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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배고파."

 "먹을 것을 촘 찾아오겠습니다."

 

 한가한 말이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샤나 아르시오네에겐 그 정도의 상황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게 아니라면 12시간 이상의 공복에 고랭크의 보구로 인한 마력 사용으로 어지간히도 허기가 지었다는 뜻이거나.

 

 

 

01.

 

 

 "아, 아르주나. 갔다왔어?"

 "예. 마스터. 노상의 가게에서 아직 차가운 것 같은 보존식품과 밀봉된 식품을 가져왔습니다."

 "레토르트네. 용케도 불에 무사했구나."

 

 군데군데 불에 그을린 것이 있긴 했다만, 박스 안의 내용물은 무사한 것 같았다. 사람만이 없는 이 도시에서, 화마에 삼켜지지 않은 곳들은 이럭저럭 남아 있었던 것이다. 학교 운동장의 철봉 같은.

 

 "레토르트 카레에 CVS 빵이라. 나쁘지 않아. 이건 물이네? 고마워." 

 

 서번트의 시야 공유란 것은 훌륭한 일이었다. 아르주나는 센스가 좋았고, 자신이 모르겠는 물건을 무언가 집는 것보다는 이샤나에게 자신의 눈을 그대로 전하는 것을 택했다.

 

 "아아, 커피. 모닝 커피..."

 

 솔직히 배가 주린 것이야 좀 힘들어도 참고 버티면 된다. 하지만 물과 카페인이 없는 건 있을 수 없어. 이샤나는 냉큼 아르주나에게 다른 건 알아서 갖고 오고, 저 박스에 든 검은 것과 물을 갖고 오라고 하고 시야 공유를 종료한 것이었다. 

 

 "먹을까."

 "드시죠."

 

 저 화마에 마술로 간이 기구를 만들어 커피를 끓이는 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만, 함부로 단 한 줌의 마력이라도 쓸 수는 없는 일이다. 이샤나는 고개를 젓곤 커피 스틱을 뜯곤 미직지근한 물에 흘려넣었다. 카레와 인스턴트 밥은 저녁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 때로 아껴 두자. 

 

 "마스터. 천천히 드시지요."

 "아르주나, 너도 한 입 먹어볼래? 마력이면 충분하다지만 나만 먹는 것도 뭣한데."

 "괜찮습니다. ..다만, 그 검은 차는 그렇다면 한 잔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물론!"

 

 서번트의 근력이란 게 새삼 대단하구나 싶긴 했다. 혼자서 물통을 다섯 병은 너끈히 지고, 거기에 저 빵 무더기에 인스턴트 식품들까지. 전혀 무겁지도 않고, 단지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만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이샤나는 종이컵에 물을 따랐다. 빵은 뭘 먹을까. 치즈가 들어간 식사용 빵이 좋겠어. 안에 국수가 들어간 것 같은 빵도 있었던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일본 음식은 초밥과 회, 우동. 그리고 그런 걸 파는 일식 레스토랑에서 같이 제공하는 곁들임 음식 몇 개 정도밖에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뭔지도 모르는 걸 먹는다는 건 별로 좋은 선택 같지는 않았다.

 

 "탄두리 치킨 먹고 싶다..."

 "? 아침부터 말씀이십니까."

 "딱히 지금 당장 먹어야겠어, 하는 건 아니야."

 

 홀짝홀짝, 미지근한 커피를 들이킨다. 에미야의 요리가 어떻느니 저떻느니 얼마나 맛있느니 따위의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화제를 이어가기엔 충분한 대화를 조곤조곤 나누며 이샤나는 치즈가 들어간 빵의 마지막 한 입을 입 안에 던져넣었다.

 

 "...으음, 그러고보니."

 

 

 

02.

 

 

 "마스터, 주변을 돌아보실 생각이신 겁니까?"

 "아, 아냐. 아르주나. 쉬고 있어."

 "아닙니다. 저는 당신의 서번트고, 혼자 다니시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신다면.. 상상만 해도 두렵군요."

 

 이제 꽤 거리감이 좁혀진 듯한 아처를 만류하며, 이샤나는 빵 두어 개와 커피 스틱 몇 개, 물통을 하나 집어들었다. 합쳐보니 꽤 부피가 있어서, 아르주나는 재빨리 물통과 빵을 저가 들겠다며 받아들었다.

 

 "불우이웃돕기..는 아니고, 함께 사는 이웃을 실천하고 오려고."

 

 불우이웃, 이라고 하기엔 이미 다 같이 어려운 이웃 같은 상황이었다. 이샤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몸을 일으켰다. 아처는 이샤나가 화장실을 가겠다고 한대도 그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을 것 같은 기세라, 그녀는 결국 반쯤 포기한 채였다.

 

 그녀가 반쯤 눕듯이 뒹굴거리던 구석을 벗어나, 좀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다리 밑이라 그런 것일까. 어두웠다. 아마 다리 밑이어서, 라기보다는 해가 뜨지 않아서겠지. 개울 (아르주나는 여기가 △강이라고 표지판에 나와 있다고 해 주었지만, 이샤의 눈으로 보기엔 이건 실개천 수준이었다) 반대편엔 뚜렷한 존재감을 뽐내는 이집트의 영령이 다른 마스터와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으나, 이샤는 큰 흥미를 두지 않았다.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공유될 것이다. 

 

 "야, 주인. 저기 누가.."

 

 보라색 머리카락의 서번트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세이버에게 안면을 직격당한 기억이 떠오른 것일까. 아까의 서번트와 마찬가지로, 이샤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남의 서번트는 남의 서번트. 더해서, 세이버와 버서커를 제외한 그녀의 모든 서번트들은 다신교의 신과 엮이면 변변찮은 꼴만 당한다고 그녀에게 단단히 일러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킬레우스는 신의 아들이었고, 아르주나는 마찬가지로 신의 아들이자 한 지역의 영웅신, 아스클레피오스 또한 신의 아들이자 의술의 신으로서 숭배받았던 사람들인데.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으나, 매우 단호한 표정의 마르타 앞에서는 천하의 이샤나도 아무 말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 무슨 일이야?"

 "배고프지 않아? 그쪽 말고."

 

 이샤나는 선을 그었다. 현 상황에서 남의 서번트에게 챙겨줄 콩고물은 없었다. 인간,인 마스터들이 나누기에도 부족했으니까. 

 

 "흥, 신인 이 몸이 겨우 이런 것으로..."

 "나는 괜찮아."

 

 제퍼슨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마 그렇지 않을 테지만. 이샤나는 판단했다. 물론 음식 섭취는 큰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굶은 것은 아직 하루도 채 되지 않았고, 막대한 양의 마력 소모 또한 없었을 것이다. 

 

 "나는 거점에서 머무를 뿐이니까, 직접 움직이는 너희쪽이 먹어둬." 

 "내 쪽에는 더 많이 가져다 놨어. 네가 탈진하거나 하면 우리가 곤란할 거고. 특히 물이라던가."

 

 다만, 물은 꽤 중요한 문제였다. 조난을 극복하는 가장 필수적인 첫 번째 단계가 안전한 식수 공급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샤나는 물통과 커피 스틱을 내밀었다. 커피는 이뇨 효과가 있으니까, 많이 먹는 건 추천하지 않지만 머리가 아프다면 한 잔 마셔두는 게 좋을 테니까.

 

 ".... 그것도 그렇네. ..고마워."

 

 이샤나는 의례적으로, 예의 바르게 빙긋 웃었다. 천만의 말씀. 마치 집사처럼 그녀의 뒤를 따른 아르주나가 살짝 몸을 숙여 빵을 건넸다. 

 

 

 

03.

 

 

 "... 어떡하지, 아르주나."

 "무슨 문제라도."

 "나, 졸려."

 

 밤을 사실상 샜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이샤나가, 결국 다 마신 페트병을 베고 아르주나의 망토를 이불 삼아 잠든 것은 잠시 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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