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Depression Wish : 마루 - 23
2008.01.30 19:43
“우으…….”
두근거리는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양 손을 뺨에 대고 숨을 고른다.
“미쳤지, 내가…….”
자신의 실수를 탓하며 가볍게 머리를 쥐어박는다.
아무리 에렐이 편하게 입으라고 했다지만 생각 없이 옷을 갈아입으려 하다니…….
한숨을 쉬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그리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몸.
그나마 위안이 될 만한 것은 아직 살이 쪘다는 느낌은 없는 것 정도뿐이다.
어째서인지, 다시 한 번 한숨이 새어나온다.
조만간 피트니스 클럽이라도 등록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옷을 마저 갈아입는다.
에렐이 입는 옷 중에서 가장 큰 옷이라…….
그리 많이 남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다는 느낌도 없다는 것은, 뭐랄까…….
다시 한 번 슬퍼지는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니, 나와 에렐의 키는 거의 비슷한 수준.
체격의 경우 남녀 차이는 어느 정도 느껴지지만 내 몸 자체가 그리 덩치가 있는 편이 아니기에 그리 큰 차이는 없는 편이다.
그렇기에, 에렐이 입은 옷 중에서 큰 편이라는 이 옷도 내가 입을 수 있는 것이겠지.
아니, 어쩐지 조금은 헐렁한 느낌도 있다.
“어쩌라는거야……. 정말…….”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는 불평을 내뱉으며 문을 연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자, 에렐은 소파에 앉아 있다가 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크기는 적당한가?”
에렐의 말을 듣는 순간 다시 한 번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답을 하는 대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에렐은 그 모습을 보고는 그저 ‘다행이군.’이라 말한 뒤 다시 고개를 돌린다.
태연하기 그지없는 평소의 모습.
이상하게 에렐의 주위에 있던 공기가 좀 누그러진 느낌이 드는 것 같았지만 어디까지나 그런 느낌은 잠시뿐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에렐의 모습은 도무지 변화가 없다.
에렐의 속마음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딱히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건가…….”
왠지 모를 아쉬움, 그리고 괜시리 혼자 난리를 피운 듯한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짧은 한탄.
그 것들을 담아 작게 토해낸다.
이상한 느낌이 든 것인지, 에렐이 잠시 이쪽을 바라보긴 했지만 딱히 무언가를 물어보려 하지는 않는다.
덕분에, 마음이 가라앉았다.
“음……. 일단은, 재워줘서 고마워.”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다.”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한 것도 있고 해서, 다시 한 번 인사를 건네보지만 그 뿐이었다.
에렐은 아무렇지도 않게 답할 뿐, 별 다른 말을 꺼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조금 전, 잠시나마 에렐의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는 느낌은 단순한 착각이었을까?
여전히 에렐은 평소의 에렐 그대로였다.
“그래도, 일단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아마도 평소라면, 이쯤에서 대화는 중단되었을 것이다.
에렐처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고 하는 듯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런 분위기에서 먼저 입을 닫아버리는 것은 내 쪽이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이 정도에서 물러나고 싶지가 않았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한 발을 다시 한 번 내딛는다.
“괜찮다. 나도 너에게 신세지는 중이니까.”
그리고, 그 한 걸음에 에렐은 성실하게 답해준다.
에렐에게서 별 다른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게서는 분명히 무언가가 변화한 것 같았다.
그 짧은 대답.
그 한 마디에 용기를 얻어 다시 한 번 발걸음을 옮긴다.
“아니, 이쪽도 딱히 신세졌다고 할 만한건 없는데.”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대화.
하지만 이 짧은 대화도, 나에게는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실제로, 이전에도 이렇게 내가 먼저 대화를 유도한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끌려가던 사람이 이제는 끌고 간다.
그 것은 분명히, 특별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허락조차 받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에렐의 옆에 앉는다.
에렐이 이쪽을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듯 했지만, 그에 신경 쓸 틈은 없었다.
이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에렐이 바로 옆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달아오른다.
애써, 스스로의 변화를 감추어보려 한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몸이 닿는 것을 최대한 피한다.
말을 하는 것 조차 할 수 없고, 손끝 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아하하, 이거 왠지 중증인 것 같은데?
마치, 어린 아이가 된 것 같은 설레임 속에서 자신을 추스린다.
에렐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샌가 스스로가 에렐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가볍게 볼을 두드린다.
이상하다는 듯이 이 쪽을 바라보는 에렐의 시선.
그 동안 하지 못했던 행동.
이제야 겨우, 시도해본다.
먼저, 입을 연다.
단순히 분위기를 바꾼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대화를 이끌어 보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는 반대로.
“에렐…….”
두근거리는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양 손을 뺨에 대고 숨을 고른다.
“미쳤지, 내가…….”
자신의 실수를 탓하며 가볍게 머리를 쥐어박는다.
아무리 에렐이 편하게 입으라고 했다지만 생각 없이 옷을 갈아입으려 하다니…….
한숨을 쉬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그리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몸.
그나마 위안이 될 만한 것은 아직 살이 쪘다는 느낌은 없는 것 정도뿐이다.
어째서인지, 다시 한 번 한숨이 새어나온다.
조만간 피트니스 클럽이라도 등록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옷을 마저 갈아입는다.
에렐이 입는 옷 중에서 가장 큰 옷이라…….
그리 많이 남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다는 느낌도 없다는 것은, 뭐랄까…….
다시 한 번 슬퍼지는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니, 나와 에렐의 키는 거의 비슷한 수준.
체격의 경우 남녀 차이는 어느 정도 느껴지지만 내 몸 자체가 그리 덩치가 있는 편이 아니기에 그리 큰 차이는 없는 편이다.
그렇기에, 에렐이 입은 옷 중에서 큰 편이라는 이 옷도 내가 입을 수 있는 것이겠지.
아니, 어쩐지 조금은 헐렁한 느낌도 있다.
“어쩌라는거야……. 정말…….”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는 불평을 내뱉으며 문을 연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자, 에렐은 소파에 앉아 있다가 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크기는 적당한가?”
에렐의 말을 듣는 순간 다시 한 번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답을 하는 대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에렐은 그 모습을 보고는 그저 ‘다행이군.’이라 말한 뒤 다시 고개를 돌린다.
태연하기 그지없는 평소의 모습.
이상하게 에렐의 주위에 있던 공기가 좀 누그러진 느낌이 드는 것 같았지만 어디까지나 그런 느낌은 잠시뿐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에렐의 모습은 도무지 변화가 없다.
에렐의 속마음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딱히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건가…….”
왠지 모를 아쉬움, 그리고 괜시리 혼자 난리를 피운 듯한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짧은 한탄.
그 것들을 담아 작게 토해낸다.
이상한 느낌이 든 것인지, 에렐이 잠시 이쪽을 바라보긴 했지만 딱히 무언가를 물어보려 하지는 않는다.
덕분에, 마음이 가라앉았다.
“음……. 일단은, 재워줘서 고마워.”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다.”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한 것도 있고 해서, 다시 한 번 인사를 건네보지만 그 뿐이었다.
에렐은 아무렇지도 않게 답할 뿐, 별 다른 말을 꺼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조금 전, 잠시나마 에렐의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는 느낌은 단순한 착각이었을까?
여전히 에렐은 평소의 에렐 그대로였다.
“그래도, 일단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아마도 평소라면, 이쯤에서 대화는 중단되었을 것이다.
에렐처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고 하는 듯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런 분위기에서 먼저 입을 닫아버리는 것은 내 쪽이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이 정도에서 물러나고 싶지가 않았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한 발을 다시 한 번 내딛는다.
“괜찮다. 나도 너에게 신세지는 중이니까.”
그리고, 그 한 걸음에 에렐은 성실하게 답해준다.
에렐에게서 별 다른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게서는 분명히 무언가가 변화한 것 같았다.
그 짧은 대답.
그 한 마디에 용기를 얻어 다시 한 번 발걸음을 옮긴다.
“아니, 이쪽도 딱히 신세졌다고 할 만한건 없는데.”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대화.
하지만 이 짧은 대화도, 나에게는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실제로, 이전에도 이렇게 내가 먼저 대화를 유도한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끌려가던 사람이 이제는 끌고 간다.
그 것은 분명히, 특별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허락조차 받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에렐의 옆에 앉는다.
에렐이 이쪽을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듯 했지만, 그에 신경 쓸 틈은 없었다.
이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에렐이 바로 옆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달아오른다.
애써, 스스로의 변화를 감추어보려 한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몸이 닿는 것을 최대한 피한다.
말을 하는 것 조차 할 수 없고, 손끝 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아하하, 이거 왠지 중증인 것 같은데?
마치, 어린 아이가 된 것 같은 설레임 속에서 자신을 추스린다.
에렐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샌가 스스로가 에렐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가볍게 볼을 두드린다.
이상하다는 듯이 이 쪽을 바라보는 에렐의 시선.
그 동안 하지 못했던 행동.
이제야 겨우, 시도해본다.
먼저, 입을 연다.
단순히 분위기를 바꾼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대화를 이끌어 보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는 반대로.
“에렐…….”
......그대도 나만큼이나 어이없는 실수를 가끔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