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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4)[4]

2006.11.07 01:56

울프맨 조회 수:146

-병(兵)동(動)[2]-




사람은 떨어지면 죽는다.

중력에 구속된 나약한 육체는 한계 이상의 충격을 받아들이는 순간 주저 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것은 질그릇이 찬장에서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아도 좋다.

깨어지는 것과 으깨어지는 것.

그 마지막을 맞이하는 순간이, 맞이하는 형태가 조금씩 다를 뿐, 본질은 같다.

따라서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떨어지면 ‘반드시’ 죽어야만 한다.

그이외의 상황은 있을 수 없었다.

특히 그 대상이 생물체라면 더더욱..........

간혹, 의외의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일컬어 소위, ‘기적’이라는 듣기 좋은 명칭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은 말처럼 그리 보기 쉬운 것은 결코 아니었다.

흔하게 볼 수 있다면 ‘기적’이라고 불릴 필요도, ‘기적’자체가 있을 일도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영준의 눈앞에선 ‘기적’이라는 두 글자가 아니고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진.....아...?”



우진은 분명히 죽었었다.

4층에서 머리부터 떨어지고 목숨을 부지한 사람의 전례를 영준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우진은 움직이고 있었다.

질퍽이는 소리가 똑똑히 들릴 정도로 시멘트 바닥을 가득 적신 붉은 호수는 우진이 생명체로서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다는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진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주변을 비추는 것은 낡고 어두운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 뿐.

그 미약한 조명 속에서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벽에 기대 비비며 안간힘을 쓰는 우진의 모습은 사방을 진동하는 비릿한 핏내음과 함께 영준의 사고를 정지 시켰다.

그리고 그렇게 몇 분이고 벽을 짚고 안간힘을 쓰던 우진은 우두둑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다시 핏물 속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4층에서 떨어진 몸으로는 확실히 무리라고 할 수 있는 움직임에 우진의 다리는 ‘ㄱ’형태로 꺽여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준은 사고가 정지되어 있었다.

친구가 살아났다는 안도감보다 오감으로 전해져오는 충격으로 인한 공포가 이성을 압도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진짜 심하게 망가졌잖아....?”



우진의 이 한마디에 영준은 전신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기적이라는 것이 만약 존재한다면, 저토록 추할 리가 없었다.

기적은 그 이름대로 하려하고 보기 좋기 때문에 인간들에게 칭송 받는 것.

만약, 기적이라는 것이 이토록 혐오스럽다면 누구라도 기적을 소망하고 숭배하지 않으리라....

그렇기에 우진의 부활은 기적이라고 부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저주’에 가까웠다.

기적이 아닌 저주라면 대답은 간단하다.

우진은 되살아 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저것’은 우진이 아니다.

그 증거로 방금전, 우진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허스키한 여성의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는 계속해서 우진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얘야, 좀 도와주지 않을래.....?”



동공 없는 붉게 물든 눈이 영준과 마주쳤다.



“후후후... 그렇게 보고 있지만 말고.........”



가득한 피로 이빨까지 붉게 물든 입이 영준을 향해 미소 지었다.



“.........도와달라니까... 어딜가려고.... 좀 일으켜줘........... 못 일어나겠다니까...............”



우진은 턱이 완전히 부서진 듯, 입 안 가득 고인 피를 감당하지 못했다.

입 밖으로 흘러나온 피는 턱을 타고 목선을 따라 흰색이 약간 남아있던 목 언저리의 환자복을 완전히 붉게 물들였다.

그리고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는 영준을 향해, 우진은..... 우진이었던 고기 덩어리는 시멘트 바닥을 짚으며 천천히 기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진의 시체는 제자리에서 퍼덕거릴 뿐,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온몸 가득한 피 때문에 손바닥은 계속 미끄러져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



그리고 영준이 정신을 차린 것도 그때였다.

전신을 지배하는 공포. 그 절망의 주체인 눈앞의 존재의 빈틈을 발견한 순간. 영준의 이성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도망쳐야해!’



다행히도 영준의 몸은 이성을 따라주었다.

떨리긴 하지만 움직이는 다리로 영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비록 영준의 다리는 100미터에 20초가 약간 안 될 정도로 굉장히 느리긴 했지만, 제자리에서 잘 기지도 못하는 상대를 따돌리기엔 충분했다.



‘이대로 밖으로 나가자!... 되도록 멀리... 일단 병원에서 나가야 해....!!’



다행히 뒤에서 쫓아오는 기미는 없었다.

상대는 안간힘을 쓰며 영준을 잡으려고 기어오는 것 같았지만, 그 거리는 굉장히 멀었다.

반대로 출구인 병원 정문은 바로 코 앞. 몇 발작만 더 내딛으면 영준은 병원을 벗어날 수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일단 병원만 벗어나면 택시든 뭐든 잡아타고 어디든 가면 된다.

그것도 어렵다면 골목길에라도 숨어버리는 것이 병원에 숨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그리고 그런 생각과 함께 영준은 정문의 기둥을 지나쳤다.



‘..........!’



분명히 영준은 정문의 큰 돌기둥을 지나쳤었다.

황급히 달려 나가긴 했지만, 분명 돌기둥에 새겨진 ‘성지대학병원’이라는 한자로 걸린 현판을 곁눈질로 확인까지 했었다.

그러니 지금은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하겠지만, 영준은 그렇지 못했다.

영준은 숨이 가쁜 것도 잊고, 눈앞의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말없이 보고만 있었다.

정문이 또 있었다.

정문을 지났으면 눈앞엔 큰 도로가 나와야 했지만, 정문이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영준은 다시 이를 악물고 달렸다.

곧 있으면 나갈 수 있다는 안도와 환호는 절망과 초조함으로 바뀌었고, 초조함은 영준을 더욱 채찍질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영준이 정문을 통과하고 앞을 보는 순간에는 언제나 새로운 정문이 눈앞에 있었다.

아무리 달려도 영준은 나갈 수 없었다.

그제야 영준은 결코 내키지 않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역시 장소는 그대로.... 영준의 뒤엔 저주스러운 콘크리트 병동이 그 모습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영준은... 결국 정원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뒤에 있는 것은 병원만이 아니었다.



“술래잡기는 끝났니?”



어느새 우진은 영준의 바로 뒤까지 쫓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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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왔습니다.
아직 생각대로 잘 써지지 않습니다......만 조바심때문에 급하게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기다려주신분들껜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럼 모두들 건필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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