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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신사. 소원

넥클 2017.04.10 21:37 조회 수 : 31

 사카키의 신사 뒷편에는 비교적 현대식인 단층집이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무녀의 거주 공간이다. 너무 넓어서 쓰지 않는 부분이 더 많은 곳이기도 하다.


 랜서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뜻으로 쟁반 가득 귤을 넘긴 미코토는, 미닫이를 열며 거실 옆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역시 결계를 보강하는 작업은 꽤나 힘드네요. 요리를 모르는 군식구에게 줄 식사도 준비해야 하고. 오후에는 집중하느라 딱히 대화하진 못했지만, 일단 지금이라도 당신과 할 말이 있어요. 랜서.”


 “결계라 하면 이 종잇장같은것 말인가? 칭찬정도는 해주지! 적어도 적으로부터 몸을 숨길 시간은 벌 수 있겠군! 하지만 걱정말게 마술사. 이몸이라면 귀공이 쥐구멍을 찾기도 전에 적을 격파해줄테니까 말이야.”


 배려심이라고는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랜서의 말에, 미코토는 무심코 손을 꽉 쥐었다. 그래도, 아직 화를 낼 정도는 아니었다. 미코토는 손에 흐르는 노른자를 보며, 새 계란을 꺼냈다.


 “...그래서. 그 할 말이라면?”


 “뭔가요. 그 말은! 적어도 시계탑의 무리들도 흉내내기 어려운 결계라구요! ...어쨌든.”


 정정할 부분은 정정하고. 미코토는 말을 이었다.


 “성배전쟁에 참여한 이라면, 당연히 소원 정도는 가지고 있겠죠? 당신의 소원을 듣고 싶어요.”


 성배전쟁에서는 어떤 소원을 지니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목적의식이 분명할수록, 비슷한 소원을 가지고 있을수록 영령의 협력을 얻기는 편해진다고, 적어도 미코토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의 귤에 대한 기호도.”


 ...영령의 취향도. 반드시 그런 부류에 포함될 것이다. 미코토가 랜서를 신경쓰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지만.


 “에-. 이몸이라면 적당히 익어서 무르지 않은 귤이 취향이다!”


 적당히 익은- 정도만 들어주자고 생각하며 미코토는 전자레인지를 돌렸다. 식어도 별 문제없는 것부터 차근차근.


 “성배? 성배에 소원을 비는것만큼 허황된것이 또 있는가?.”


 랜서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아?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적어도 만능의 원망기라고 불리는 물건이겠죠? 당신의 말이라곤 믿기지 않아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발언에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던 미코토는 어느 생각에 미치자 입을 딱 다물었다.


 “...아니 잠깐. 그보다 당신은 ‘어느 시점의 당신’ 인 거죠?”


 영령은 보통 스스로의 전성기의 모습으로 소환된다. 그러나 랜서의 경우에는, 정확히 언제가 전성기라고 할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해 랜서는 우선 한숨으로 대답했다.


 “하아… 이정도로 어리석고 무지한 마술사에게 소환될 줄이야.”


 “이것도 꽤나 즐거운 유희지만 말야. 캬캬캬캬.”


 ...곧바로 웃어제꼈지만.


 “빨리 대답이나 하세요. 정말이지. 영웅다운 대화 매너 같은건 성배에서 알려주지 않는건가요?”


 “이몸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서번트다. 신령의 영역에 다다르기도 했지.”


 하지만 말야- 하고 랜서는 말을 이었다.


 “자네는 신령이 이 세상에 내려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천만에! 신사의 무녀라는 이가 이것조차 생각하지 못하다니. 갈길이 멀구나…...”


 “물론 아니죠. 신령을 불러낼 수 있다면 성배에게 빌 필요 없이 소원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요.”


 조금 비약은 있지만, 어설픈 미코토의 지식으로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어디가 옳고 그른지는 말하는 그녀로서도 잘 몰랐다.


 “성배에 소환된다는것은 일반적으로 영령의 최전성기가 소환되는 법이다. 이몸의 전성기라면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언제일까? ■  때?  ■ ■ ■ 때? ■ ■  때?


 “이것도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이 자리에 ■■는 없다. 이 자리잡고 있을 뿐이지.”


 “역시 그때겠죠. 당신이 신령이 되려고 하기 전.”


미코토가 대답을 내는 데 맞춰. 랜서는 답을 말했다. 그러나 랜서도 미코토의 답은 살짝 예상에서 벗어난 듯하여, 잠깐 방 안이 조용해졌다.


 “캬캬캬캬캬캬캭!! 그건 그거대로 고마운 대답이군! 하지만 이몸이 가장 강했을 때는 ■■ ■ ■  때다. 그리고 신령이 된 이몸에게 일반적인 목적따위 존재할리가 없지.”


 “하지만 소원이 없는 영령이 존재하나요?”


 “캬아악!”


 “시끄러워요!”


 미코토의 질문이 마음에 안 든 모양인지. 랜서는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미코토도 이 서번트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적응이 끝난 상태. 바로 맞받아쳤다.


 “이몸의 이야기를 끝까지 안읽었구만! 정확히는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다.”


 “에에, 엣?”


 미코토는 다시금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끝나고, 나서? 그러고보니 원래의 목표는... “


 ■  . 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은 그 직전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캬캬캬캭.”


 “어쨌든 그건 상관없지. 끝났을 때보다는 그 도중이라는게 중요하니까 말이다. 이몸이 이곳에 내려온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에?”


 “아, 그대에게는 말하지 않았던가? 이미 이몸은 도시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다녔었다.”


 “...에에에??!”


 “곧 이 도시 곳곳에 노래가 울려퍼질 것이야. 캬캬캬캬캭.”


 “잠깐잠깐, 뭐에요 그거. 저 방금까지만 해도 ‘이 성배전쟁이 당신 일화의 재현’ 이런 내용을 상상하고 있었거든요?!”


 “다시 생각해봐도 이몸의 발상은 뛰어난것 같군. 현세의 인간들에게 직접 손을 댈수는 없으니까 노래를 이용해서..응?”


 미코토의 어딘가 어긋난 발상에, 랜서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내가 그때 전성기이긴 해도 그 고생을 다시 하고싶진 않거든!”


 묘하게 절절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라면 그런 짓거리를 또 하겠냐!”


 “제가 비슷한 역할이라면 해드릴 수야 있어요?”


 “그럼 뭐에요 그 물건은! 그런 별로 도움도 안되는 물건은 왜 가져오셨는데요!”

 

 “이건 이몸이 현세에 내려오는 조건이란 말이다!”


 “...조건?”


 한참이나 시끌벅적하던 거실이 아주 잠깐 조용해졌다. 미코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째서 영령에게 조건을 걸 필요가 있죠?”


 “내 지인도 어디선가 비슷한 행적을 보인 것 같다만. 본래 신령이란게 성배전쟁으로 불러낼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나?”


 “당연히 아니죠.”


 “거기까지 생각하다니. 칭찬으로 내가 먹던 귤을 주지.”


 “지금 요리 중...아얏!!!”


 랜서가 휙하고 던진 귤은 그대로 미코토의 머리에 직격했다. 랜서는 그 광경을 보고 캬캬캿 하며 웃어제꼈다.


 “결계를 설치하면 뭐하나! 과일 하나도 못막네!”


 “미리 온다고 알지 못하면 막을 수 없다고요!”


 “정말 모자란 마술사로군. 결계 정도로 안심하면 이렇게 되는거다. 캬캬캬캭”


 랜서는 미코토가 마술로 뒷처리하는 모습을 구경하며, 조금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재개했다.


 “어쨌든 말이다. 신령의 영역에 든 이몸이기에 그대로 내려올수는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고 찾은 결과가 전성기이면서 이몸에게 제약을 걸 수 있는 조건을 달고 현계한거란 말이다.”


 랜서는 자기 머리를 툭툭 쳤다.


 “또한 ■■이기에 내가 손댈수 있는건 성배전쟁 관련자뿐이지.”


 “아무튼, 당신은 전성기로 오지 않는 편이 낫지만요. 대충 이해가 안 되는 방법은 아니군요.”


 미코토의 감상을 들으면서, 랜서는 그녀에게 경고했다.


 “물론 이 물건을 쓸 생각은 말도록.”


 “쓰지 말라면 쓰고 싶어진다는 말, 못 들어보셨나요? 아무튼, 그걸 써야 할 정도의 상황. 저는 잘 모르겠지만요.”


 미코토에게 있어서도,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사용한다고 무언가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향후를 위해서도 랜서와 사이가 나빠지는 것은 좋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뭐,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지만.


 “만약 이걸 썼다간 장난아닌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


 랜서가 진지하게 얼굴을 굳혔지만, 미코토는 다른 생각을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네요. 서번트라 함은, 좌에 있는 영령 정보. 그 일부의 복제... 소환자인 제가 간섭한 것도 아닌데. 다수의 영령에 관계된 촉매로 어째서 랜서가…”


 “캬캬캬캭. 자네에게 소환된것 또한 영령으로서 소환되고자 한 이몸의 의지로 일어난 일이라는 거겠지.”


 문득 그녀가 흘린 혼잣말에, 랜서도 나지막이 대답을 흘렸다. 생각해봐야 알 수 없나 하고, 미코토는 고개를 젓고서 준비된 식사를 날랐다. 냉동 일색의 반찬들. 아침에 만들어 얼려뒀던 쌀밥. 얘기를 나누다가 몇 번 실패했던 계란프라이. 건강에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식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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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아무튼 미안해요. 거기까진 생각한 적이 없었네요. 다음부턴… 아, 대체 뭘…?”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론 거의 냉동식품으로 때워왔던 미코토는 잠시 고민하다가, 어설픈 답을 내었다.


 “...좀 쉬운 걸로 타협하실 수 있나요?”


 “지금은 밥만 줘도 충분하다 마술사. 나 참.”


 랜서는 단번에 그릇의 밥을 입속에 털어놓으면서 투덜거렸다.


 “미안하다구요. 뭐, 일단 지금까지 들은 걸 정리하면 소원은 성배전쟁 참가자에게 ■하는 거군요?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니, 단번에 귀찮아졌네요.”


 “캬캬캬캭! 걱정마라 마술사. 이몸이 있다는건 즉 승리라는것이다.”


 랜서는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랜서는 강했다. 서번트 대 서번트로 붙는다면 랜서에게 이길 서번트는 손가락에 꼽을 것이다. 진다면, 그 원인은 십중팔구 미코토 자신이겠지.


 “당신이 강하다는 건 부정하지 않지만, 성배전쟁은 7인의 마스터와 7기의 서번트에 의해 이루어지니까요. 당신 같은 거물을 유지하다가는 제가 비쩍 말라 쓰러질 거에요.”


 “그래서 결계를 보강한 게 아닌가?”


 “그렇죠. 하지만 결계의 보강이 끝나면, 바로 다른 마스터를... 아 잠깐. 이야기가 엇나갔잖아요.”


 랜서의 소원을 -그것이 소원이라고 부를 만한 것인지 미코토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코토의 소원을 랜서가 아는 것도 중요했다. 미코토는 이야기가 어긋나기 전에 다시금 방향을 수정했다.


 “일단 제 소원부터 얘기해두죠. 봐서 알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혈족은 옛 일본의 신에게 받은 저주를 품고 있어요. 예전에는 인간을 요괴와 같이 추악한 꼴로 만드는 저주였던 모양이지만, 신의 힘이 약해진 지금에 와서는 단순히 소유자에게 불운을 불러일으킬 뿐. 하지만 그조차 목숨을 위협할 정도에요. 그래서 우리 가문은 결계술을 이용해 저주를 막아내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튕겨낸다에 가깝지만요.”


 “마술사로 소환되었다면 그것을 봐줄수도 있겠지만…”


 랜서가 말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그가 캐스터의 클래스였다고 해도, 이것을 어쩌지는 못하리라고 미코토는 생각했다. 이것은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을 종류의 저주도 아니고, 함부로 간섭하게 놔 둘만한 저주도 아니다.


 “...봐주기만 하도록 하지! 아무리 그래도 다른 신이 행한 일에 간섭할수는 없지.”


 하지만 기대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미코토는 갑작스레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느꼈지만, 이야기를 계속했다.


 “튕겨낸 저주는 몇 번이고 돌아오지만, 그것을 주변인들에게 조금씩 나눠보내는 일로 경감시킬 수 있어요. 다만, 완벽하게 경감 가능한 것은 제대로 된 결계를 펼쳤을 때뿐. 바깥에서 전개하는 임시의 결계로는, 반나절 버티는 것이 한계에요. 그래서 저는 학교에도 가지 않고. 쭉 신사 생활이었죠. 제 소원은 이 저주의 해제입니다. 천년이 걸려도 풀지 못하고, 천년이 지나도 풀지 못할 저주라면, 만능의 원망기에라도 기대해야겠지요.”


 정확하게 전부 설명한 것은 아니지만, 랜서가 알아야 할 것은 이 정도였다.


 “그거 참 고통스러운 일이야. 보아하니 옛 신에게 무슨 노여움을 샀는지는 몰라도 상당한 업이 쌓여있군.”


 “...아뇨. 그저 전쟁의 패배자였을 뿐. 저희가 모시던 신이, 다른 신에게 졌다. 그 정도의 일입니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설명했다 하더라도, 점점 화가 치미는 것은 미코토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또한 업이지.”


 무엇이 업이란 말인가?


 “업이라 함은 스스로가 풀려하지 않으면 계속 쌓이는 법이야.”


 각인을 통해 내려온 저주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 업이란 건가?


 “계속 이곳 안에 머물수록 그 업은 점점 더 쌓이겠지.”


 적어도 마술사라면, 대를 이어 내려온 각인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이 맞았고, 앞으로도 맞다.  미코토는 스스로를 긍정했다. 나는 틀리지 않았어. 내가 해온 것이 옳아. 라고.


 “하지만, 나갈수도 없는 노릇이니 지금까지 버틴것도 잘한 일이로군. 그래도 걱정마라. 이몸이 왔다. 이제 그대는 밖으로 나갈수 있다는 말이지.”


 그녀의 속마음을 모르는 랜서는, 캬캬캭 웃으며 말했다.


 “그대의 저주는 죽음의 저주. 그리고 이몸은 불사의 몸이다. 고로 이몸이라면 그 저주따위 가볍게 먹어주마. 없애주지는 못하지만! 캬캬캬캭”


 바보같은 사람이, 도움도 되지 않는 말을 하는게 아냐. 라고 미코토는 생각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저주의 영향을 더 제거할 수 있으리라곤 말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미코토가 저주를 없앨 수 있다고, 누군가가 저주를 풀어줄 수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미코토는 어째서인지 모를 동요를 감추며 말했다.


 “기대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전에. 어떻게 행동할지는 명확하게 해두죠.”


 미코토는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졌기에,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적대하는 서번트는 모두 소멸시킵니다.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면, 한두 조는 잠시 동맹을 맺어도 좋겠죠. 다만 당신, 마스터를 죽이겠다면 반대할 것 같은데, 아닌가요?”


 저 서번트는 버릇없고, 짜증나고,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주제에 선성의 서번트인 것이다. 웃기지도 않다. 그녀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선성으로, 자신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따르고, 자신을 긍정해주는 기사님 같은 이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정확히 보았군. 두번째 칭찬이다!”


 랜서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귤을 던져왔다. 받을 수야 있었지만, 결계로 막아 떨어뜨렸다. 철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몸은 비살상 주의다. 하지만 대상이 괴물이라 판단되면 가차없으니 그리 알도록.”


 어이없는 제약이다. 성배에 빌 소원조차 없는 영령이란 것은 다 이런 걸까? 자신의 말이 랜서에게 아무런 제약도 되지 않을 걸 알았지만, 미코토는 일단 자신이 생각해둔 것을 말했다.


 “아뇨, 괴물인지 사람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저는 성배전쟁이 끝나고도 저를 죽일 수 있을만한 이를. 죽여두는게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모처럼 자유를 얻어도 그걸 만끽하지 못한 채 죽어서야 의미가 없다. 하지만 역시 저 서번트는 그럴 마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중요하지!”


 계속해서 말하려던 미코토를 막고, 랜서가 말했다. 보기 드물게 진지한 태도였다.


 “지금 내가 이자리에 있는건 그대가 아직 사람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


 “사람.인가요.”


 미코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랜서의 말을 따라 중얼거렸다.


 “이몸은 그대가 밖으로 돌아다닐수 있도록 돕겠다. 하지만 조건이 있지.”


 조건, 인가요.


 “살상하지 말고, 저주는 이몸에게 오도록 집중하며 바깥을 보고 겪으며 배울것.”


 ...


 “그대에겐 이게 필요해보이는군.”


 아까의 두 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깊고, 오래된 침묵이 계속되었다. 미코토는 한 귀로 흘리고 싶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녀의 입술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침묵을 깨었다.


 “부모님이 죽고 나서, 제대로 된 마술사가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죽지 않기 위해서, 무녀를 연기하며 사람을 불러들이고. 당신이 본 것도. 마술사로서의 제가 연기한 사람이겠죠.”


 미코토는 툭하고 내뱉었다.


 “아무튼, 가짜라고 해도 영령.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일단 그렇게 해드리죠.”


 어차피 영령은 좌의 정보를 재구성한, 사역마의 일종일 뿐이다. 미코토는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고선 동요가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필사적으로 동요를 숨긴 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연기또한 자네의 모습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침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면, 내일은 결계의 개조를 해야겠군. 그 저주라는건 타인이 아닌 이몸에게 집중시키도록. 밖에 나갈경우 더 버틸수 있게 도와주겠다.”


 어째서.


 “이몸은 이래뵈도 그대에게 소환된 서번트. 그대를 지키는것이 내 첫번째 임무다. 물론 뒤통수를 치지 않는다는 조건하겠지만! 캬캬캬캬캭”

그런 말을 하냐구.


 “...흥.”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미코토는 거실을 떠났다. 거실에는 한 그릇을 제외하고는 전혀 줄어들지 않은 저녁식사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랜서만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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