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Depression Wish : 마루 - 15
2008.01.10 20:51
자리에 눕는다.
아직도 입 안에는 에렐이 만들어준 음식의 느낌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왠만한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먹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맛.
그런 것을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툭 하고 내놓는 에렐의 모습이 떠오른다.
“뭐 하는 사람일까?”
에렐을 만난지 약 열흘.
지금에 와서야 내 상태가 아닌 에렐에 대한 의문점을 떠오른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에렐에 대해 제대로 물어본 것이 거의 없구나…….
한 것이라고는 단순한 인사치레에 비슷한 물음 뿐.
우습다.
에렐을 본 것이 아니라 그녀를 통해 내 모습을 보아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작스럽다고 할 정도로 예고도 없이 내게 다가왔던 그녀.
갑작스럽다고 할 정도로 예고도 없이 에렐에게 다가간 나.
생각지도 못한 바다 여행에서 담아온 그녀의 마음.
어이없는 이유로 시작된 짧은 바다 여행에서 전해준 작은 마음.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렇게 난 그 때의 그녀에게 나를, 그 때의 나에게 에렐을 투영시키고 있었던 것 같다.
마치, 그 때 그녀가 어떤 생각이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알고 싶은 것처럼.
그 상대, 에렐에 대한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후으…….”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일방적인 통보로 이루어진 이별.
어쩌면 가장 알고 싶었던 것은 이 것일지도 모른다.
왜 그 때 그렇게 했었는지, 어째서 내 곁을 떠나갔던 것인지.
생각은 커져,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것, 알아서 뭐하자는 것일까?
혹, 알게 되었다고 한들,
결국 나 같이 상처받는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 아닌가.
생각이 복잡해진다.
내가 바라는 것, 그녀가 바랬던 것.
그리고, 그 위에 덧씌워지는 에렐의 모습.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에렐의 모습.
그 애써 무덤덤해 보이는 듯한 슬픈 표정.
“……뭐?”
문득, 망치로 머리를 친 것 같은 느낌에 황급히 몸을 일으킨다.
어째서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거지?
티 하나 없을 것 같은 새하얀 여인.
보는 것 만으로도 빠질 것 같은 붉은색의 눈동자.
세상 일과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 듯한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정작 그 안에 보이는 감정이라고는 온통…….
“대체…….”
지금까지 무엇이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것일까?
그렇게, 매일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상대의 감정을 조금도 알지 못했던 것일까?
답은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난 지금까지 에렐을 본 것이 아니었으니까.
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내가 필요한 모습만을 꺼내어 보고 있었으니까.
화가 난다.
이런 자신에게 너무나도 화가 난다.
“에렐…….”
조심스럽게 그 이름을 되뇌어본다.
그럴수록, 그 슬픈 눈동자는 더욱 더 강하게 내 머릿속에 새겨져 들어온다.
혀를 차며 달력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에렐과 약속한 기한은 약 보름 남짓 남아있다.
짧다.
이제야 느낀 것이지만, 에렐의 문은 상당히 굳게 닫혀있다.
그 문을 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
게다가, 난 지금까지 그녀를 통해 보아온 것이 무엇이었던가.
그녀 자체가 아니라, 그녀를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는 순간, 참을 수가 없었다.
전화기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번호는, 아마도 바뀌지 않았으리라.
‘미안해.’
할 말은 없었다.
단지 저 한 마디 외에는 아무 것도.
수화기를 든다.
어렵다.
번호를 누르기가 어렵다.
하지만, 결국은 손을 움직인다.
내가 에렐과의 만남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진심으로 에렐을 대하면, 무언가 달라지지 않을까?
달라지는 것은 내가 될 수도, 에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것은 긍정이 될 수도, 부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궁금해 하는 답을 얻게 될 수도, 더 어려운 문제를 가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에렐의 표정을 바꾸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것이 어떤 방향이든간에.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처럼은 안 된다는 것, 하나뿐이다.
그 것 만큼은 틀림없었다.
아직도 입 안에는 에렐이 만들어준 음식의 느낌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왠만한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먹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맛.
그런 것을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툭 하고 내놓는 에렐의 모습이 떠오른다.
“뭐 하는 사람일까?”
에렐을 만난지 약 열흘.
지금에 와서야 내 상태가 아닌 에렐에 대한 의문점을 떠오른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에렐에 대해 제대로 물어본 것이 거의 없구나…….
한 것이라고는 단순한 인사치레에 비슷한 물음 뿐.
우습다.
에렐을 본 것이 아니라 그녀를 통해 내 모습을 보아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작스럽다고 할 정도로 예고도 없이 내게 다가왔던 그녀.
갑작스럽다고 할 정도로 예고도 없이 에렐에게 다가간 나.
생각지도 못한 바다 여행에서 담아온 그녀의 마음.
어이없는 이유로 시작된 짧은 바다 여행에서 전해준 작은 마음.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렇게 난 그 때의 그녀에게 나를, 그 때의 나에게 에렐을 투영시키고 있었던 것 같다.
마치, 그 때 그녀가 어떤 생각이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알고 싶은 것처럼.
그 상대, 에렐에 대한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후으…….”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일방적인 통보로 이루어진 이별.
어쩌면 가장 알고 싶었던 것은 이 것일지도 모른다.
왜 그 때 그렇게 했었는지, 어째서 내 곁을 떠나갔던 것인지.
생각은 커져,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것, 알아서 뭐하자는 것일까?
혹, 알게 되었다고 한들,
결국 나 같이 상처받는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 아닌가.
생각이 복잡해진다.
내가 바라는 것, 그녀가 바랬던 것.
그리고, 그 위에 덧씌워지는 에렐의 모습.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에렐의 모습.
그 애써 무덤덤해 보이는 듯한 슬픈 표정.
“……뭐?”
문득, 망치로 머리를 친 것 같은 느낌에 황급히 몸을 일으킨다.
어째서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거지?
티 하나 없을 것 같은 새하얀 여인.
보는 것 만으로도 빠질 것 같은 붉은색의 눈동자.
세상 일과는 관심이 없어 보이는 듯한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정작 그 안에 보이는 감정이라고는 온통…….
“대체…….”
지금까지 무엇이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것일까?
그렇게, 매일 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상대의 감정을 조금도 알지 못했던 것일까?
답은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난 지금까지 에렐을 본 것이 아니었으니까.
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내가 필요한 모습만을 꺼내어 보고 있었으니까.
화가 난다.
이런 자신에게 너무나도 화가 난다.
“에렐…….”
조심스럽게 그 이름을 되뇌어본다.
그럴수록, 그 슬픈 눈동자는 더욱 더 강하게 내 머릿속에 새겨져 들어온다.
혀를 차며 달력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에렐과 약속한 기한은 약 보름 남짓 남아있다.
짧다.
이제야 느낀 것이지만, 에렐의 문은 상당히 굳게 닫혀있다.
그 문을 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
게다가, 난 지금까지 그녀를 통해 보아온 것이 무엇이었던가.
그녀 자체가 아니라, 그녀를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는 순간, 참을 수가 없었다.
전화기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번호는, 아마도 바뀌지 않았으리라.
‘미안해.’
할 말은 없었다.
단지 저 한 마디 외에는 아무 것도.
수화기를 든다.
어렵다.
번호를 누르기가 어렵다.
하지만, 결국은 손을 움직인다.
내가 에렐과의 만남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진심으로 에렐을 대하면, 무언가 달라지지 않을까?
달라지는 것은 내가 될 수도, 에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것은 긍정이 될 수도, 부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궁금해 하는 답을 얻게 될 수도, 더 어려운 문제를 가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에렐의 표정을 바꾸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것이 어떤 방향이든간에.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처럼은 안 된다는 것, 하나뿐이다.
그 것 만큼은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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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