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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카시오페아..(1)

2006.06.23 00:31

오얏나무 조회 수:158

#1 : 등교.. 반갑지 않은 손님


"노이! 노이!! 아직 자? 학교가야지. 지금 안일어나면 오늘도 지각이야."

이른 아침, 2층에서 들려오는 하이톤의 남자목소리로 케익샾 카시오페아의 하루는 시작되고 있었다.
'Noiee'라고 적힌 문패가 달린 문 앞에서 목소리의 주인공은 문을 두드리며 방주인의 이름을 한번더 불렀다.

"노이? 노이?"

똑.똑.똑.......... 에 이은 침묵.
그렇게 방 안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는,

"흐음, 아직 자는건가...... 안돼는데, 지각인데."

허리까지 내려오는 아름다운 금발을 쓸어넘기며 짐짓 고민에 잠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똑,똑,똑
그리고 다시금 노크를 하며,

"노이야! 아직 자! 정말 자? 에휴.. 안돼는데. 우리노이 지각하면 또 벌받을텐데. 어제도 벌로 화장실 청소하고 늦게 들어 왔는데.........노이야! 자? 정말 자는거야?"

시무룩한 얼굴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그러다 갑자기 주먹을 불끈 쥐고선 눈을 반짝이더니,

"비록 지각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이건 자는 노이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럭키찬스!"

순식간에 발상을 전환하며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짓는 그였다.
핑크빛 하트 부늬가 그려진 원피스형 잠옷의 소매를 걷어 붙이고 진지한 얼굴로 안에서 들릴락 말락한 노크를,

틱.틱.
한 그는 낮은 목소리로,

"나 노크했다. 그러니까 이제 들어가도 되지? 들어갈게..."

라 말하며 문고리를 돌렸다.

찰칵,
하고 문고리가 돌아가는 순간 그의 볼에는 작게 홍조가 피어 올랐고 숨은 조금씩 거칠어져 가는것 같았다.

"훗훗훗. 잘먹겠습니당. 아니, 이건 아닌가? 에이, 아무렴 어때, 훗훗"

그러나 그의 기대와는 달리 문은 문고리만 돌아갈 뿐 조금도 움직여주지 않았다. 잠겨 있었던 것이다.

"어허... 녀석, 잘때 몇번 덮쳤더니 요런 귀여운 술수를....."

남자는 눈을 흘겨뜨더니 원피스 잠옷의 주머니서 꾹 쥔손으로 뭔가를 꺼냈다. 이어,

"얍!"

하고 그가 손바닥을 펼치자 펑하며 꽃가루와 함께 한껏 오므려져있던 그의 손에서 검은색 중절모 하나가 튀어나왔다.

"자, 오늘의 모닝 매직은 탈출 마술의 한종류인 문따기 마술입니다. 관객들은 아무도 없지만... 사실 이 마술은 관객이 없어야 제대로지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상황의 마술이니 늘 하시기 전에 주변에 누가 있는 지 먼저 꼭 살피세요.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 놓으며 남자는 중절모 안에 손을 집어 넣었다. 모자 안이 꽤 깊었던지 손에 이어 팔꿈치까지 모자 안으로 쑥 들어갔다. 그 상태 그대로 모자 안의 손을 헤집던 남자는 이윽고 모자 안에서 금속제의 작은 물건을 꺼냈다.
머리핀이었다.

"후훗, 노이야. 형아의 이 무한한 사랑 앞에선 이런 시시한 문짝은 종잇장보다도 얇아지는 거란다."

남자는 즐거운듯 웃으며 머리핀을 열쇠 구멍쪽으로 들이 밀었다.
절걱, 절걱... 틱!

"빙고!"

몇번의 손놀림 끝에 문을 딴 남자는 쾌재를 불렀다. 그리곤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
아주 조용히 문이 열리고 남자는 방 안으로 한 발 내딛었다. 그가 내딛은 발 아래에 '나탈리카 티에토, 절대 출입금지'라는 붉은색의 경고 문구가 보였다.

"오호, 이건 못보던 건데, 그 새 하나 또 늘었네... 하하, 나는 출입금지인거야?"

하지만 이미 들어왔네요,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나탈리카 티에토, 애칭 나티에는 방 중앙으로 들어섰다.
옅은 푸른색 벽지로 둘러쌓인 7평 남짓한 공간엔 대 나티에 전용 무기들이 여기저기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나티에 자신이 가지를 못먹는걸 알고서 먹지도 않을거며 잔뜩 사다놓은 가지라던가, 불법침입(?)때를 대비한 죽도라던가, 쥐를 싫어한다자 어디서 구해왔는지 천장에 대롱대롱 메달아 놓은 죽은 쥐........ 거기다 십자가에 마늘, 치한 퇴치용 전기 충격기, 가스총, 야구방망이, 개조심 표지판... 어이, 어이...
도대체 날 뭘로 생각하는거야?
그렇게 속으로 항의하며 나티에는 까치발을 들고 침대쪽으로 다가갔다.

침대에는 얼굴까지 이불을 덮고 자는 듯, 이불 아래에 불룩히 노이의 윤곽이 솟아 올라 있었다.

꿀꺽!
이불 자락에 손을 갖다대며 나티에는 마른 침을 한번 삼켰다. 벽지보다 조금 짙은 파랑의 이불을 손으로 꽉 쥐자 그 안에서 자고있을 노이의 모습이 그림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163cm의 작고 아담한 몸, 가는 팔다리, 뽀얀 피부, 아기처럼 부드러운 검보라색 반곱슬머리, 조금은 불퉁한 볼에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게 새근거리는 숨소리........
어딘지 굉장히 위험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나티에는 느끼하게 한번 웃어주었다.

"훗, 어서 일어나, 나의 사랑스런 아기 고양이."

펄럭,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나티에는 있는 힘껏 이불을 방 한구석으로 던져 버리고선 침대 속으로 뛰어들었다. 기쁨에 넘쳐 눈을 꼭 감고서.............

"노이-!!"

꼬옥!
그리고 사정없이 침대 위의 물체를 두손으로 휘감았다. 문어가 따로 없었다. 다음 순간 이어지는 굿모닝 뽀뽀뽀.............................
를 하는데 입술에 닿아오는 감촉이 이상했다.

'노이, 오늘 아침은 면도를 안했는지 꽤 까칠... 아니, 우리 노이에게 수염 따위가 있을리 없잖아! 거짓말이야!'

나티에는 놀라 눈을 떴다. 그러자 침대 위에 자신이 안고있었던 것이 자동적으로 시야에 잡혀 들었다. 그것은 검은 사포를 사람 크기의 인형에 둘둘 말아 까칠하고 조잡하게 마무리 해놓은 노이의 '인형 더미'였다.
인형 몸통에는 친절하게도 ,

'아침마다 뽀뽀하지마. 변태야.' -노이-

라고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져 있었다.

주륵,
나티에는 입에서 턱으로 따뜻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악!!"

한 박자 늦게 비명을 지르며 그는 사포에 비벼대 부어터진 입술을 손부채로 부쳐댔다. 장작 지필때 써도 될 듯한 굉장한 바람이 손에서 뿜어져 나왔다.
따가움과 쓰라림에 어쩔 줄 몰라 고개만 허둥지둥 두리번 거리던 그에게 문득 열려진 창과 그 앞에서 휘날리고있는 커튼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저기로?!'

망설일 것도 없이 나티에는 창가로 달려가 열려진 창 밖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가방을 둘러맨채 가게 울타리를 넘으려하는 노이가 그 아래에 보였다.

"조으히!!(노이!!)"

나티에는 아픈 입술을 부여잡고 고통때문에 어눌해진 발음으로 노이를 불렀다. 나티에의 나름대로 애타는 그 목소리를 듣고선 순간 몸이 굳어버린 노이는 울타리를 넘다 그대로 균형을 잃어버리곤 고꾸라지고 말았다.

"어..어?"

걱정스레 바라보는 나티에를 뒤로하고 다시 벌떡 일어나 노이는부리나케 달리기 시작했다. 뭔가 끔찍한것을 보기라도 한 사람같이........
가게와 주택들이 촘촘히 늘어선 골목길의 끝으로 그 작은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노이는 절대 뒤 돌아보지 않았다, 절대.

"잘다녀와. 차조심하구~!"

나티에는 노이가 사라진 골목길 쪽으로 그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
이윽고 다가올 불행을 알아차리지 못한채........

까앙!

"깨우고 오랬지 누가 방 안까지 들어가라 했나."

노이를 배웅하던 나티에의 손이 채 거두어 지기도 전에 그의 뒤에서, 중후한 목소리와 묵직한 쇳소리가 뒤통수의 고통을 동반하여 엄습해왔다.

"아코오오!!"

두 손으로 뒤통수를 문지르며 뒤돌아보는 나티에.
그는 한 손에 프라이팬을 들고 가슴엔 앞치마를 두른 중년의 남자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중년 남자의 뿔테 안경 속, 고집있어 보이는 갈색 눈동자가 자신을 매섭게 노려다 보는 중이었다. 그 눈동자와 어울리는 갈색의 수염을 턱까지 기른 그가 바로 케익샾 '카시오페아'의 사장 레일리 레하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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