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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에필로그

2007.06.26 00:00

울프맨 조회 수:139

-- 에필로그 --


끝... 영준에게 남은 것은 이 한 글자뿐이었다.
오늘 하루 겪었던 절체절명의 위기도, 그동안 영준을 중심으로 휘몰아쳤던 사건의 소용돌이도 걷혀가는 결계와 함께 사라져가는 것이었다.
무형무색의 결계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초능력을 지니지 못한 영준이 알아챌 수는 없었지만, 신병동의 콘크리트 덩어리가 구석구석부터 인기척을 되찾으며 활기를 띄어가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1층부터 시작해 차례대로 창가에 인영이 어른거리기 시작하는 기묘한 모습을 지켜보던 영준은 몸을 돌려 구 병동으로 향했다.
기륭의 말대로라면 지금쯤 정신을 차렸을 소연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그러나 영준은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희연은 결국 죽지 않았고, 자신의 기억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희연의 배후에 존재하는 조직의 목적 역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때 까지 이 도시는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의 무대가 될 것이고, 영준이 또다시 휘말려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하는 것.
끝이라고 보기보다는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았다.

‘자.......... 그럼 내일부터는 또 어떻게 될까....?’

영준은 안경을 고쳐 쓰며 신 병동 옥상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왜 그랬어?”

기륭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달리는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볼 뿐, 곁눈질로라도 수진을 쳐다보거나 하지조차 않았다.
수진은 기륭을 야단치고 있었다.
적의 능력자 다섯을 처치하고 민간인의 희생을 최소화 시켰으며, 적의 목적까지 알아낸 기륭의 성과는 크게 칭찬해야 마땅한 것이었겠지만, 수진은 평소의 모습과 다르게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갑자기 출현한 미지의 강력한 상대에게 희연의 신병을 빼앗겼기 때문은 아니었다.
희연까지 격멸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최고의 성과였겠지만, 그런 하급 능력자 정도라면 기륭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었고, 큰 위험요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냥 죽이면 될 상대에게 기륭이 떠벌떠벌 자신의 정체와 전적을 과시해 버린 것.
수진은 열이 뻗쳤는지 거칠게 경적을 두드리곤, 급가속을 시작했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그걸 그렇게 자랑하고 싶었어? 안 그래도 백인간부를 처단한 게 누군지 놈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마당에!!”

“........정체가 알려졌기 때문에 히트맨으로서의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이 걱정이라면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던 기륭이 드디어 입을 열긴 했지만, 그것은 수진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을 뿐더러 급기야 지금까지 애써 억눌러왔던 수진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불씨가 되고야 말았다.
수진은 맹렬하게 몰던 차를 세우고 기륭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넌 대체....... 네 사부가 무슨 생각으로 널 한국으로 보냈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 네 말대로 넌 유능한 대원이고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전력으로 성장했어. 그런 너를 주위의 비난과 우려를 무릅쓰고 이 싸움의 변두리인 한국으로 보낸 이유를 알고나 있냐고!! 지금 네가 해버린 짓 때문에 네 정체는 적에게 노출될 거고, 복수를 하려는 놈, 공을 노리는 놈들이 수도 없이 덤벼들 거야!! 보통 능력자들이라면 말도 안 해. 백인간부들이 본격적으로 쳐들어오면 여긴 어떻게 되겠어? 네가 당해낼 수 있기나 할 것 같아?!!”

“어차피..... 이곳은 늦든 빠르든 주전장이 될 곳이었습니다. 적의 목적이 강력한 능력자를 포섭하는 것으로 밝혀진 이상. 우리 쪽에서도 방관만 하고 있을 순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기륭은 잠시 뜸을 들인 후 수진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은 평소와 같이 무감정한 딱딱한 모습이었지만, 눈에서 만큼은 수진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솟구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공포와 두려움 따위가 아닌, 환희와 기대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

“하나씩. 백인간부든 무엇이든 오는 조족 처단해 나가다 보면 녀석이 나타날 겁니다. 놈 역시 백인간부니까........ 분명히.”

수진은 그런 기륭을 보고 골치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어차피 저질러버린 일이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법.
수진은 흥분한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한 다음 정색을 하고 기륭에게 말했다.

“뭐.... 됐어. 그보다 영준이라는 아이는 그냥 보낸거니...?”

기륭은 대답대신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기억은...?”

고개를 저어보이는 기륭. 그것을 보고 수진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정말.... 걔는 또 뭐래....? 강력한 능력자란 놈은 왜 하필 우리나라에 있을 건 또 뭐고..... 왜이리 되는 일이 없는 거야?.... 난 정말........... 사무직이었단 말야.......”

수진은 한참을 핸들에 머리를 박고 푸념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기륭을 쏘아보며 외쳤다.

“걔를 지켜!!”

순식간에 무표정하던 기륭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감시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 마당에 지키기 까지 하라니........... 게다가 수진은 미리 준비라도 해놨었는지 핸드백에서 뭔가를 꺼내 보이는 것이었다.

“싫다는 소리는 안 통해! 이건 벌이야. 그리고 네 말대로 우리 쪽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일단 지금까지 모든 상황에서 유일한 생존자는 그 애 하나뿐이고, 능력자로 의심될 만한 껀덕지도 있고........ 기억소거도 뭐 안 통한다면서? 그러니까 걔를 지켜. 최소한 도망친 희연이 걔한테 복수라도 하러올지도 모르고, 그럼 잡아서 다 불게 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가 얻는 정보가 조금이라도 있겠지. 알았지?”

숨 돌릴 틈도 없이 마구 쏟아지는 수진의 말이었지만, 그녀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었다.
기륭으로선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달리 반박할 수단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잠자코 듣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단지, 기륭은 손에 들고 있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이 물건이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학생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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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에필로그까지 1장의 모든 것이 막을 내렸습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작품을 봐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2장. 개전의 막으로 찾아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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