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Depression Wish : 마루 - 49
2008.06.02 01:00
차의 속도가 높아진다.
한껏 높아진 엔진의 구동음.
그 소리를 들으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오른쪽에는 고정되어 있는 바다의 모습.
하지만 반대쪽에는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야트막한 산과 좁은 들판의 모습.
슬쩍 앞 쪽에 있는 차의 계기판을 바라본다.
속도계는 110km/h 를 막 넘기고 있는 상태.
하지만 규정속도를 30km/h 나 넘겼으면서도 속도계의 바늘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에렐, 정말 괜찮은...."
조금 불안한 마음에 에렐을 말려보려 입을 연다.
하지만 그에 답한 것은 에렐이 아닌 로베스였다.
그저 손짓으로 내 말을 막는 로베스.
이 쪽을 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싱긋 웃는다.
"...."
어쩐지 떨떠름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즐거운 듯 미소짓고 있는 로베스의 모습 앞에서 무언가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고개를 창 밖으로 돌린다.
넓게 펼쳐진 바닷가.
여전히 황량한, 아무도 없는 바다의 모습.
어쩐지, 느낌이...
"에렐리니아, 생각나?"
하지만, 그 생각도 로베스의 말에 묻혀버렸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정면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는 로베스의 모습이 보인다.
그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에렐리니아가 날 두 개째로 태워 날려줬을 때."
두 번째로 에렐의 차를 탔을 때... 라는 이야기일까?
어쩐지 특별한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았기에 그 쪽으로 귀를 기울여본다.
하지만, 에렐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한 동안 말 없이 운전을 계속하다가...
"기억한다."
라고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에렐을 보며 웃는 로베스의 모습이 보인다.
과연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던 것일까?
그 것이 과연 어떤 일이기에, 둘의 사이가 이렇게...
하지만 그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저 에렐은 말 없이, 차의 속도를 더 높일 뿐이었다.
어쩐지 착잡한 마음이었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다시 시선을 창 바깥으로 돌릴 뿐.
빨라지는 속도 앞에서도 여전히 멈추어 있는 바다는 약간이나마 안정감을 전해준다.
그렇게, 누구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는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아..."
하지만 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잘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몇 번을 다시 보아도 그 것은 틀림없는 현실이었다.
멀리, 바닷가에서 굳어진 것 처럼 서 있는 한 사람의 그림자.
작게나마 보였던 그 그림자는 점점 더 그 크기를 키워가고 있었다.
더불어, 혹시나 했던 마음은 점차 확신으로 바뀐다.
"머루?"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 것이 대체 누구의 목소리인지 기억해 낼 수 없었다.
멈추어있는 시간 속에 서 있는 것 처럼,
그렇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서 있는 한 사람.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추억의 장소,
얼마 전 받았던 사진 속의 장소에 서 있는 한 사람.
그 사람은,
차가 그녀가 서 있는 곳을 스쳐 지나간다.
고정되는 시선. 빠르게 뒤쪽으로 멀어져가는 모습.
그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게 서 있던 그녀는...
"....!!"
서서히, 무너지듯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린다.
"에렐! 차 세워!"
"뭐?"
갑작스러운 내 외침에 영문도 모른 채 반문하는 에렐.
하지만 지체하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었다.
"빨리!"
다시 한 번 소리 지른다.
굉음과 함께 타이어 자국을 길게 남기며 차가 멈춘다.
그와 동시에 문을 벌컥 열어 젖히고 차 바깥으로 뛰쳐나간다.
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달려온 거리가 얼마인 것인가.
하지만 그런 사정 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속도로 그 쪽을 향해 달려간다.
넘어질 듯, 땅에 구를 듯 하면서 간신히 균형을 잡고, 그렇게 미친 듯 달려가
쓰러진 그녀를 안아들었다.
창백한 얼굴.
핏기가 없는 입술.
가냘픈 호흡.
그 것은 분명 그녀의 모습이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잎새야..."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그제서야, 그녀는 정신이 든 것처럼 힘없이 눈을 뜨고는...
"아..."
하는 소리와 함께 가볍게 미소지었다.
"설마, 했는데..."
가느다란 목소리.
이전의 활기참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
그 모습은 마치...
"진짜... 와 줬네?"
메마른 입술로 작은 미소를 짓는다.
내 뺨에 대려는 듯 손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너어..."
입술을 깨문다.
안고 있는 팔에 조금 더 힘을 넣는다.
그런 내 행동에, 그녀의 몸이 조금 떨린다.
하지만 그 뿐.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 채 그대로 죽은 듯이 내 품 안에서 늘어져 버렸다.
한껏 높아진 엔진의 구동음.
그 소리를 들으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오른쪽에는 고정되어 있는 바다의 모습.
하지만 반대쪽에는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야트막한 산과 좁은 들판의 모습.
슬쩍 앞 쪽에 있는 차의 계기판을 바라본다.
속도계는 110km/h 를 막 넘기고 있는 상태.
하지만 규정속도를 30km/h 나 넘겼으면서도 속도계의 바늘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에렐, 정말 괜찮은...."
조금 불안한 마음에 에렐을 말려보려 입을 연다.
하지만 그에 답한 것은 에렐이 아닌 로베스였다.
그저 손짓으로 내 말을 막는 로베스.
이 쪽을 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싱긋 웃는다.
"...."
어쩐지 떨떠름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즐거운 듯 미소짓고 있는 로베스의 모습 앞에서 무언가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고개를 창 밖으로 돌린다.
넓게 펼쳐진 바닷가.
여전히 황량한, 아무도 없는 바다의 모습.
어쩐지, 느낌이...
"에렐리니아, 생각나?"
하지만, 그 생각도 로베스의 말에 묻혀버렸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정면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는 로베스의 모습이 보인다.
그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에렐리니아가 날 두 개째로 태워 날려줬을 때."
두 번째로 에렐의 차를 탔을 때... 라는 이야기일까?
어쩐지 특별한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았기에 그 쪽으로 귀를 기울여본다.
하지만, 에렐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한 동안 말 없이 운전을 계속하다가...
"기억한다."
라고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에렐을 보며 웃는 로베스의 모습이 보인다.
과연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던 것일까?
그 것이 과연 어떤 일이기에, 둘의 사이가 이렇게...
하지만 그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저 에렐은 말 없이, 차의 속도를 더 높일 뿐이었다.
어쩐지 착잡한 마음이었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다시 시선을 창 바깥으로 돌릴 뿐.
빨라지는 속도 앞에서도 여전히 멈추어 있는 바다는 약간이나마 안정감을 전해준다.
그렇게, 누구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는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아..."
하지만 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잘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몇 번을 다시 보아도 그 것은 틀림없는 현실이었다.
멀리, 바닷가에서 굳어진 것 처럼 서 있는 한 사람의 그림자.
작게나마 보였던 그 그림자는 점점 더 그 크기를 키워가고 있었다.
더불어, 혹시나 했던 마음은 점차 확신으로 바뀐다.
"머루?"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 것이 대체 누구의 목소리인지 기억해 낼 수 없었다.
멈추어있는 시간 속에 서 있는 것 처럼,
그렇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서 있는 한 사람.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추억의 장소,
얼마 전 받았던 사진 속의 장소에 서 있는 한 사람.
그 사람은,
차가 그녀가 서 있는 곳을 스쳐 지나간다.
고정되는 시선. 빠르게 뒤쪽으로 멀어져가는 모습.
그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렇게 서 있던 그녀는...
"....!!"
서서히, 무너지듯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린다.
"에렐! 차 세워!"
"뭐?"
갑작스러운 내 외침에 영문도 모른 채 반문하는 에렐.
하지만 지체하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었다.
"빨리!"
다시 한 번 소리 지른다.
굉음과 함께 타이어 자국을 길게 남기며 차가 멈춘다.
그와 동시에 문을 벌컥 열어 젖히고 차 바깥으로 뛰쳐나간다.
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달려온 거리가 얼마인 것인가.
하지만 그런 사정 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속도로 그 쪽을 향해 달려간다.
넘어질 듯, 땅에 구를 듯 하면서 간신히 균형을 잡고, 그렇게 미친 듯 달려가
쓰러진 그녀를 안아들었다.
창백한 얼굴.
핏기가 없는 입술.
가냘픈 호흡.
그 것은 분명 그녀의 모습이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잎새야..."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그제서야, 그녀는 정신이 든 것처럼 힘없이 눈을 뜨고는...
"아..."
하는 소리와 함께 가볍게 미소지었다.
"설마, 했는데..."
가느다란 목소리.
이전의 활기참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
그 모습은 마치...
"진짜... 와 줬네?"
메마른 입술로 작은 미소를 짓는다.
내 뺨에 대려는 듯 손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너어..."
입술을 깨문다.
안고 있는 팔에 조금 더 힘을 넣는다.
그런 내 행동에, 그녀의 몸이 조금 떨린다.
하지만 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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