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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서 : 건방진 놈! - 01

ahaz 2017.04.29 00:25 조회 수 : 48

 전쟁 개시로부터 2일. 매일밤 서번트들의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면서도 낮시간만 되면 주민들이 걸어나와 삶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조용한 변방 도시에 운석이 떨어지거나 그 여파로 가스관이 폭발했다는 뉴스가 나오거나, 알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나는 뉴스가 나와도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선 어쩔수없이 밖으로 나와 일을 해야만 했다.

 매일 아침 버스에 학교에 등교하거나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가득 올라타고 시간이 촉박한 자들은 몇 없는 택시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기도 했다. 점심쯤 되면 한가한 노인이나 청년들이 공원이나 시가지로 나와 산책을 하고, 식사를 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결계의 보강을 끝낸 미코토가 자신의 서번트, 랜서를 대동하여 시가지 중심에 나와있었다.


"오호라- 이 엄청난 탑의 향연이 아닌가! 주술사, 그대도 이런 탑을 쌓아보는게 어떤가!"


 미코토의 바램과는 다르게, 영체화하지않은 랜서가 금빛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휘날리며 재밌다는듯 연신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말했다. 눈 주위의 붉은 문양이 마치 가부키의 배우를 보는듯한 형세로 인하여 거리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오전내내 미코토가 간신히 설득하여 현대 옷을 입힌것 정도일까. 적당히 반바지에 운동화, 티셔츠만 입혔지만 이건 이거대로 눈에띄는 모습이었다.


"정말이지-! 그 입좀 다물수 없는건가요."

"캬캬캬캬 묵언수행 말인가. 음... 좋다!"


 웬일로 랜서가 말을 수긍하자 미코토는 미심쩍으면서도 다행이라 여겼다.


"하아.. 이제 조용하게.."

"-하지만 싫다! 정 시키고싶으면 그 령주라도 쓰는게 어떤가? 물론 머저리나 그렇게 하겠지만!"


 미코토는 슬슬 수면내시경이라도 받아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흠?"


 주변을 신경쓰지도 않고 시종일관 큰소리로 떠들던 랜서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걸음을 멈추고 잠시 얼굴을 굳히더니 곧이어 송곳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오홋? 영령이로군. 자, 이대로 도망칠 것이냐 아니면 무릎이라도 꿇고 목숨을 구걸할 것이냐 주술사여?"


 랜서는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지도 않는지, 미코토의 신경을 긁는 질문을 던졌다.


"일단 만나지 않으면 뭐라고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당신이 말한 선택지는 둘 다 실행할 일 없을 테고요."


 미코토는 올라오는 화를 참고 랜서에게 대답했다. 이래보여도 미코토가 아는한 이 영령은 최상이다. 어쩌면 이번 성배전쟁 최강. 같이 있는것만으로도 억지력이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캬캬캬캬! 당연하지! 이몸이 있다면 그 두 선택지를 고를일이 없을거다. 영령의 위치는 이 거대한 탑에 있는것 같군."

"빌딩... 이 아니라 호텔이군요. 것보다 저곳은... 석유왕이 머무르는 곳이네요."


 최근 쿠즈류시에 화재인. 석유왕이 머무르는 곳으로 유명한 호텔이었다. 물론 이 호텔도 그의 소유물.


"하지만 만난다라.. 괜찮겠냐? 자네가 자랑하는 신전같은 결계가 없거늘, 이틀이나 걸려 설치한 노고가 헛된게 아니냐. 그나저나...석유왕? 그건 어디의 나라지? 이시대에도 왕이 있던건가. 캬캬캬캬! 천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도 중생들은 여전하단 말인가."

"중동쪽의 세계적인 대부호에요. 적어도 나라 한두개의 국왕보다는 힘이 있다고 생각되는... 그전에 왕이란건 사람들이 부르는 별명일 뿐이라고요. 하아, 거기까지 설명해야 하다니."


미코토는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당신 입으로 소환된 이상 질일은 없다고 했잖아요? 결계가 없어도 서번트 한둘에 당신이 패배하리라곤 생각지 않아요"

"잊지않고 잘 알고있군! 여기 칭찬점수 하나 더 주도록 하지."


랜서는 품속에서 과일 하나를 꺼내 던졌다. 미코토는 어쩐지 캐치볼에 익숙해진듯 과일을 받아내었다. 딱히 고맙지 않은 익숙함.


"전 필요없다고 말했잖아요-! 과일은 당신 먹으라고 사놓은거지, 제가 먹고 싶어서 산 건 아니라구요!"

"그 욕심없는 모습은 보기 좋군. 칭찬포인트 둘!"


 미코토의 항변이 끝나기가 무섭게, 랜서는 과일을 하나 더 미코토에게 던졌다. 미코토는 결계로 바나나가 떨어지지 않게 막으며 어찌어찌 다시 받아내었다.


"자... 어쨌든 이 탑에 들어가야 한단 말이지? 좋아. 좋지. 이 거리라면 저쪽에서도 이몸의 휘광을 느끼고 있을거다. 그럼에도 침묵을 지킨다는건 막무가내로 나가는 인물이 아니란거겠지. 차라리 생각없는 상대가 편하거늘, 속을 숨기는 마물은 귀찮단 말이야."

"아무튼 저녁이니까요. 일반인들에게 보일 수 있으니 함부로 싸울 수는 없겠죠."


 오히려 미코토 입장에서는 상식적인 마술사가 아닐까 하지만. 랜서또한 호텔쪽에 서번트의 기척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척은 호텔로부터 점차 멀어져갔다.


"오호라. 이몸을 유인하시겠다? 건방지로군."

"에, 랜서? 무슨일이죠?"

"흠, 저쪽이 이곳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몸을 유인하려는 듯 한데, 가소롭기 짝이 없구나."

"유인... 으음..."


 미코토는 거기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생각했다. 역시 랜서의 의견을 묻는게 좋을까. 하는생각에 입을 연 순간ㅡ


"당신은....에엣?!"


 랜서로부터 방대한 마력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뭐뭐뭐뭘하는 거에요 당신은!"

"본좌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몸으로 보인다는 말이냐."


 랜서가 약간 성난 얼굴로 미코토에게 대답했다. 더불어, 마력으로 이루어진 갑옷이 그의 몸을 덮어가기 시작했다. 미코토는 랜서의 대답을 듣고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상황을 벌어지고 있었다.


"아으아... 어떡하죠... 뭘 해야.. 으으..."

"네녀석이 기어와야 할 것이다. 건방진 놈!! 캬아악!!"


 미코토가 예상못한 상황에 서둘러 결계로 일반인들을 밀어내려는 찰나.


"행여나 이 사람드릉 치울 생각은 마라. 이몸은 처음부터 자네를 싸우게 할 생각이 없다."

"이쪽도 그러다고요... 정말... 하아.."


 방대한 마력방출은 곧 형체를 이루고 돌풍을 만들어 두 사람이 마치 태풍의 눈에 있는듯한 장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미 랜서는 본래의 갑주를 입은 모습으로 돌아가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바람과 흩날리는 먼지들을 피해 비명을 지르거나, 멀리서 고개를 떨군 미코토와 그들의 모습을 즐기는 랜서를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수군거렸다. 


"캬캬캬캬캭! 현세의 인물들에게는 신비한 모습인가 보구나!"

"난 몰라... 모르는 일이야..."

"주술사여, 어깨를 피거라! 지금 자네는 전설의 한 중심에 서있는거다."


 현실도피를 하는 미코토의 등을 탁탁 치면서 자랑스럽게 말하는 랜서. 미코토는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걸 느끼며 얼굴을 가리던 손을 내리곤 좀전의 과일을 랜서에게 집어던졌다.


"이.. 바보같은.. 서번트가..!"

"우홋?!"


랜서가 마력방출을 그만두고 과일을 잡자, 마침내 주변사람들의 목소리가 미코토의 귀에 들려왔다.


"저거 사사키 신사의 무녀 아냐?"

"옆에는 누구지, 코스프레?"

"우오, 부끄러워하는 모습 모에ㅡ"

"이걸로 오늘은 밥이 세그릇"


 미코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랜서는 과일을 한입에 삼키곤


"음식을 함부로 하면 쓰나. 앗! 내가 했던건가? 캬캬캬캭 이몸이 놓칠일은 없지만."

"....!"


 화를 참는다는것과는 다른,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말문이 막힌다는게 지금 미코토는 절실히 체감했다.


"호오, 녀석이 오는 모양이군. 하늘이다 주술사."


 그 상황에 랜서가 던진 돌발 발언. 이 서번트의 마술적성은 마스터인 미코토보다 한 수 위다. 그렇기에 그가 먼저 서번트를 감지하고 준비할 수 있..


"잠깐, 하늘? 감히 날 내려봐? 건방진.... 앗차차차차 인내로다. 인내."

"하늘? 아, 잠깐. 하늘?"


 하늘이란 소리에 당황하는 미코토와 울컥하려다가 마음을 다스리는 랜서. 그리고 그 둘을 주민들이 열심히 카메라로 찍고 있었다.


"흠. 보는눈이 많으니 무작정 일을 벌인 녀석은 아니다. 아니 일은 내가 벌였나? 캬캬캬캬"


 미코토가 상대방을 찾기위해 하늘을 두리번거리는 사이, 랜서는 다시 하고싶은말을 내뱉은뒤 나무 숲 너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 너머 공터로 자리를 옮긴 서번트의 기척이 강하게 느껴졌다.


"호오, 저쪽인가. 좋아. 그정도는 응해주지. 꽉잡아라 주술사."


 랜서가 아직 하늘을 바라보는 미코토를 한손에 낚아챘다. 그리고 단숨에 공터쪽으로 질주하였다.


"ㄲㅑㅇㅏㅇㅏㅇㅏㅇㅏㅇㅏㅏㅏㅏㅡ!"


 호텔 앞 거리. 미코토는 비명소리만을 남기고 사람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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