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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과거로 부터의 청산[외전]

2006.03.31 02:50

Gp 조회 수:181


창공은 어두워지고 남아있는 길이 사라질때 까지.
피에 물든 갑옷에 부러진 검을 쥐고.
베어버린 심장은 다시 뛰지 않지만.

나는 그때 죽지 못한건가.

"여기서 죽으세요."

사랑했던 여인의 마지막 한마디.
그것마져 사랑스럽고 배덕스럽게 들려오고

"모든건 이 영지를 위해서."

그 배덕함에 눈물하나 흘리지 않고 검을 들뿐.

아아 들리는가 나의 길동무 들이여.
지금 나의 눈물은 핏방울이 되어 흐르는데.

왜 너희는 나에게 와서 나를 슬프게 하는가?

나의 무덤은 이 성문이다.
그녀에게 죽음을 명 받은 나는 죽은 존재.
망자의 휴식에 무슨 말이 필요 하단 말인가.

나는 존재 하며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이.
그저 지금의 나는 갑옷이 움직이는 것.
나는 죽은 존재다. 움직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움직인다면 그건 충성심 이란
개같은 것이 아닌 그저 단 한가지 소망.

지킨다.
이곳은 내가 지킨다.
목을 걸고 심장을 걸고 혼을 걸마.

그녀가 명령을 내린 그날밤 그녀에게 마음을 팔았고.
그녀가 갑옷을 준 그날낮 내 몸을 갑옷에 맏겼다.
그리고 그녀가 지금의 명령을 내린 오늘 나에게 찾아온 그것이 말하길.

"거래다."

부정한 그것에 혼을 팔았다.


바라는 것은 한 사람의 행복.
그것을 위해 바쳐야할 천만의 생명.

적의 대군은 천만. 나홀로 이곳을 지킨다.

"비켜라! 기사여! 우리 군의 길을 혼자 막을 셈이냐!"

나는 시체. 썩어가는 살덩어리.
이제 누구의 명령을 지키지 않으며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그저 내 맘대로 할뿐인 존재.

"어서 비켜라 버림받은 기사여! 그대의 군주가 그대를 여기에 버린 이유를 모르는가?"

나의 혼은 악령. 악마의 속삭임에 타락한 유령.
무엇보다 더럽고 무엇보다  살과 피를 원하고 존재를 보이는
삶을 갈망하는 괴물

"기특하군 버림 받아도 자신의 주군을 지키는 건가."

그러나 설령 내가 괴물이고 언데드 일지라도 나는 기사.
그녀가 준 갑옷을 입고 그녀가 준 검을 들며 피로 맹새한 기사다.
자신의 피를 더럽힐 지언정 흘려 버리고 마는 존재다.
그리고 내가 피흘릴곳은 여기다.

내가 흘린 피가 니놈들의 숨통을 끊어 버릴 때까지.
그리고 재정신으로 돌아 왔을때.
나의 심장에 박혀 있는 석궁의 볼트.

아픔은 느껴지지 않고. 땅은 한없이 뜨겁기만 했다.
몸이 차가워진건지도 모르지만 그 뜨거운 땅에 얼굴을 묻는다.
비가 내리고 흐르는 피는 한곳으로 모인다

"크흐흐. 흐하하하."

홀로 남은 내가 있는 곳은 그녀의 성. 그 아름답던 성은 불타 버리고
수많은 군마의 발자국만 나를 밟지 않고 지나갔음을 나타냈다.
홀로 남은 기사의 예우로 그 시체만은 욕보이지 않는다 라던가.

그런것 따위 이젠 상관 없다.

나는 죽지 못했다.

일어선다. 몸의 감각이 돌아오지 않는 다는 것은 역시 죽었다는 거겠지.
목넘어에 굳어버린 핏자국이 따갑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감각도 돌아오나 보다.

아직 살아 있는 건가.
그럼 나는 살아서 해야할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
적을 없엔다.
그들이 다시는 이 성을 넘보지 못하게.

나의 임무는 목숨이 다 할때 까지 이 성을 지키는것.




달빛은 허공에 머물고 그 빛이 밝히는 곳에 그들이 있었다.
숲을 벗어나 한참을 걸었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적의 진영과 군주의 마차. 그리고 아군 기사들과 적의 시체

군주는 멀리 가지 않았다.
분명 자신은 나에게 이르길 자신은 먼곳에서 도망치겠다고 했다.
아니 내가 도망치라고 했다.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저를 버리지 못한 겁니까?
눈물이 흐르길 바란다.
지금의 내 눈에 눈물이 흐르길 바란다.
겉으로 냉정한 그녀가 왜 이런 곳에 있단 말인가!

발을 내민다. 그리고 다른 발을 내민다. 교차되는 발이 나를 앞으로 이동 시키고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
그리고 나는 주워온 검 하나를 잡고 다시 한번 휘두른다.

그들은 내가 온걸 아는지 화살을 쏘고 그것이 하늘을 뒤덥는다.
몸애 박히는 차가운 날의 기억이 나를 그 끔찍한 기억으로 부터

도망치지 않게 한다.

저딴거 맞아 봐야 안죽는다.
목에 그 차가운게 박히는 것이 분명히 느껴지고 그외 다른 곳오 점차
차갑고 끈적 끈적한 액채가 느껴진다.

내 피는 더이상 뜨겁지 않다.

그저 한없이 차가운 액체만 흐를뿐.

"괴, 괴물이다."

달빛이 나를 비춘다. 피에 붉게 변한 갑옷에 눈에서 흐르는 붉은색의 액체.
몸에는 가득 박혀있는 화살과 볼트들.
아까 어떤 기사의 검을 막다가 배에 관통 당해서 흐르는 내장.

그래도 죽지 않았다.
나 좀비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한다. 아니 이미 좀비일 거다.
그러나 그런것도 상관 없다.
또 다시 배어 넘긴다. 목을 배고 팔을 배고 심장을 꽤뚥어 버린다.
죽이고 죽이고 죽인다. 죽은 나에게 그들의 무기는 무의미. 넌센스다.
  
꽤 많은 수를 베어 넘긴 걸까. 이젠 그 많던 녀석들도 보이지 않는다.
적의 군주는 허리에 천 하나만 감싼채 막사에서 나와서 나를 보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

허공으로 빛나는 달빛은 위험하기 그지 없는 나를 비추고.
피냄세 나는 그곳에 나 홀로 남을때 까지. 나는 칼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군주를 베어 넘기자. 이윽고 남은 놈들은 모두 도망갔다.

나는 그 군주가 나온 막사로 들어갔다.
밤꽃향기와 피냄세.
그리고 옷이 찢겨진체 울고 있던 여인은 내가 들어오자 마자 눈물을 닦고 굳은 얼굴
로 나를 주시했다.

"성은 지켰는가 레빌경?"
"지켯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무의미한 마음이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나에게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굳게 마음먹었지만 나에겐 그것만큼 추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 마저 나에겐
한없이 사랑 스럽다.

"보는 대로네. 더럽혀 졌지. 그래도 고맙군. 자네 덕분에 적어도 저 빌어먹을 늙은이
목은 베어 버렸으니까."

그녀는 더 이상 울음을 못참은 건지 눈을 돌린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피투성이의 손으로 그녀의 뺨에 댄다.
그녀의 수치로 붉은 뺨은 내 피가 묻어 더 붉게 변했고.
공포후의 안도로 인해 흘러나오는 눈물은 내 피를 빌어낸다.

"무… 무슨 짓인가 레빌경!"

나는 그녀의 코끝에 살며시 입술을 대고 천천히 내려왔다.
그녀의 심장박동이 커지고 숨소리가 커진건지 코에서 나오는 바람이 느껴진다.
천천히 내려가는 입술에 서로의 입술을 살며시 대고 마지막으로
이마에 한번더 키스한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당신이 나를 그곳에 둔 시점부터 나는 더이상 당신의 기사가 아니란걸 알잖습니까."

달은 아직도 빛나고 불타버린 천막은 사라졌다. 달빛아레 그녀에게 말하는 말은
사랑한다는 고백이 아닌 배신된 자로서의 저주.

"그래도 나는 당신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당신의 성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갑옷안에 고정되 있는 그것을 꺼낸다.

"왜 이것이 제 갑옷안에 있던 겁니까?"

하얀 손수건. 하지만 이젠 내 피에 붉게 변했을 뿐이다.

"왜 제 갑옷에 당신의 손수건이 있던 겁니까?"

그녀의 눈동자가 나에게서 그 손수건으로 옴겨 간다.

"나는 이 손수건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차가운 피에 변색된 손수건은 하얀색인 부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치 피에 얼룩진 이 땅 처럼 그 더럽혀진 손수건의 모습은 배덕해 보였다.

"그저 이제 죽은 자로서 해야 할일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내 몸이 흙으로 변해 간다.
죽은 자로서 해야 할 일. 그건 흙이 되어 이 세상과 하나가 되는것.
마지막으로 나는 반지를 꺼낸다.
그녀에게 돌려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그 반지를 받는다.
그리고 소중한듯 품으로 감싼다.

"언젠간 다시 만난다면…."

그녀가 말하는 마지막 말.

"그때는 내가 당신을…."

나는 그 말을 들으며 흙이 되었다.








그리고 먼 훗날.

한 남자의 품안에 있는 여자 아이의 숨소리.
아이는 아무말 없이 그 남자에게서 멀어 졌다.
남자는 자신의 손에 들린 반지를 쥔다.

"그때 내가 당신을 성에 두지 않았다면."

여자 아이가 가고 있는 방향으로 남자는 바라 보며 중얼 거리고 있었다.

"그때 내가 당신을 성에 두지 않고 함깨 했다면."

반지의 루비는 빛을 잃고 그저 붉기만 했다.
마치 피처럼.

"우린 행복 했을까?"

그 남자는 그 여자가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 갔다.
탈골된 팔을 부여 잡고 과거 자신을 사랑했던 기사의 현재의 모습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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