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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방패 사계절의 방패 17

azelight 2008.08.20 15:11 조회 수 : 1674

전격이 저의 몸을 덮쳤어요. 하지만 제가 세운 방벽에 무산되었죠. 애드가 오빠의 검격을 피한 저는 발락 아저씨의 방패를 밀어내고 이케다의 아이들을 다시 불러냈어요. 하지만 그들은 연이어 터지는 전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부서졌죠.

스스로 무덤을 판 격이라 어이없고 당혹스럽지만 그렇다고 포기하는 것은 제 성미가 아니죠. 그래도 오빠들은 농락할 수 있을 만큼 수를 짜왔지만 엘자는 그렇지 못해서 그를 상대하기가 벅차다는 것이 문제지만요.

 

“참. 이런 것 까지 쓰긴 싫었는데.”

 

그야 쓰는 저도 기분 나빠지는 거거든요. 아, 정말 싫다. 하지만 이 상황을 타개할려면 이 방법 뿐.

 

“물러서!”

 

애던 오빠가 뭔가를 느꼈는지 일행들을 뒤로 물렸어요. 참 감이 좋단 말이에요. 애던 오빠는. 사실은 여자인게 아닐까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감이 좋아요.

“나와라. 악몽의 왕. 나의 그림자. 나의 잔재. 그리고 모두의 잔재야. 들끓으며 기어 나오너라.”

 

꿈틀거리는 검은 기운이 제 그림자로부터 일어나 형상을 갖추어 갔어요.

 

“음.”

 

형상을 갖추는 그것을 보며 발락 아저씨가 신음을 흘렸지요. 이 신전에 응축되어 퇴적된 가장 어둡고 사나운 광기들을 모은 이것은 그야말로 이 신전이 꿈꾸는 악몽 그 자체.

 

“그리고 몇 가지 서비스를 해드리죠. 애던 오빠.”

 

재색의 광익을 뻗어 애던 오빠를 붙잡았어요. 갑작스러워서 그런지 피하지도 못했죠. 바로 옆에 서 있던 갠 아저씨가 애던 오빠를 구하기 위해 돌아섰지만 저의 악몽의 왕이 갠 아저씨를 찍어 눌렀어요. 그리고 꼬리를 휘둘러 발락 아저씨를 쳐내고 엘자의 전격을 몸으로 받았지요. 오래 버티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덩치 값은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걱정 말아요. 애던 오빠의 악몽은 일반적인 꿈들과는 달리 마법적인 구속으로 묶여 있어서 먹을래야 먹을 수가 없거든요. 단지 이런 걸 할 뿐이에요.”

 

“크아아아악.”

 

괴로워하는 애던 오빠에게서 저는 그의 꿈의 이면, 지식의 파편들을 읽어 들일 수 있었어요. 검의 평원의 개척촌에 살던 평범한 청년이 어둔 황혼 결사의 마법사가 이끌고 온 죽은 자의 군대에 의해 몰락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존경하는 사람 잃고, 친우를 잃고, 연인을 잃고 고통을 당하고 영혼의 일부를 빼앗겨 죽음에 다다르기 일보직전을 몰리고, 검은 처녀에게 구원받고 마법사 살해자로서의 능력의 개발에 도움을 받아 복수자로서의 길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였죠. 저는 그로부터 필요한 것들을 꺼낼 수 있었어요. 오늘 받았던 검은 안개들과 안헬라즈라는 지저종족의 마법사. 그리고 결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처녀. 무엇보다도 강력한 것은 검은 처녀. 확고한 믿음이 그 강대함의 기반이 되는 꿈의 세계에서 애던 오빠 속의 검은 처녀는 무적 그 자체였어요. 저 정도의 존재를 구현하는 것은 제법 힘든 일이긴 하지만 꿈속에서 불가능이란 존재하지 않지요. 저는 검은 처녀와 안헬라즈의 마법사와 그의 부하들의 일부를 구현했어요. 이정도의 존재들을 부르는 것은 저에게 있어도 부담이지만 속전속결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나쁘진 않은 선택이었죠.

 

“크헉.”

 

거기다가 정신에 부하를 받은 애던 오빠도 무력화 시켰고요. 대신 이 꿈을 유지하는 동안 저 역시 움직일 수 없지만 말이에요.

 

“큼. 무기도 없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않군. 특히 저 여자.”

 

발락 아저씨가 검은 처녀를 보며 말했지요. 어울리지 않은 대검을 쥐고 무광의 갑옷을 걸친 검은 처녀는 재빠르게 움직였어요. 애던 오빠와 유사하지만 훨씬 빠르고 정교한 놀림으로 발락 아저싸ㅣ를 농락하기 시작했죠. 무기도 없는 발락 아저씨는 그저 막는 것에 급급할 뿐. 그리고 안헬라즈가 애드가 오빠를, 악몽의 왕을 갠과 엘자가 상대하기 시작했어요.

우레와 일고 폭풍 같은 바람이 일었지만 저는 애던 오빠를 억누르고 그 내면 속의 이미지를 조정하는 일에 열중했어요. 애던 오빠는 괴로워하면서 저항하려고 했지만 저의 힘이 훨씬 막강했기에 그저 찍어 눌렀어요. 저는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설혹 악몽의 왕이 쓰러지더라도 저 검은 처녀가 모두 처리해 줄 테니까요.

 

“크허어어억!”

 

어느 사이에 발락 아저씨의 사지가 모두 잘려나갔어요. 검은 처녀는 대검의 궤적이 마치 날개처럼 보일만큼 빠르게 좌우로 휘둘러 발락 아저씨의 방패를 파괴하고 사지를 잘라낸 거죠. 어떻게 된 몸인지는 모르겠지만 발락 아저씨는 그 일격으로 전투불능이 되고 말았어요. 그 다음 갠 아저씨가 검의 처녀를 맞았죠. 애드가 오빠는 안헬라즈를 쓰러뜨리고 갠 아저씨를 돕기 위해 움직였어요. 아쉽게도 안헬라즈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은 덕에 그리 강력한 힘을 발휘하진 못한 거예요. 사악하기 이를데 없는 이미지이긴 했지만요. 반면 검은 처녀는 죽여도 죽지 않을 만큼 강력했어요.

 

“큭! 너무 빨라.”

 

“윽.”

 

애드가 오빠와 갠 아저씨는 순식간에 밀리기 시작했어요. 더구나 갠 아저씨는 마비와 독무로 점차 몸놀림이 둔해지고 있어서 금방 탈락할 것 같았죠.

 

“애던씨!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루시엔을 구해야죠!”

 

애드가 오빠가 애던 오빠 쪽을 보면서 소리쳤지만 소용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평범한 인간치고는 애던 오빠가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긴 하지만 저에게 비할 바가 아니니 말이에요.

 

“구한다고요? 저는 어디에도 붙잡혀 있지 않다고요.”

 

“크아아악!”

 

그렇게 말하는 사이 이번에는 갠 아저씨가 온몸에 찰과상을 입고 쓰러졌어요. 그와 함께 애드가 오빠는 단숨에 열세에 몰렸죠.

 

“루시엔!”

 

엘자의 목소리에 저는 고개를 돌렸어요. 우렁차고 거친 폭풍 같은 목소리가 저의 세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죠. 그는 저의 악몽의 왕을 내려찍고 전격으로 파괴한 후 제게 덮쳐들었어요. 애드가 오빠에게 잠시 정신을 팔린 사이 엘자가 악몽의 왕을 끝내고 제게 덤벼든 거예요. 악몽의 왕이 완전한 엘자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진 않았지만 하필 이런 타이밍에 그가 덤벼들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죠. 정말 완벽한 기습이었기에 저는 몸을 물렸어요. 안돼요. 이미 늦었어요. 그렇게 생각할 때!

 

“비기. 쌍익천섬.”

 

검은 처녀가 번개처럼 나타나 엘자를 쓰러뜨렸어요. 발락 아저씨를 쓰러뜨렸던 바로 그 기술 이었죠.

 

“윽. 우윽.”

 

16장의 날개가 모조리 찢겨 나가고 3개의 다리를 잃은 엘자는 저의 곁을 스쳐 지나가 떨어졌어요. 저 조차도 어안이 벙벙해서 살펴보니 애드가 오빠는 검을 잃고 기절한 상태로 땅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죠.

 

“하. 하하하하.”

 

저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웃었어요.

 

“제가 이겨버리고 말았네요. 이걸로 끝인가요, 엘자. 스승임께 부끄럽겠어요.”

 

저는 승리를 확신하고 검은 처녀를 다시금 되돌렸어요. 점차 희미해져가는 엘자의 모습만을 봐도 더 이상 그녀는 필요 없어 보였으니까요.

 

“크. 쌍익천섬이라니. 이걸 이런 곳에서 볼 줄이야. 하지만 루시엔. 네가 하는 소리가 모순되어 있다는 것은 깨달은 거냐?”

 

“네?”

 

“네가 작심하고 모두를 먹어치우려고 했다면... 설령 내가 있었더라도 이 만큼 버틸 수도 대항할 수도 없었다는 거다.”

 

“무슨 소리죠?”

 

“넌 본성에 이끌려서 행동하고 있었지만 결국 현세의 루시엔으로서의 감성이 너를 무르게 만들고 있었다는 거다. 봐라. 결국 검의 처녀는 그 누구도 해치지 않았다.”

 

“설마요. 그건 제가 그들의 꿈을 먹어치웠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들에게 절망과 고통을 주고 나면 달콤한 과실이 익겠지요. 강한 의지만큼 탐스러운 것은 없으니까요.”

 

“그럴까? 만약 그랬다면 그들 전부의 정신에 침범하는 것으로 되었을 거다. 드림워커의 본질을 깨달은 내가 어째서 그들의 내면을 어지럽히지 않은 거지? 만약 그것을 시행했다면 너는 날 꺼낼 필요도 없었을 건데.”

 

“그렇지 않아요. 저는 봐주지 않았어요. 이미 라니아 언니를 먹었다고요! 방해받지 않았다면 전부 먹어치웠을 거예요.”

 

“그랬지.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한 순간에 결정타를 줄 수 있었을 테지만 너는 그러지 못했다. 봐라. 지금도 넌 틈을 내주고 있지 않는냐.”

 

“!”

 

저는 그제야 뭔가가 저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뒤를 돌아보았을 때 맹폭한 야수와 같은 대검을 휘두르는 애던 오빠의 모습이 눈앞에 보였어요.

 

“말도 안 돼.”

 

침묵시키는 자가 제 몸을 훑고 지나갔어요. 육체를 베는 것이 아닌 영질을 베는 것. 아마 리골을 쓰러뜨릴 때 사용한 검의 능력이겠죠. 통증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저 공허만이 따라올 뿐. 이럴 수가. 겨우 현신할 수 있었는데... 겨우 봉인을 풀어냈는데... 밖으로 나갈 마지막 남은 일보 앞에서 당할 줄이야.

 

“정말... 집념하나는 인정...”

 

산산이 깨어져 들끓어 폭주하기 시작한 영지와 영성을 느끼며 저는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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