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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ctus/The Seal Of The Ether

봉인이란, 각각의 세계(世界), 또는 자연에 어긋나는 힘을 가진 자들을 이단(異端)이라 칭하여 심판하는 교회 당국의 일의 하나. 그리고 그러한 일을 담당하는 교회 당국은 부지런해서, 그것들은 이미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대다수가 인간. 죄악이라 칭해진 인과귀(因果鬼)들. 마녀 재판 중에서도, ‘진짜’라 불릴만한 것은 있었던 듯하다. 수도 없이 행해진 마녀 재판의 종료 이후면 어김없이 진짜’들은 화형대가 아닌 교회로 옮겨졌고, 이내 봉인되었다.
―――살아날 수 있기에―――
허나. 그러한 것들이 있더라도, 태고로부터 전해져 오는 봉인의 기록에는 순수한 ‘마(魔)’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대다수는, 통칭 ‘악마’. 허나 개중에는 영웅이나 통칭 ‘천사’. 또는 신, 환상종(幻想種)들이 여럿 포함된다. 그렇게 하여 봉인된 것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그것들에 대한 감시 등의 총괄적 업무를 인간들이 모르게 처리하는 것이 왕국(王國)이라 하는 곳의 임무이다. 허나, 현대에 와서는 그러한 것들에 하자가 발생. 곳곳의 봉인이 풀려남에, 왕국의 본부는 곳곳의 지부에 ‘감시자’들을 파견하기에 이르렀다. 허나 그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왕국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환상을 상대하기 위한 환상의 개방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여기서 환상들이란, 봉인되어 있던 것들과 같은 것들. 즉, 자연의 논리적 원리에 어긋나는 종. 결국, 봉인되어 있는 이단들과 같은 이단으로써 이단을 처리한다. 라고 하는 방책을 내놓은 것이다.
역시나 작업은 수월. 허나 방책이 방책이었으니만큼, 왕국은 ‘술사’와 교회에 도움을 청하면서도, ‘기관’에는 소문의 처리를 맡겨 일시적인 휴전이 형성되었다.



C=The Seal

어두운 골목. 바로 며칠 전 거대한 성당이 허물어진 터의 주변을 따라 나는 걷고 있었다.
어두운 주위를 밝히는 것은 성당 터 주변의 길을 따라 서있는 오래된 가로등뿐.
너무나도 화려하면서도 고요해, 이전의 성당에서 세운 것이라고 금방 들통이 나고 만다. 더군다나 이 가로등을 제외하곤 이 주변에 빛이라곤 없어, 누구든 이 가로등을 성당이 세웠다고 알아채지 못하면 오히려 이상한 가로등이다.
자정을 가뿐히 넘기는 시간이라고 생각되는 지금에, 나는 이렇게도 고요한 정적이 감도는 거리를 음미하며 걷고 있다.
어두운 거리를 홀로 취하며 음미하는 것은 정적. 그것은 이미 병적(病的).
거리를 취하고 어둠을 취하며 정적을 취하는 이 나는 음탕한 여귀.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쾌락의 안무에 젖어 들어간다.
―――그것만은 아무도 모르리.
이 밤중, 길거리의 정적을 음미하는 어둠의 계집이 있으리라고는.

‘아름답다’
병적인 사고의 말단에서 튀어나온 결과는 그것이었을 것이다.
그것에, 그래. 정말로 옳아. 라고, 나는 긍정하고 있었다.
소녀는 어둠을 마신다. 단순히 어둠에 가까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폼을 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소녀에겐 어둠이 그리울 뿐이었다.
이미 일상적인 산보.
어둠에 탄성을 내지르는 일은 이미 자주 있는 일이다. 왜냐면 나는 어둠의 계집. 어둠의 가까지 있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어둠을 반기는 탄성을 속으로 견뎌내며 걷고 있었다.

콰과광. 하는 요란한 소리.
순간의 굉음은, 아마도 폭발이라던가 했던 것이겠지.
원래는 놀랐어야 했는데. 소녀는 놀라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소녀는 놀라지 않았다.
단지―――

“요란하네. 당신”

“아, 내 탓이 아냐. 하아 녀석들. 귀찮은 봉인도 작작 좀 하라고. 뭐야, 이 거추장스러운 건. 이미 거창의 레벨을 떠나서 덕지덕지라고”

여유만만하게, 나를 바라보는 보라색 눈동자. 허리에 손은 얹은 그는, 괴상한 제스쳐를 난무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제발 이해를 바라지는 말아줘.

“어때, 낭비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래, 분명 낭비네. 어차피 뚫릴 거라면 뚫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좀 얇게 해주면 좋을 텐데 말이야. 막는 쪽은 예산의 낭비, 뚫는 쪽은 체력의 낭비야”

동감.
정말로 절실하게 동감하는 바다.
역전이랄까. 현대. 남아돌면서도 기준치 이하로 대충 넘어가려는 썩은 것들의 경우들과 달리, 부서진 문에서는 농도 짙은 마력이 느껴진다. 남아도는 마력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덕지덕지 처바른 걸까. 아니 그건 또 어떤 의미에서 썩었지만.
―――아니면―――부족하면서도 여유 있어 보이려는 빈민의 발악이거나.

“그런데―――어디까지 봤어?”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본다.

“후우―――이럴 줄은 알았지만, 빠르기도 하네 당신”
“뭐―――말하자면 처음부터일까. 당신이 벽 뚫고 나온 다음부터는 다 봤어”

“그런가. 그거 다행이구만”

남자는 정말로 안심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 기억의 조작 같은 거 세세하게는 못하거든? 그러니까 오늘 기억을 싸악 지워버리려는데. 어때?”

―――라고, 터무니없는 말을 꺼냈다.
그치만, 그에 당황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당연하니까.
인간이 아닌 것들에 있어서, 아니. 자연 논리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들에 있어서 보통의 인간이 신비라 부를 수 있는 ‘현상’을 목격하게 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큰일이다. 뭐―――그건 상대가 일반적인, 통상의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 때의 얘기. 나 류 수희(劉 水晞)는 마(魔)의 피를 띠는 괴물―――마법사―――이다. 정식이지는 않지만, 알아채지 못하다니 바보인가 저건.
허나.
내가 혈통을 알면, 이쪽저쪽 할 것 없이 곤란해진다―――

“좋아. 나도 솔직히, 당신 같은 걸 본 기억은 필요 없어. 어차피 당신 만나기 이전에도 그리 필요한 기억은 없었으니, 싸―악 지워줘. 이런 이상한 건 기억하고 싶지 않으니까”

마법사는 마법사를 알아본다.

“좋아. 그럼 지운다”

마법사는 마법사를 알아본다.
서로에게 인식되는 것은 ‘전투’. 이미 만나버린 마법사의 대다수는 그 자리에서 즉시 전투를 벌인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가고 싶다는 것만으로.
서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상충해 위에 도달할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들은 단지 만나면 싸우고, 비원에 도달하고자 하는 경쟁자를 제거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에서 발생하는 악의의 경쟁.
아니 뭐 말이 좋아서 경쟁이지, 실제로는 갈등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뭐, 그러한 이유로, 저 남자가 마법사가 아니라는 점에는 굉장히 감사한다.
공백기 2년. 움직이지 않았던 몸은, 이미 말을 듣지 않으니―――

핫. 아니. 햣. 하고 남자는 손을 오른쪽으로 내지른다.
그 순간, 밀려오는 것은 거대한 해일. 보랏빛 바닷물이, 아니 그렇다고 생각된 보랏빛 시계(視界)가 뇌내를 침식한다.
간단히 건드려지는 것만으로도 툭툭 끊어지는 사고 회로. 작은 안구에서부터 시작해, 수희라는 인간의 체내가 침식되어 간다.
너무나도 부드럽게. 세계는 물들었고 그것으로 수희라고 하는 인간의 시계는 단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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