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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070520, 夢.

2007.05.20 16:53

Lunate_S 조회 수:165

 비가 주룩주룩, 의성어 같은 단어를 떨구며 내리고 있다. 지나치게 오는 느낌도 들지만─. 따분하다, 따분할 정도로 많이 온다. 차가운 빗줄기, 차가운 빗소리. 울음소리 같은 그것이, 창문 밖 세상을 촉촉하게 젖히고 있다.

 수업은 자포자기 상태.
 선생은 이미 복도에서 담배나 피고 있다. 비상등이 켜진 복도를 제외하면 모든 교실은 정전중.
 어둡다, 어둡고 추운 느낌이 교실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서일까─ 한명씩 자신이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를 꺼낸다. 따분하다, 따분할 정도로 싱거운 이야기뿐이다. 그딴 결론이나 말하려고 초반부를 그렇게 늘리는 거야? 무섭지도 않으면서, 무서운 척을 하는 건지, 참. 한심할 따름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의자를 빼고 일어난다. 화장실이나 가야지─ 라는 생각이 있긴 하지만, 생리현상 따위는 아니다. 따분할 정도로 짜증나는 이 교실을 벗어나고 싶었을 뿐. 선생은 의아한 시선을 보낸다. 손가락을 들어 화장실을 가리킨다. 이미 복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선생, 선생, 선생, 학생, 학생, 학생. 많이도 돌아다닌다. 아무리 휴강이라고 하지만 이래도 되는 걸까? 나야 뭐, 화장실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지만.


 화장실은 복도 끝에 있다. 안타깝게 가운데 계단 왼편에 위치한 교실에서 상당히 멀다. 그래도 금방이지─,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천천히 걷는다. 그랬지만 이미 도착. 역시 그래도 금방이지─, 가 맞았다.

 문을 열려있지 않다. 유리문이라 속 안은 비쳐 보인다.
 ──누군가, 있다.
 여긴 분명 남자 화장실일 텐데─. 여자…, 교복을 입은…… 여자애가 있다. 긴 생머리에 가려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세 번째 소변기 쪽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뭐, 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일단은 손이나 씻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간다.

 누군가가 들어왔음에도 미동이 없다. 반응이 하나도 없다. 여전히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유리문으로 본 것보다 더 가까이서 보는 것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다. 각도가 좀 절묘한가─ 게다가, 그녀는 구토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째서─? 왜 남자 화장실, 그것도 소변기에 대고 토를 하고 있는 것일까.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어. 나는 손을 씻으려고 온 것이니깐. 세면대로 향해서 자동 수도꼭지를 올린다. 꽤나 현대적인 학교다. 그럭저럭 자동 수도꼭지라니─. 손을 꽤 신중히 닦는다. 어차피 시간은 벌고 싶으니깐─.

 20초는 닦은 것 같다. 수도꼭지를 내린다.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흠칫─ 세 번째 소변기에 그녀가 없다. 어디에 있지─, 찾는 사이 여섯 번째 소변기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그녀가 보인다. 어느새 저기로 갔지? 아니, 근데 정말 뭘 하는 걸까? 세 번째 소변기로 고개를 향해봤지만,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상한 느낌. 기온이 약간 더 내려간 듯한 착각이 인다. 빨리 교실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유리문으로 향해서, 문을 밀려는 순간── 물소리가 들린다.

 잽싸게, 세면대로 고개를 돌린다. 물방울이 튀긴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이상한 소리를 내며 쏟아지고 있다. 지나친 출력이다. 아까 내가 손을 씻을 때도 끝까지 들어올렸지만 저런 파워로 나오진 않았다. 게다가 어째서 내 방향으로 물이 향하고 있는 거지─? …아니, 아니. 그 전에─, 누가 물을 튼 거지──? 이상한 느낌. 차가운 물방울이 얼굴에 닿아서 그런지, 굉장히 춥게 느껴진다. 세면대로 향해, 수도꼭지를 내린다. 이상한 느낌. 누군가가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 급하게 소변기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여섯 번째 소변기에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에 존재하는 소변기 개수는 총 7개. 일곱 개의 소변기 중 어느 곳에도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이상한 느낌. 이상한 상상이 나를 향해 휘몰아친다. 아아─. 이상한 느낌. 아니, 이건 이상하지 않다. 무서운 느낌. 이상하다. 아니, 이건 이상하지 않아. 무섭다. 무서운 느낌. 문으로 향한다. 아니, 문을 이미 열려고 하고 있다. 문은 쉽게 열린다───.

 허탈함이 마음속에 도달한다. 이런 방심은 정말 좋지 않다. 그러니깐 이런 결과가 오는 것이다.
 지금처럼──. 또 다시, 물소리가 들린다.

 세면대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물은 수도꼭지를 통해 다시 쏟아지고 있다. 누가? 누가─? 누가 왜──? 물을 튼 것이지? 어떤 방법으로? 어떤, 어떤 누군가가───?

 『아아, 그건 나야─.』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공기의 일렁임이 아닌, 뇌리에 또아리 뜬 뱀의 목소리. 등골이 오싹해진다. 온몸이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다행히 고개는 돌아가진다. 시각은 건재하다. 목을 움직인다, 움직여서 무심코, 정말로 무심코 세 번째 소변기를 보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보는 게 아니었어. 보는 게 아니었다고. 어째서 고개만 멀쩡했던 거야.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음속으로 힘찬 비명을 지른다. 지르고 있다. 질러야 한다. 지르고 싶다. 그녀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그녀의 얼굴은, 그녀의 얼굴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순간,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문을 밀고 복도를 향해 달린다. 어둡다. 어둡고, 컴컴하다. 비상등은 전부 '꺼져있었다'. 복도에, 그 많던 사람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언제부터 불이 꺼져있던 거지? 언제부터 사람들이 전부 사라진 거야? 복도 쪽 교실 창문을 통해 교실을 바라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아무도 없다. 원래부터 아무도 없었던 걸까─?

 미칠 것 같아, 미칠 듯한 걸음으로 무리하게 뛰면서 생각한다.
 그때─ 무언가, 희끄무레하고 뱀 같은 무언가가 발에 걸린다.


 쿠웅───.

 넘어진다, 넘어지고 만다.
 쓰러진 채로 바라본 희끄무레한 무언가는──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건 생물체의 기관이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신체의 부위다. 보이지 않는 어둠의 저편에서부터 나를 따라온, 누군가의 '손'이었다. 손은 뱀처럼 움직여서, 나를 따라온 것이다. 이, 이건 뭐란 말이야─!

 『아아, 그것또한 나래도──.』

 「으아아아아아아아악──!」

 화장실이 있는 복도 끝에서, 차갑게 웃고있는 느낌을 주는 소녀가 보인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본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없단 말야───! 그렇기에 차갑게 웃고있는 느낌만 받고 있다. 마음이 또 다시 비명을 지른다. 그래서 급하게 뛴다, 아니, 뛰려고 한다, 라는 건 생각뿐. 발은 '손'에 붙잡혀서 움직이지 않는다. 아아─ 이게 도대체 뭐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지도──. 정신적인 프로텍트가 붕괴해가는 느낌이 든다. 뇌리가 멍해진다, 아득해져간다. 저 멀리, 저 멀리──.



 그렇게, 구름이 그려진 천장을 바라보며, ──오싹해진 마음을 진정시키며, 베개에서 머리를 떼고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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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夢 카테고리에 연재(?)중인 꿈 이야기 최신 버전.
 뭐랄까─ 원래 설명따윈 적지 않지만, 음.

 아, 무섭고, 고달프고, 추운 세상에서 접속하고 있었습니다.

 제목이 저런 식인 이유는, 싸이 다이어리에다가 적을 당시에는 제목을 쓰는 란이 없었기 때문에, 등록 날짜에 따라서 제목이 되었거든요.

 소설도 뭣도 아니기 때문에 장르는 '기타'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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