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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W DG SRW DG Chapter 01. Huckebein - 02

darkmakes 2003.06.26 19:41 조회 수 : 714

"미안하다..."

우주에서 홀로 살아 돌아온 케이치가 영상의 재생이 끝난 뒤 처음으로
내 뱉은 말이었다. 홀로 돌아온 자신을 보았을 때부터 할 말을 잊고 있는
어린 소년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휴케바인에 저장된 영상 속에는
루비와 카나의 최후가 담겨 있었고, 그 화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 케이치는
결국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너무해... 가끔은... 가끔은 거짓을 말해도 되잖아. 오래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그런 식으로라도 말해 주었으면 좋잖아.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었는지 10살의 작은 꼬마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의지할 곳이
사라진 불안감과 하나뿐인 혈육을 잃은 슬픔, 저 정체 모를 이성인에
대한 분노와 약속을 지키지 못한 형에 대한 미움. 그리고 그리움... 수
많은 감정들이 섞이고 뒤엉켜 한 줄기의 눈물을 만들어 내었다.

복수할꺼야. 결국 형을 죽게 만든 녀석들은 죽지 않았어. 형이나 그
녀석들이나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에 의해 싸우다 죽은
것이잖아. 형의 원수는 그 들이야. 그 들에게 복수하겠어. 내 몸이
부서져도... 한없이 망가지더라도...




아침 05시 45분. 자명종이 울림과 함께 히로는 몸을 일으켰다. 간밤에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뭐... 상관없겠지. 침대에서
내려와 가볍게 몸을 풀고 아침을 먹었다. 아침은 언제나와 같이 토스트
한 조각과 우유 한 잔. 땡! 하는 소리와 함께 잘 구워진 빵이 튀어 오르고,
흰 거품을 내며 투명한 잔이 채워졌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나면 06시가 조금 지난다.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나와 옷을 입는다. 흰 와이셔츠와 검은 바지.
군의 제복이 있긴 하지만 몸에 잘 맞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고 입지
않고 있다. 사실 좀 불편한 옷이긴 하다. 디자인도 촌스럽고...

벨트를 조이고 나서 손목시계를 찬다. 지금은 찾기 힘든, 바늘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다. 약이 다 떨어져 이 것을 들고 가면 팔아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골동품으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을 것 같지만 이런 시계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기에 그 희귀성으로 하여 상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말...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형과의 연결고리기에 언제나 그럴
수는 없다고 하면서 빠져나올 뿐이었다.

"다녀올게 형."

시계가 놓여 있는 탁상에는 작은 액자가 놓여 있다. 그 곳에 있는 것은
7,8세 정도로 보이는 어린 소년과 손을 잡고 웃고있는 한 청년의 모습이다.
그렇게 루비에게 간단한 인사를 하고 히로는 통제실로 향했다.

통제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07시 정각. 한스와 류노스케가 인사를
해 온다. 그리고 보고를 받는다. 대부분 특별한 일이 없기에 가만히
앉아서 커피를 탄다. 그리고 07시 30분. 본격적인 업무의 시작. 하지만
역시 특별한 일은 없기에 책을 읽거나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오늘도 히로는 통제실에 들어서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커피 잔을 챙겼다.
어렸을 때 손수 만든 컵은 약간 울퉁불퉁한 모습이며 아래쪽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HIRO]라고 써 있었다. 잠시 커피를 타는 것을 잊고 그 컵을
바라보며 오랫만에 옛 생각에 잠기려던 히로는 한스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을 눈치챘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나보군?"

"예. 밤사이 군 전체에 날아온 암호문입니다."

종이뭉치를 들고 서 있는 한스. 그런 그를 보지도 않고 계속 컵에 눈길을
주며 히로는 말했다.

"쓸데없는 것은 빼고. 요점만 간단히."

"[군의 실험 기체가 도난 당했다] 라는군요."

그러랬다고 실로 지나칠 만큼 요점만 말한 한스. 하지만 그 짧디 짧은
말이 지닌 무게는 1,2시간 동안 브리핑을 해야 할 정도의 사항보다도
더 무거웠다. 그제서야 히로는 고개를 들어 한스를 바라보았다.

"어떤 정신나간 작자가 군의 실험기체를 훔칠 생각을 했지? 훔친
녀석이나 도둑맞은 군이나 매한가지이긴 하지만 말이야."

한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가만히 그 암호문이란 것을 출력한 종이를
히로의 책상 위에 놓을 뿐이었다. 히로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종이를
끌어당겼다.

"이럴 때는 '그런 것 같군요...' 정도로 맞장구 치는 것이 보통 아닌가?
후우.. 대체 어떤 것을 들고 간 거지?"

"RTX - 008R입니다."

순간 히로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어났다. RTX - 008R 이라면... 그 것은...

"휴케바인?"

"그렇습니다."

"과거 이성인과의 전투에서 유일하게 돌아온 군의 기체?"

"네."

"엔진 폭주로 날아가 버린 008L 과 현재 군에 남아있는 009의 형제기?"

"네."

히로는 오른손을 들어 엄지와 중지 손가락으로 양 관자놀이 부분을
세게 눌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안 순간 골치가 아파진
것이다.

"머리 아픈 녀석을 가져갔군. 그래서... 뭘 어쩌라는건가?"

"당연히 찾아오랍니다."

"증거 하나 없이?"

한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히로는 한숨을 쉬며 의자 뒤로 몸을
깊숙이 묻었다. 언제나 그런 식이다. 그런 히로를 바라보며 류노스케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기가 차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비아냥거리는
듯한 뉘앙스가 실린 말투다.

"결국 윗분들 말씀에 죽어 나는 것은 몸으로 때우는 우리 같은 녀석들
이군요. 차라리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으라고 하지."

히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게서는 묘한 살기마저 느껴지는 듯 했다.
말 없이 생각에 잠긴 히로를 보며 한스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는
가볍게 손짓을 하며 다시 긴 생각 속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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