같이 거센 물줄기를 벤다고 하기엔 박력이 부족한 소리이다. 오히려 액체상태의 무언가에 박힌다는 느낌의 소리.
"......"
리겔은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리겔과 그의 검이 멈췄다. 아니, 멈춰졌다.
리겔과 카미루 사이의 공간-2미터 남짓한 곳에 공간이 잘린듯한 균열이 생겼다. 사람 한명 지나갈 정도의 둥근 원. 어둠마저 삼켜버릴것 같은 어둠 속에서, 코야마 미즈루가 있었다.
"감히..."
미즈루는 공간에서 허리정도부터 몸의 절반 정도만 나와있었다. 그리고 리겔의 검을 막듯이 뻗은 오른팔은-새빨갛다. 그 팔은 확실히 리겔의 검을 막고 있었지만, 그 피가 그녀의 팔에서 나온건 아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녀의 몸에서 나온 피가 맞지만, 리겔의 검에 의해 상처가 생겨 난 피가 아닌것이다.
"감히 네놈이..."
염색체 수준에 각인되어있는 마법진에 의한 발동. 체내의 혈액의 흐름을 자유롭게 조절하고 신체 조직의 파열 없이 외부로 혈액을 배출하여 조종하는 술법. 미즈루의 붉은 오른 팔도 그녀의 체내에서 나온 피를 두껍게, 방어구처럼 팔 주변에 두른듯한 모습이다.
"우리 언니에게 칼을 들이밀어!!!"
미즈루는 소리지르며 팔을 휘두른다. 리겔은 검을 당기며 뒤로 물러선다. 미즈루의 팔에선 피가 한방울도 튀기지 않고 다시 사라진다.
"언니와 네놈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몰라."
미즈루는 공간에서 몸을 빼낸다. 허리 아래가 나오고 오른발, 왼발, 완전히 나오자 둥글게 잘려나간 공간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하지만 말이지..."
미즈루의 표정이 무섭게 변한다. 정말로 화가 났다는듯이.
"설령 언니가 어떤 짓을 했다고 해도, 언니에게 칼을 들이민것만으로도 네놈은 사형감이라는거지!!!"
논리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하지만 애정만은 가득 담긴, '선언'.
"미, 미즈루..."
"걱정마. 이제 내가 상대할테니까. 언니는 걱정할것 없어."
미즈루는 카미루를 뒤로 감싸며 말한다.
"아니...구해준건 고맙지만 내가 원인이고..."
"말 했잖아. 언니가 잘못했더라도-언니에게 칼을 들이밀면 당장 사형이라고, 그건."
그리고 시선을 다시 리겔에게 돌린다.
"그래.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무릎꿇고 빌며 평생을 언니와 내 밑에서 사죄하며 지낸다면 용서해줄 생각도 있는데?"
"귀찮군..."
리겔은 듣지 않는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카미루가 들고있는 공책에만 쏠려있다. 그리고 다시 움직인다. 미즈루를 피해 옆쪽으로 돌아 카미루에게 가려는 움직임,
"놔둘까봐!!"
미즈루는 옆쪽으로 몸을 날린다. 그러나-
리겔을 막지 못했다. 리겔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꺄앗!"
카미루의 비명. 미즈루가 돌아보자 리겔은 천정에서 카미루를 향해 뛰어내리고 있었다. 애초에 미즈루의 옆으로 돌아간다는 움직임은 페인트. 이쪽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카미루는 뒤돌아 도망가려고 하지만 리겔에게 머리카락을 잡힌다.
"언니!"
미즈루가 소리치며 팔을 허공에 크게 휘두른다. 그녀의 손 부분에서부터 피처럼 붉은 파장이 나가 리겔의 등을 채찍처럼 후려친다.
"크읏,"
리겔의 등을 크게 후려친 채찍은, 그의 옷과 등을 찢었다. 리겔의 등에선, 채찍과 다른 붉은 액체-자신의 피가 튀었다. 덕분에 리겔은 카미루의 머리를 잡은 손을 놓치고, 카미루는 달리기 시작한다.
"언니! 얼른 도망가! 이녀석은 내가 붙잡아 둘테니까!"
"소용없어."
하지만 리겔은 따라갈 생각도 안하고 가만히 서서 말한다. 그의 등에선 어느새 피가 멈춰있다.
"학교 부지와 외부공간은 차단됐다. 물리적으론 나가거나 들어갈 수 없어. 이동을 하려면 아까처럼-특수한 방법으로 공간 자체를 전이시켜서 오든지 해야겠지."
아까 대기가 바뀐듯한 느낌은 리겔에의해 공간이 차단되며 생긴 단절감일것이다.
"걱정마. 학교 내부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모두 내보내고 들어온것이니까."
"그렇다는건, 이렇게 될거라는걸 알고서 왔다는거야?!"
카미루가 놀라며 묻는다.
"...어느정도는."
그리고 긍정의 대답.
"언니, 더 들을것도 없어. 이런 놈, 내가 금방 처리하고 갈테니 언니는 어디든지 피해있어."
미즈루는 여전히 험악한 표정으로 리겔을 노려본다.
"하지만 내가 원인이고..."
하지만 듣지않는다. 미즈루는 리겔을 향해 달려간다. 리겔도 드디어 미즈루를 인식하기 시작했는지, 그녀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리겔은 몸을 낮추고 검을 내려 위로 휘두른다. 미즈루는 점프를 해 공격을 피한다. 그리고는 리겔의 뒤쪽에 착지해 그를 향해 찌르듯이 발차기를 한다.
퍽-둔탁한 소리와함께 미즈루의 발차기에 맞은 리겔의 몸이 1, 2미터 쯤 날아간다. 체격적으로는 리겔쪽이 훨씬 우세하지만 미즈루도 싸움의 기술과 단련을 늦추지 않았고 공격때문에 리겔의 자세가 흐트러져 있어서 제대로 들어간 것이다.
리겔도 다시 자세를 잡는다.
'역시, 안되겠군...'
리겔은 그렇게 생각하며 허공에 팔을 뻗는다. 미즈루는 의아해하며 보고있자 어느새 그의 왼팔엔 검집이 쥐어져있고, 그는 자신의 검을 꽂고, 허공에 놓았다. 그러자 검은 나타났을때처럼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검을 집어넣어도 되는거야? 지금 밀리고 있잖아? 하긴, 그런 낡은 검으로 어디 제대로 베어지기나 하겠냐만."
리겔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빠르게 몸을 움직일 뿐. 달려나가 미즈루의 앞쪽에 도착한 그는 양손으로 바닥을 집고 몸을 돌려 그녀에게 발을 휘두른다. 하지만 어찌보면 너무 뻔한 공격. 미즈루도 몸을 뒤로 날려 피한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달려온 속력에 다리를 휘두른 움직임까지, 관성을 최대한 실어 리겔은 바닥에서 손을 놓는다. 그의 몸은 공중으로 떠올라 뒤로 피한 미즈루를 따라간다. 이번엔 공중에서 바닥까지 손톱으로 크게 할퀸다는 느낌의 공격.
"칫,"
미즈루도 이번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뒤로 빠지는 움직임을 멈췄다. 대신 손을 아래서 위로 쳐올린다. 리겔과 정 반대되는 행동. 그러자 그녀 앞엔 커다란 피의 벽이 생긴다.
촤악,
다시 한번 액체를 베는듯한 소리. 리겔의 손톱은 미즈루가 펼친 피의 벽에 막힌다. 미즈루에겐 타격이 없지만, 피의 벽은 완전히 찢겨져 사라졌다. 쿵-하고 리겔의 손이 바닥에 박힌다. 리겔이 다시 손을 빼냈을땐 복도 바닥엔 구멍과 균열이 나있었다.
"언니, 조금만 세게 갈게."
미즈루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으..."
그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으아아아아아...!!!!!!"
이윽고 신음소리는 외침으로 바뀌며 그녀가 고개를 든다.
그녀의 모습에서 특별히 바뀐것은 없다. 바뀐것은 분위기. 지금까지보다 분명 훨씬 강렬하고, 강력하다. 존재감 자체가 다르다.
"이쯤 했으면, 살아갈 생각은, 않는거지?"
그렇게 말하며-엄청난 속도로 사라졌다. 그녀는 순식간에 리겔의 등 뒤에 나타서 그를 주먹으로 찌른다. 그리고 다시 엄청난 속도로 사라졌다가, 이번엔 리겔의 앞에 나타나 복부를 팔꿈치로 후려친다.
"크억,"
ㄱ자로 꺾여진 리겔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그대로 아래서 차올린다. 리겔은 공중으로 띄워진다. 미즈루는 그를 추격한다. 공중에서 그의 옆구리를 차서 더 높이 띄운다. 하지만 건물 안이라 리겔은 천장에 부딛친다. 그리고 떨어지는 그를 다시 추격해, 그의 등을 발꿈치로 크게 찍어 바닥으로 떨어트린다. 미즈루는 여유롭게 바닥에 착지한다.
미즈루는 카미루와 리겔의 사이에서 카미루를 가로막으며 서있다.
"크, 윽...이렇게 맞아보는건...처음일...지도 모르겠군. 큭큭큭."
리겔은 말을 끌며 일어난다. 이렇게 실컷 얻어 맞았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웃으며. 그리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듯이 다시한번 말한다.
"공책만 넘겨주면 다 끝날 일이다."
"공책?"
미즈루는 그제서야 카미루의 손에 들려있는 검정색 공책을 발견했다.
"저 공책이 뭔데?"
"알 것 없다."
리겔은 딱 잘라 말한다.
"어쨌든 다른 사람의 손에 들려있기엔 안좋은 물건이야. 어서 넘겨라."
하지만 카미루는 공책을 감싸며 물러난다.
"안돼.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어. 믿지 못하는 사람에겐 돌려줄 수 없어."
"......"
무언의 응답. 싸늘한 느낌.
"좋아. 그럼 마음대로 하라고!"
갑자기 리겔이 흥분하며 외친다.
"공책이고 뭐고, 내가 알 바 뭐야? 아무 일 없으라고 남이 일부로 힘써가면서 만류하는데, 콧등으로도 안듣고. 그래, 어디 보자고! 그걸 가지고 가서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리겔은 발을 돌려 걸어간다.
"그냥 보낼줄알고!"
미즈루는 리겔을 뒤쫓는다. 그녀와 리겔과의 거리는 반도 좁혀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멈춘다. 그러자-그녀의 앞으로 붉은 잔상같은게 나간다. 피가 응축되어 만들어진, 미즈루의 형상은-그대로 리겔에게 돌진해 어깨로 그를 들이받는다. 하지만 리겔 역시 몸을 살짝 틀어 간단히 피한다.
"!!!"
이번엔 미즈루도, 카미루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미즈루의 잔영 공격을 피한 직후, 리겔의 모습은 사라져있다.
"미즈루!!!"
카미루가 소리치고 미즈루가 돌아보지만니 리겔은 이미 그녀의 뒤에 있었다. 미즈루는 재빠르게 반격을 취-하려고 했지만, 그것 또한 페인트. 리겔은 현재 미즈루의 뒤에 있었다. 즉, 잔영 공격을 피한 직후 전진을 해서 미즈루에게 접근한 것이다.
"아,"
리겔은 미즈루의 양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는 자신을 향해 그녀의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미즈루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감싸듯 잡고, 자신의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마치 다정하게 키스를 하는듯이.
"으, 아..."
하지만 미즈루의 입에선 제대로 된 신음소리가 나온다. 입은 막히지 않았다. 리겔의 얼굴이 향한 곳은 그녀의 목. 리겔은 그녀의 목을 물고 있었다.
충격과 정적.
그 잠시간의 공백을 깨고, 리겔은 미즈루를 놓아주었다. 그리곤 물러나듯 성큼 뒤로 뛰었다.
"잠재되어있는 마력(힘)...생명(피)을 마력(힘)으로 바꾸는게 아닌, 마력(힘)을 이용해 생명(피)을 이끌어 방출하는 방식. 마력(힘)의 원천은 알 수 없지만, 유전자 레벨로 각인되어있는 마법진..."
리겔은 입에서 흐르는 미즈루의 피를 손으로 닦으며 말한다.
"매우 유사한 유전자. 순수한 혈통으로 마력(힘)을 보존하기 위한 근친혼인가? 이정도 순수함...코야마가의 초월자로군."
리겔은, 한손으로 그에게 물린 곳을 감싸고있는 미즈루를 본다. 아까까지의 분노보다는 놀랐다는 표정이 역력한 그녀의 표정. 카미루 역시 충격에 감싸여있다.
"이 공간에 침입한 방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정도의 순수함이라면 납득이 가는군. 나를 이정도로 몰아붙인 것 까지도."
그리곤 미소짓는다.
"너무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피좀 빨린다고 어떻게 되는것도 아니잖아? 아, 물론 그만큼 체력은 빼앗기겠지만. 피좀 빨렸다고 나한테 종속된다거나 하진 않아. 무엇보다 난 그런 재미없는 흡혈귀들이 아니거든. 게다가-만약 그렇다고 해도 겨우 이정도 빨렸다고 종속될 정도로 약하진 않을것아냐?"
리겔의 말이 끝나자 미즈루는 목에서 손을 뗀다. 피는 묻어있지만 분명 멈췄다. 빨린 피의 양도 매우 적고 몸에도 별 다른 영향은 없는것같다. 그리고 다시 그를 노려본다.
"그 공책이든 너희든, 어찌 돼도 상관없다고 말했지만, 아니다. 아무리 코야마가 정도의 능력이라도, 이 일은 사정이 달라. 너희들이 가지고 있기엔 '녀석'은 너무 위험해."
무슨,
이라며 미즈루가 반박하려는 순간.
"역시...실망시키지 않는군, 리겔공."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동이야. 이정도까지 일을 재밌게 일을 이끌어주다니."
그리고 주변이 바뀌었다.
방금전까진 학교 복도였을텐데-그들은 황량한 황무지 위에 서 있었다.
달이 떠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별이 더 밝게 보이지도 않는 어두운 밤 하늘.
그 하늘 위에-잿빛의 존재가 날개를 펴고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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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인가요?
안~녕~하~세~요~
하는 늘어지는 느낌으로 인사를 하면 여러분도 늘어지시나요?
[...
n번째 세계-코야마가 5번째 입니다.
음...전투씬...이긴 한데요, 이게 제대로 됐나...?
아 모릅니다 몰라...어쨌든 리겔도 미즈루도 여러가지 의미로 먼닭들이니까...
상관없겠죠...?
이번 편에서 미즈루가 등장해 카미루를 도와준다는건...벌써 많은 분들에게 간파당했습니다.
우와앙-슬퍼요...그만큼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있다는건 기쁘지만...
그리고 등장합니다. 드디어...
후후후-
솔직히 언제 등장시킬진 굉장히 고민했는데, 지금 나오는군요.
조금 빠른 감도 있긴 하지만, 괜찮을거라 믿습니다.
[...
라고 쓰면 굉장히 무계획하고 무책임하게 글을 쓰는것 같잖...(←사실이다)
[...
살려주세요...
개인적으로 최근 가장 재밌게 읽고 있는 소설은
카마치 카즈마 선생님의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Index)' 입니다.
뭐랄까-말이 필요없어요 그냥 재밌어요. 짱이에요.
이정도의 작품을 쓰려면 어느정도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까...싶지만,
저 정도로 해서는 택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분발해야죠...
어쨌든-안읽어보신 분이라면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세요.
아니, 기회를 내서 읽어보세요.
"애니 나올것 같으니 애니 나오면 보자" 로는 안돼요. 원작으로 즐기세요!
[...
어째 책 광고가 돼버렸군요.
음...지금 시각은 약 새벽 3시 50분경...
졸리군요...그 덕분인지 막막 오타가 잔뜩 나고있답니다...GG
아, 드디어 키보드와 마우스를 돌려받았습니다!
행복해...
라는 잡설들로-오늘도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이번에도 후기가 더 긴것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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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데스노트를 사용해야 할 시가.. [틀려!]
음.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