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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2장-개전-(2-2)[4]

2008.01.31 22:11

울프맨 조회 수:194

영준은 기륭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는 더 이상 말하지 못하는 뭔가가 있다는 얘기로군.............’

사실 이곳 소각장은 은밀한 이야기를 하기엔 그다지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아직은 인적이 없지만, 곧 다른 반의 종례가 끝날 것이고, 복도 창문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영준과 기륭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바로 눈에 띄게 될 것이었다.
내용이야 들리지 않는다고 쳐도 영준의 반은 물론이요, 이미 입소문으로 퍼지고 퍼져 2학년 전체의 문제 인물로 주목받고 있는 전학생 기륭과 단 둘이 소각장에서 밀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발견된다면 매우 심각하게 귀찮아질 일들이 생기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기륭 역시 그런 것을 염려해서였는지, 영준이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급하기도 하셔라...........”

영준은 어깨를 으쓱해보이곤, 옆에 내팽개쳐둔 대걸레를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중요한 걸 빠뜨리고 갔잖아.’

기륭이 깜빡한 것인지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알 수 없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하지 않았으니, 그것은 바로 두 사람이 마저 이야기를 계속 해야할 ‘장소’였다.
여기서 더 이상 이야기하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일을 차일피일 시간을 끌 이유는 결코 없기에, 방과 후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거나 할 것인데, 기륭은 그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영준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 것을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기륭이 알아서 해줄 것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륭에 관한 걱정을 하기에 앞서 당장의 무시무시한 걱정거리가 영준을 덮쳤다.
그것은 바로...................

“야!!”

로 시작하는 소연의 사자후였다.

“걸레 빨러 보냈더니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앗차~!’

영준은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중대한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색이 되었다.
단단히 화가나 2층 창문에서 당장이라도 뛰어내려올 듯한 기세로 고래고래 악을 쓰고 있는 소연. 아마 기다리다 못해 영준을 찾아 나섰다가 발견한 모양이었는데, 상태를 보아하니 학교에 있는 화장실이란 화장실은 다 뒤진 것처럼 꽤나 애를 먹었던 모양이었다.

‘이를 어쩐다.......’

영준은 열심히 잔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활약을 해보였던 그의 머리역시 오늘 만큼은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도대체 대걸레를 빨러갔다가 소각장에서 농땡이를 피우고 있는 일을 무슨 수로 변명한단 말인가!
이럴 경우 사실대로 털어놓는 편이 가장 좋은 경우가 되겠지만, 지금의 영준에게는 그것조차도 여의치 않았다.
기륭과 영준은 반 아이들에게 있어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오늘 처음 전학 온 전학생과 단 둘이 소각장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나 소연은 영준이 느긋하게 변명거리를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영준이 이렇다 할 대답이나 행동 없이 우물쭈물 거리자 소연은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다시 우레와 같은 일갈을 내뱉은 것이었다.

“뭘 꾸물거리고 있어! 빨리 안 올라와? 지금부터 열 센다?! 열 셀 때까지 안 올라오면 그땐 알아서해!!”

소연의 카운트다운!
영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걸레를 들곤, 부리나케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이번에도 늦장을 피우면 어떤 대가가 기다리고 있을지 영준으로서도 추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방과 후의 이 사건은 영준이 소연에게 굽실거리며 사과를 하고 깨끗이 대걸레질을 한 후, 모종의 대가를 지불하고 나서야 일단락지어지게 되었다.
모종의 대가는 바로...........

“잘 먹을게 영준아~.”

아이스크림 하나를 들고 뭐가 그리 기쁜지 깡충거리며 재롱을 부리는 소연과 영준의 한 손에 들린 그녀의 가방이었다.

“.......... 아니, 다 좋은데.........”

양 갈래로 땋은 머리채를 이리저리 흔들며 오두방정을 떠는 소연을 보다 못한 영준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아이스크림이면 아이스크림이고 가방이면 가방이지. 왜 내가 둘 다 해줘야 되는 거야? 그리고 뭔 놈의 가방은 또 왜 이리 무거워?”

“어허~! 사내자식이 말이 많다. 그리고 어딜 감히 숙녀의 가방을 함부로 열어보려고 하시나!”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호통을 친 소연은 이내 배시시 웃으며 영준에게 말했다.

“헤헷~. 가끔은 이런 것도 좋잖아? 아이스크림 한정도 친구한테 사줄 수도 있는 거고, 가녀린 여자아이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서비스도 베풀어주고............혹시 알아? 내가 감동해서 뭔가 보답을 해줄지?”

“퍽이나.”

영준은 퉁명스럽게 내뱉곤, 소연을 앞질러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투덜거리는 소연을 앞질러간 영준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화는 다 풀렸나보네.......’

영준은 소연이 화를 내는 모습이 정말 싫었다.
소연이 화를 내거나 침울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소연의 기분이 전해져와 언제나 꼼짝하지 못하는 자신답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소연이 유쾌하거나 즐거워 할 때는 그 미소에 덩달아 즐거워지곤 했다.
그리고 지금, 겉으로는 쀼루퉁해져 투덜거리고 있는 소연이었지만, 오랫동안 같이 지냈던 소꿉친구 영준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느낄 수 있었다.
소연이 더 이상 화를 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 증거로 영준의 뒤를 졸졸 따라오며 잠시 투덜거렸던 소연이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휴대폰을 들고 만면에 싱글벙글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번엔 또 뭐냐?”

“응! 영준아! 이것봐봐~ 이거이거~! 진이가 오늘 케이크 생겼다고 집으로 오래~~.”

“웬 케이크?”

“어제 령이 생일이었잖아~. 그거 하나도 손 안 댔다고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오라는데?”

‘그러고 보니 령이 생일이 어제였구나.........’

영준은 그제야 절친한 소꿉친구의 여동생의 생일이 어제였다는 것을 깨닫고 혀를 찼다. 최근 며칠 사이 벌어졌던 일들 때문에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이 아닌 것들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진의 이 초대는 소연보다 영준을 많이 배려한 것이 틀림없었다.
언제나 죽마고우로 유치원, 초등학교 8년을 같은 반 같은 교실을 써 온 세 사람이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서로 갈라지게 되어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었고, 방과 후에 종종 집에 들러서 놀긴 했지만 그마저도 요 몇 주 사이 영준이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 바람에 진의 집에 들르긴 커녕 제대로 된 연락조차도 직접 취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나마 소꿉친구에서 여자 친구로 발전한 소연이가 서로의 소식을 전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맡아준 게 위안이랄까...............
서로가 이렇다보니 진은 진이 나름대로 ‘섭섭하긴 하지만 영준이에게 뭔가 급한 사정이 있겠지......’ 라는 생각에 직접 연락해 부담을 주는 방법보다는 평소처럼 소연이를 통해 셋이서 함께 보자는 제안을 보낸 것이었다.
영준은 그런 진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굴을 못 본지 2주가 넘어가는 절친한 친구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도 가득했다.
그러나 영준은 그럴 수 없었다.

“아. 하필이면 오늘이냐. 타이밍도 참 안 좋구먼........”

“엑? 안 돼?”

“어. 안 돼. 오늘 정말 급한 일 있거든.”

영준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래......... 진이가 많이 섭섭해 하겠네........”

“할 수 없지... 오늘은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은 걸...... 그리고 내가 눈치 없게 거기 왜 끼냐? 둘이 오붓한 시간 보내겠다는데...........”

“이 바보! 그런 거 아니야!”

소연은 영준의 말에 순식간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버럭 소릴 질렀다. 그리곤 휙 돌아서서 열심히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뭔가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뭐. 오기 싫다는 사람 억지로 오라는 것도 아니고, 싫으면 할 수 없는 거지. 대신 맛있는 건 나 혼자서 다 먹을 거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러시던지~ 그러다 넌 살이나 찌면 되는 거고.”

영준의 놀림에 또 다시 버럭 소릴 지르려던 소연은 휴대전화의 경쾌한 문자메시지 착신 음에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평소 보통 문자를 보듯이 후다닥 넘기는 것이 아닌,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하게 읽는 것을 보니 진이 보낸 문자가 분명했다.

“뭐래? 진이가 보낸 거야?”

“응. ‘사정이 있으면 할 수 없지.’라는데? 나중에 꼭 한 번 놀러 오래. 뭐 먼 동네도 아니니까............. 아. 그리고...................”

소연의 말을 듣고 소연과 헤어져 자신의 용건을 보려던 영준은 소연의 그리고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진이가 고민이 있다면 다 이야기해 달래. 절대로 혼자 숨기지 말고............ 이거 무슨 말이야?”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런걸. 숨기긴 뭘.......... 그런 거 없다고 그래.”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영준은 피식 웃어 보였다. 그러나 씁쓸한 마음 한편을 미소만으론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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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입니다........ 춥습니다.......... 모두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합시다.-_-;
요즘은 왜이리 피곤한지 평소보다 푹 자고 일어났다고 해도 또 피곤하네요....
그래도 온천에 갔다와서 피로가 회복! 될....... 줄 알았는데 거기서 술마시고 노니라 더 피로가........... 쌓였습니다;;

이번 편 부터 슬슬 소연의 남자친구이자 영준의 죽마고우로 그동안 언급만 되었던 진 이란 인물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일전에 언급했는지 모르겠지만 진이는 몽환록 본편의 주인공이죠. 따라서 이번 현세의 장에서도 조연으론 끝나지 않을 예정입니다.
.......... 일단 실험적인 정신으로 연재하는 중이라 주인공을 두명을 내세워 쓰고 있는데(이것 때문에 s노벨 공모전에서도 낙선을 당했습니다.......;;)

계속해서 벌리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해봐야죠.
모두들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설날 잘 보내세요~~^^
(용돈 두둑히 받기를!- 용돈에서 멀어진 나이의 본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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