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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저기 저 하늘을 봐 [2. DREAMs(2)]

2006.11.22 06:48

크크큭 조회 수:186

카시오페아는 하늘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무슨 죄를 지어 그렇게 영원히 거꾸로 매달려 사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우주에 관심이 많은거지 별자리에 따른 신화에 관심이 많은것은 아니었기에 알아낸다 하더라도 금새 잊어먹을 것이다.

그녀 또한 자신에게 죄를 지으려 하고 있었다. 이렇게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이렇게나 냉정하고 침착해질 수 있었는지, 나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한다. 곧 공중에 거꾸로 추락하다가 피투성이로 잔디밭에 널부러져 있게 될 그녀의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가지. 그녀가 내 망원경을 부쉈건, 나의 절친한 친구를 죽였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가지.

그녀를 구해야해.







"헉!"

"괜찮니? 옥상에 쓰러져 있던걸 동수가 데리고 왔더라. 점심시간이 끝나도록 교실에 들어오지 않아서 여기저기 찾던 도중에 네가 옥상에 있는걸 발견했다더라고."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며 윤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옆을 보니 양호선생님이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책상에 앉아 쉴새없이 뭔가를 끄적이고 있는게 보였다. 적어도 환자를 돌보는 양호선생님 이라는 직분을 가지고 있으면 관심이라도 보여야 하는게 아닐까 잠시 생각하던 윤형은 허리를 세우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크읏.."

"왜? 어디 아프니? 꾀병이면 죽는다."

전혀 살기가 담기지 않은, 죽인다는 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현실로 돌아오게 된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침대에서 몸을 완전히 일으켜 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실내화를 신었다.

"그냥, 머리가 조금 지끈거리는데요."

"거기 침대 머리맡에 두통약이 하나 있을거야. 하얗고 동그랗게 생긴거 있지? 반만 먹어. 쪼개기 쉬우니까 혼자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거야."

뭐가 그렇게도 바쁜지 양호선생은 끝까지 환자인 윤형을 돌보지 않고 있었다. '뭐 저런게 양호선생이 된걸까.'라고 잠시 생각하던 윤형은 더 이상 생각하는것도 머리에 좋지 않겠다 싶어 자신이 일어났던 침대의 머리맡에서 두통약을 하나 꺼내 반으로 나눴다.

"선생님. 물은 어디 있죠?"

"물? 여기서 열 발자국만 걸어 나가면 매점인데 꼭 그런것 까지 부탁해야겠니? 지금 선생님 바쁜거 안보여? 아무래도 꾀병같구나. 한번 죽어볼래?"

아,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아, 여기 정수기 있네요. 이걸로 마셔도 되죠?"

"응."

마침 양호실 문 옆에 놓여진 정수기를 발견한 윤형은 정수기 위에 놓여진 머그컵 몇개중에 하나를 들어 물을 따랐다.

'쪼르르'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윤형은 다시 한번 아까의 일을 회상했다.

"선생님."

"왜 또. 진짜 죽을래?"

"좀 전에 있었던 일이 기억나지 않으면 뭔가 이상한거 맞죠?"

양호선생은 한참 바쁘게 움직이던 펜을 멈추더니 처음으로 윤형에게 고개를 돌렸다. 윤형은 마침 세명이가 한 말이 생각났다.

양호선생 말야. 성격이 이상할 뿐이지 외모에는 전혀 지장이 없어. 키도 그정도면 큰 편이지. 게다가 무테 안경을 써서 엄청나게 지적이게 보인다구. 게다가 일부 마니아들에게는 그녀의 하얀 가운 입은 모습이 또 특히 인기라니까. 교내 여교사 인기투표 하면 분명히 BEST 3 안에는 들거다.

확실히 지금 보는 그녀의 모습은 예쁘긴 했다. 최근에 무테에서 금테로 안경을 바꿔서 인지 이전의 이미지와는 또다른 모습으로 윤형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안경을 벗어 가운의 앞주머니에 슬쩍 꽃아 넣으며 다리를 꼬았다.

"너 약먹었냐?"

"네."

윤형은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 했지만 왠지 그녀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 지는것 같아 황급히 대답을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아, 아뇨. 저..그게.."

"그럼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 기억 안날리가 없잖아. 꿈 꾼거 아냐?"

"꾸, 꿈일리가 없어요!"

"아아, 알았어. 그럼 이만 교실로 돌아가도록. 난 할일이 많은 사람이니까."

"네? 우, 우와아악!"

윤형의 열변에도 불구하고 양호선생은 황급히 그의 등을 떠 밀었다. 쾅 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안에서 뭔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 참. 이래서 퍼즐......시간이....하잖아!"

중간중간 복도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뛰어가는 몇몇 놈들때문에 그녀의 말을 들을 순 없었지만 확실한 사실 한가지는 알아 낼 수 있었다.

"퍼즐 하려고 아픈 환자를 내 친거냐."







☆    ☆    ☆






"지겨운 수업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그렇군요, 박세명 군. 앞으로의 스케쥴은 어떻게...."

"저 오늘 소개팅 있습니다."

"쳇. 나쁜자식. 저리가!"

한가하면 같이 게임센터나 가자고 물어보려 했던 윤형은 갑작스런 친구의 소개팅 소식에 망연자실하며 텅빈 가방을 둘러매고 교실 문을 벗어났다.

"어…?"

익숙한 단발머리와 사립 화영고의 교복을 입은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소녀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도 아랑곳 하지 않는 듯 계속해서 복도에 뚫려있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소영…이?"

"……"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이쪽을 돌아봤다. 이전과 변함없이 무표정한 그녀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경극의 가면, 그것 처럼 그녀의 얼굴 뒤편에는 아직도 무수히 많은 표정이 숨어있을 거라고 감히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걸어 그녀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갑작스럽게 돌아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흠칫하며 발걸음을 멈췄다.

"뭐가… 괜찮다는거야…?

말 그대로, 뭐가 괜찮다는건지 모르겠다. 혹시 그녀에게 해라도 끼친건가. 미술시간, 그것도 조각을 하는 시간에 내가 조각칼을 그녀에게 들이대다가 실수로 팔뚝에 상처라도 입힌건가. 오늘은 미술시간이 없는데. 혹시라도 며칠전에 있었던 문앞에서 부딪힌 사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대답하는건가.

"역시 기억 못하는구나."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뭐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거야? 그때 그 사건을 지금에 와서야 말해놓고 다치지 않았다고 말하면 백에 구십은 못알아 들을게 뻔하잖………

이라고 말하려다가 문득 윤형은 아까전에 양호실에서 양호선생과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렸다.

'좀 전에 있었던 일이 기억나지 않으면 뭔가 이상한거 맞죠?'

'꿈일게 뻔하잖아, 그런거.'

"오, 옥상……"

무심결에 내 뱉은 말은 그에게 그 누구도 받을 수 없었던 최고의 선물을 받아버렸다. 디카가 있었다면 실례가 된다 하더라도 분명히 사진을 찍었을거다. 핸드폰에 카메라 기능이 없는게 엄청난 한이 된다.

"응."

그녀는 윤형을 보며 살며시 웃어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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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이 되네요.





하아..

발냄새 풀풀나는 작품 저기 저 하늘을 봐 입니다.

3인칭 시점은 확실히 어려워요.

나름대로 아키야마 미즈히토의 필체를 닮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잘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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