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그락,
어두운 건물 계단에서 무언가 소리가 난다.
이어서 옷깃이 스치는 소리,
숨을 들이 마시는 소리.
"하아…."
그리고 숨을 내 쉬는 소리.
어두운 가운데 희미하게 보이는 꿇어 앉아있는 실루엣,
그 바로 앞에는 또 다른 그림자가 선 채로 비틀거리고 있다.
"으아, 잠깐… 잠깐만요. 누, 누나, 주연누나,"
애원하는듯한 목소리가 울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낮은 웃음소리,
"후후… 왜, 싫어?"
그렇게 물어본다면 그는 거절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는 주연의 기대대로 답해 주었다.
"아, 아니… 그런건 아니…"
"그럼 가만히 있어."
마치 소년과도 같은 앳된 목소리가 '으으' 하는 짧은 신음을 낸다.
이미 말하는 동안 주연의 손은 준비를 끝내 둔 상태였다.
차가운 밤공기에 닿아 있지만,
두근거리듯 움찔거리며 주연의 입술 끝에 닿은 욕망은 따스하게 달구어져 있다.
머뭇거리며 앳된 소리를 내고 있는 그였지만 그 몸은 욕망에 충실했다.
주연은 그의 욕망을 감싸 쥐고 웃었다.
그는 순하고 착하기에 이 욕망을 결코 드러내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일어선 육신의 갈망은 가라앉지 않는다.
그는 순하고 착하기에 결코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주연은 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 끝에 입술이 닿는다.
"자, 잠…"
그는 말을 더 이어 갈 수가 없었다.
한 가운데서부터 온 몸으로 퍼져 나가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알 수 없는 감각이
그의 몸을 마비시킨다.
뜨겁다,
그 끝이, 몸이, 머릿속이-
"파하,"
몇 번의 왕복을 반복하다 입술을 뗀 주연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가라앉는 자극이 풀어놓은 그의 몸이 비틀거리며 물러서, 겨우 벽에 기대어 지탱되었다.
"미안, 잘 못하지?"
그런 주연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정신은 이미 날아가 버렸다.
게다가 그는 난생 처음 느껴 보는 것,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 그럼, 좀 더 좋은걸 해 줄게."
스르륵, 천이 스치는 소리, 그리고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겨우 가라앉은 감각에 정신을 차린 그가 고개를 들어보자,
어둠 속에는 아무것도 보태어지지 않은 순수한 한 사람의 실루엣이 서 있었다.
"아,"
희미하게 보이는 그녀의 몸으로도 머릿속이 아찔해질 것 같다.
아직 상상조차 두어번도 채 해 보지 못했던 모습,
저 먼 어딘가의 망상 정도로만 밀어 두었던 장면.
갑자기 이렇게 일어나 버린다니, 어딘가의 거짓말 같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주연은 어느 새 그의 품 안에 들어와 있었다.
"흐응… 보고만 있을거야?"
그녀의 손에 이미 그의 상의의 단추까지 모두 풀려버린 후였다.
그 손에 이끌려 서서히 그는 바닥에 눕혀 진다.
밤공기에 식어있는 건물의 돌바닥의 차가움이, 아주 잠시 그의 눈 앞을 선명하게 한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그녀의 입술,
그녀의 어깨,
그녀의 가슴,
그리고 그 아래로 드러난 잘록한 곡선과,
그보다 조금 더 아래,
지금 막 그의 남성의 성기 끝에 닿으려 하는 부분-
"하으…"
아니, 닿고 있는…
"으응…"
아니, 감싸기 시작하는…
그리고, 그의 정신은 입술에 닿는 부드러움과 함께 다시 아득한 곳으로 밀려난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오히려 몸은 뜨거워 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 때, 아읏, … 느, 느껴져?"
벅찬듯 터져 나오는 그의 숨결이 대답을 대신했다.
"하응… 읏… 느껴줘,"
그의 위에서, 주연은 천천히 상하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뜨겁다, 머릿속이 녹아 버릴 정도로 뜨겁다.
"나를…"
그리고 갑자기 격렬해지기 시작하는 움직임,
그와 동시에 그의 이성은 쾌락을 향한 본능을 허락한다.
주연의 허리에 얹혀진 그의 손이 부드러운 살결을 쓰다듬었다.
농락당하기만 하던 그의 허리가 그녀에게 맞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읏, 하악,"
탄성과도 같은 거친 숨이 그의 입에서도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연의 표정이 쾌락에 섞인 기쁨으로 물들었다.
"아… 아응, 느끼고, 우읏… 있는거지?"
격렬해지는 그의 숨결이 대답을 대신한다.
더듬어 올라간 그의 손이 주연의 봉긋한 가슴에 얹힌다.
그리고 주연은 아직도 조심스럽기만 한 그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며 재촉했다.
"괜… 하앙, …괜찮으니까…"
조금 움직이는듯 하던 그의 손이, 갑자기 주연의 가슴을 움켜 쥔다.
"주, 주연 누나, 저, 저,"
그와 동시에 주연은 몸 안에서 조금 더 단단하게 부풀어 오르는 그를 느꼈다.
"으응, 응, 이대로… 아앙, 이대로…!"
그의 반응에 더욱 달아오른 주연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이 미칠듯한 감각에 더 견디어 낼 수가 없었다.
"아으읏, 주연 누나, 저, 안돼요-!"
움찔,
그의 허리가 솟아오르며 멈춘다.
그리고 멈춘 숨이 주연의 몸 안에서 한 차례 떨린다.
"으…"
새어 나오는 가느다란 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떨림을 주연은 눈을 감으며 몸 안 깊숙히 느꼈다.
"으음…"
마지막 떨림과 함께 다시 주연의 입술이 그의 입술 위에 포개어졌다.
정적 속에서,
혀 끝의 부드러움과 격렬햇던 기세 그대로 두근거리고 있는 심장소리만이 느껴졌다.
천천히 떼어지는 입술, 그리고 속삭임.
"후후… 그렇게 좋았어…?"
그는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부끄러움에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주연은 그가 시선을 돌리게 두지 않았다.
양 손에 뺨을 잡힌 채 다시 주연을 마주하게 된 그의 눈동자-
부끄러움이 가득한 그 흔들림에, 주연은 다시 한 번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남긴다.
쪽, 하는 소리가 빈 건물에 울리고 주연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아읏,"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는 그의 남성이 주연의 몸에서 빠져 나가자,
주연은 아쉬운듯 몸을 움찔 하고 떨었다. 그리고는 아쉬운 표정을 가라앉히며 일어서자,
그가 뒤늦게 비척비척 몸을 일으킨다.
"죄, 죄송해요. 그만 주연누나에게…"
셔츠의 단추를 천천히 잠그며 그는 고개를 푹 숙인다. '게다가 이렇게 빨리' 같은 말은 차마 꺼낼 수 조차 없다.
주연은 그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내가 원했는걸, 내가 가져간거야. 미안해 하지 마."
"그, 그래도…"
못내 고개를 들지 못하는 그의 머리를 장난스레 헝클어트리며 주연은 웃었다.
"푸훗, 귀여운 것! 괜찮다니까. 난 좋은걸?"
이번엔 다른 이유로 얼굴을 붉히며 그는 더욱 고개를 숙여 버린다.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들 때 즈음엔, 주연도 옷을 다시 입은 후였다.
계단을 한 걸음 내려가며, 주연의 실루엣이 손짓했다.
"가자. 계속 이러고 있으면 감기 걸려-"
새삼스러운 말이었지만 그는 충실히 고개를 끄덕이며 후다닥 주연의 뒤를 따른다.
그 모습에 주연은 또 한번 웃음지었다.
주연을 앞질러 먼저 계단을 후다닥 내려가 버리다가 자신이 주연을 앞질렀다는걸 뒤늦게
알고 멈추어 서는 그를 보며 주연은 다시 그의 머리를 마루 쓰다듬었다.
그래서, 그는 결코 볼 수 없었다.
희미하게 드러난, 주연의 쓸쓸한 미소를.
그에게는 그저, 이 날은 그가 혼자서만 줄곧 좋아했던 주연 선배와 이어진
꿈만같은 날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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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없이 썼습니다. [......]
배경은 일단 캠퍼스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선후배 관계가 발생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냥 인물 하나씩 맡아서 동일한 배경, 공간 안에서 만나 엮이는 정도나 무난하지 싶어서,
대충 스타트를 끊어 봤습니다.
며칠 아무도 안쓰면 저 혼자 쓸겁니다. [.......]
주연의 설정이라고 해 봐야 몇가지 없지만, 그래도 약간은 있긴 하니,
필요할 경우엔 말해 주세요.
다시 보니 신이 너무 짧다.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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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좋다. 바람직한 글.. [..........]
우후후.. 이런 느낌, 이런 배경으로 가는걸까나.. 프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