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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Fairly Garden[1-흙의 노무下]

2004.03.30 20:24

T.S Akai 조회 수:342





새소리에 눈을 떴다.
주위는 아직 꽤나 어두운 새벽, 덕분에 꽤나 추운 실정이다.
이불속에 들어가 몸을 부비적 거리며 있고 싶었지만..꿈이 가르쳐준 '가야하는 길'을 가야하기 때문에,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애로사항이 곧 꽃필까나.뭐, 잠도 다 깨버렸지만 말이다.

대충 침대위의 이불을 집어 던진다.
언제나와 똑같은 아침, 하지만 어제와는 다른 아침.
별로..그 어제의 아침이 섭섭한건 아니다, 하지만 역시.'바뀌는 일상'은 새로운것을 보기 때문에 좋은것일지도 모른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암...."

시원하게 기지개를 편다.
오늘 가야할곳은 꽤 먼 곳일까 멀지 않은 곳일까, 그것은 아무레도 오늘의 시간이 가르쳐 줄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아무레도 생각해보면 곧장 도착 하는 곳이겠지.

싱크대(및 세면대)에서 대충 머리감기와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그렇게 화려하지 않는, 새하얀 셔츠에 약간은 헐렁한 갈색 바지.
이걸로 나갈 준비는 끝, 이제는 밖으로 나가서 여러가지를 사가지고 들고 가야한다.


현관문을 아무 생각 없이 열어 젖혔다.
그러자, 곧바로 보인것은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


언젠가 부터 이 집에 들러 붙을려던 한 소녀가.
문을 여는 '콰광!!'하는 소리에 꿈쩍 놀라 귀를 곤두세우고 이리저리 돌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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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ly Garden,

Chapter.1  흙의 노무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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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모르게 덤벙대는 모습이다.


"아, 아아!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주인님!좋은 아침이에요!"

곧바로 쭈그려 있던 자신을 발견하고 일어서서 정중하게 아침인사를 한다.
하지만 말이지, 지금은 아직 새벽이야.(해는 거의 다 뜨고 있어도 말이지)

메이드 복..이리저리 주름이 가버린 검은 치마가 꽤나 처량해 보였다.그래도, 본가의 '개'들은 메이드복 같은건 입지 않았던것 같은데...그냥 평상복에 새하얀 앞치마만 입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짐, 가지고 있지?"
"에.."

아무렇게나 입이 던져버린 말에, 가정부씨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옷 갈아입고 와.별로 화려하지 않은걸로..아니, 별로 상관은 없을까나.약혼자 대면식 하러 가는것도 아니고."
"에..예?"
"산에 올라갈거니까, 그렇게 거추장 스러운 옷 말고 간편한 옷으로 갈아 입으라고.날씨도 별로 춥지 않으니까, 간단하게 입고 와."
"아..에!"

그렇게 알수없는 말로 대답 하고서는 곧바로 집으로 뛰러들어가 버렸다.
바람이 날카롭게 불어와 셔츠자락을 아무렇게나 치고 지나간다.별로...따뜻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정도 걸렸을까..
메이드씨가 옷을 다 갈아입고 나왔다.

정말로 간단한...원피스에 조끼랄까나.

"에..이정도면?"
"됐어, 가자."

아무렇게나 말하고 골목길을 지나 대문을 열어젖혀 하늘을 올려다 봤다.
푸른 하늘, 정말로 아무렇게나 푸른 하늘.구름이 떠 다니는 아무렇지도 않은 푸른 하늘.그 가운데에서, 셔츠자락을 넘기는 바람은 너무나도 날카롭고 차가웠다.
녀석은 춥지 않은걸까, 나보다 더 간단하게 보이는 옷차림인데도, 전혀 추운 내색을 하질 않는다.그것도 에이프런의 기본인가.

꽃집에서 꽃을 샀다.
그렇게 아름답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꽃.꽃 이름따윈 모른다.그냥 눈으로 보고서 사버린거다.
그러고 보니 꽃집에서 그 '메이드씨'가 이리 저리 꽃들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이름을 말했지.그때마다 주인 아줌마는-

"와아!잘 알고 계시네요?"
"아하하,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서 그 '메이드씨'가 겸염쩍인 모습으로 그렇게 대답했엇지.

이번에 슈퍼마켓에서 대충 아무거나 과일도 샀다.
사과도, 귤도, 거기다가 과도(菓刀)도, 종이컵도, 일회용 접시도.거기다가 미성년자는 술을 살수 없기에 팔성(八星)사이다를...샀다.
그 다음으로는..알수없는 남자가 주인 아줌마랑 실랑이를 벌이길 시작했던가.

"이거 왜이리 비싸요!?조금 깎아 달라구요!!"
"아니 이 양반이!!나이도 그렇게 안먹은것 같은데, 슈퍼마켓에서 흥정이라니!!여기 '권장 소비자 가격'이 안보여!?"
"헹!!그럼 아줌마가 소비자 보호협회에 전화 해서 가격을 내려 달라고 하던가!!이러니까 이딴 구멍가게에 손님이 안오는거지!!"
"뭐어야!?"
"아아~ 거 참~ 가난한 공무원은 정말로 고달픈 거구나~"

대충 이런 이야기였다.슈퍼마켓에서의 흥정이라니...조금은 감회가 새로울지도.

그 모습을 아무렇게나 보며 따라온 '메이드씨'.왜인지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는다.
뭐, 어차피 난 상관 없겠지..그냥, 푸념하러 가는것 뿐이니까.

검은 비닐봉지에 한가득, 이름도 모르는 꽃따윈 뒤에서 졸졸 따라오는 여자에게 주고서 버스를 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리고서는...아파트 단지를 향해 올라갔다.

이리저리 보이는 아파트의 풍경, 그리고 오르막길.어느정도 왔을때에..산 아래에서 흐르는 시냇물이 보이길 시작 하였다.

흙을 밟아 굳혀서 만들어진 흙길, 그리고 알수없는 풀들.사람 한명이 간신히 안을수 있을것 같은 나무들의 숲.그리고 '불조심'이라는 문구가 붙여져 있는 붉은 천막.등삭객들, 조그만하게 흐르는 시냇물.여기저기 피어버린 샛노란 개나리.그리고 또 알수없는 꽃들.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시원한 바람, 하지만 날카로운 바람.커다란 광장..그러니까 여기저기 갈라지는 갈림길이 있다.갈림길은 내가 올라왔던 흙길이 하나, 그리고 잘 정리된 흙길로써 내려가는 길이 하나.그리고..수풀이 우거진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길이 또 하나.그 갈림길에 섰을때는, 저 나무 너머로 커다란 바다가 보였다.

"와아.."

알수없는 탄성을 지르는 소녀.
하지만 내 '목적'은 이것이 아니다.

"얼른 얼른 가자.."

한숨을 섞은 목소리로 난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아아!'라는 또 알수없는 탄성을 지르며 다시 졸졸졸 따라오고 있었다.그 갈림길에서..언덕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언덕길에 다 올랐을때에는...더욱 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언덕 밑으로 수없이 보이는 '억새풀밭'그리고 저 멀리서 내려오는 강물,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저 멀리 내려다 보면 보이는 푸른 바다.햇살, 그리고...

두개의 무덤.

묘 앞에는 새카맣게 시들어 버린 꽃이 있었다.이 꽃도 예전에는 아름답게 피어 있었겠지..하지만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이렇게 시들어 버린것 같다.

"가엾게도..."

등 뒤의 소녀가 그렇게 중얼 거린다.

"누구에게..하는 말이지?"
"아, 아!죄, 죄송합니다..그냥, 꽃에게..."

내가 물었을때에는 역시 그녀는 자각해버린걸까.
여기는 '무덤 앞'이라는 것을.하지만..이야기 한지는 얼마 안되지만 그녀가 무덤 앞에서 아무렇게나 그런 말을 뻔뻔하게 할 사람은 아닐것이라는건 충분히 알고 있다.

"인사드려, 어머니 아버지야."
"아, 아아!처..처음 뵙겠습니다!소..소..송지은 이라 합니다!"

내 말에.
약간 당황한것일까, 그녀가 더듬으면서 말한다.긴장해 버린걸까..하지만.

답은 오지 않는다.

침묵과 바람소리만이 그 답을 예측하게 만든다.
부모님 성격상..이런 성격의 여자아이는 분명히 반가워 할거다.생전에는 어머니가 길을 걸으면서 여러가지 날라리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보고서는..

'내 아들들은 저런애 하고 결혼하면 안된다!!'

따위의 말들을 늘여놓고서 여러가지 설교를 해댔지만, 그때는 어찌나 싫었던지...그 잔소리가.


눈물이 나지 않는다.
눈물따윈 잊어버린지 오래다.

하아-, 하고.한숨을 내쉬자 입에서 새하얀 김이 뿜어져 나온다.
지금은...봄이다.

"저왔어요, 엄마, 아빠."

그렇게 눈을 감고서 말하며 풀밭에 앉을려고 하자, 어디서 가지고 온것일까.등 뒤에 있던 소녀가 새하얀 천을 풀밭 위에 깔아준다.가볍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는..

"오랫만이네요..몇달동안은 못본것 같아요."

오지않을 대답인줄 알면서도, 난 재잘재잘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갑자기 엄마 아빠가 보고싶어서요.저도 이제 고등학생이고, 예전의 그 조그만한 꼬마애가 아니라구요.엄마 아빠처럼 어른으로써의 한발 한발을 내딛어 가는거에요."

오지않을 대답인데도, 그렇게 말은 잘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이 되고서 꿈이 바껴버렸어요.그러니까..예전에는 꿈이 의사, 변호사, 그리고 좀 더 소박해져서 만화가, 따위를 하고 싶었었는데..어머니가 만화가는 돈이 벌리지 않으니 그만두라고 하셨죠?그래서..이번에 고등학교를 올라가면서 꿈을 '호텔리어'같은 걸로 바꿨어요.그게..우리 학교의 '관광과'가 있어서 말이죠.거기에 가서 잘 배우면 그런건 할수 있을거에요."

대답은, 오지 않는다.

"힘든건 알아요, 꿈이라는 것을 향해서라면 어느 길이든 모두 힘드니까요.그냥..걱정하지 마세요.전 이제 그 미끄럼틀에서 내려오지 못해 한없이 울던 어린애가 아니니까요."

조금씩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떨쳐버리고, 다시 웃으면서 말햇다.

"아!괜찮아요.우리 노총각 삼촌도, 할머니도.서진 서희 서지 서영 누나들도 언제나처럼 잘 대해주니까요.아영이도 한번씩 집안일 도우러 오지만..그녀석, 학교에서 공부 잘하니까 공부하느라 바쁠거에요.거기다가 형도 한번씩 휴가 나오면 잘 대해주고요.아, 엄마 아빠가 그렇게 이뻐하던 형 말이죠..이제 1년만 있으면 제대잖아요.1년만 있으면 힘들지 않을거에요.그러니까 엄마..아빠..."

덥썩,

하고 어깨에 무거운 무언가가 닿는다.
향기 좋은 무언가가 어깨를 짓누른다.
아니, 이제까지 살아온 것에 비하면 이 무게는 아무것도 아닌 무게지만...무겁다는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새하얗게 빛나는 은발이, 오른쪽 뺨에 닿는다.

"주인님..."
"주인님이라고 부르지 마.정상인들이 보면 이상한 생각 한다고."
"제가 이제부터..아니, 그 1년만이라도..그 무게를 덜어줄수는 없는건가요?"

슬픈듯한 목소리가.
오른쪽 귀를 넘어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그럴 필요 없어.1년 정도 혼자사는건 아무렇지도 않..."
"거짓말 쟁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메이드씨는 말을 가로채고선 말을 잇는다.

"절대로, 절대로!제가 아는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수 없어요..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고서는,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고서는,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서는!절대로 혼자서 살아갈수 없어요.."
"그래서?네가 말하는 것은 그 모든것을..네가 채워줄수 있다는거야?"

그녀는 약간 망설이듯이 우물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목을 감싸고 있던 팔을 풀고서 일어서서는..이내 확실한 대답을 내놓았다.

"네, 전 주인님을 사랑하니까요."

바람소리가 고막을 지배한다.
두개의 묘처럼, 내 입술은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말하지 않고서 침묵한다.

하지만 이것은 곧 끝을 맺을 침묵-,

그녀는 앉아서 돌아보고 있는 내 어깨 뒤를 다시 꼭 끌어안는다.

"주인님..더이상 저를, 또 다시 버리지 말아주세요..그 7년간, 너무나도 괴로웠으니까.."
"7년.."
"주인님이 절 버린 그날 부터..줄곧 주인님만을 생각 했어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그 사람을..꼭, 이렇게 껴안아 보고 싶다고..그렇게 간절히 바레왔어요.그리고..."

알수없는 이야기만을 늘어놓는다.

"이렇게..다시 '당신의 것'이 되어 있어요.전 당신이 만들어낸, 주인님이 만들어낸..'주인님 만의 것'이니까요..그러니까..."

7년전의 기억따윈.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다시..또 다시, 절 버리지 말아주세요.."

슬픈 목소리가 바람이 되어 고막을 지배한다.
따뜻한 온기가 어깨를 타고 올라온다.따뜻하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게 날카롭던 바람이..이제는 부드럽게 불어온다.엉덩이 아래의 풀들도 푹신푹신 해진다.그와 함께...

눈 앞에 시들어져 있던 꽃이 다시 생기를 되찾고 일어선다.

눈앞이 풀잎처럼 초록색의 빛이 뒤덮고..난 곧 다시 알수없는 어둠속으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






훌쩍.

소년은, 울고있었다.
풀숲이였다, 새카만 나무들이 내려다 보는 그런 울창한 숲이였다.소년은 길을 잃은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아래에 있는 조그만한 '유리용기'를 내려다 보며 훌쩍이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그 소년이 아닌, 또 다른 소녀가 서서히 그 모습을 나타낸다.

"오빠.."

소녀가 말했다.
짧은 갈색 머리카락을 땋은 머리.멜빵이 걸쳐진 치마를 입고서, 자기보다 키가 큰 '오빠'라는 사람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렇게 슬픈거야?오빠.."

대답따윈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소년은 그 '유리용기'를 내려다 보며 울고 있을 뿐이다.

유리용기 안에는 녹색의 알수없는 액체가 흔들리고 있었고..그 안에는 날개가 달린 소녀가 소년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유리용기' 안의 소녀는 울고있는 소년의 모습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요정'과도 같다.

그러고선.
어둠은 그 모든것을 집어 삼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빛 한줄기만을 남기고...









-다음 편 예고-


"대지는 저 하늘과 만날수 없어, 그러기에 붉게 빛나는 저 달님과도 친구가 될수 없지..하지만 대지는 그것보다 더 가치있는것을 가지고 있어.난 달님과는 친구가 될순 없지만..자연을 사랑할순 있어"

금발의 머리칼, 금빛의 눈동자를 가진 소년이.
쓸쓸하게 시선을 내리 깔고서는 그렇게 중얼 거렸다.





----후기----





꿈을 꾸고있다.
굉장히 그리운 꿈...그리워서 미쳐버릴 꿈.

손을 내밀자 모든것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꿈, 그녀의 미소가 너무나도 실감나던 꿈, 깨고싶지 않는 꿈.그대로 꿈속의 인간이 되어버리고 싶던 꿈.현실이라고 직시해버린 꿈.하지만 현실이 아닌 꿈이자, 절대로 이루어 지지 않을 꿈, 그래도 언젠가는 이룰수 있다고 믿는 꿈.

그런, 꿈이였다.


그 꿈속에서.


너무나도 그립고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미치도록 껴안고 싶은 그녀가.



웃으면서 내게 손을 건넸다.



"안녕?"

어두운 가게 안이였다.
그곳이 어딘지는 생각나지 않는다.PC방?카페?오락실?호프집?그런건 아무레도 괜찮겠지.

그때의 난 간편한 복장에 가방을 메고서 동그란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었고, 그녀는 깔끔한 교복을 입고 있었다.키는 그리 크지 않다.나보다는 15센티 정도 작은, 뭐.나도 그렇게 큰 편은 아니지만, 이정도 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실정이다.

그 깔끔한 소녀가, 먼저 내게 그렇게 말했었다.

"만나서 정말로 반가워"

그렇다.

반갑다.
나도 반가워 죽겠다.
죽어버리겠다, 반가워서 뒈져버리겠다.
미쳐버릴 정도는 반갑다, 너무나도 만나고 싶어서 눈물이 흘러나온적도 있었다.환상속에 그리고 있었던 그녀가,

내 눈앞에 있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그렇다, 내가 원하던 것이다.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도 이거다, 그녀를 보기 위해서다.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다.그녀를 보고서 직접 이야기 하고 싶었고 껴안고 싶었고 피부와 피부를 미치도록 맞대고 싶었다.

단지, 그것뿐이다.
단지, '나'의 고유본능 이란 것이다.


어쩔수 없다.
그녀의 미소가 너무나도 아름답다, 예쁘다, 귀엽다, 내겐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미칠 정도의 소녀가 내 앞에 서 있다!!
내가 그렇게 꿈에 그리던 소녀가!환상속에서만 그리던 소녀가!언젠가 그 어깨를 껴안고 아름답게 곧은 등선을 쓸어내리고 그렇게 길지도, 그렇게 짧지도 않은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내 입술은 그녀의 이마를 더듬고 내 가슴은 그녀의 귀에 들릴만큼 크게 뛰면서!!

내 몸이 말라버릴때까지 그녀의 어깨를 미치도록 끌어안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야 만났다.
이제야 환상속의 그녀를 만났다.
환상속의 그녀가 웃고있다, 나도 기쁘다.기뻐서 미칠 지경이다.어쩔줄 몰라 한다.

이야기를 한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이야기만을 할 뿐이다.

즐겁게, 아주 즐겁게, 이야기를 한다.
아아..아주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기쁘다.

머릿속에 새하얘 지더라도 기뻐서 미칠 지경이다.
그녀와 함께 있는것만으로도 정말로 기뻐서..기쁘고 기뻐서 미칠것 같다...

너무나도 그리워 하던 그녀가 옆에 있는게...
도롯가에서 아무렇게나 껴안고 살을 비비고 싶을 정도, 아아!그녀를 내걸로 만들고 싶다.


꿈일지라도.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절대로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이대로 죽어버려도 좋다, 꿈 밖의 내가 이대로 죽어버려도 좋다, 만약 이 꿈이 평생 지속 된다면 난 천사에게 손이 닳아 없어질때까지 기도할 것이며, 악마에게는 이 몸과 영혼을 모두 바칠것이다.이 꿈이 '영원히'지속될수 있다면...그렇다면...


하지만.

환상은 거기서 끝났다.

꿈을 거기서 끝났다.

천사는 내게 은총을 베풀어 주지 않았고,
악마는 나의 영혼을 가지고 가지 않았다.


슬프다.

눈을 뜬 아침에는 그리워서 미칠 지경이다, 미쳐버릴 지경이다.아무것도 없는 이 아침이 너무나도 쓸쓸해서 미쳐버리겠다.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꿈이였는데...



영원의 꿈속의 꿈속의 환상은...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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