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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뺨이 화끈거렸다. 마르타─[물가의 성녀]가 있었다면 좀 나았을까?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샤나 아르시오네는 부루퉁한 얼굴이었다. 덥고, 습하고. 불은 기본적으로 그녀와 상극인 것이었다. 그렇다고 습한 것이 좋지는 않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도시에 더 이상 인적은 없었다. 그것이 이미 다들 대피한 것, 혹은 애당초 사람이 없는 것으로 '조성된' 곳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이미 도시에 남아 있던 모든 사람을 이 화마가 잡아먹은 다음이라면 그만한 비극은 또 없겠지.

 

 흘끗, 시선을 향한다. 신화의 영웅은 무심한 표정이었다. 익숙한 것일까. 그에게 이 정도는 지옥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 

 마바하라타의 클라이막스, 쿠르크셰트라 전투는 열흘하고도 여드레 동안 수백만의 전사들이 전부 죽고 죽여, 종국에는 겨우 얼마인가의 사람들만이 살아남고 칼리 유가가 시작되었다 한다. 그리고 그 때──

 

 사람들의 말소리. 이샤나는 생각을 멈추었다.

 

 

 

01.

 

 

 "아아.. 어디에 있나요, 시구르드. 나의 사랑..."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더 이상 빛나지 않았음에도, 몸짓은 우아했고 목소리는 귀부인과 같이 품위가 있었다.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한때 저택이었을 건물의 지붕 위에 사뿐히 올라선 이샤나는 아르주나에게 소곤거렸다.

 

 "약간, 공포 영화에 나오는 것 같지 않아?"

 "마스터가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본래의 상태는 아닐 듯 합니다."

 "음, 뭐. 그렇지?"

 "요격할까요?"

 

 이샤나는 예외라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녀가 요 며칠 본 축복받은 영웅은 정당한 규율이라는 것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행동하려 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궁병으로서 물론 요격은 수단이지만, 지금 이샤나가 말한 것은 기습, 에 가까운 행위였으므로. 

 

 "아니오, 저 자도 저희를 인지했습니다. 마스터. 그렇다면 더 이상 기습이 아니겠지요."

 "뭐, 좋아. 그럼 어쩔 수 없지!"

 

 예정은 시뮬레이션 룸의 크리처 상대였지만, 자. 처음이지만 잘 해 보자! 이샤나 아르시오네는 기운차게 어깨를 폈다. 탄내가 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그럼 먼저 선수필승!"

 

 이샤나가 말을 끝내는 순간, 눈을 한 번 깜빡이기도 전에 푸른 화살이 화염을 갈랐다. 여자의 키보다도 큰 것 같은 장창이 화살을 튕겨냈고──단 한 번의 도약이었다. 여자가 장창을 돌려 화살을 튕겨내는 순간, 창이 얼굴을 가리는 그 찰나에 아르주나는 거리를 좁혔다. 일반적으로 궁병이란 원거리에서 저격하는 것이 특기로 알려져 있으나, 그 정도쯤 되는 솜씨라면 거리 따윈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일까. 아마 그녀가 수 킬로미터 밖에서 쏘라고 명령했어도 같았을 것이다. 

 

 "──큿,"

 

 한끝발 차이였다. 후려치듯이, 내리찍은 창이 아처를 뒤의 저택으로 날려버린 것은. 과연, 전쟁 영웅이란 것인지 순순히 벽에 박히는 대신 아르주나는 사뿐히 착지했다. 이마에 흘러내린 피를 손등으로 닦는다.

 

 "아르주나, 거리를 벌려──! 원거리에서 쏘자!"

 "... ... 명하신대로."

 

 상성이 안 좋다. 차라리 세이버가 적이었다면 거리를 벌렸다 위에서 쐈다 이런저런 이동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장창은 범위가 넓었다. 저 창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면 활을 쏘기에도 여의치 않은 거리다. 물론 그는 최고의 궁수 중 하나로 손에 꼽히지만, 무기 자체의 특성 탓에 '상대적으로' 불편한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샤나는 아군의 강점에 투자하기로 했다. 원거리를 벌려, 투창이 아니라면 랜서의 팔로는 닿지 못할 거리에서. 투창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맞지만 않는다면 될 것이다. 아무튼, 순식간에 한 블록은 족히 떨어진 거리로 뛰어오른 아르주나는 활시위를 당겼다. 

 

 이샤나는 그제사 주위를 재빨리 둘러보았다. 칼데아 측 마스터와 서번트 한 기가 합세한 것 같이 보였다. 누군가는 일대 다수의 싸움이 공평하지 못하다고 하겠지만, 이샤나는 그런 것 따위 신경쓰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읽은 말이지만, 적에게 비열하다는 칭찬은 최고의 찬사 아니겠는가. 아무튼, 이샤나는 눈을 찌푸리고 상대 - 랜서로 추정되는 서번트를 바라보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기억났다. 칼데아 식당에서 두어 번, 스치듯 본 적이 있었다. 그래, 분명.. 랜서, 발키리. 오딘의 딸. 정확히 그녀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샤나는 동일영령이라는 것에 걸기로 했다.  

 

 "──염신[아그니]의 업화로써 먼지처럼 사라져라!"

 "아아.. 시구르드, 시구르드.....!"

 

 이샤나는 결정했다. 시간을 끄는 것은 독이다. 현 사태의 원인이 파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키리를 상대로, 심지어 상성상 썩 좋지 못한 서번트를 상대로 시간을 끌면 승패를 떠나 이 쪽의 피해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그나마도, 운이 좋은 이샤나는 아르주나와 상대 서번트가 '뭘 하는지' 정도는 볼 수 있어서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은 막을 수 있겠다마는.

 

 "아르주나, 보구를 쓰자."

 "... 어째서입니까, 마스터. 사용하지 않아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우린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지, 마력 같은 것은 어떻게 되는지 아무것도 확인된 게 없어. 나는 잠 자고 음식 찾아 먹으면 마력이 회복되지만, 네게 발키리가 쓰는 신대의 독이나 저주 같은 게 걸리면 곤란해. 세이버가 저주 때문에 진료 받는 것, 너도 봤잖아. 하지만 여기는 아스클레피오스가 없어. 네 상태가 나에겐 더 중요하다는 말이야."

 "..알겠습니다."

 

 사실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르주나의 보구는. 인도 신화의 영웅들은 기본적으로 아스트라라고 불리는 신들의 힘을 쓴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중 무엇일까. 브라흐마스트라? 아그네야스트라나 브라흐마시스트라. 이샤나 아르시오네는 신화에 대해 이럭저럭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편이었고, 그에 따라 추측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았다. 아니면, 혹시. 

 

 "──자아, 그럼. 어떻게 할까."

 

 아르주나가 내뱉었다. 뭘 어떻게 한다는 말이지. 범위? 

 

 "신성영역 확대. 공간 고정."

 

 순식간에 마력이 요동쳤다. 이샤나는 순간 허기를 느꼈다. 그녀라서 허기 정도지, 아마 칼데아의 백업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통의 마술사라면 휘청였을 것이다. 

 

 "신벌 집행기관 설정. 전 승인."

 

 하늘이 깜깜해졌다. 정정. 원래부터 밤하늘이었으므로, 하늘은 어두웠다. 단지 그것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 물감으로 칠해둔 것 같은 새까만 색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아르주나의 손에서 검푸른 구체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화살이 아니라 무슨 폭탄 같은데? 배가 고파졌음에도, 이샤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르주나는 그 검푸른.. 보랏빛 도는 푸른색에 휩싸인 구체를 하늘로 던졌고,

 

 "시바의 분노로 그대의 목숨을 여기서 끊는다. ── 파슈파타!"

 

 

 

02.

 

 

 "... 아니, 한 방에 끝난 건 잘 했는데.."

 

 이샤나는 중얼거렸다. 아르주나가 보구를 해방하는 순간, 더 이상 적 서번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도주는 아니었다. 반박할 여지도 없는 소멸. 만족스러운 결과였으나 이샤나는 꿍얼거렸다. 일대 한.. 일 킬로미터는 되는 주변 구역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내가 휘말렸으면 어떡할 뻔했어?"

 "그럴 리는 없습니다, 마스터. 제 마스터인 당신이, 그리고 이 제가 그런 일을 만들 리가 없겠죠."

 

 아르주나는 약간 의기양양한 것 같이 보였다. 약간 칭찬받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자, 어떠셨습니까. 마스터?"

 "생각은 했는데 솔직히 예상 외였어. 신화의 대영웅이라는 것, 정말 대단하구나. 나만이었다면 막막했을 거야."

 "에에, 저의 무기. 저의 보구. 함께 최강이므로."

 

 아르주나는 이제 대놓고 의기양양한 고양이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분명히 전투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한 치 흐트러짐 없는 정중하고도 감정 없는 무표정이었던 것 같은데.

 

 "어깨를 펴고, 말씀해주셔도 된답니다? 저야말로 당신의 최고의 서번트라고."

 

 이 사람 원래 이런 성격이었던가?

 

 "마스터, 앞으로도 저를 마음껏 사용하십시오."

 "응.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런데.."

 

 여길 어떻게 건너야 할까? 

 

 아처의 보구에 휘말려 흔적도 없이 날아간 저택(이 있던 곳). 그 자리를 저택 대신 덮은 불꽃이 일렁이는 것을 보며 이샤나는 내뱉었다. 내가 불 꺼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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