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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이였다.
그건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악연이였다.

"우와아아아아앙-!!!"
"우..울지맛..!!!"

남자애들마저 피하는 이 나와, 학교 최고의 울보인 그 아이.

나에게 죄책감 따윈 없다.
그저 이 시끄러운 녀석을 조용하게 만들고 싶다.

무슨일인지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학교 최고의.속칭 날라리였던 나와 학교 최고의 타칭 엘리트.
아마도 우리는 그렇게 만났었던것 같다.







"윤선경."
"예!"

침묵이 흐르던 사무실에, 상관이 나를 불러냈다.
귀찮게 시리..또 뭘 시키려는 거냐?이번에도 커피 심부름이냐?그런건 절대로 패스 패스!!
한번만더 커피 빼오라고 시키면..상관이고 뭐고 없다!니녀석의 얼굴에 발 뒷꿈치를 날려주마!!

"자네가 있는 이곳이 어디인가."
"대한민국 최고의 경호사무실입니다."
"그래, 그렇다."

뭔가, 이번에는 다르잖아?
씨잘데기 없이 왜 또 이상한걸 물어?이 늙은 아저씨가.드디어 노망이 드셨나?

"임무다."

털썩, 하고 상관이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서류를 내던져준다.
뭐야?상관이라고 자료를 막 휙휙 던진다?맘에 안들어!!

"안읽고 뭐하나?"
"아, 예!"

서류를 집어든다.
이런...나도 모르게 머어엉..하니 가만히 있었나.그건 뭐 어찌됬든 좋다.
서류나 읽어 보자.어차피 또 돈많은 갑부집 뚱띵이 아주메가 누가 스토킹 한다고 붙여달라는 거겠지.

"........"
"왜그러나?윤선경?"
"미국 정부의 파견될 손님을 경호하라...?"
"그렇다네."

말도안돼!!!
맨날 부잣집 도련님 따님 아주머님 아저씨 기타등등!!!
씨잘떼기 없는 사람들만 경호하다가..갑자기 양키 정부에서 파견될 손님을 경호하라니!!!

"왜그러는가?"
"아..아니..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냐?!!
이렇게 크다란 일을 어째서 대한민국 맨 구석에 있는 유명하디 유명한 이 경호사무실에 시키냐고?!!

"어째서..이걸 제게 시키는 겁니까..?"
"아아, 이유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곳에도 나와있지.미국정부에서 다른곳으로 파견될 손님을 경호하라는 지시.그리고 자네가 경호해야 할
고용주가 말이지.절대로 여자가 아니라면 안된다고 때를써서 말이야."
"그렇습니까..."
"거기다가 한국인이 아니면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더군.그래서 얼마되지 않는 한국 여자경호원을 모두
떠붙이기로 했네."
"에에?!!모두!!?"
"그렇네."

이게 무슨 망할!?
고용주가 누구냐!!정윤지!?정윤지!!?

"정윤지.......?"
"그래, 고용주도 한국인이라네.아무레도 미국 정부 비공식 연구소에 있는 엘리트급 박사라네."
"에에...그렇습니까..."

설마.
그 아이일리가 없다.
그 바보일리가 없다.
아무리 그 바보가 미국에 건너가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소리를 들었어도, 그 아이일리가 없다.
아니아니, 그 아이라고 해도..난...절대로..!!

"실장님."
"뭔가?"
"이번 임무, 패스하면 안되겠습니까?"
"패스?"
"네."
"뭣때문에?"
"전 아직 자각이 부족합니다.그런고로 한국의 구석동네에 있는 경호사무실에 저를 보내주신다니,
실장님은 저를 너무 과대평가 하시는것 같습니다마는."
"그렇군, 경솔한건 자네 장기야.그러니까..."

그 바보 상관은 말을 잇는다.

"잔말말고 임무나 수행하게."




-미국의 동쪽 항구-

X됐다.
몇시간을 걸쳐 비행기를 타고 이 이국으로 날아왔다.아아, 모두가 쏼라 쏼라 쏼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죄다 영어시간에 졸았던 나로써는...도저히 한마디도 못알아 먹겠잖아?!!!
아, 한마디 알아 들었다.OK.

거기다가 내가 경호대장이라니.다들 나를 과대평가 하고 있다고!!
난 그저...평범한 경호원일 뿐이야!!그러니까...제발...아니기만을 빈다고.

아, 저기 오는것이 그 사람들인가.
내 참...하얀 가운까지 펄럭 거리면서 걸어오고 있잖아.그리고 그 주위에 이어폰을 낍고 돌아다니는 괜히
폽잡고 있는 시커먼 깍두기 경호원 들이나, 파바박!!터지는 플래시 들이나.다들...미쳤다고!!
배타는게 그렇게 신기하게 보이냐?!!

"이번에 로렐라이를 잡으러 간다는데...지금 시정이 어떻습니까?"

아, 한국인 기자다.
아무레도 역시...주인공은 한국인.아아...제발 아니기만을 빕니다...
하나님 예수님 부처님 마리아 알라신이시여!!제발...

"아하하~ 그냥 선배님 찾으러 가는거에요~"

가증 스러운 실장.
나보고 저런 애같은 녀석을 맡으란건가.정말로..목소리 듣기만 해도 바보같잖아.
이런....설마.....?

"박사님.경호대장인 윤선경씨입니다."

아아, 저 깍두기는 한국말을 할수 있는건가.
거 참..발음도 멋지구리 하....

"선경아아앗-!!!"
"우와아아앗!!"

새하얀게 달려들었다.
아니아니, 새하얀 연구원들만 입는 가운을 걸친 여자아이가 달려들었다.단발인가..그리고..안경인가..
이런.......제기랄..!!!

"오렌만이야~ 선경아아아~"
"아..아아..그..그래..윤지야..."

부비적 부비적, 하고 그 귀여운 얼굴이 내 가슴을 문지른다.
제발...제발...!!!이상한 느낌이 드니까 이런건 그만 두라고!!!

"아아...신은 날 버리셨구나아..."
"응?"
"아..아무것도 아냐..."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두근두근 하고 심장소리가 들려온다.

"......"

분명히...내 이마에는 혈관마크가 떠올라 있을거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







마을에 다 온것 같다.
방금전 등 뒤에서잠을자고 있던 리르씨는 깨어나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다.아아, 역시 그녀에게는 낯선
장소인가, 이 마을은.나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지만 말이지요...

"마을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한가지 말하겠습니다."

눈앞의 무녀가 나에게 말했다.

"자신이 남자라는걸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됩니다.이 마을의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니
말입니다.함부로 말했다가는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왠지 모르게 그 말투에는 가시가 돋혀있다.캬하..내가 그렇게 미움을 받고 있는건가...

"아, 안녕하세요 루나링~"
"안녕하세요~ 오렌만이군요~"

아주머니 한분이 지나가면서 그녀에게 인사를 한다.아아, 왠지 삼국시대에 와있는것 같애.사람들이 모두
그때 옷을 입고 있잖아...아아, 마을의 입구를 빠져나와 마을안으로 들어오자.초가집 같은 것들이 빼곡히
둘러싸고 있는 길이 보이길 시작했다.

"와아~ 오렌만이에요 루나링~"
"안녕하세요 무녀님~"
"네~ 모두 반가워요~"

아아, 모두들 그녀에게 인사한다.
마음사람들이 일제히 나와 그녀에게 인사를 한다.웃으면서 대답해주는 그녀.이것이 그녀의 진실인지, 아니면
내게 대한 그 모습이 진실인지, 알수는 없다.뭐, 이거나 저거나 모두가 진실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말이지.......

전부 여자다.....!!!!?

등 뒤의 리르씨는 여전히 두리번 거리며 뭐가 무엇인지 알수 없다는 듯이 멍청히 앉아 있었고,(아아, 미안해요
리르씨..이런 표현밖에 못하는 내가 싫어..)눈 앞의 루나링은 급히 어디론가로 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따라오세요."

인파들 사이로 뚫고 나가는 그녀가 내 손을 잡고서는 어디론가로 데리고 갔다.아아, 인파들을 뛰텨 나오니.
민속촌에서나 볼수있는 광경들이 펼쳐진다.초가집들이 쭈욱 늘어서 있고..저 멀리 커다란 저택같은것이 보인다.
저택도 그렇게 크게 보이지는 않는다.그러니까...동네 성당 크기 정도일까?

그나저나 이상하다.
전부 여자라니?난 그런 섬이 있다는 이야기는 못들었다.그리고 문명이 이렇게 낮아져 있는 곳도 없다고 생각한다.
요 많은 기간동안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박차 올라오고 있고 중국은 세계 강대국으로 성장하려고 하고 있으며
또 다른 많은 나라들이 현제 문명 레벨을 높이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이 사람들은 너무나도 뒤떨어져 있는
문명을 가지고 있다.마치 다른세계인것 마냥.

"저 혼자서는 당신을 처리하지 못합니다..그러니까.."

그녀가 말을 잇는다.
인파들을 뚫고나온지 오래, 우리는 지금 저 저택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장로님께 이야기를 해보아야 합니다."

그러고는, 내 손을 더욱 더 꽉 잡고 저택의 문을 향해 끌고가고 있었다.



-저택 안-

끼이이이이익..하고 열리는 커다란 문이다.
그러니까..성같은 곳에서나 볼수 있는 광경이다.거기다가 대문 앞에는 창을 한자루씩 들고있는 무서운 누님들이..
눈 앞에는 끝없는 어둠과, 붉은 카펫트가 우리를 인도하듯이 주르르르르륵..깔려 있었다.
아아, 거 참 드럽게 넓네.
그러고 보니...지금 아무레도 이야기를 하는거지...?리르씨께는 미안하지만..

"리르씨, 제가 올때까지 여기서 기달려요."
"네...?"
"에..그게...저기 경비병 언니들 있지요?저 언니들 하고 조금 이야기 하고 계세요.금방 돌아올테니까..!"
"에에...?금방...?"
"네."
"금방..돌아오셔야 되요.."
"아아!금방 돌아올게요!"

등을 돌렸다.
걱정되는 사람이지만, 그녀도 뭐 어른이니 어떻게든 되겠지.그런데...그렇게 뒤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있지 않아도 되니까..곧 돌아옵니다..!!


무거운 느낌이 드는 어두운 통로다.
벽에 붙은 휏불만이 우리를 밝혀주고 있었고, 발밑의 붉은 카펫은 어디까지인지 쭈욱 하고 이어져 있었다.
얼마만큼 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퉁이를 지나 한바퀴 돌리고 찍자, 또 다시 커다란 문이 보였다.

끼이이이이이익..

하고..무거운 느낌을 주는 문을 무녀씨께서 천천히 열었다.그리고 저 멀리...붉은 카펫의 끝이 보였다.
그 위에는..두명의 호위병인지 무엇인지 모를 두사람이 창을 들고 서 있고, 그 가운데에는 근엄하게 보이는
한 노파가 조용히 앉아있었다.

"루나링...인가...?"
"그렇습니다..장로님."

그 목소리가 이 커다란 방에 울려 퍼진다.
노파의 목소리는 무엇이든지 그 무력으로 누를듯한 느낌.무거운 목소리.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져 나오는
지도자의 힘.죽음의 앞에있는 차가운 목소리의 젠틀맨과 같이.어쩌면 노파이기에 그렇게 죽음에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들었네...."
"........"

또 다시, 목소리는 퍼져가고.

"이번에는 남자인가...?"
"제가 보기로는..그런것 같습니다.."
"한가지 묻겠다.월신(月神)아테르가티스의 무녀여..."
"네."
"넌 남자를 얼만큼 아는가...?"

질문이 떨어졌다.
눈 앞의 무녀씨에게 질문이 떨어졌다.

"우리와...다른 것들입니다..."
"그래?"
"그렇습니다..."

후우...하고 조그만한 한숨이 울려퍼진다.
분명히 그 목소리는 저 위에서 근엄하게 앉아있는 장로라는 사람의 숨소리라.

"그럼..저 숲속에서 뛰어다니는 토끼도 남자더냐?"
"......"
"저 창공을 가르는 새들도 남자더냐?"
"아..아니..그것은 인간이 아니...."
"넌 남자에 대해서 모르는구나."

무녀씨의 말을 가로채어, 장로가 말을 했다.
그리고..그 반쯤 뜨인 황금의 눈으로, 나를 보고있었다.

"남자여."
"에...예..!"
"왜 이 마을로 들어오기를 원했는가...?"

그 칼날이 이젠 나를 노린다.
노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칼날이, 내 목으로 서서히 들어서고 있었다.

"그건..."
"여담인데...이 늙은이가 옛날이야기를 하도 되겠는가...?"

그 목소리는 기억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 눈빛은 무언가를 자꾸만 떠올릴려고 했다.
노파의 황금의 눈동자는, 너무나도 슬퍼지고 있었다.

"아아..그때는 나도 아주 어릴때였지.아주 어릴때였어.하지만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그 몇십년 전의 이야기를.
그러니까..."

그 목소리가, 다시 기억을 더듬어 간다.
그리고 곧 말을 이었다.

"그땐..난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지.아무도 몰랐어.그때는 이 섬과 저 편의 대륙만이 있다는것을.
하지만 우리가 있던 바닷가는 그 대륙의 정 반대에 있는 바닷가였지.무슨일인지는 몰랐어...그저, 저 넓은
수평선에서 시커먼 무엇인가가 떠오르고 있다는것 밖에...

해가 질 무렵까지 있으니까...우리가 아는 대륙의 배와 비슷하더군.흑갈색의 나무로 만들어진 커다란 범선.
아아, 인류는 그것을 범선이라고도 불렀지.그 배에서는 말이야...뭐가 나왔는줄 아느냐...?"

갑작스레, 질문을 내던진다.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휘젖자.

"칼을 든 남자.
커다란 칼을 들고서는, 우리를 향해 그 남자들은 달렸다.그리고는...
여자밖에 없는 이 섬의 주민들을...베어가고 있었다.그리고 살아남은 주민들은 그들의 비참한 노예가 되었다.
우리는 마을 어른들의 보호에 숨겨져 있었지.....
싫었다.너무나도 싫었다.뭔지 모를 비린내가 피어오르는 마을이.그리고..초점 없는 눈을 하고서는 벌겨 벗겨진채
이상한 액체를 덮어쓴 우리의 어머니들이."

무엇을 뜻하는걸까..?
무엇을 뜻하는것일까..?

"굶주린 짐승.우리는 그것을 그렇게 불렀다.굶주려 버린 짐승.마을은..죽어 있었다.그리고..."

노파가 말을 이었다.

"절대로 있을수 없는 일이 벌어졌지.어디에나 있을법한 신화야.말 그대로..날개 달린 신이 나타나신 거지.
그리고 그 커다란 검으로 모든 남자들을 쳐 죽였다."

너무나도...전형적인 신화다.

"지금도 마을 중앙 분수대를 보면 그 뜻을 기린 동상이 있다.날개가 달리고 검을 하늘 높이 치켜세우고 있는
그 신을..말이야.
우리는 보았다.그 모습을.남자들의 피로 얼룩져버린 검을 들고서있는 붉은 신을.우리는 그것을..이렇게 불렀다.
붉은 날개의 성신(聖神)이라고.."
"........."
"다시한번 묻겠다, 남자여.배라고 하면 동쪽 해안에 한척이 있다.비록 너희 인류의 것과는 절대로 비교할수는
없겠지만, 항해하는데에는 지장이 없을거라 믿는다."
"하지만...!!"
"인어는 우리가 맡겠다.그녀는 신경쓰지 말고 이 섬을 떠나라."

그 칼날이..점점 내 목을 그어온다.주르르륵..피가 흐를것 같은 느낌.
하지만 어쩌면 그 목소리는 카날보다 더 날카로운 것일지도 모른다.

"어쩔것인가?선택은 단 한번이다."

갈등하고 뭐고 자시고 없다.

"떠나지 않겠습니다."

질렸다.
질려버렸다.
인류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는 위선이라는 이름을 떡칠하고 있는 그들에게 질려 버렸다.
인류 없이도 살수 있을것 같은 이 세계에서, 나도 한번 살아보고 싶다.그리고..그녀의 몸을.인류가 낳은
인어의 비극을 내가 모두 뒤집어 쓰고 싶다.이것이..로망이 아닌가...!!?

"호오...그렇군....감금해라."

그 차가운 말씀에, 양 옆에 있던 창을든 두 숙녀가 내 두팔을 끌어 잡는다.그리고 준비했다는듯이..팔을 등 뒤로
돌리고서는 밧줄로 꽁꽁 묶어버렸다.

"앗..아프..잖아..?!"

거 참..!!여자주제에 드럽게 힘쎄네!!



-입구-

드디어 입구까지 온것 같다..
아아, 저기로 가면 리르씨가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을텐데 말이다..감금이라아..
나..어디로 끌려 가는 것일까나...

"성윤씨이이이이이이~!!!!!"

아..왔다..아아..그러니까..리르씨 일어서면..

철푸덕!!

넘어졌다..
넘어진다고 했다구요..함부로 일어 설려고 하면 많이 다치니까..

"성윤씨이이이이이이이이이~~!!!!!!"

어둠속에서 그녀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아, 어디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분명히 있다.

"괜찮아요오오!!!신경쓰지 말고 있으세요오오!!!"

도저히 잘 사세요 라든가..안녕히 라던가 라는 말을 하고싶지 않았다.
괜히 걱정끼쳐 주기 싫으니 말이다.내가 어디로 사라졌다고 하면 그녀도 굉장히 쓸쓸할거라고..믿고 있으니까.



-감옥-

"아야야야..아프잖아..!!"

이 여자들은 굉장히 사람 다루는게 거칠다.
그러니까..남자도 휙휙 던져버린다고.약쫌 한건가..?

뭐, 그건 어찌되든 상관 없다.
일단은...밧줄을 풀어보자.

"훗..이정도 쯤이야.."

손바닥을 폈다 오므렸다 부비적을 반복해보자.
피고 오무리고 부비적 부비적 피고 오무리고 부비적 부비적.조금 아프겠지만 풀릴것이라고 믿고 있으니..
곧 풀렸다.
그 다음은 여기서 어떻게 나갈 것인가이다.이 주위에는 인기척이 없다.그렇다면...



굵은 나무로 만들어진 감옥.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바깥풍경을 바라다 본다..그리고 그곳에는..
말라 비틀어져 버린..새카맣게 피를 토한 무표정의 시체가 한구 누워있었다.
그나저나...
분명히 내 힘으로는 이 기둥을 뚫고 지나가기는 무리다.하지만..나이프 정도라면 휴대하고 있다.

끼익..

인기척이 들려온다.
분명히 저 바깥문을 여는 소리, 누군가 온것인가?

"성윤씨..라고 했나요...?"

무녀씨다.
아아..이름이..루나링이였다고 했나..?

"무녀씨..?"
"아아..네..결국..떠날 마음은 없으신겁니까?"
"몰라 그런거..."

개인적으로 흑백논리는 싫어한다.
이것 아니면 저것, 도저히 중립에 설 자리가 없다는것이다.

"지금이라도 떠난다고 하며는 목숨을 건질수 있습니다...어서 정하십시요...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아무것도
먹지 않은채 굶어 죽는수 밖에 없습니다.."

빛도 없는 어두운 방.그저 벽에 붙은 휏불만이 시야를 트이게 하고 있는 이 방에서, 그녀는 이 나무기둥들 사이
너머로 나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분명히 죽겠지.분명히 말이다.

"하아...."

푸욱..하고 한숨을 내쉰다.땅이라도 꺼졌으면 하는 조그만한 바렘도 담겨 있지만 말이다.

"가시지...않을겁니까..?전 당신이 여기서 죽는다는게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응...?"
"그게...당신은 지금 자기 목숨을 받쳐서라도 그녀를 구할려고 하시는것 아닙니까..?"

뭐, 말해보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자.

"요즘 남자는...다들 그렇게 여자를 위해 목숨을 바칠수도 있는겁니까...?"

여자를 위해..목숨을 바친다?
그건 극히 소수의 일일거야.이 삭막한 세계에서는 말이지.

"아니...다들 그런건 아냐.목숨이라는건 소중하니 말이야."
"그럼..당신은 어째서...?"
"어째서..라면...약속 했으니까...?"
"약속...?"
"아아, 처음 이 섬에 떨어졌을때 리르씨의 몸을 되돌려 준다고 약속 했으니까."
"약속은...목숨을 걸수 있을만큼 중요한겁니까..?"
"자신이 한 약속에 따라서 다르지, 그게 그만큼 소중한 약속이라면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수 있다고 생각해."
"아..."

무언가 알겠다는듯이, 그녀가 알수없는표정을 지었다.

"어쩔수 없군요..목숨을 바꿀수 있을 만큼이라면...장로님께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아...."

그말만 남겨두고서는 그대로 가버렸다.
이젠..남아있는건 나와, 저기에 누군지 모를 말라 비틀어진 시체씨 뿐이다.




아침이 밝은것 같다.
얼마만큼의 시간을 걸렸을지 모른다.
이미 배가 고파왔다.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이 감옥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조용히 그 말라 비틀어진
시체를 쳐다보고 있다.눈은 쏘옥 들어가 버렸고, 피부는 새카맣게 썩어버렸다.그리고 두피에서는 듬성듬성
불규칙적으로 솟아나 있는 검은 머리카락들이....꼭 공포영화를 연상시키게 하는 것들이였다.아아, 저 안으로
들어가면 아마도 더욱더 많은 방들이 있겠지.하지만, 난보지 않았다.보고싶지도 않을것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시체를 보는건..취미가 아니다.

끼익...

하고, 저 밖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거기서는 무녀씨가 슬쩍 들어왔다.

그 얼굴은 어두운 표정.

"무슨..일..?"
"죄송합니다..."

알수없는, 하지만 알수 있는.

"지금 떠나지 않으면..죽습니다..어서 떠나 주세요.."
"뭔가..안되어버린건가..?"
"떠나주세요..."
"......."

몸을 꽈악 감싸안는다.
무녀씨는 자신의 몸을 꽈악 감싸안으면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무엇을 잘못한 것인가?난 그녀에게 사과받을 입장따윈 아니다.

하지만..정말로 떠나야만 하는가..?

"하아......."

한숨을 내쉰다.
제발 누군가의 구원이 있기를...이젠 내가 인류로 돌아갈 이유따윈 없다.하지만 왠지 타당하지 않은 이 이야기.
내가 인류로 돌아간다면, 분명히 그들은 로렐라이에 대해서 물어볼것이다.아아..그때 나는 만나지 못했다고
하면 되지 않은가...?어차피, 나는 이 섬의 불청객일 뿐이다.

"가겠어."
"응...?"

결심이 선건지 모른다.
난 그냥,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고 있을 뿐이다.아니, 애초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이 세상에서 목숨을
걸고 지켜야할 약속따윈 그렇게 흔하지 않다.그러니까..나도 이정도로만 하면, 그녀도 충분히 이해해 줄수
있을것이라 믿자.나머지는 이 마을의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돌아간다고.배는 있다고 했지?"
"아..예...."
"그럼 가자..."

그 한마디로..그녀는 아무말 없이 경비병을 불러 감옥의 문을 열었다.끼이이이익 하고 열리는 나무문을 넘어,
다시 나는 땅을 밟았다.이 방을 나갈때..나는 그 말라비틀어진 시체의 얼굴을 다시 바라다 보자..아까와는 달리.
너무나도 슬픈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끌려가는 원숭이인 마냥, 끌려가고 있었다.
동물원을 탈출해 행패를 부리던 원숭이의 말로, 그것이 바로 이런것일 것이다.그러니까...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경비병이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나를 신기한듯이 쳐다보고 있다.

난 남자다.

여자뿐인 그녀들에겐, 난 그저 그들과 비슷하게 생긴 희귀생물일 뿐이다.
그리고 기억하는자는,

이 마을을 삼켜버렸던 남자라는 사람들이라는것을 알것이다.


사람들이 조금씩 뒤따라 온다.
행사장의 퍼레이드인 마냥, 뭔가 신기한것이 있는가 하고 뒤따라 오고 있다.그중에서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사람.신기해 하는 사람.놀라는 사람.모두가 가지각색.하지만..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남자다'

다들 '남자다...''저게..?''우리랑 별로 틀린건 없잖아?''응..?'
참..여러가지로 반응이 많구나...그래, 당신들에게는..

난 그냥 사람들의 안목을 받는 춤추는 광대이자 소리지르는 원숭이일 뿐인가?

"성윤씨...?"
"응...?"

먼저 앞에서 걷던 그녀가 말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죄송합니다..."
"아니 아니야.신경써준건 고맙지만, 전혀 루나링이 잘못해야 할게 아니라구."
"아아...에..."

그리고 곧바로 다시 고개를 돌려 앞으로 걷는다.
난 사과받을 이유따윈 없다.난 그냥..얼떨결에 이렇게 되어 버린것이기 때문에.




바다다.
우리가 처음 왔었던 그 바다와는 다른 갯뻘이 펼쳐져 있었다.그리고..저기에 보이는 나무로 만들어진,

통통배...?
뭐야 이거...?
이걸 가지고 나보고 이 넓은 바다를 횡당하라는건가...?

"저것이야..그 배가..?"
"예...."

따라온 사람들의 등지고, 내가 앞에있던 무녀씨께 물었다.
그리고, 망설이는건지 당연하다는건지 모를 그녀의 대답에, 난감할수 밖에 없다.

"하아......."

또 땅이 꺼질듯이 한숨을 내쉰다.
이레나 저레나..죽는건 마찬가지인가..?

웅성웅성...

아까보다 웅성거린다.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더 심해졌다.

"성윤씨...!!!!!!"

누군가가 나를 처절하게 부른다.
아니, 거의 비명소리인 마냥..그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목소리.

사람들의 무리가 반쪽으로 주르르르륵..하고 갈라진다.

철푸덕...

"성윤씨....!!!!"

처절한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그녀는, 엉금 엉금 기어오면서 철푸덕..하고 갯뻘에 넘어진다.흙투성이의 인어.아아, 꼬리를 잃어버린
그녀.진짜 몸을 잃은채...걸을수도 없는 그녀가, 내 앞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성윤..씨...!!!"

라디오인 마냥 한 소리만을 계속 반복해댄다.
내 이름만을.

그 새하얀 무릎에서 어디서 찍힌건지..피가 흥건히 나와 바닷물에 섞여져 들어가고 있었다.
아프지 않은건가..이 소금물에 그 상처를 맞대고도...모래를 뒤덮어 쓰고도...아프지 않은것인가...당신은?

"리르씨..."
"성윤씨...가지 마...."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철푸덕 하고 넘어진다.
기는것도 엉성한 그녀가..지금 여기저기 긁히면서, 무름을 깨면서 까지, 나를 따라온것이다.

"갈려면..나랑 같이..."

그 진흙 투성이인 로렐라이가..내 다리를 꼬옥 끌어 안았다.

"진짜 몸을..되찾아 준다고 약속 했잖아요.."

그래, 약속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상처를 입으면서 따라온건가?

"같이 있어준다고 했잖아요..."

그랬다.
하지만..그것이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날 따라온 이유인가?

부비적, 하고 그 흙투성이 새하얀 얼굴이 내 바지를 쓸었다.

조용히..그 모습을 내려다 본다.

울고 있는건가.
울고 있었다.

로렐라이는, 금색의 마녀는 지금 인간의 다리를 붙잡고 울고 있었다.

약속 했으니까.
그것이 지금..그녀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모른다.제발 내 몸을 되찾아 주세요?아아..그건 이기주의잖아...
하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것은 왜일까.그녀가...이렇게 붙잡고 있을 이유는 없다.
내가 가도 누군가가 알아서 해줄테니.

"가지말아요...네...?"

다시 묻는다.
난 대답하지 못한다.
혼자 갈수 밖에 없다, 내가 살려면.그리고 당신을 지킬려면.하지만..여기에 남으면 난 다시 죽을수 밖에 없다.
괴로움은 똑같다.하지만...한명이 살아남는것 보다,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두명이 살아남는것이 더욱 더
이 세상에서는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나는.

영국신사이자,
대한민국의 예의를 배워온 남자이다.

"리르씨..그러니까.."

쭈그려 앉아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다본다.
흙투성이가, 몰골이다.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그 얼굴을 닦아 주었다.새하얀 손수건이 더러워 진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지금은...그녀의 그 두 무릎이다.피가 아직도 흐르는...그 무릎이다.

"무모해요..이런거.."
"너무하다구요...!!"

그녀가 소리친다.
커다란 눈망울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나온다.

"약속 했잖아요..내몸을 찾아준다고..찾아줄때까지 같이 있어준다고..지금 가버리는건..불공평 하다구요..!!"
"리르씨...."
"......?"

말을 잇기전에...그 진흙투성이의 아가씨를 꼬옥 끌어안았다.

"약속은 했어요..하지만 제가 여기에 남아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싫어해요..그러니까...난 떠날수 밖에 없어요..
만약 당신을 데리고 간다면...분명 제가 있을 곳은 당신의 정체를 물어볼것이고..전 둘러댈게 없어요..
전 여기에 남아 있으면 죽습니다..하지만 리르씨는 살수 있어요..그리고 내가 돌아간다면 저도 살수 있고 리르씨도
살수 있습니다..또 만약 내가 리르씨를 데리고 간다면..난 살수있고 리르씨가 죽습니다...난 말이죠.
적어도 리르씨와 내가 살수있는 상황에서 살아가고 싶어요..."
"하..하지만..!!마을사람들 한테는 제가 말하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요 리르씨는..."
"어째서...성윤씨는 어째서 나따위를...!?"
"......가르쳐 드릴까요.......?"
"....?"

그리고, 그 몸을 다시 꽉 안고서는, 말을 이었다.

"옛날에 읽었던 책이 있습니다.인어공주라는...안데르센이라는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이지요.그곳에서는 마녀의
저주를 받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인어공주가 목소리를 잃고 자신의 꼬리대신 다리를 가지고...해안가에서
발견되지요...거기서 인어공주는 바다에서만 봐왔던 사랑하는 왕자님을 만나고...자신은 말을 못한다는걸
알고서도 자신의 마음을 왕자님에게 전하려고 합니다...하지만 왕자님은 인어공주가 아닌 다른사람과 결혼해
버리지요...질투한 인어공주는 왕자님을 다시 자신에게 되돌리게 하길 위해..마녀를 다시 찾아갑니다..
그리고 마녀는 칼을 주며서 이렇게 말하지요."
"어떻게...?"
"왕자를 죽여라.그렇지 않으면 넌 거품이 될것이다.
그리고 인어공주님은 왕자님이 자고 있는 사이에...칼을 들고 왕자님을 죽일려고 하지만..그녀는 너무나도
왕자님을 사랑하기에 하지못합니다."
"그래서...?"
"그리고..절벽에 떨어져서 거품이 되어 버리지요.어차피 이건 옛날 생각을 더듬어 봔거라서..잘 생각은 나지
않습니다마는..대충 맞는것 같군요.."
"아아...."

그녀는 잠시 말을 잊었다.

"하지만 말이죠..리르씨..제가 간다고 해서 당신은 거품이 되면 안됩니다.."
"네...당신은 끝까지 살아야 하니까.."
"그러면 성윤씨는..?"
"우습겠지만, 저 배를 타고 돌아가야 할것 같군요."
"가지 마세요...!!"
"말했잖습니까...이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쿠웅....!!!

땅이 심하게 흔들린다.
등 뒤에서 심한 바람이 불어온다.그리고...주위의 경비원들이 떨고있는 갯벌에 날라 누워버린다.그리고 다른
경비원들은 창을 들고서 내 등뒤를 보며 전투태세, 아아...해적선이라도 온것일까..?

뒤를 돌아본다.
그 뒤에는..해적선 같이 새카만 범선은 보이지 않고, 조선이 보이고 있었다.언제나 컨테이너 박스를 실어
나를것만 같은 커다란 배 한척이...

"선배니이이이이이이임~~~!!!!"

뱃머리 위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 댄다.
백색의 의복.커다란 안경.단발머리, 익숙한 얼굴이군........

잠시...인류가 나섰다면...지금 그것은 폭탄인가..?화기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는 이 사람들에게 화력을 이용할
작정인가...?저녀석은...?

"이러시면 안됩니다 박사님..!!"
"위험합니다..어서 내려오십시요!!"

주위의 보디가드가 눈치를 챘는지, 칠칠맞은 여박사를 요란하게도 뱃머리에서 끄집어 내렸다.
그 다음은..뱃머리 대신 배의 옆구리에서 계단이 내려오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계단에서는..새카만 양복을
입은 녀석들이 내려오고 있었다.반이 동양인 여자.반은 어디에서 온 듣도 보지도 못한 남자놈들, 분명히
보디가드가 아니면 무력을 행사할수 있게 만들어진 조직같은 거겠지.
그 새카만 조직에서..날 알아차리고는 조직의 대표같은 시커먼 떡대 깍두기가 날 알아채고서는 말한다.

"정부에서 파견된 연구원 대표자 이성윤씨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즉시 로렐라이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귀환하라는 대통령 각하의 말씀이십니다."
"귀환..?"

아아, 원하던 것이다.
난 저 쪽배를 타고 이 해양을 횡당할수 없다.그러니까...

"안돼요...!!성윤씨를 데리고 가면...!!"
"시끄러워!!"

퍽..하는 둔탁한 소리..
아까까지만 해도 내 품안에 안겨있던 그녀가..그저 내 옆에 있던 시커먼 보디가드에게 구둣발에 차인채
휙 날라가 버린다..

구둣발에 채인채..
구둣발에...

"무슨짓이냐..이게..?"

물었다.
무식하게 무력을 행사하는 녀석에게 물었다.

"니녀석이 대표인가..?"
"그렇습니다만."

금방가지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녀석이 대답한다.
이 빌어먹을..

"날 데리고 가고 싶다면..여기있는 모든 사람에게 예의를 갖춰라.이 무식한 자식들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

구둣발로 그녀를 찬 녀석을..차갑게 쏘아본다.

"나이프 한자루 있냐..?"
"있습니다..!!"
"하나 줘봐."
"예..예..!!"

주머니에서, 잭나이프가 나온다.
그리고 나는 그 나이프의 날을 세우고 다시 이 무식한 조직에서 조금 머리 좋을것 같은 대표에게 묻는다.

"너희들이 원하는게 뭐지..?"
"박사님의 귀환입니다."
"그래..?만약 내가 로렐라이에 관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가지고 잇지 않을리가 없다고 하시며, 꼭 데리고 오라고 그렜습니다."
"호오...그래...?"

나이프를 고쳐 잡는다.
무엇이 보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난 그냥...

나이프로 배를 그었다.

"무슨...!!"
"큿...내가..죽으면..이번 연구에 대한건...모든게 끝이겠군 그래...?
"성윤씨...!!"

구둣발에 채여 쓰러진 그녀가..나를 쳐다본다.
아프다, 아파 죽겠다.빨리 죽어라..이 바보같은 몸아...아파 죽겠잖아..!?!!!!!

"선배님...?"

흐렷해져 가는 시야 가운데에서..새하얀 의복을 입은 후배가 어른거린다..
아아, 와버린거냐..?

"선배님..!!"
"성윤씨....!!!!"

덮어져 가는 귓속으로, 들려오는 두명의 목소리.
안경낀 후배와, 아름다운 금색의 그녀.

"선배님..!!도대체..원하시는게 뭡니까...!!?"

이미 내 배에서는 나이프가 빠져있었다.
제길...나이프도 그렇게 잘 듣지도 않잖아..!!?짧은데다가 아프기만 드럽게 아프고..칼은 제대로 가는건가..!?!

"원..하는거...?"
"예!"

시야가 흐려가지만, 정신인 있는것 같다.
제길..그냥 확 죽어버려야 하는데..!!!

"에헤헤..원하는건..세계의 평화..."
"장난칠때가 아니라구요!!"
"말했잖아..세계의 평화..그러니까..세계라는것은 이곳도 포함 된다고...그러니까...이만 돌아가.정윤지."

아아, 그래.
지금 내 눈앞에서 걱정스러운듯이 내려다 보고 있는 이 여자는 내 후배인 정윤지양이다.덜렁 덜렁 대고 뭔가
모자랄 때도 있지만 자신이 한 일에는 책임감이 강한 녀석.한번씩 우물쩍 할때도 있지만 왠지 바보같은..
그러니까..어서 돌아가라고..!!

"어째서...?선배님은 여기에 남으실건가요...?"
"그러니까..나는..."
"전투개시-!!!"

누군가가 내 말을 가로 막는다.
아아, 등 뒤에서 나타난 그 여자의 목소리는, 전쟁을 시작케 하는 목소리.그러니까..전쟁을 시작한것이다.

여자의 경비병들은 그저 창을 들고서 돌진해온다.그리고 남자 보디가드들은 여러가지 무슬을 보이며 그것들을
모두 피해낸다.그리고...누군가가 총을 꺼낸다.

탕-!!!

폭음이 들리자, 아까의 환호성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여자아이의 신음소리만이 들려온다.
침묵의 시간.

그리고 다른 녀석도 일제히 총을 꺼낸다.
차갑게 식어버린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이 미친놈들.......!!!!!!!!!"

소리를 친다.

"여기서...방아쇠를 당시는 녀석은 X꼬를 이쑤시개로 쑤셔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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