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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W DG SRW DG Chapter 02. Adol Army - 01

darkmakes 2003.07.20 23:52 조회 수 : 640

  6시 17분 28초가 막 지나고 있는 상황. 함장 히로가 눈앞에서 휴케바인을 놓쳐버린 것에
대한 시말서를 쓰건 말건 일행은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다. 휴게실에서는 TV로 만화를
보고 있는 나그네와 책을 읽고 있는
카루나, 그리고
오랜만에 정비실에서 빠져나와 쉬고 있는 토렌디 세 명이 있었다. 토렌디는 그 와중에도
무언가 종이에 끄적거리고 있었고, 카루나는 책을 보고 있는 것인지 자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상태였다.

나그네는 얼마 전부터 방영을 시작한 애니메이션 [미정]을 보고 있었다. 그저 평범한 무협
애니메이션으로 처음에는 괜찮은 듯 싶었지만 진행 될수록 작화 질이 떨어지고 스토리를
이어 나가는데 매끄러운 구성을 보여주지 못해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이름이 자신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나그네는 이 작품의 애청자였다. 어쨌든
이 것을 보고 있는 지금. 갑자기 휴게실에 아젠과 실린 두 명이 난입해 나그네가 들고 있던
TV 리모컨을 빼앗아 버렸다.

나그네가 인상을 찌푸리는 사이 둘은 채널을 돌렸다. 음악 소리와 함께 나오는 광고. 15초간의
예술 작품이 끝나자 다시 채널을 돌렸고 그 곳에서도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20여개의
채널을 돌려가며 광고를 감상하는데 9분 정도를 소모한 아젠과 실린은 그제서야 만족한 듯
나그네에게 리모컨을 돌려주었다.

"둘! 지금 뭐한거야? 광고 보려고 그런거야? 그 것도 [같은] 광고를!"

나그네는 엔딩곡이 나오는 TV 화면을 보고는 둘에게 불만을 표했다. 사실 아젠과 실린이 본
광고는 모두 같은 광고로 남성용 화장품 광고였다. '피부가 장난인데?' '로션 좀 바꿔
보는 것이 어때?' 라는 문구로 유명해진 광고. 그 둘은 그 화장품 광고의 모델을 보기 위해 27개의
채널을 연속적으로 바꿔가며 광고를 본 것이다. 이 광고 컬렉션(?)의 시간대와 채널의 순서를
알기 위해 들인 시간이 얼마였던가. 실로 그 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그 누가 100개가
넘는 채널에서 일정 순서로 같은 광고가 27개가 연속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저런 밀리터리 매니아가 뭐가 좋다고..."

가만히 앉아서 책을 보던(이라고 쓰고 '졸고 있던' 이라고 읽는다) 카루나가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둘은 거세게 반박했다. 대체 무슨 근거로 '그'를 밀리터리 매니아라고 단정짓는 것이냐고.
그 말에 카루나는 왜 '그'를 밀리터리 매니아라고 칭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 주려 했지만 이미
둘은 '밀리터리 매니아면 뭐 어때? 우리도 군 소속이지?' 라면서 상관없다는 듯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사라졌다.

"카루나씨. 대체 저 녀석이 누구길래 그럽니까?"

나그네는 미정을 못 본 것이 한이 되는 듯 이를 박박 갈며 물었다. 무시당했다는 것에 이마에
굵은 힘줄이 돋아 있던 카루나가 한 답변은 너무나 간단한 한 마디였다.

"가수야."

"네?"

"가수라고.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가수. 목소리는 좀 탁한 편인데 대체적으로 톤이 낮은
노래를 부르지. 얼굴은 아까 보았듯이 상등품이고. 노래도 잘 부르더라고. 전체적으로 그
남자가 풍기는 그런 분위기랄까? 그 것이랑 그의 노래랑 잘 어울려. 요즘 보기 힘든 진짜
가수지. 얼마 전에는 3시간짜리 라이브 콘서트를 1일 2회씩 15일 연속으로 불러제꼈다는군.
이름이..."

카루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기억이 났는지 손을
탁! 치며 말을 이었다.

"그래. 기초리... 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지? 기초리."



"버틸만해?"

쇼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르고 나오는 기초리를 보며 매니저가 물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그리고 반복되는 물음. 이 '일'을 시작한지 이제 거진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이 레퍼토리는 정해져
있는 듯 변하지 않고 있다.

"충분히 버틸 만 해요. [본직] 보다 어울릴지도."

기초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매니저는 그런 기초리의 등을 두드리며 다음 촬영지로
향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상부에서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효과가 좋다고 하더군."

"그래요? 전 잘 될지 상당히 의심했었는데."

무슨 비밀스런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것인지... 둘의 대화는 무언가 연예계 쪽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대화다. 기초리 역시 차에 올라타고 막 차가 출발하려던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이 번호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전화...

"알겠습니다."

얼마간의 통화를 마친 뒤에 기초리는 가만히 전화를 끊었다. 그의 모습을 보고 매니저는 어떤
전화냐고 물었다. 그도 이 전화가 울렸다는 것이 지닌 무게를 알고 있기에...

"아무래도... 2집 활동은 중단해야 할 것 같군요."

아무렇지도 않게. 그는 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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