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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캐스터와 만난 이래 늘 하던 대로 비상식들을 쌓아두고, 씻고, 이불 속에 들어가서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한가지 걸리는 점이 남아 있었다. 샤워하는 동안 알게 됐는데 오른팔 팔뚝 한가운데에 분명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없던 멍이 생겨난거 있지. 아까 따끔했던 게 기분 탓이 아니었나보다. 혹시 누군가가 전망대 근처에서 흥을 주체 못하고 몰래 가져온 BB탄 총이라도 쏜 걸까? 나야 팔에 맞아서 괜찮지만 잘못해서 어린 아이들 눈에 맞으면 어떡하려고 그랬담! 정말이지 민폐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다행히 빗맞았는지, 비록 멍든게 멀리 거울에 비춰보아도 선명히 보일 정도이기는 해도 팔을 움직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아픈 것도 아니라서, 나는 그냥 가볍게 소매를 다시 올렸다

 

 

  "마스터 님."

  "왁!!!"

 

 

  -가, 바로 앞에서 들린 캐스터의 목소리 때문에 하마터면 무릎 위에 올려두었던 스마트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놀랐잖아요! 어새신도 아니고 기척 좀 내고 다니지-캐스터가 이 정도면 어새신은 어느 정도인거야?-!

 

  일단은 허둥지둥 손을 뻗어서 바닥에 닿기 일보직전인 스마트폰을 회수하는데, 캐스터가 다시 말했다.

 

 

  "팔."

  "네?"

  "멍자국이 있는거 같더군. 보여줘."

 

 

  응? 캐스터가 진지하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멍일 뿐인데. 혹시 캐스터한테는 다르게 보이나? 하긴 캐스터는 클래스 이름부터가 마술사라는 뜻이지. 사소한 상처에서도 나랑은 다르게 여러가지가 읽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잠깐만, 그러면 이거 보기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심각한 상처인거 아닐까? 사실은 나도 모르게 마주친 상대 마스터가 저주를 건 흔적이라던가(만난 적은 없지만), 얼핏 보기에만 이렇게 보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부상이라던가(별로 아프지는 않은데), 어쩌면 추적을 위해서 찍어놓은 흔적이라던가(마력이 느껴지지는 않는데)! 나 어쩌지? 진짜 큰일났잖아 그럼! 도와주세요 캐스터!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까지 생각하는데 나를 빤히 바라 보는 캐스터와 눈이 마주쳤다. 생각이 쑥 내려갔다.

 

 

  "그냥 멍이다, 마스터 님."

  "……."

 

 

  제멋대로 뻗어나갔던 생각들을 굳이 지적하지 않는 캐스터의 상냥함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 기세대로라면 이불을 딱 한 번 걷어차는 것만으로도 구멍을 낼 수 있을지도 몰라! 당장 땅바닥을 파서 사라지고 싶은 충동을 애써 누르며 나는 소매를 걷어 캐스터에게 팔을 보여주었다(캐스터가 팔을 잡았을 때는 반사적으로 움찔할 수밖에 없었지만).

 

  증상(?)이 간단해서인지 치료 방법도 매우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그냥 캐스터가 몇번 엄지를 위아래로 쓸었더니 요리 보고 조리 봐도 멍이 사라지고 없더라.

 

 

  "와, 마술 같아요!"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가 또다시 나를 빤히 바라보는 캐스터와 눈이 마주쳤다. 아차, 마술 같은게 아니라 마술이 맞겠구나! 캐스터니까!

  그 캐스터 앞에서 마술에 대해서 이론만은 안다고 큰소리를 뻥뻥 쳤던 과거의 나를 땅에 묻어버리고 싶다. 말을 안 했으면 기대-를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도 안했을 테고 그러면 실망할 일도 없었을 거잖아. 캐스터의 시선에서 나에 대한 내면평가가 전자화폐의 환율마냥 대폭락하는게 실시간으로 느껴지는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히힛.

 

 

  "아아아무튼감사합니다안녕히주무,아니좋은밤되세요!"

 

 

  더 이상은 버틸수가 없다! 나는 잽싸게 팔을 빼고 캐스터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보인 다음, 기세를 이어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아.

 

 

  "저기, 캐스터, 불 좀 꺼주세요……."

 

 

  차마 이불을 내리고 캐스터의 얼굴을 마주 볼 용기는 들지 않았다…….

 

 

*

 

 

 

  새벽, 아마도 세시나 네시 쯤에 저절로 눈이 뜨였다. 원래 나는 베개에 머리가 닿는 순간 잠들어서 아침까지 일어나지 않는데, 요즘 들어서-구체적으로는 캐스터와 계약한 이후로-이렇게 중간에 잠이 깨는 일이 종종 생긴 거 같다- 고 졸린 머리로 멍하니 생각하고 있으려니 머리 맡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방 안에 있는 사람은 나 말고는 캐스터밖에 없으니까, 아마 캐스터겠지.

 

  커튼에 한번 걸러져서 들어온 맨해튼의 야경으로는 제대로 보이지 않고, 캐스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캐스터와 만난 첫날 새벽에 이미 경험해 보았기에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비척비척 일어나서 (순간 캐스터가 멈칫거렸다) 책상 옆 미니 냉장고에서 당고를 꺼냈다. 그리고 다시 비틀비틀 돌아와서 캐스터에게 건네 주었다. 으음. 식비가…… 모르겠다…… 졸려…….

  그 다음에는 꿈도 꾸지 않고 잠들었다.

 

 

  아침,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머리맡의 캐스터는 새벽의 일 덕분인지 어제 아침과는 다르게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네, 그럼, 다음 뉴스입니다. 오, 제인, 이렇게 안타까운 일을 봤을까요."

 

  "그렇죠, 라이언. 네, 오늘 새벽, 시나이 산 병원 (Mt. Sinai Hospital) 에 17세-20세 사이의 청년 8명이 유사한 증상으로 실려 왔다는 뉴스입니다. 환자는 일괄적으로 복통과 어지럼증, 이명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경찰은 어제 이들이 증언한 이동 경로에 따라, 크리스마스 파티 후의 환각제 잔여물, 혹은 불법 개조 마약 등이 섭취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같은 음식에 의한 식중독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추가적인 피해자가 없다면 그 쪽으로 내사종결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네에, 하지만 크리스마스 디너를 즐기지 못하게 된 건 정말 안타깝습니다. 일년 중 가장 멋진 날인데 말이죠! 아무튼, 그럼 다음 뉴스입니다. ... 흠흠, 네. 어제 이스트 빌리지 근처에서 파티를 즐기던 쿠퍼 유니언 대학생들의 실종 신고입니다. 대부분은 기숙사 생활로, 룸메이트는 어디 파티에 갔겠거니 하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데요, 그 중 자택에서 통학중인 한 명의 어머니가 아르바이트에 갔다 귀가할 시간이 지나서 새벽까지 돌아오지 않자 신고했다고 합니다. 일단 경찰은 소호, 그리니치, 첼시 지역에 인력을 투입하여 수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의 광란의 파티를 즐긴 10대들이, 25일 밤에는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돌아온 탕아처럼 말이죠."

 

  "그 나이 때에만, 그 나이 때의 크리스마스에만 할 수 있는 미친 짓이니까 말이에요!"

 

 

 

 

  학기를 지내면서 미국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멀리서 들었던 풍문들, 직접 들었던 얘기들, 그리고 미드는 한치의 과장 없는 진실이었나보다. 마약이라니! 가게 안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며 나는 입을 딱 벌렸다. 물론 행사 때마다 돌아다니는 브라우니에 기묘한 '첨가물'이 들어가있다는 사실은 뉴욕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입원할 정도로 흡입하는 너무 심했잖아. 거기다가 동이 터서도 집에 가지 않을 정도로 파티를 즐기는…… 건…… 으음, 이건 왠지 뉴욕에서는 연례행사일거 같다.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대학생들도 크리스마스나 새해 다음날 집에 돌아가지 않거나 술에 취해서 사고를 치는 바람에 뉴스-심하면 해외뉴스까지-에 얼굴을 걸곤 하는데, 훨씬 개방적인 이곳 대학생들은 그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테니까.

 

  나는 저런 대학생이 되지 말아야지. 뉴스에 나오는 건 범죄나 희생자로서가 아니라 역사에 길이 남을 발견을 하거나 논문을 발표한 유명인으로서. 응응.

 

  마음 속으로 굳게 다짐하고 나는 대기표 화면을 올려다 보았다. 역시 사람 생각은 다 똑같다고 다들 크리스마스에는 치킨!이라고 생각했는지 나름대로 일찍 왔는데 대기열이 어마무지하게 길다. 윽.

 

 

  "캐스터, 괜찮아요?"

 

 

  그래도 기다리기만 하면(매우 오래 걸리고 지루할게 뻔해서 그렇지) 차례가 돌아오기는 할 테지만, 그동안 캐스터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치킨 냄새 때문에 내 뱃속도 사정없이 울리고 있는데 내가 이 정도면 캐스터는 더 심할거 아냐. 나는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캐스터를 올려다 보았다…… 어라?

 

  캐스터는 대기열을 바라 보고 있었을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가게 안의 TV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것도 꽤 집중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일반적인 미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남과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캐스터는 잘생겼으니까-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그다지 의식하지 못하는 거 같다. 나? 나야 그 옆에 붙은 동생 비스무리한 누군가로 보이는거 같고(역시 키가 문제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캐스터와 뉴스 화면을 번갈아 보았다. 저기에 나오는 소식 중에 캐스터의 흥미를 끌 만한게 있었던 걸까? 나는 다시 한번 불러 보았다.

 

 

  "캐스터?"

  "……아아. 미안, 마스터 님. 제대로 못 들었어. 다시 한 번 말해줘."

 

 

  그제서야 캐스터가 나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도리어 내 쪽이 미안해질 정도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나는 그냥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말했다.

 

 

  "괜찮으시냐고 여쭤봤던 거 뿐이에요. 배고프실 거 같아서…… 어어, 죄송해요."

 

 

  어차피 못 들었던거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할걸! 생각해보니까 진짜, 정말로, 엄청나게, 견디지 못할 정도로 배고픈 상태에서는 누가 배고프냐고 물으면 알았다고 대답하기에 앞서 짜증이-보면 몰라? 같은-치솟는다잖아. 이제까지 캐스터를 봤는데 그걸 물어보다니. 왜 이렇게 기회가 와도 지뢰밭을 못 피해 갈까? 바보야? 마음 속의 이성이 떠올라서 아무 생각없는 뇌세포의 등을 퍽퍽 두들긴다.

  그런데 뜻밖에도, 캐스터는 엷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이 정도는 견딜만 해."

  "어, 정말요?"

 

 

  휴! 다행이다. 나는 마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하지만.

 

 

  "그래도 혹시 너무 배가 고파진다면-"

  "그 때는 마스터 님께 이야기하겠다. 걱정할 필요는 없어."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사 지금은 나 혼자서 온 것도 아니지. 만약 간식을 사러 나가게 된다면 나나 캐스터 둘 중 하나가 여기에 남고 나머지 한 명이 잠깐 갔다 오면 될거 같다. 사실 아예 걱정이 되지 않는건 아닌데…… 캐스터도 지금쯤이면 2019년의 가게에 적응했을 테니 점원이 바코드를 찍기 위해 물건을 가져가는 것을, 아예 뺏어가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다.

 

  ……그렇겠지?

  그럴 거야.

 

  나는 지금까지의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캐스터는 기숙사 내부-그러니까 방 밖의-나 기숙사 근처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체화를 하고 있었다. 내가 물건을 집어서 바구니에 넣고 그것을 점원에게 건네서 계산하거나, 음식을 먹고 계산하는 모습을 캐스터는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다는 거다.

  그러니까 하필 그럴 때에만 다른 생각을 하느라 다른 곳을 보거나 하지만 않았다면, 이제는 캐스터도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마스터 님."

  "네?"

 

 

  그 때 캐스터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화들짝 놀랐다. 고개를 돌려서 다시 올려다 보니 목소리 뿐만 아니라 어느새 표정까지 굳어 있다. 헉. 눈이 땡그래지는걸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왜 그러지? 혹시 저번 경찰 아저씨와 이야기했을 때랑은 다르게 이번에는 정말로 염화로 생각이 새어버린 걸까? 혹시 캐스터에게 기분 나쁜 생각이었으면 어쩌지! 아니지, 기분 나쁠만 해! 캐스터가 자기를 다섯살이나 여섯살짜리 아이 취급하는 거냐고 화내도 이상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서번트다."

  "서번트…… 아."

 

 

  나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캐스터에게 물어볼 것도 없이 분위기가 명확하게 변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 전, 아니, 불과 10초 전과 비교하여도 이 자리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마치 마리아나 해구 같은 압력이 어깨와 손발과 심장을 꾹 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서 초롱아귀가 막 구른다. 나 이 분위기 아는데. 그래, 꼭 캐스터를 만나기 직전에 느꼈던 거랑 비슷한…….

  그렇다면 이 압력의 정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서번트의 기척일 것이다.

 

  물론 아무리 나라고 해도 성배전쟁의 규칙란에 '서번트가 다른 서번트와 마주칠 경우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싸워야 한다'는 조항은 없으리라는 사실은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저 이름 모를 서번트가 우리한테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쿠키나 파이를 들고 온 것은 또 저어어얼대 아닐거다. 우리처럼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서 치킨을 사러 온 것도 아닐테고. 왜냐면 분위기가 딱 그렇거든.

 

  그럼 소거법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접근해오는 이유는 딱 하나, '싸우기 위해서'라는게 되는데…….

 

  손이 자기 멋대로 움직여서 옷깃을 꼭 쥐었다.

  나는 싸우기 싫다. 정확히는 무섭다. 나랑은 다르게 제대로 된 마술사도,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서번트들도. 만약 다른 마스터가 안다면 이미 성배전쟁에 참여해놓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고 물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나는 입술 안쪽을 꽉 깨물었다. 바로 몇초 전까지 성배전쟁을 뒷전으로 일상을 즐기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전쟁에 참여했다는게 눈앞에 다가오니 정신이 아득해진다. 싫어. 나는 싸우고 싶지 않은데……

 

  ……게다가.

 

  나는 잘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애써 돌려 가게 안을 살펴 보았다. 역시 캐스터와 만났을 때처럼 이변을 알아차린 건 마력을 느낄수 있는 사람-즉 여기에서는 나와 캐스터-밖에 없는지 다들 뉴스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멍 때리며 대기열이 줄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서번트끼리 싸우게 되면, 결판을 내기도 전에 마술을 일반인들에게 노출시켰다고 우리와 저 쪽 둘 다 잡혀가는게 아닐까? 

 

 

  "……어라?"

 

 

  싸우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만약 싸우게 되어서 잡혀가게 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압력이 쑥 하고 사라졌다. 응……? 볼을 꼬집어봤다. 아팠다. 그렇다면 지금은 현실이라는 거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을 단번에 건너뛰어서 수용에 도달……했다기에는 캐스터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아닌 거 같다. 어떻게 된 거지?

 

 

  "캐스터, 혹시 그 서번트들이 어떻게……."

  "떠났다."

 

 

  어, 정말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아까 기세가 굉장했는데."

  "사람이 많은 장소여서겠지. 마스터 님이 말해준대로라면 이곳에선 조금만 소란을 피워도 누군가가 개입할테니까."

  "그거야- 그렇네요?"

 

 

  여전히 얼떨결하긴 했지만, 캐스터의 말에 나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다. 경찰들도 마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른 일반인과 다르지 않겠지만 그것은 한두명이 있을 때의 이야기이고, 무엇보다 이곳은 캐스터의 말대로 사람이 많은 장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뉴욕 전역의 경찰이 순식간에 몰려들어서 포위망을 좁힐거다. 마술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면 마술을 쓰지 않고 얌전히 잡혀가야 할 테고 마술을 써서 저항한다면 마술이 노출되어 버릴텐데, 어느 쪽이든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겠지. 으으. 생각하기도 싫다.

 

  물론 후폭풍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야 이런 건 상관하지 않겠고, 만약 적 서번트나 마스터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나와 캐스터는 엄청난 일에 휘말렸겠지만, 상대방이 물러난 이상 이미 IF의 이야기니까!

 

 

  "다행이네요……."

  

 

  나는 한숨을 폭 쉬며 의자에 흐늘흐늘 기댔다. 우아아아. 긴장이 쫙 풀린다……. 설마 마술을 일반인들에게 노출하면 안된다는-성배전쟁을 떠나 마술사라면 기본인-규칙 덕분에 위기를 탈출할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는 일반인들을 굉장히 무감정하게, 으음, '머글' 취급하는 처사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뭐든 한쪽 방향으로만 보면 안돼.

 

  -좋아. 오늘도 새로운 교훈을 얻었다!

 

  마음 속의 노트에 '한 방향으로만 바라보지 말기'라고 적어놓고 나는 다시 허리를 쭉 폈다. 이미 사라지고 없는 상대의 속마음을 알 도리는 없으니 정확한 이유는 미궁 속에 빠지게 되겠지만, 아무튼 위험한 일은 지나갔으니 이제는 거기에만 매달려 있지 말고 보다 중요한 일에 집중을 해야 할 시점이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대기열을 표시하는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만약 정말로 누군가와 싸우게 된다면, 나는.

 

 

 

 

///

 

1일차에는 낮장면에 별일이 없었는데 2일차에는 거꾸로 밤장면이 그래서 스킵신공

그냥 열심히 산책한거 말고는 딱히 없네요 :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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