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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Clavolt  - 고전적인 반란  -     Project. 잊혀진 자들
        외전    천로역정~☆ - Ave, Spirit of the Departed! -
                                              
                                                   - 도깨비 반장님 Jinsan -
                                                             밤 : ??? (3)





"그, 그만해..."

더 이상은 울부짖을 기운 조차 없었다.
제어조차 되지 않는 병기, 기계신의 안에서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애원하는 것 뿐.
하지만 이 불길한 쇳덩이는 자신을 창조한 소녀의 말을 들어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 그어어어!

괴물의 울부짖음.
소녀는 귀를 막아보지만 부질 없는 짓이었다.

[... 울지마.]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신조차 매료시킬 수 있다는 매력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이 소녀를 위로해준다.
하지만 그럴 수록 소녀의 절망감은 커져만 갈 뿐.

"안 돼. 안 돼...."

다시 한 번 기계신을 제어해 보려 하지만, 헛된 노력일 뿐이었다.

기계신의 눈을 통해 보이는 한 여성의 모습.
하늘하늘한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성은 더 이상 움직일 기운 조차 없는 것인지 이 쪽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이 쪽을 볼 수 있을리 없는데도, 눈이 마주친다.
입가에 띄운 미소와 함께 그 여성은 가만히 눈을 감는다.

"하지 마..."

입술을 깨물며 애원해본다.
하지만 그 뿐.
먹이를 발견한 기계신은 기쁜 듯 괴성을 지른다.

- 그어어어어!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갈갈이 찢겨 나가는 여성의 모습.
마치 세상에서 지워지듯, 그렇게 사라지고 있었다.

"아.... 아...."

떨리는 소녀의 목소리.

"안돼애애애애!!!!"

소녀의 비명과 함께, 기술의 힘을 관장하던 수호령 틸로타마는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어, 어째서... 어쨰서어!"

울부짖으며 주먹으로 마구 벽을 두들기는 소녀.
손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통증조차 느끼지 않는 것인지..

하지만 기계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포식의 기쁨도 잠깐.
자신의 창조주. 진산의 외침 따위는 들리지 않는 것인가...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의 먹잇감을 찾아 헤멜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차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조금 늦었나?"

"... 그러게."

간발의 차이로 틸로타마가 기계신에게 '먹혀' 버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입술을 깨물며, 그 언제나 웃던 얼굴에 드물게 인상을 찌푸리며 풍월은 한숨을 쉬었다.

"..... 후으."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한숨을 쉬며, 풍월은 몸을 돌렸다.

"그냥 가는거야?"

"별 수 없어. 기계신을 쓰러뜨릴 수 있을리가 없잖아."

구하고 싶었다.
틀림없이 진산은 저 기계신의 안에 같혀있겠지.
아마 지금, 미친듯이 울고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방법 따위는 없었다.
혹시나 그녀라면, 비나리의 어머니 마고라면 어떤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저 기계신을 움직이는 주술적인 힘에 간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방법이 둘에게는 없었다.
이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마고와 함께 오는 것이 아닌 이상 진산을 구해낼 방법 같은 것은...

"돌아가자."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풍월은 몸을 돌렸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풍 역시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조금만 기다려. 다시 올께."

들릴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렇게 진산에게 짧은 인사를 남긴다.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렇게...

"아?"

순간 사풍이 숨을 삼켰다.
귀 뒤에 달린 화려한 색의 깃털이 자신의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알아챈 듯 부르르 떨린다.

"뭐, 뭐야?"

풍월은 사풍의 짧은 비명에 고개를 돌렸다.

"모, 몸이...."

그에 사풍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한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돌이 된 것 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 으득.

풍월은 이를 갈며 고개를 돌려 기계신 쪽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기계신과 눈이 마주친다.
아니길 바랬건만, 기계신은 틀림없이 이 쪽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 잠시만 기다려라.

그 불길한 강철의 거인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마치 웃는 것 처럼 보인다.

"... 으... 이, 이건..."

사풍의 목소리가 떨린다.
지금 자신의 몸이 자유를 잃은 이유가 무엇인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는 순간 여유 라는 것은 그대로 사라져 버린다.

"칫...."

혀를 찬다.
고개조차 돌리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져버린 사풍의 모습을 보다가 풍월은 고개를 돌렸다.
저 불길한 기계의 안에서 진산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그리고, 이 곳에서 돌아갔을 때 그 강인한 푸른 늑대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어이, 사풍."

"으, 응...."

알 수 없는 힘에 억눌려 있는 사풍은 말하는 것 조차 힘겨운 듯, 그 목소리가 떨려온다.
그런 동생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풍월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한 번만 말할께. 똑바로 들어."

어쩐지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가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었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풍월은 말을 이었다.

"몸의 자유가 돌아오면 그대로 달아나."

"에?"

풍월의 말을 이해 못한 것인지, 사풍이 되묻는다.
하지만 풍월은 그에 답해주지 않고, 자신이 할 말을 계속 해 나갈 뿐이었다.

"잠깐이야. 잠깐동안 몸이 풀려날꺼야.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아나."

기계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노려보며 풍월은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기계신이 잡을 수 있는 대상의 수는 하나.
본래 하나의 적을 상대하기에 만들어진 병기라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뭐, 그 누군가에 잡혀 있을 때 기계신을 부술 수 있다면 이런 쓸데없는 생각 따위는 안할 텐데..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지."

씁쓸하게 웃으며, 풍월은 고개를 들었다.
정말이지, 손해보는 장사라니까.

"... 야, 무슨..."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풍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려 했다.
하지만 풍월은 그에 답하지 않은 채 그대로 몸을 날린다.

"도망쳐!"

사풍이 자유를 얻는 시간은 그 짧은 한 순간.
기계신의 목표가 자신으로 바뀌고, 자신을 먹어치우는 시간.
그 시간 정도라면, 사풍은 충분히 이 곳을 벗어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몸이 굳는다.
예상대로, 기계신은 자신 쪽으로 목표를 바꾼다.
동시에 알 수 없는 힘이, 수호령의 능력을 빼앗고 그 자리에 몸을 묶어버린다.

그래, 이걸로 된거야.

쓰게 웃으며 풍월은 눈 앞에 있는 기계신을 노려보았다.
거리는 바로 코 앞.
아마도, 자신 역시 조금 전에 보았던 틸로타마 처럼..

"너, 너어..."

숨을 삼키는 사풍의 모습이 그려진다.
애써 울음을 참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바보같이, 뭘 망설이는거야?

통증 따위는 없었다.
그저 아릿하게 저려오는 느낌 뿐.
그 것을 느끼며 풍월은 등 뒤에 서서 이 쪽을 보고 있을 바보에게 있는 마지막으로 힘껏 소리를 질렀다.

"도망 치라고!"

그 것을 끝으로 풍월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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