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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언니들은 말했다. 

인간은 우리를 해치는 것. 

인간은 우리를 동경하고 탐하고 찬미하며 우리를 혐오하고 배신하며 해하는 것.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이 별을 탕진하며 서로를 물어뜯는 어리석고 아둔한 개미 수십억 마리.

얼마 남지 않은 별의 수명을 숨쉬듯이 뜯어먹는 기생충.

 

그 아이는 말했다.

그 분도 말했다.

 

인간은 어리석고 이 별을 해하며 우리를 그리워하며 증오하는 것.

하지만 모래알 속의 작은 진주알처럼, 작은 빛이 숨어 있다고. 

 

그 때의 나는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알고 있을까? 

 

글쎄. 아직은.

 

 

 

01. 

 

 

 "마리. 있어?"

"응? 아, 이샤나. 무슨 일인가? 내가 도울 일이 있나?"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Dr. 로망에게 들었는데 여기 시뮬레이션 룸이 있대. 인공 구조체가 상대긴 한데 대련이나 연습을 해볼 수 있나봐. 그래서 한 번, 감을 잡을 겸 해서 가보는 게 어떨까 해서."

"아아, 훈련인가! 좋다, 가자꾸나!"

 

 마리─세이버는 해바라기처럼 웃고는 폴짝 일어섰다. 탐스런, 이샤나보다 조금 더 진한 꿀과 같은 금빛 머리카락이 물결처럼 흘러내렸다. 선명한 산호색 눈동자. 이샤나는 익숙하지 않은 듯 칼데아 제복을 만지작거리며 서 있었다. 

 

 서번트, 라기엔 세이버는 놀라울 정도로 스탭들로부터의 평판이 좋았다. 소환의 날로부터 불과 일주일 만에, 에드워드, 동시에 마르그리트 플랜테저넷은 연구원부터 엔지니어, 서포터까지 대부분의 칼데아 직원들로부터 대하기 쉬우며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는, 씩씩하고 성격 좋은 기사 공주님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짐을 들고 있다면 선뜻 대신 들어주며, 옛 궁중 예법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연구원이 무심코 내뱉은 말실수에도 관대했다. 딱히 난폭하거나 고압적, 고고하지 않더라도 어딘가 대하기 부담스럽다, 는 인상이라는 서번트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누구든 편하게 말을 걸고 아침 인사를 건네는 상대가 마르그리트였다.

 

 아무튼, 그들이 시뮬레이션 룸으로 향하게 된 것은 이샤나의 예상보다 꽤 시일이 소요된 것이었다. 당초 그녀의 예정대로라면, 소환 바로 다음날에는 대련을 시작할 것이었다. 그와 더불어 이샤나 아르시오네는 레이시프트 시스템 등에 대한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그녀는 가장 빨리 도착한 마스터 적합자로서 칼데아의 예장 등을 베타 테스팅해달라는 요청에 둘러쌓인 것이었다. 그녀는 그 요청 자체는 상관하지 않았으며, 가능할 경우 심야에 시뮬레이션 룸에 들어가는 것도 상정하고 있었지만 캐스터 - 아스클레피오스는 그녀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밤샘을 한다는 것에 대해 극렬한 반대(라고 쓰고 널 기절시켜서라도 재워보겠다는 협박)에 부딪힌 것이었다.

 

 "훈련이라, 옛날 생각이 나는구나."

 "어, 왕자님이었는데 병사들이랑 같이 훈련을 한 거야?"

 "아아, 어릴 적에는 몰래 형님에게 검을 배웠고, 형님의 뒤를 이은 후에는 사기 고양을 위해 종종 참여했었다. 같이 검을 휘두르는 경우보다는, 아무래도 자세를 바로 잡아주거나 하는 일이 더 많았지만..."

 "와아, 그 때는 지금의 예장보다 좀 더 그.. 풀 플레이트 아머 같은 갑주를 입었었어?"

 "그대가 박물관에서 보는 것보다는 가볍지만, 뭐어, 굳이 따지면 그런 쪽이겠구나."

 

 간간히 복도를 스쳐지나가는 스탭에게 인사하며 ("안녕, 이샤나! 세이버도 좋은 아침!") 소녀들은 춤을 추는 것처럼 가볍게 걸었다. 시뮬레이션 룸. 룸 가동을 전담하는 스탭에게 듣기로는 아처, 아르주나와 랜서, 아킬레우스는 거의 매일 아침마다 이곳을 찾는다고 들었다. 마르타의 경우 특수 제작한 샌드백을 요청해서 자신의 방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아스톨포는 종종 찾아오긴 하지만 연구원들과 노닥거리는 시간이 더 많지 않냐는 것이 이샤의 인식이었다.  

 

 "나, 마리가 검을 쓰는 건 처음 보겠네. 기대되는걸."

 "검으로 시대를 풍미한 영걸들에 비하면야 당연히 보잘것없는 귀족 검술이다만, 그리 말한면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와─!"

 

 작은 카나리아 두 마리처럼 재잘거리며, 이샤나와 세이버는 시뮬레이션 룸으로 들어갔다.

 

 

 

02.

 

 

 "뭐~야, 번쩍번쩍한 고풍스러운 아가씨잖아? 게다가 세이버? 흐음."

 

 분명히, 전해들은 바로는 VR 비슷한 것을 활용한 가상존재를 대상으로 연습할 수 있는 곳이라 들었는데. 

 

 "칼데아의 가상현실 시스템은 훌륭하네.... 진짠 줄 알겠어. 그치, 마리?"

 "음음, 이건 왕실 마술사에게 필적한 수준의 정교함이 아닌가. 솔직히 예상 외로구나!"

 "어어이, 이 몸은 그런 데이터 나부랭이가 아니거든?"

 

 한 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던 보라색 머리칼의 청년은 자신을 데이터 취급하는 것이 약간 자존심 상한다고 느낀 것인지, 곧바로 발끈하는 기색이었다. 

 

 "뭐, 좋아. 아직 아무것도 모를 인간들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깟 데이터가 이 몸을 제대로 재현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번에는 이샤가 약간 미간을 좁힐 차례였다. 상정 외였다. 그녀가 기억하는 것이 맞다면, 관리자 및 서포터 롤을 일임받은 마스터의 서번트일 것이었다. 타인의 서번트와 엮이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물론 그녀는 타 마스터들과 협력하여 인리수복에 힘을 보태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마스터간의 교류와 협의로, 자신의 서번트에 대해 가장 잘 파악할 마스터들이 알맞은 인선을 제안하며 전선을 궁리하고 헤쳐나가는 것이지, 한 마스터가 다른 마스터의 서번트와 일대일로 보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이샤나는 이해했다. 특히나 만약 그 '다른 마스터'가 마술사 같은 마술사라면, 자신의 권리에 대한 침해로 인식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아, 그렇게 되면 귀찮을텐데...

 

 "아─아니지, 처음 봤으니 모를 수도 있겠군. 좋아, 이 몸에게서 직접, 이름을 듣는 영광을 하사해주지."

 

 쯧, 이샤나는 복잡했다. 그녀는 엘리자베스 제퍼슨의 이름 말고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아르델비제만큼이나 알려진 것이 없다, 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으나, 제퍼슨 가의 비극적인 사건 몇 개를 제외한, 그녀 자신에 대한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비극적인 사건은 그녀에 대한 판단을 하던 대화의 소재로 던지던 어느 쪽의 시작으로도 부적합한 소재였다. 아, 타이밍 잘못 잡았다. 그냥 우리 버서커가 지금 기계를 터뜨렸다는 염화가 왔다고 하고 실례한다고 하고 돌아갈까?

 

 "장난의 신이자, 기만의 신이자, 서리거인 파르바우티와 라우페이의 아들이자, 오딘과 피를 나눈 신. 로키 님이시라고."

 

 마리, 어떻게 생각해? 생각에 몰두해서 세이버에게 염화를 던지는 이샤에게, 세이버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그 전에 이샤나, 저 자가 먼저 자기 소개를 했다만. 엥? 자기 소개?

 

 "이제 신을 마주보고 있는 거라고 깨달았겠지, 꿇어라."

 

 그제서야 이샤나는 자신이 (이 점에 대해선 솔직하게, 이샤 본인도 인정했다) 초면에 무례하게도 모든 말을 전혀 귀담아듣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나마 단어단어 들린 것은 기억나서 다행이었다. 로키랬지? 우트가르트 어쩌구 하는 말은 들리지 않았던 것 같으니, 북유럽 신화의 악신일 것이다. 그리고 그 점에 도달하자, 이샤나는 무심코 내뱉었다.

 

 "아.. 흑발이 아니네..?" 

 "......."

 

 윽, 마리가 소리 없이 탄성을 내뱉는 것을 이샤나는 어쩐지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마르그리트는 대응이 좀 더 빨랐다. 이샤나, 아처나 랜서를 부를까? 신을 상대한다면 그 쪽이 상성상 더 나을 것이다. 룰러..는 정체를 모르는 것은 차치하고 상성적으로 조금 일이 커질 것 같다만. 이샤는 고개를 저었다. 됐어, 마리. 나는 너랑 연습하려고 여기 온 거야. 다음번엔 아르주나랑, 어떤 때에는 또 아킬레우스랑 하겠지. 누가 있던 상관 없어.

 

 "....그래, 너희가 영화라고 부르는 매체 속의 나에 대해서는 나도 인정하지."

 "사실상 시리즈 초반을 먹여살린 주역이니까요."

 

 아무튼, 이샤나는 눈을 깜빡이곤 내뱉었다.

 

 "그럼 신 씨, 시뮬레이션 룸, 다 쓰셨으면 나가 주실래요? 저희 이제 쓰려고 하는데."

 "신 씨?"

 "네에. 여기 신 많이 계시던데요? 듣기로는 '그' 인류 최초의.. 수메르의 에레슈키갈 여신도 있다고 하고, 인도 신화의 신도 있다고 하고."

 

 언뜻 들은 정도지만. 하다못해 이샤 본인이 소환한 서번트 중 아스클레피오스도 주신은 결코 못 될 지언정 의학의 신으로서 숭배받았던 인물이었다.

 

 "딱히 더 특별할 건 없는 것 같은데, 뭔가 호칭에 문제가 있나요?"

 "...신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각하지 못한다고?"

 

 아아, 이건 자존심 쎈 유형인가. 이샤나는 솔직히 귀찮았다. 이전, 아스클레피오스나 아킬레우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다신교의 신이란 것들은 기본적으로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그 와중에 원한이나 뭐 그런, 감정이 한 번 생기면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깊다고 하고. 이샤는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우아하고 공손하게 절을 하며 그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이런저런 사건이 있고, 아직 풀어야 하는 것들이 많긴 하지만 이샤나 아르시오네는 마스터였다. 상대는 뭐가 어떻든 서번트였다. 내 서번트라면 높여주고 경의를 표하고 공손하게 대하는 것에 문제 따위 전혀 없겠지만, 남의 서번트라면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그녀가 경의를 표하면? 그녀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며 따르는 서번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그런 상황을 다 무시하며 맘대로 구는 서번트 또한 충분히 있겠으나, 지금 그녀 옆에 서 있는 세이버 같은 성격이라면 분명 그녀의 행동에 맞추어, 상대에게 마찬가지로 대할 것이다. 동등한 위치의 서번트, 극단적으로 말해, 사역마임에도. 이샤나는 그 상황을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좋아, 마침 심심했는데 잘 됐군. 시뮬레이션인가 하는 걸 한다고 했지?"

 

 이샤나는 조용히, 소리 없이 말했다. 마리, 괜찮아. 필요하다면 령주를 쓸게. 전력 전개를 해도 상관 없고, 그냥 오롯이 너의 페이스대로, 오랜만에 검을 들 테니 감을 찾는 연습을 해도 상관 없어. 네가 결정하고, 네가 싸워. 너는 나보다 훨씬 경험이 많고, 그러니까 나는 네 판단을 믿어. 

 

 "이 로키 님이 몸소 격차를 보여주지. 영광으로 알아."

 

 

 

03.

 

 

 "아아, 역시 오랜만에 움직이니 온 몸이 쑤시는 것 같구나."

 "괜찮아? 그래도 시뮬레이션 룸이라, 실제로 데미지가 남은 건 아니라서 다행이야."

 "생전에는 본 적 없는 방식의 전투법── 정정하지, 본 적 없는 방식의 보구구나. 내 생전의 마술사는 저 시대와는 전혀 다르니."

 "그야, 장난과 속임수의 신이잖아. 신화 시대의. 솔로몬 왕이나 마녀 메데이아 정도가 오지 않으면 무리지?"

 

 이샤나는 기지개를 폈다. 으득, 하고 뼈마디가 우는 소리와 함께, 여신도 탐을 냈을 눈부신 머리카락이 허리께에서 파도쳤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 그대는 내게 무엇이든 물어볼 권리가 있다.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대답하마."

 "아, 뭐. 별 건 아니고, 왜 보구를 안 썼는지, 그냥 궁금해서."

 "아아. 그건가. 대답도 같다. 별 건 아니다. 다만, 그렇구나."

 

 마르그리트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딱히 화나거나 한 것 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흔들림 없이, 곧게 이샤나에게 시선을 마주한 채로 그녀는 낭랑하게 말했다.

 

 "── 죽을 각오를 한 상대가 아니라면, 검을 드는 것은 모욕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샤나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죽을 각오를 한 상대, 마찬가지로 목숨을 걸고 달려오는 상대가 아니라면 검을 꺼내는 것은 그 자체로 그녀의 손에 들린 왕의 검, 그에게도 실례이며, 동시에 그 검에 베여져 스러져간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다, 그렇게 마르그리트는 말하는 것이다. 서번트인 것은 차치하고, 신은 대체로 신의 무기나 어떤 특수한 것이 아니라면 죽지 않을 테니. 짧은 생이나마 그 반절을 정말, 아무런 힘도 없는 평범한 이웃집 사람들, 농사를 짓고 빵을 구웠을 백성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곳. 단 하루를 더 살아남기 위해 적을 괴물이라 스스로 세뇌하며 달려들었던 전란 속에서 살아온 마리 플랜테저넷에게 죽지 않으니까 상관 없다, 여유롭게 내려다보는 시선은 결코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으리라. 사람의 숨을 끊는, 살인자와 다름없는 일을 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나, 지금 약간 마리한테 심장이 쿵, 떨린 것 같아."

 "음..? 아하하하, 이건 영광이구나! 생전이라면 궁중의 꽃으로 찬미받게 했을 터지만, 지금은 그대의 말에 답가로 줄 수 있는 건 말재주 없는 내 찬사 정도밖에 없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 

 "어,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한 기사 왕자님한테 그런 말을 듣는 건 나도 영광인 것 같은데." 

 

 이샤는 배시시 웃었다. 그녀는 평소에는 형제자매 중 가장 둔감하다는 말을 듣기 일쑤였지만, 그럼에도 그들과 같은 일원이었다. 그 말인즉슨, 대다수의 사람들보다는 직감, 어떤 육감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감각이 뛰어나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마리. 정말 그것 뿐이야?"

 "음?"

 

 네가 거짓말을 하지 않은 건 알아. 방금의 그 늠름하고도 단려한, 곧은 얼굴이 마르그리트의 가장 큰 본심일 것이다. 마르그리트 플랜테저넷이라는 한 인간으로서. 기사로서. 하지만, 에드워드 플랜테저넷 - 흑태자 에드워드라는 지휘관, 영령으로서는?

 

 이샤의 말을 이해한 것처럼, 함께 못된 장난을 꾸미는 아이처럼, 마르그리트와 이샤나는 잠시간 시선을 마주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보석과 같은 이샤의 눈동자가 별을 심어둔 것처럼 반짝 빛났다. 

 

 "그거야 당연한 게 아닌가."

 

 마르그리트 플랜테저넷─ 아니, 지금은 흑태자 에드워드인 서번트 세이버는 한 쪽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믿지 않는 자에게 이쪽의 패를 보여줄 이유가 있는가?"

 

 아아, 역시. 이샤나는 몇 번 눈을 깜박이고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그리트 플랜테저넷, 서번트 세이버는 누구에게나 평이 좋았다. 선선한 태도로 어지간한 무례는 웃어넘겼고, 누군가 무엇이 필요한 낯빛이라면 즉시 말을 걸어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최대한 해주고자 했다. 그녀는 복도에서 스치는 다른 서번트들에게도 선뜻 먼저 인사를 건넸고, 거친 말투의 서번트들을 상대로도 밝게 웃으며 친근하게 대했다.

 ── 그렇지만 그것이 에드워드 플랜테저넷이 그들을 신뢰한다는 증거는 되지 못하는 것이었다.

 

 

 

04.

 

 

 "그럼 나는 믿는 거야?"

 "여긴 성배 전쟁이 아니니까."

 

 후유키를 근간으로 하는 성배 전쟁에서, 마스터가 마술사일 경우 그는 근원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의 서번트마저 자해시키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즉, 본인만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성배가 강림했을 때 서번트를 막 자해시킨 마스터를 뒤에서 공격해서 자신이 그 비원을 대신 성취하는 말도 안 되는 짓거리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인류는 멸망 판정을 받아, 아직 십대에 불과한 소년소녀들을 목숨이 보장되지 않는 땅으로 내몰았고, 이 상황에서 이샤나 아르시오네 아르델비제가 '서번트 세이버'를 배신할 이유는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그대가 내 목을 달라 하면 선뜻 주겠다마는."

 "어?"

 "나는 그대, 소환자가 내가 따를 수 있는 길을 걷는 이상 그대의 검으로서 전신전령을 다한다. 이 마음엔 첫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마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

 

 다만, 마리는 말을 이었다.

 

 "내가 지휘관이라면, 배신도 간자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익숙한 것이고, 어지간한 것이라면 상정 내다. 허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나는 그대의 검이고, 지휘관은 그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모든 것을 의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마 이건 그대의 다른 서번트들도 마찬가지일 터다."

 

 씨익 웃으며 마리는 덧붙였다. 다소 위험해 보이는 인물이 한두 명 정도 있긴 하나, 기본적으로 마스터에게 충실할, 좋은 인선을 뽑은 것 같다고. 특히, 질병이 사인인 그녀에게 있어서는 캐스터가, 누구보다 빠르지만 누구보다 유명한 약점을 가진 랜서에게 있어서는 방어와 치유에 능한 라이더, 캐스터와 룰러가 함께한다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물론 언제까지고 그렇게 의심할 필요는 없겠지. 허나 그것이 지금은 아니다."

 

 세이버는 내뱉었다. 눈은 무감정했다. 왕자 전하의 목소리일까. 친밀하게 대하면서도 전혀 믿지 않는다는 것, 전혀 신뢰하지 않는 상대에게도 오랜 친구처럼 대하는 것. 모략과 암살이 판치는 14세기의 왕실에서, 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이기에 가능한 능력이었다.

 

 이번에는 이샤가 살짝 눈을 찌푸릴 차례였다. 마르그리트는 그녀가 [    ] 인 것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그녀로서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해 주는 것일지도 몰랐고, 반대로 신화시대가 아닌 사람의 시대에 태어난 영웅으로서 그녀와 같은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튼. 그녀는 아마 분명히, 마르그리트보다도 인간에 대해 알 수 없겠지만서도.

 

 "그렇구나. ..마리, 나는 그래도. 음.. 느슨하고 물러 터진 마인드, 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역시 그래도 친한 상대는 친하게, 알게 된 상대는 그래도 믿어보려고." 

 

 왜냐면, 누군가가 배신할 것이 위험하기 때문에 진짜로 만날 수 있는 좋은 사람,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을 놓치게 된다면 그게 더 싫을 것 같아. 내가 믿기로 결정하면, 어떤 결과가 따르든 그건 내 판단에 따른 결과니까. 내가 사람 보는 눈이 그것밖에 안 되는 것 뿐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진짜 보석을 발견한 것일지도 모르지. 지금은 이제 없는 옛 친구가 말했다. 세상은 갓 구워낸 맛있는 빵 냄새, 멋진 아침의 서늘한 공기, 그리고 예기치 못한 작은 만남, 작은 말 한 마디로도 얼마든지 영화 같아진다고.

 

 "아니면 설마, 네 마스터인 내가 그 정도도 못 구분하는 무능한 멍청이로 보이는 걸까?"

 "아니, 그런 건 결코 아니다!"

 "히히, 그렇지? 뭐어,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만약 사람 잘못 봐서 사고쳐도, 마리가 지켜줄 거잖아." 

 "그..그건 그렇다만." 

 

 세이버는 살짝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윽고 곧 특유의 자신만만하면서도 씩씩한 웃음으로 변했다. 마르그리트도, 이샤도 짓궃은 소년처럼 낄낄 웃었다. 이샤나 아르시오네는 의심과 신뢰라면 차라리 후자가 나았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세이버가 내뱉은 말을 정정하려 들지도 않았다. 마르그리트는 합리적이며 정정당당했고, 그럴 이유가 없는 사람을 단지 그녀 눈에 밉보였다는 이유로 계속 의심할 성품은 못 되었다. 누굴 밉볼 수 있는 성격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그렇기 때문에, 만약 그것이 누구던 정말 위험하거나 못된 위인이 아니라면 마르그리트는 곧, 조금씩 조금씩이겠지만 그에게도 믿음을 줄 테니까.

 

 "내 마스터가 그렇게 나를 믿고 있다니, 마음이 든든하구나. 신뢰에는 신뢰로 보답해야겠군." 

 "후후, 그렇지? ... 근데 솔직히 아까, 진짜 초등학교 남학생 같지 않았어?"

 "내 막내 남동생이 비슷했던 것 같다. 자주 보진 못했다만."

 

 

 

 

 

 

에드워드 플랜테저넷으로서, 라면 진궁 시스템을 돌려서 엑시비전 퀘스트를 2턴클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마르그리트 플랜테저넷으로서, 라면 경던 손 상대로는 보구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마리였던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문제라고 생각하는 둠Z데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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