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일단 이거라도."
옅은 분홍빛이 감도는 투명한 잔에 오렌지 쥬스 따른 뒤 민주의 앞에 내려놓는다.
민주는 물방울이 맺힌 쥬스 잔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고개를 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귓뿌리 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어쩔줄 모르며 자신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모습.
귀엽다.
주연은 문득 그런 생각에 피식 웃고 말았지만, 그래도 이대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에, 그러니까...."
"그.... 죄송해요...."
어떤 것 부터 이야기를 해야할까... 라고 생각하며 입을 여는 순간 민주가 먼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건네고 있었다.
양 손을 맞잡은 채 파들파들 떨면서, 마음 속의 떨림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목소리로 사과하고 있었다.
솔직히, 조금 의외였다.
사과 같은 것을 할 만한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자신을 질책하면 그대로 움츠러들어서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기만 하는...
그런 유형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름 사람보는 눈은 자신 있었는데...
이번에는 틀렸던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가 등 뒤를 떠밀어준 이유 때문일까?
"그... 머, 멋대로 들어온 것도 죄송하고... 에... 소, 속옷으로 이상한 짓 한 것도 죄송하고... 또..."
점점 잦아드는 목소리.
동시에 계속 움츠러드는 모습은 측은함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아아, 정말... 이렇게 보면...
오히려 이쪽이 미안해지잖아.
그런 생각을 하며, 주연은 자신의 마음을 감추려는 듯 짐짓 화가난 투로 물었다.
"그, 어떻게 들어온거야?"
마음 같아서는 그 파들파들 떨고 있는 몸을 가만히 안아 다독여 주고 싶었지만...
그 덕분인지 조금 더 움츠러드는 모습이 보인다.
이쯤되면 죄 짓는 것은 어느 쪽일까?
"에... 그..."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문 단속은 언제나 철저히 하니까 그 쪽은 아닐테고...
아마도 베란다로 넘어왔던 것이겠지.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엉뚱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솔직하게 사과했던 것을 봐서 이 정도는 거짓말을 해도 조금 봐주기로 할까...
대답을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죄송해요. 그, 베란다가 열려있어서...."
그렇기에, 민주가 전혀 에누리 없이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는 솔직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보통 변명 한 마디라도 늘어놓지 않을까 했지만...
가볍게 숨을 고른다.
어쩐지 더 이상 탓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뭐,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거의 없었던 것도 있지만...
게다가, 무언가 큰 일이 난 것도 아니고,
베란다도 단속을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주었으니 이쯤에서 그만할까?
따지고보면 원인 제공을 한 것은 이쪽일지도...
아마도 처음이었던 것 같고,
스스로에 비하면 그래도 순수한 마음이었을테지.
그렇게 생각하면 미안해지는 것은 역시 주연 쪽이었다.
주연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맺힌다.
그래, 이쯤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는 행동이 귀여운 것도 있고,
집에 몰래 들어와 속옷을 훔칠 정도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는 이야기도 되겠지.
사실, 스스로도 꽤나 만족했었고... 몸이 아니라 정신적으로지만...
"....."
그 순간, 주연의 몸이 살짝 몸이 달아오른다.
입고 있는 옷은 탱크탑과 핫팬츠.
급하게 꺼내어 입은 옷이기는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노출이 조금 심한 옷이긴 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슬쩍 민주 쪽을 바라본다.
지금도 안을 수 있다면, 별 다른 사심없이 안아주겠지.
자신과는 달리....
"..."
안돼.
지금 이런 마음으로는 오히려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되겠지.
어떤 말로 치장을 해도 어제 자신이 했던 행동은 바른 것이 아니다.
적어도... 지금 이런 상태로는...
"그래. 다음부터는 그러지마."
살짝 입술을 깨물며, 태연한 척 그렇게 말한다.
아, 하며 고개를 드는 모습이 힐끔 보였지만, 주연은 어쩐지 그 모습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 네...."
잦아드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모습에 한층 더 미안해진다.
하지만 그 어떤 이야기도 꺼낼 수가 없었다.
"에, 그럼... 저... 그만 가 볼께요."
아무런 말도 없이,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에서 민주는 과연 어떤 것을 본 것일까?
주연이 가만히 망설이고 있는 사이 민주는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 그래."
그에 간단히 답하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아, 정말...
"그... 안녕히 계세요."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문 쪽으로 힘 없이 걸어가는 모습.
그 모습을 보자 주연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잘못한 것은 나인데, 왜 저 애가 힘들어 해야하는 걸까?
문고리를 잡는다.
신발은 이미 다 신은 모양이다.
침울한 표정.
그 표정을 보자 미안하다는 생각이...
"저기..."
"네?"
그래서, 주연은 자신도 모르게 민주를 붙잡아 버렸다.
당황하는 모습.
그 동그란 눈이 크게 떠진다.
귀엽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숨을 고른다.
아아, 대체 난 무슨 생각으로 이 애를 붙잡은거지?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깨닫지도 못할 정도로 재빨리 말을 이어나간다.
"그, 생각나면..."
"아... 그...."
얼굴이 붉어지는 모습.
그 모습을 보며 덩달아 주연은 자신의 얼굴로도 피가 몰리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몸을 돌린다.
지금 이런 모습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신호를 보내줘. 이렇게 갑작스레 오지 말고."
"네? 그... 어떤...."
당황하며 머뭇거리는 모습.
그에 적당히 눈을 흘기며 가볍게 웃었다.
"그 정도는 알아서 해야지. 남자잖아."
그렇게 말하며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다.
방문에 기대어 한숨을 쉰다.
심장이, 말을 듣지 않는다.
지령 :
1. 주연 part 를 이어나갈 시 - 분위기를 조성해 줄 것
or
2. 새로운 캐릭터의 part 를 만들 시 : 민주와 연관을 지을 것인지, 새로운 캐릭터를 내보낼 것인지 정하고, 주연/민주와의 관계를 설정해 줄 것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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