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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4)[12]

2007.04.12 23:14

울프맨 조회 수:166

말을 마친 희연은 먹잇감을 눈앞에 둔 뱀과 같은 눈초리로 영준을 살폈다.
충격과 공포.
만약 그녀의 예상이 맞다면 영준의 머릿속을 지배할 감정은 저 두 단어일 것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데다가,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고 거대한 힘을 지닌 조직이 그 신변을 노린다고 하는데, 태연자약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또, 영준이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잠재된 능력자인 경우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희연이 했던 말을 평범한 행인이 했다면 대개는 재미없는 농담이나 정신나간이의 망언정도로 취급받겠지만, 희연은 능력자였다.
그것도 이미 몇 번이나 눈으로 검증된 능력자가 하는 그런 주장은 일반인이 하는 것에 비해 절대적인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 세상의 어느 누구가, 초능력자가 그 능력을 눈앞에 보여주며, ‘너도 나와 같은 류의 인간이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믿지 않을 수 있을까...............
영준이 자각하지 못한 상태라면 그 충격은 더욱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했다.

‘자 연기는 이제 끝났어... 너의 정체를 보여 봐’

희연은 긴장과 기대감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분명 영준은 자신의 친구를 죽인 희연을 좋게 보지 않을 것이고, 영준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희연으로선 상당히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분하지만 그녀는 기륭이 지적한대로 하급에 속하는 능력자였고, 상대는 그 한계도 성질도 모든 것이 미지인 능력자였으니 희연이 당해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것.
그럼에도 희연은 이런 불리하고 위험한 상황에 큰 부담을 갖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이 날을 위해 은밀하게 불러 모은 다섯 명의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 개개인의 전투능력은 희연보다 높았고, 특히 단숨에 정신을 제압하여 기절시키는 ‘쇼커(shocker)’라는 별명을 지닌 녀석도 있었기 때문에, 영준이 날릴 처음의 일격만 어떻게든 피해낸다면 동료들이 순식간에 영준을 제압해주리라고 믿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일격을 피해내는 것도 시체를 이용해 방패막이로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희연은 느긋할 수 있었다.
단, 문제는 방해꾼 기륭.

‘둘이 힘을 합친다면 곤란하게 될 지도 모르지.........’

녀석이 나타나지 않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겠지만, 설사 나타난다하더라도 그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바라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지난번의 설욕을 위해 그때의 배가 넘는 시체를 모아놓았다.
그것으로 기륭을 쓰러뜨릴 순 없겠지만, 적어도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고 그 안에 동료들이 영준을 제압하고 합세한다면 제 아무리 강한 능력자라도 손쉽게 처단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야말로 최고의 상황과 최고의 조건.
희연으로서는 더 이상 거칠게 없을 정도였을 뿐만 아니라, 그때의 설욕을 위해 기륭이 나타나주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까지 은근히 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희연이 생각에 빠져있는 바로 그 때, 영준이 굳게 닫힌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말투는 희연이 예상했던 것처럼 당황하거나 놀란 것이 아닌 무척이나 담담하면서도 무게가 실려 있는 차분한 것이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

“얼마든지.”

영준의 갑작스런 질문.
하지만 무척 여유로운 상태인 희연은 흔쾌히 그것을 수락했다.

“만약, 당신의 결정이 틀렸다면.... 내가 능력자가 아니라면 말이지.......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또 사람들을 죽여 이목을 끌 거야?”

“당연하지.”

영준의 질문은 테스트일 가능성이 짙었다.
질문의 결과를 보고 협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아주 단순한 낚시성 질문.
그러나 희연은 얼마든지 영준을 제압하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었기에 속일 이유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대답할 뿐.............

그러나 영준은 그런 솔직한 그녀의 모습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앞주머니에서 안경수건을 꺼내어 안경을 한 번 닦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안경을 고쳐 쓰는 모습이 마치 눈앞의 상대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몹쓸 말을 준비하기위해 마음을 다잡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었다.
초조한 희연의 시선이 영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가운데, 드디어 영준은 입을 열었다.

“그럴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당신은 아무래도 여기서 살아나가기 힘들 것 같군.”

‘!’

영준의 말투는 애매모호했다.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것처럼 붕 떠있는 말투.....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희연이 죽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었다.
희연은 신속하게 시체를 조종해 영준과 자신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바로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영준의 일격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영준은 그런 모습을 보며 실소를 흘릴 뿐이었다.

“소용없어.”

영준의 조소에 희연은 아차 싶었다.
물리적 타격이 아닌 정신계열의 능력자라면, 이런 바리케이트 따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게다가, 지난번에 조종이 통하지 않는 의문점도 쉽게 풀리는 것.
따라서 영준이 정신공격을 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제길!’

곧 다가올 영준의 정신공격에 대항해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한 희연.
그러나 희연의 모든 필사적인 노력은 영준의 단 한마디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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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안에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한편이 나오는데 한달반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한달반만에 나온 한편마저 끝이 아니게 되고 말았습니다....
본의아니게 낚시질을 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분량이 많이 남은 듯 하여 두편은 갈것 같네요;;;

언제나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른분들도 건필해주세요~^-^(시험때만 오시는 심술쟁이 소설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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