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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다.

밤에 꾸는 꿈은, 하늘 아래의 그것과는 달랐다.
밤에는, 언제나 밤에만 꾸는 꿈을 꾼다.

언제부터인지, 내 안의 꿈이 분리된 것은.
그것은, 아마도 나의 부서짐의 증거.

꿈을 꾼다.
그것은, 밤의 꿈.
어둠이 감싼 하늘 아래의 꿈.
밤에만 볼 수 있는 하늘의 꿈.
칠흑색 허공 아래에서, 그것을 올려다보는 소년의 꿈.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검은 날개의 소년의 꿈. 그래.

하늘을 바라보는 소년의 꿈.
언제나의 슬픈듯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소년의 꿈.
내게는 없는, 날개를 가진 소년의 꿈.
언제라도 날아, 그것을 움켜 쥘 수 있을 듯한 녀석의 꿈.

그러나 결코 펼치지는 않은 채로, 그 하늘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인 녀석의 꿈.

소년은 그렇게 아무것도,
흘러가는 구름도 내리쬐는 태양도,
심지어 속삭이는 달도, 지켜보는 작은별도 없는 하늘을,
오로지 빛나는 것은 그의 눈동자 뿐인 채로,

언제나 그래왔듯, 흑색의 허공을 응시할 뿐이다.

오로지. 그것뿐.
아무것도 없는 그곳만을 지켜볼 뿐이다. 그리고 나도.

언제나 그래왔듯, 말없이 그를 향하던 눈을 감을 뿐이다.


                                     *                   *


"아버님도 차암, 남자만 사는 곳에 가라 하셨다니."

"...아직도 불만이냐"

이 애는 어제, 환자실에 대기시키고 차를 꺼내러 주방에 간 사이, 환자침대에서 멋대로 누워
잠들어버렸다.
꽤나 엄격히 교육하는 집안에서 자란 모양인데도, 이런 무방비한 몸가짐을 보인것에 스스로가
혼란스러운 듯 하다.라는 것 까진 어찌되어도 좋은데,

왜, 어째서 손가락 하나 안건드리면서 이불까지 덮어준 살신성인을 보인 내가 얘한테 이런소릴
바가지로 듣고 있어야 하냐고!!

"히이, 무서운 눈빛으로 쳐다보고있어. 흥분한걸까. 위험한 눈빛이야, 무서워어"

......이렇게 속삭이는 듯 하면서도, 다 들리게 불평하고 있는 것이다.
혹은, 일부러 들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애초에 혼잣말이라면, 왜 자기나라 말로 안하고
영어로 하고 있냐고!!

어제 참지 않고 토박이말로 몇마디 해주었다면 지금쯤의 오바의 정도는 상상할수 없게 되었겠지.
...강적이다, 이녀석.


"이..이쪽으로 오고있어? 안되, 잡아먹히는걸까? 아아, 흐흑. 아버니임 훌쩍훌쩍"

......울고싶은건 나라고...흐흑.

"너, 대체 용건이 뭐냐?"
환자라면, 어서 진찰 받고 가라. 라고 말하려던 것은 최후의 인내심으로 막을 수 있었다.
소녀는 마치 뱀 앞에 던저진 개구리마냥 눈물을 글썩이며 있더니, 이윽고 그에 맞설 용기를
얻었는지 입을 열었다.(제길)

"...여기 선생님의 아드님 되시나요?"
......여기 선생님이란 사람은 아들은 커녕 애인도 없단다.

"내가 그 '여기 선생님'이다만?"
"..."

설마 나한테 아들이 있다는 소문이 돈건가?
그것도 나만한?...
......허...허억허억, 이런, 오싹해지는 상상을 해버렸다. ... 이런 말도 안되는!!
소녀도 뭔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지, 잠시 굳어있다가 머리를 붕붕 휘저었다.
장담하는데, 너 또 뭔가 오해하고 있을 거라구, 분명히...

"생각했던 것보다 젊으셔서 놀랐어요. 얼마 전엔 아버지께서 신세를 지셨습니다."

의외의 평범한 말에 놀랐다. 허나 소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다.
지금, 여러 국가가 엮인 큰 전쟁에 말려든 지금도, 폭격 한번 맞아본 적 없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작고 초라한 마을이라, 마을 유일의 병원이라 해도, 환자는 셀 수 있는 정도로 밖에 오지 않는다.
물론 최근의 환자는 모두 기억하고 있지만, 요 몇년간...아니, 내가 이 병원을 경영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동양인의 환자는 한번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물론 동양인의 환자를 받았더라면, 기억지 못할 리도 없다.

"...음, 기억에 없는걸? 동양인 환자는..."
"아... 아마 그때 아버님께선, 분명 서양인으로 변장하고 계셨을 거에요."

...무려 변장인가.
나는 지금, 아마도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하게 위험한 환자를 맡아 버린 듯 하다.

"음...그럼 그게 언제쯤이지?"
"아마 30년쯤 전이었을텐데.."

콰당.
만화였다면 이쯤에서 마루를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겠지.

"기...기억 안나시는 건가요?"

......고맙다. 나를 두번 죽여주는구나.

"내...내가 그렇게 늙어보이냐?"
"네? 하지만-"

"나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다고오!!!!!!!"


하악, 하악, 소리질러버렸다.
소녀는 놀랐는지 잠시 머엉 해졌다가, 깨어나자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듯 하다.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닌, 진심인 것인가.
아니, 이조차도 연기라는 쪽이 좀더 믿음직한 설명이겠지.

어느쪽이든,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은 같다.

"아마 그건, 내 아버지일 거라고."
"아-, 그런가요."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게를 끄덕이며 납득한다. 그리고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응, 그렇다고 해도 친 아버지는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방금의 대화로, 몇가지가 확실해 졌다.
아마도, 소녀의 아버지와 인연이 있는 것은, '그 사람'쪽이라는 것.
옛날, 그는 변장이 필요한 어떤 일을 위해, 여기에 왔었고.
자신을 숨긴 채로 부상당한 것을 치료하기 위해, 이 산골의 병원을 찾았엇다는 것.
아마도, 그 사람이라면 환자가 위험해질 일은 절대 하지 않겠지. 설령 쫓기는 자라도, 누군가에게
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은혜로 여긴 자의 딸이, 지금 여기에 왔다는 것은.

아마도, '은신'정도의 목적인 것일까.

문득, 어떤 나라를 떠올리게 되었다.
흑발의 동양인.
극동의 섬.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세 나라 중 하나를.

1.재패니즈 인지 묻는다.
2.이곳에 온 목적을 묻는다. <선택

만약 정말로 이 아이가 그 나라의 백성이라면, 그건 농담으로 심각하다 할 수준이 아니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전쟁을 일으킨 나라다. 그리고 그 전쟁에, 우리의 국토도 우리의 국민도 무참히
희생되고 있을 터다.
이 시대의 사람이라면 민감해 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이 나라의, 적국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나는 차마 그것을 묻지는 못했다.
물어서 어쩌할 것인가. 아니라고 한다면 다행이라고 넘어갈 것인가. 의심하지 않을 것인가. 그럴 수
있는가.
맞다면 또한 무엇을 할 것인가, 자신을 찾아 산골마을에 온 소녀를, 모두의 앞에서 공개처형이라도
시킬 것인가. 적국의 밀입국자를 발견했다는 표창장이라도 받을것인가?

그 어떠한 것도 할수 없다. 그렇기에, 묻는 것은 오히려 나를 속박하는 일이 될 터이다.
만약 때가 되어 스스로 그에 대한 얘기를 하는 일이 생긴다면, 믿을 수도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에 관해서는 일단 접어두자고 생각했다.

"그럼, 너는 여기 무슨 일로 온거니? 어딜 다친 것 같지는 않는데."
"아, 예, 아직 말씀 안드렸었네요. 몸이 좋지 않아서 요양하고자 온거에요."

요양 이라... 이런 산골의 병원에 오는 것으로는 굉장히 그럴듯한 이야기이다.
...라고, 의심과 같은 상념이 저절로 피어올라온다.



소녀는, 그런 나의 얼굴을 불안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정말로 무서운 표정이라도 하고 있었던 걸까.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묻지 않기로 했다. 의심은 그만두도록 하자.
괜스레 여자 아이를 불안에 떨게 만드는 일은 그만두도록 하자.

라고, 생각했을 떄였다.










"저기..혹시 밥은 안주시나요?"


...내가 방금 뭐라고 생각했더라?
......불안에 떨게 만들었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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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일상일 뿐입니다.
뭔가 터지려면 좀 더 기다리셔야 하겠네요...

#'화' 구분을 하고 쓰지 않았고, 옴니버스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화'마다의 끝을 내기가 힘듭니다.


#으음...제목 옆의 부제목을 삭제할까 생각중입니다.

#....그리고 중간에 선택지가 나오셔서 놀라셨죠?
원래 공책에 써온건 1번선택지...'너 혹시 재패니즈냐?'라고 붇는 거였는데.
아무래도 저렇게 고쳐쓰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그렇다고 지우기는 아까워서 그냥 넣어봣습니다(쿨럭)

#개념없는 히로인에 고생하는 주인공 한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여기에도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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