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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W.I.N.C- 시험(2)

2004.01.31 01:04

말랑군 조회 수:257

저답지 않게 이번엔 좀 많이 쓴 듯...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재미없는 거 휠도 많이 돌아가게 해서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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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때 14살. 난 어른이 되기 직전이자, 아이의 마지막이 되는 기로에 서 있었다. 난 이 나라의 아이로서 3주 후 성인이 될 예정이다. 성인이 되기 위해 난 일정한 의식을 치르게 되며, 그것이 끝나면 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일을 하고, 세금을 내며, 투표권을 행사하고, 늙으면 연금을 받게 될 것이다.

얼마 전에 이 나라에 한 마녀가 왔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어른 여자처럼 생겼다. 나이는 왠지 나랑 동갑 같았지만, 자기 스스로 자신은 17세이며, 마녀라고 소개했다. 어머니는 자기 자신을 마녀라고 소개한 사람을 없을 거라며, 그녀 옆에 있는 것을 가로막았다. 그렇기는 했지만 난 계속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마녀답게 나에게 가끔 마법도 보여주었다. 그 마법이란 건 별다른 건 아니었지만, 동굴 안에서 길을 잃거나 할 때엔 그녀의 불빛마법이 의외로 쓸만한 듯 했다.

"누나. 오늘은 뭐할꺼야?"

이제 난 이 마녀 누나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있다. 그녀는 이제 나에게 사실상의 친누나처럼 되어 있었다. 말투는 책에서만 보던 마녀와는 달리 상냥하고, 솔직히 말하면 얼굴도 좀 이뻤다.

"글쎄... 오늘은 안되겠어. 앞으로 1주일정도는 안될거야..."

"에에? 뭐야. 뭣땜에?"

"...봐야 할 책이 있어서. 미안해."

"에이. 나 심심해진다."

"생각보다 빨리 보게 될 지도 모르지. 그러면 놀아줄께"

"우웅... 그럼 빨리 봐. 나 심심해."

"옹야~"

그러더니 그 마녀 누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우린 마녀 누나를 윙크라고 부르고 있다. Witch In Natural City라는 것의 약자였다. 간혹 '이것이 어린이의 티를 벗은 어른의 센스인가!'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정작 만들어진 이름은 나름대로 귀엽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또 그 이름의 전설을 생각하면 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있는 마녀라는,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센스였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그녀에게 특정 행동을 강요하기도 했다. 그녀는 싫은 눈치였지만 그 행동을 해 주었고, 그 덕에 우리 아버지가 경영하는 여관은 의외의 수입을 거두기도 했다.

4일 후.

누나는 드디어 4일 동안 처박혀있던 방에서 나왔다. 그동안 난 정말 심심함의 극치를 달렸었다. 엄마아빠는 어차피 나한테 서기나 시키려고 하지 내가 하고 싶은 건 시켜주지 않는 탓에 난 4일 내내 부모님을 피해 다녔다. 그녀는 약간 마르고 초췌해 보였지만 눈동자만큼은 뭔가 확실히 깨달은 듯한 눈치였다.

그녀의 눈에는 두꺼운 책이 들려있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법전이었다. 사소하게는 아이들의 싸움에서부터 크게는 국가의 전복을 꿈꾸는 무리들까지. 그 설명과 상세한 형량에 대해 적혀있었다. 다만 이 법전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가 법조계에 근무하거나 지금 근무하는 남자에 한해있었다. 간혹 여행자들에게 개방되기도 했다. 여행자는 상관없지만 내국인의 경우 여자가 법전을 만지는 것에 대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굳이 남자라고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그렇게 적응해갔다.

“...근데 어떻게 법전을 4일만에 읽을 수 있어? 그 두꺼운 걸?”

“사형부분만 읽었으니까”
“사형? ...왜? 무슨 죄 지었어?”

“그럴리가. 그저...”

“...뭐랄까?”

“현실적이지.”

D-16. 아침은 꽤나 밝아보였다. 예전보다 더욱.
밖에선 노래소리가 작게 흥얼거렸다. 썩 잘 부르다가 고음부분에서 들리지 않았다. 안올라가서 막힌 모양이다.
잠시 후. 노랫소리의 주인공이 나를 불렀다.

“뭐하니?”

“노래 듣고 있었어. 누나꺼. 잘하던데 누나.”

“글쎄. 듣는 사람 나름인 걸까?”

“그럴지도 모르지. 한 번 더 들려주라.”

“그래. 그럼 따라와. 들판에서 불러줄께.”

누나는 나를 아무도 없는 들판으로 데려갔다. 그러고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주었다. 누나가 올리지 못하는 음을 제외하고는 전부. 그 노래는 노래도 노래지만 가사가 굉장히 시적인 것이 참 매력적이었다.
누나의 얇은 가성과 함께 노래는 끝났다.

“브라보”

“...그럴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데.”

“그런가? 난 잘 모르겠어. 어쨌든 노래는 좋은 것 같아.”

“왜 모를까?”

“노래라곤 불러본 일이 없어. 부모님이 가수가 아니니까.”

“흐음. 답가를 불러줬으면 했는데.”

“...미안, 누나.”

“...근데 너 솔직히 불러본 적은 있지?”

“응. 이렇게 아무도 없는 데에서 작게.”

“그거라도 불러주련?”

“괜찮을까?”

“물론.”

난 내가 알던 노래들 중(3~4곡 정도 되던가?) 여자 노래 한가지를 불러주었다.

“진짜 브라보. 잘하는데. 막히는 거 하나 없이.”

“그래?”

“물론. 그건 여자 노래잖아. 남자가 가성을 쓰지 않고 여자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거야.”

“...가성이 뭔데?”

“...”

누나는 가성에 대한 설명 대신 나에게 자기가 부르던 노래를 가르쳐주었다. 원래 남자 한명이랑 여자 한명이 부르는 노래라며, 남자가 부르는 부분을 가르쳐 주었다.

“...이건 누나가 부른 거랑 똑같잖아... 누나 남자야?”

“무슨 소리야. 여자 파트는 내가 불러야지.”

“그럼 왜 아까는 남자 부분을 누나가 부른 거야?”

“혼자니까”
“으흠. 으흠.”

“...그럼 불러볼까?”

“응.”

내 목소리와 누나의 목소리가 합쳐졌다. 그동안 숱하게 들어왔던 여자들만의 노래보다 훨씬 듣기 좋고 매력적이었다. 부른 내가 듣기에도.


D-15. 오늘은 누나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XXX야.”

“으응.”

“너 혹시 가수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니?”

“하고 싶어. 무지. 특히 어제 그 노래 덕에 더욱.”

“...근데 지금 니가 보고 있는 건...”

“우리 아빠는 날 여관 주인이 되게 키웠으니까. ”

“...넌 여관 주인이 되고 싶은 거야?”

“...솔직히 말하면 아니지. 평소에도 싫었지만 어제 불렀던 노래 덕에 확실해졌어. 가수가 되고 싶어. 아빠를 설득해서라도.”

“...그래?”

그러면서 누나는 내게 법전 하나를 던져주었다.

“살고 싶으면 잘 읽어봐.”

...그게 무슨 뜻인지 그때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D-14. 난 누나가 남긴 말에 아직 골몰해 있었다. 누나가 날 죽일리는 없을 테고... 내가 죽는 건가?

“뭐야. 아직도 골몰해 있는 거야?”

누나가 내 모습이 한심하다는 듯이 물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내 모습은 굉장히 웃길 것이었다.

“힌트를 하나 줄께.”

“힌트라니?”

“응. 살고 싶으면 죽는 짓을 하지 않으면 될 거 아냐? 발상의 전환이라는 거지.”

“...”

난 사전을 쥐고, 자연스럽게 법전의 사형편을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난 꽤나 흥미로우면서도 이상한 조항을 발견했다.

‘민법 관습법 제 17조. 아들은 아버지의, 딸은 어머니의 직업을 물려받는다. 만약 부모가 죽었을 경우 국가는 그의 직업을 가문 식별작업 등을 통해 책임지고 찾아줘야 한다. 위 사항을 어기는 자녀는 민법재판소에서 사형을 구형하며, 7세 이하의 아동은 6주간의 훈육기간을 둔다. 6주간 태도 변화가 없을 시 사살하며 갱생자는 환원한다.“

“민법 관습법 제 19조. 본국에서 그해 생일로 14세를 맞는 아동은 성년식을 통해 성인의 자격과 권리, 의무를 부여받는다. 위 사항을 어기는 아동은 부모가 즉결 처분권을 가지며 이 과정에서 부모가 저지를 죄는 살인이더라도 무죄선고한다. 이 처분은 타인이나 국가가 대리할 수 없다.”

누나가 보라고 했던 건 왜 내가 가수가 될 수 없는가에 대해서였다. 물론 그것뿐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그 당시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 순간 난 이런 법을 만든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그리고 성년식이라는 것에 대해 깊은 회의가 들어버렸다. 과연 이것만으로 내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은 단순한 의식에 불과했지, 어른으로서의 그 어떤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난 침울해진 채로 잠이 들었다. 어쩌면 그게 차라리 편했을지도 모른다.

D-13. 어제의 일로 난 아직도 침울했다. 그저 가수로서의 내가 사라진 것에 대한 반감일지도 모르지만.
그날 저녁은 그냥 굶어버렸다. 확실히 이런 일을 당하고 나면 입맛이 없다.

“XXX. 자?”

누나가 내 방으로 왔다.

“속이 안 좋을 뿐이야.”

“내가 괜한 걸 보여준 걸까?”

“...”

“XXX야.”

“응?”

“나 내일 돌아가.”

“...가는 거야? 나 어른 되는 거라도 보고 가지...”

성년식을 치를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음...그래서 너한테 선물 하나 주려고.”

그러면서 누나는 긴 보라색 막대기를 건네주었다. 그 막대기는 평소에 누나가 하늘을 날아다닐 때 쓰던 물건이었다. 이것이 없으면 누나는 마녀나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 자명했다.

“이건 날아갈 때 쓰는 거야.”

“...이걸...왜 나한테 주는 거야?”

“...”

“...응? 왜 나한테 주는 거야. 누나는 마녀나라 안 갈 거야?”

“...다리 사이로 걸치고 체중을 몸 앞쪽으로 실어. 그런 다음 두 발을 동시에 박차고 뛰어 오르는 거야.”

“누나!”

“...내일 꼭 쥐고 있어야 한다.”

“...어째서?”

“...”

“누나!”

“내일 보자. 잘자. XXX군. 즐거웠어...”

누나는 빠르게 나가버렸다. 나도 쫓아 나갔지만 누나는 문을 세차게 닫고 방문을 밖에서 걸어 잠궜다.

D-12. 문은 열려있었다. 잠들어버린 모양이었다.
난 일단 아버지를 설득해보기로 했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빠.”

“응?”

“나 성년식 하기 싫어.”

이 말 한마디는 나와 누나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뒤흔들었다.

아버지의 얼굴은 순식간에 울그락 불그락해졌다. 쉽게 흥분하셨다. 흥분한 어조로 아버지는 나에게 이 말을 들었을 모든 국민에게 사과하고 취소할 것을 명령했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까지 섞어 가며.
그 때 아버지는 이미 짐승처럼 변해가는 듯했다. 보통 우리 꼬마 애들이 화나는 것과 별반 차이는 없어보였다.
아버지는 내 멱살을 잡고 한참동안 거친 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누나에게로 갔다.
누나는 떠날 준비를 마친 상태로 아버지를 맞았다.

“...어쩐 일이시죠?”

“...너...너 이자식!”

“?”

“...네...네년이 우리 아들놈을 물들였지!”

“흥분하지 마시죠. 성년식까지 마치신 분이 이러시면 곤란하죠.”

난 쿡쿡 하고 웃어버렸다.“

“...이자식이... 좋아. 너 여기서 꼼짝말고 있어.”

“...XXX야. 빨리 막대기 가져와,”

“...? 아...으응.”

내려가면서 만난 아버지는 큰 총을 들고 있었다. 난 막대기만 얼른 쥐고 다시 올라갔다.

“...네 년이 언제까지 그 잘난 입술 떠벌릴 수 있나 보자.”

“...? ...아빠!”

그 말이 터지기 무섭게 아버지는 누나의 안면을 총신으로 내리쳤다. 울면서 말리는 나는 아버지의 발길질에 나가 떨어졌다.
아버지는 누나의 멱살을 쥐더니 옷을 대뜸 벗겼다. 그러고는 누나의 입술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아빠! 하지 마아아!”

달려드는 나를 다시 발길질로 걷어찬 뒤 아버지는 그녀를 들쳐 메고 거리로 나갔다.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못볼 걸 본 것처럼 모여들었다. 아버지는 그런 광경을 즐기는 남자처럼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네놈이...!”

그러면서 양 팔과 다리에 한방씩 쏘았다. 누구 하나 말리는 어른이 없었다.

잠시후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누나의 배에 방아쇠를 당겼다.

누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통을 호소했다. 난 혼자 벌벌 떨었다.

누나의 모습은 내가 지금껏 어른이라고 생각한 남자가 저지를 만한 몰골이 아니었다. 흡사 늑대나 호랑이떼에 물린 것만큼이나 참혹했다.

“이제 하나는 처리했고... 다음은...”

아버지는 내 이마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잘가라. 폐품”

“싫어어어엇!”

그렇게 외치며 아버지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그리고는 쥐고 있던 막대기를 다리 사이에 걸치려는 찰나, 누나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미 살 가망은 없었다. 그 사이 아버지가 나에게 총구를 들이밀었다.

순간.

번쩍하는 빛과 동시에 나는 발을 박차고 떠올랐다. 아버지는 빛때문인지 눈을 감싸쥐었다. 난 그대로 국경을 향해 내달렸다.

누나의 마지막 마법은 나를 사지의 터널로부터 구해냈다.

“이...이자식!”

뒤편에서는 수없는 총알이 난사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알지 못하는 곳에 막대기와 나는 멈췄다. 팔에 힘이 하나도 없는지라 멈추자마자 난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너무해...”

누나의 마지막 모습이 어리더니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흐느꼈다. 아주 오랫동안.


아주 지친 상태. 막대기의 뒤쪽에는 누나가 걸어놓은 듯한 절인 육포와 물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걸 싸고 있는 피지에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내 검은 눈망울은 누나의 검은 글씨를 쫓아내려갔다.

‘노래하자 지금 바람과 모래의 산맥을 넘어서
가장 밝은 목소리로 당신에게
그리고 우린 이 땅에서 멀리 벗어나
찬란한 두개의 별이 되어
언젠가 하늘이 하나로 이어져
그대 곁으로 건너가면
수많던 추억들이 우리를 향하리라
영원한 우리의 날을 위하여

-가르쳐주지 못해서 미안-

난 내 멋대로 곡을 붙여 노래했다.
누나가 불렀어야 할 여자부분.
누나의 노래.
나와 함께였을 때 가장 아름다웠던 그 노래.
내가 어딘가에서 남자부분을 부르고 있으면
누나는 금세 내 곁으로 달려와
이 노래를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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