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장면 0. 티페레트

리아 2018.05.28 01:33 조회 수 : 47

01.

“-일어나계시는가요.”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에 세르반은 자동으로 눈이 열렸다.

책상을 베개 삼아 잔 탓인가, 뻐근한 목을 어루만지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침침한 눈앞에는 하얀 정장을 흐트러짐 없이 입은 여성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린다인가요.”

. 원예사님.”

 

원예사님-이라는 호칭은 이 집에서만 사용되는 세르반 체페크의 이름이었다.

체페크. 열두 번 마술각인을 전수했으나 마술회로의 쇠퇴로 마술을 포기한 집안. 그런데도 근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근원으로 가는 발판이라도 되고자 다른 가문의 아래 붙어살아가는 마술쟁이 이하의 존재들-을 이 가문의 사람들은 고맙게도 직함에 존칭을 붙여 불렀다.

자신의 주인, 웬트리스 가문의 마술을 위해 저택을 완성 시킨 이후에는 뜰의 꽃을 돌보는 것이 주 업무인 지금의 자신에게 원예사라는 직함은 딱 좋은 것이었으나 존칭만큼은 별로 좋아할 수 없었다.

불평을 말하기에는 이들이 자신을 좋아해 주는 만큼 자신도 이 저택의 사람들을 좋아했기에 여전히 원예사로 불리고 있지만.

 

역시 피곤하신가요.”

아뇨. 딱 적당히 쉬었습니다. 오히려 이 상태로 더 잤으면 목이 아팠을거에요.”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작업장 내부의 그림자를 보아서는 열 시간 이상은 잠을 잤을 것이다. 세르반은 그림자를 통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파악한 때 린다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가 저를 찾았나요.”

염화로 들으셨습니까.”

아뇨, 지금 이 저택에서 저를 오가라 할만한 사람은 그 뿐이니까요.”

 

말을 꺼내고 나서 후회했다.

린다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으나 정장의 왼팔 부분이 오른손에 의해 주름이지는 것을 보고 한 번 더 후회했다.

잠이 깬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니, 이건 자신의 문제인가.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주인님이 저택에 돌아오실 수 있게 노력하고 계신다는 것을 이 저택의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세르반의 선조는 웬트리스 가문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머리를 숙이고 들어왔다. 그분의 안목은 썩어버린 근성과 달리 쓸만한 것이었는지 웬트리스 가문의 비원은 자신의 주인, 샬럿 웬트리스의 손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었다.

그래. 시계탑이 봉인지정을 선언하지만 않았다면.

웬트리스 가문은 역사도, 이름도, 자금도 있는 가문이라 봉인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무리였으나 유예기간은 벌 수 있었다. 그리고 세르반은 유예기간 동안 시계탑 역사상 풀린 기록이 아주 극히 드문 봉인지정을 풀기 위해 성배전쟁이라는 거창한 싸움판에 참가하기로 하였다.

성배를 이용해 비원을 달성하거나 마술을 전수 가능한 것으로 만들거나, 성배를 협회에 바치거나 하면 자신의 주인은 풀려난다. 실패했다면 그대로 봉인지정으로 처리.

이야기는 간단했으나 세르반에게 있어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이번 일은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린다는 세르반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린다는 마술사가 아니기에 성배전쟁에 참가할 수 없었다. 린다 뿐만 아니라 이 저택의 사용인들은 자신을 빼고 전부 마술사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주인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지금 믿는 것은 세르반 뿐이었다. 세르반 또한 같았다그 사실이 무겁고, 춥게 느껴졌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으면, 선대 체페크들이 노력하여 좀 더 뛰어난 마술회로를 전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번 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 능력은 미천하나 괜찮은 서번트를 소환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가 저를 싫어하여 등 뒤를 찔리는 일이 없다면 쉽게 지지 않을 것입니다.”

 

세르반은 책상에 걸쳐둔 자신의 지팡이를 손에 쥐며 일어섰다.

 

그분은 3번 뜰의 정자에서 기다리십니다.” 

 

 02.

 

 

 

3번 뜰은 이 저택에서 두 개밖에 없는 마술이 관련되지 않은 뜰로 웬트리스 가문이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기르던 곳이다. 그곳을 체페크 가문이 가꾸기 시작하여 현재는 웬트리스 가문의 주 수입원의 하나가 되었다.

주 수입원이라고 할 만큼 커진 지금은 밭이라고 불러야 할 넓이였으나 이곳이 아직 뜰이라 불리는 이유는 밭이라고 부르기에는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가장 관리하기 어려운 곳이었으나 세르반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다. 다른 사람도 이곳을 좋아했으면 하는 생각에 그만큼 신경을 쓴 장소이기도 했다.

그래서 린다에게 캡틴-서번트가 클래스 대신 원한 호칭-이 어제저녁부터 계속 3번 뜰에 있었다고 들었을 때 세르반은 기분이 좋았다.

싱그러운 포도 향에 미소를 지으며 나아가자 길이 점점 넓어지며 덩굴에 휩싸인 정자가 모습을 드러났다.

캡틴은 정자에 앉아 린다가 주었을 것이라 예상되는 포도를 먹고 있었다.

 

마음에 드시는 것 같아 기쁘네요.”

. 밭의 냄새, 경치, 무엇보다 싱싱한 포도의 냄새가 아주 좋아. 본인들이 살아 있을 때 가장 원하던 것이었으니까.”

 

캡틴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눈을 감았다.

 

복잡한 기분이야. 이곳에서 느끼는 즐거움만큼 소원에 대한 갈망도 강해져서 빨리 전장으로 나가고 싶어져.”

동감입니다.”

 

세르반은 저택에 있을수록 자신의 주인이 저택으로 돌아왔으면 했기에 빨리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이번에 일어난 봉인지정 소란으로 웬트리스 가문의 사람이 성배전쟁에 참가한다는 소문은 이미 멀리까지 퍼진 상황. 가볍게 움직였다가는 도쿄에 발을 들이기도 전에 탈락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괜찮은 브로커를 찾았습니다. 조만간 연락이 올 것이니 그동안은 마음 편히 지내도록 하지요.”

으음.”

 

캡틴은 세르반의 눈을 피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비행기겠지?”

. 배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문제없다고 하네요.”

바다에 추락하지 않겠지?”

절대, 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안전합니다.”

으으음.”

 

세르반의 대답에도 캡틴은 뭔가 불만인지 신음을 내며 접시 위의 포도알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렇게 싫습니까?”

엄청 싫어. 솔직히 보구도 사용하고 싶지 않아 하는 녀석도 있고.”

 

세르반은 조용히 오른손의 령주를 쓰다듬었다.

 

제가 강제해야 할 일이 있나요?”

 

강제라는 단어에 캡틴은 얼굴을 팍하고 찌푸렸다.

 

으으. 보구는 넘어가고, 처음부터 도쿄에서 소환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그랬으면 저는 죽고 당신을 소환하지도 못했을걸요?”

우으으.”

 

신음 소리가 점점 커지고, 포도알이 뭉개질 정도로 굴리더니 고개를 휙 하고 돌려 세르반을 노려보며 캡틴은 말했다.

 

절대, 절대 바다에 떨어지지 않아야 하니까! 떨어지면 본인들은 널 동료로 삼을 거니까! 그런 줄 알아!”

 

기분이 상했는지 접시에 있던 남은 포도를 전부 집어 들더니 캡틴은 정자를 뒤로했다.

 

약간, 곤란한 서번트를 소환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세르반은 령주를 매만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캡틴도 소원을 위해 패배할 생각은 없을 것이니 정말로 보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는 생각되지는 않았다하지만, 그가 자신의 능력을 싫어하는 것 또한 사실이때다할 때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을 생각하면-

“-아뇨. 일단 그의 절박함을 믿도록 할까요.”

 

 

 

ps.세르반 : 그런데 왜 불렸지?

 

sample_1211e2102959a5831547c13753b37e2606562a6a1.jpg

■이름: 세르반 차페크

나이 : 27

■신장 : 171cm

■체중 : 59kg

성별 남성

■성향 : 중도 중립

 

df9d498ced95ea50ae86ee4e4ea1581b4f4f582b.png

■진명: ???

■신장 : 183cm

■체중 : 79kg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0.9 ver. 진행 규칙 카와이루나링 2018.05.10 372
공지 장면 2 : 밤 장면 행동 선언 [25] 카와이루나링 2018.06.21 306
공지 그리고, 세계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11] Elfriede 2018.05.27 166
공지 캐릭터 셋팅 방법 [추가] [18] 카와이루나링 2018.05.12 300
공지 0.9 ver. 진행 규칙 카와이루나링 2018.05.10 470
81 [스텔라나이트] 서번트, 스키르니르 secret 로하 2019.11.27 1
80 [☆night] 아나스타샤 스미르노바 file Sigma 2019.11.26 66
79 [스텔라 나이트] 베아트릭스 필리안 INSURA 2019.11.26 54
78 [스텔라나이트] 아르테사 샤를리에브나 로하 2019.11.26 29
77 ---------------------------------------------------- secret 카와이루나링 2019.11.25 0
76 어둠 속의 운명 (테스트) : 3. 서번트의 작성 [2] 카와이루나링 2019.08.02 54
75 어둠 속의 운명 (테스트) : 2. 인물 작성 [4] 카와이루나링 2019.07.25 92
74 어둠 속의 운명 (테스트) : 1. 배경 설정 [5] 카와이루나링 2019.07.25 289
73 ---------------------------------------------------- secret 카와이루나링 2019.07.25 0
72 장면 1. 네차흐 : 전투 패배 시 대사 [4] Elfriede 2018.06.14 62
71 장면 1 호드: refund [1] LiVERTY 2018.06.04 37
70 장면 0. 네차흐 : 달을 닮은 소녀 secret Elfriede 2018.06.03 0
69 장면 0. 네차흐 : 소환 Elfriede 2018.06.02 41
68 장면 1. 네차흐 : 광란의 밤 [1] Elfriede 2018.05.31 62
67 [장면 1] : 종료 [61] 카와이루나링 2018.05.31 362
» 장면 0. 티페레트 file 리아 2018.05.28 47
65 [공개 프로필] 클라우디스 에이버리 / 캐스터 file Sigma 2018.05.17 93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