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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Death clock [1-2]

2006.09.04 23:53

붉은눈물 조회 수:169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악마인 카인과 인간인 은민, 아니 이제는 젠이라는 이름을 얻은 아이와의 만남은 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차가운 바닥에 엎어져버렸지만, 은민은 일어서기는 커녕 제대로 숨도 쉴 수 없었다.

"어서 일어서."

툭툭 은민을 차고 있는 누군가였다. 은민은 몸을 전부 추스르지도 못한 채, 부랴부랴 일어섰다. 은민을 차고 있는 그 누군가는 카인이라 불리던 악마와 비슷한 형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그 형상이 선명했다. 경계가 모호하지 않고, 선을 그은 듯 딱 잘리는 경계였다.

"당신은 누구지? 여기는 어디야?"

갑자기 바뀌어 버린 주변이었다. 분명 5분 전만해도 이곳은 어느 고등학교의 복도였다. 지금은 검은색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되어 있었다. 위도 아래도 양 옆도 공간이란 개념 자체를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우주에 둥둥 떠 있는 듯 한 곳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검은 옷을 차려입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의 경계는 분명하게 각인되어 잔상을 남기었다.

"악마다. 더 이상 알 것 없다. 따라오기나 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젠."

딱딱하고 사무적인 말투에 은민이는 몸이 움츠러들었다.

"내 이름은 젠이 아닌데.."

아주 가느다랗고 작은 목소리였지만, 은민의 목소리는 아무것도 없는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런 소리를 악마가 못 들었을 리는 없었다.

"너에 이름은 없다. 젠. 그것이 너를 칭하는 호칭일 뿐이다. 앞으로 그 촌스러운 이름을 뱉어냈다가는 훗."

끝을 흐리면서, 악마는 비웃고 있었다. 그리고는 악마는 천천히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었다. 젠 역시 움직이고 싶지 않았지만,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건데요."

젠은 이미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니 몇분전까지만 해도 기고만장해 의기 양양하던 그 모습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젠의 질문에 악마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서서히 뒤를 돌아보았다.

"질문은 더 이상 용남하지 않는다. 한 가지만 말해주지. 네 녀석이 그렇게 궤변을 늘어놓고 다니던 'Death Clock'에 관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악마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포커페이스.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차가운 듯 하면서도 부드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고, 잔인한 듯 하면서도 슬픔이 가득했다. 모든 감정이 뒤섞여 있기에 아무것도 알아 볼 수 없는 얼굴이었따. 그 모습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젠이였다.

계속해서 걷고 있었다. 어느 순간 검은색 공간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점점 붉게 물든 공간으로 넘어가는 순간 젠은 깜짝 놀랐다. 발밑에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과 함께 용암이 흐르고 있었다. 붉은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으며 붉은색 구름이 움직이고 있었다.

"흐엑"

젠은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앉았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러한 관경을 보고 바로 기적하는 것이 정상 중 정상이다. 거기에 고등학생의 심장이라면 어떻겠는가. 젠 역시 평범한 고등학생이기에 그 자리에서 실신 직전까지 가버리고 말았다.

"간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곤란하군."

악마는 고개를 내 젓더니 조용히 젠을 들쳐 업었다. 그리고는 아까완 비교도 안 될 속도로 사라져 버렸다. 흡사 디클로로메탄이 증발하는 속도와 맘먹는 듯 했다.

악마가 사라져버렸다가 다시 나타난 곳은 다시 검은색이 가득한 공간이었따. 투명한 물방울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곳이었다. 바닥은 축축하게 젖어있었고, 습도는 적어도 70%는 되어보이는 공간이었다. 구석 판판한 곳에 젠은 눕혀져 있었고, 악마는 그 넓은 곳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촛불아래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의 얼굴은 하얗다 못해 투명해 징그럽게 보였다.

"으음"

낮은 신음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악마의 시선은 젠에게 향하였고, 촛불의 시선조차도 젠에게 향하였다. 아주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다리부터 감전되어 오듯이 미세한 떨림이 머리끝까지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툭툭]

"정신이 돌아왔다면 일어나라. 이렇게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다. 네 녀석에게 주어진 시간이 곧 끝나간단 말이다."

악마의 날카로운 음성이 젠의 심장 한 가운데를 관통했다. 움찔거리는 젠을 악마는 두어번 발로 찼고 그 진동으로 젠은 한참동안이나 누워있어야만 했다.

"나한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려주시면 안돼요?"

기가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 악마는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였는지,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물론 한쪽 입 꼬리가 올라간 비웃음이었지만, 그러한 웃음이라도 보여주는 것에 젠에게는 감사한 일인 듯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Death Clock을 막을만한 적합한 인간을 찾고 있었고, 선택받은 녀석이 바로 너였다. 그 임무를 시간내에 해결하지 못한다면, 네 녀석의 생명 역시 거기까지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가 젠의 머리를 내려쳤다. 자신이 내뱉은 말이 이러한 상황을 불러왔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당혹감이 식도까지 타고 올라왔다. 겨우 말 한마디 잘못한 것 가지고, 이러한 상황까지 만들어 내버린 자신을 죽도록 때려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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