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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게임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의 펜픽입니다.
특히 '유키무라 코마치'라는 인물에 대한 네타가 심각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그 루트를 하지 않으신 분은 읽지 마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덧: 이 게임을 하지 않으실 분은,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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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아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눈을 떴다. 그리고 흐릿한 눈동자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익숙한 장소가 희미하게 보이면서 선명해졌다. 그래. 이곳은 내 방이었다. 변함없는 내 방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안도의 한숨을 절로 나왔다. 악몽이라서 다행이라고.

  “하아! 하아!”

  식은땀을 꽤 흘러 침대가 축축할 지경이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손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악몽의 흐린 잔영인, 눈물이 주르륵 의미 없이 뺨을 타고 내려왔다. 빌어먹을.

  “하아, 하아. 크윽!”

  이제 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가슴이 너무나 답답했다. 그래서 한동안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 목이 말라.”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눈물이 말라버릴 때까지 울어버린 난, 이번에는 바짝 타들어가는 갈증에 시달렸다. 아무래도 물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삐걱거리는 몸을 겨우 움직여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목 안으로 쏟아 부었다.

  괄-. 괄-.

  물통의 입구가 내 입보다 커서, 마시는 물보단 흘러내린 물이 더 많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마셨다. 아니, 오히려 흘러내리기를 바랐다. 옷의 먼지를 털듯이 진득하게 몸에 달라붙는 악몽의 잔재를 씻어내고 싶었다.
  이윽고 물을 한통 비워냈다. 하지만,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물에 젖어 몸에 들러붙은 티셔츠처럼 더욱더 진득해질 뿐이었다.

  “흐으윽!”

  갈라진 소리가 나왔다. 그녀가 보고 싶었다. 이 미칠 것 같은 심정을 잠재워 줄 그녀를…….

  …… 세상 끝에서 노래하는 아이처럼, 너의 꿈도 따스하게 비칠 거야-.

  책상 위에 있던 휴대폰에서 벨 소리가 울러 퍼졌다. 하지만, 지금은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배터리를 빼려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배터리를 빼려고 할 찰나,

  “코마치!”

  휴대폰 액정에 적혀있는 글자는 다름 아닌 유키무라 코마치였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받았다.

  “코, 코마치니?”

  “우와- 선배! 아무리 일요일이라지만, 늦잠은 안 좋은 버릇이라고요! 전화를 안 받아서 이 가련한 미소녀인 코마치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선배는 미소녀를 울렸다는 전 세계의 남자들이 분노할 행동을 저질렀어요! 이 죄는 어떻게 갚으실래요?”

  휴대폰을 통해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그녀다웠다. 나는 다시 한 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흠칫!

  나는 갑작스레 몸을 떨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풀려야 할 갈증과 불안이 한층 더 깊어짐을 느끼는 건 뭐지?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다급히 그녀에게 물었다.

  “코마치! 너 지금 어디에 있어?”

  “에? 선배. 감기라도 걸리신 건가요? 목소리가…….”

  “아니, 난 괜찮아. 그나저나 지금 만날 수 있겠어? 보고 싶어.”

  나의 갑작스런 진심에 그녀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하하. 선배, 그러시면 코마치, 부끄럽잖아요.”

  나는 침착해지기 위해 숨을 돌린 후,  불안하게 고동치는 심장을 억누르며 다시 한 번 말했다.

  “보고 싶어.”

  정말 보고 싶어. 나 미쳐버릴 거 같아. 제발….

    “선배. 실은 선배와 함께 볼일이 있어서 계속 전화를 하던 참이었어요. 저… 교회에 나와 주실 수 있나요?”

  내 상태가 평소와는 다름을 느꼈는지, 코마치는 빠르게 용건을 건넸다. 나는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갈게. 교회라고 했지? 거기서 기다려.”

  “선배, 목소리를 들으니까, 몸이 많이 안 좋으신 거 같은데… 굳이 억지로 나와 주실 필욘 없어요.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

  걱정스런 목소리를 내며 언제나 나를 챙겨주는 그녀에게 평소라면 가벼운 농담을 건넸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나는 점퍼를 꺼내 입고 밖으로 나가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아니. 다시 말하지만 괜찮아. 그것으로 갈게.”

  “네…….”

  흐려지는 코마치의 음성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교회를 향해 달렸다.

  “헉! 헉!”

  교회는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기 때문에 버스를 탈 필요까진 없었다. 하지만, 단숨에 뛰어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라서 금세 난 지쳐버리고 말았다. 나는 혀를 찼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건데.

  “허억! 억!”

  급히 뛰어가다 그만 난간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몇몇 사람들이 나를 보고 킥킥 웃음을 흘렸지만, 상관하진 않았다.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 오직 그녀만을 보는 것이었다. 그녀를 보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녀의 향기를 맡아보고 싶었다. 그녀의 체온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었다.

  “크으!”

  무릎이 심하게 까져나 보다. 하긴 시멘트 바닥에 넘어졌으니 더 심하게 다쳤을 것이다. 하지만, 난, 벌떡 일어나 다시 뛰어갔다. 아픔 따윈 괜찮았다. 다만, 이 불안감을 죽이기 위해, 한시라도 빨리 그녀에게 가야했다.

  “제발! 꿈처럼은 되지 마. 부탁이야.”

  드디어 교회가 보이기 시작했다. 난 무교이기 때문에 교회는 가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동네라는 이유로 지리를 외워둔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교회는 안에 무슨 행사라도 있는 양 소란스러웠다. 나는 힘껏 문을 열었다. 안에는 수많은 소녀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도 전부 웨딩드레스를 입고 말이다. 아, 신부수업을 하는 건가? 아는 게 없는 난, 대충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튼, 코마치는 나에게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부른 모양이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 난, 잠시 불안감을 잊고, 두리번거리며 코마치를 찾았다.
  예수 상 앞에 있는 코마치의 뒷모습을 발견한 나는,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갔다. 그녀는 아직 내가 온 것을 모르는지 뒤 돌아 있었다. 내가 헛기침을 해도 그녀를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일부로 깜짝 놀려주기 위해서 저러는 건가……? 아, 아니면?!

  “코마치!”

  나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코마치의 팔목을 강하게 잡았다. 설마, 설마!

  “누구신가요?”

  변함없는 외모, 그리고 목소리. 그리고 그녀의 향기와 체온마저 그대로였다.
  하지만, … 이미 만발하던 벚꽃은 처참하게 흩날려져 짓밟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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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재미보단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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