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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정신나간 이야기 모음집] 1

2007.01.27 19:16

로스나힐 조회 수:179

나는 사진을 찍는 일을 취미로 삼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풍경, 도시의 야경, 사람들의 모습 같은 게 아니라 시체를 찍는다. 지나가다 발견한 쥐, 고양이, 새, 개의 시체를 찍는다. 가끔은 조금 멀리 떨어져 교통사고 현장을 찍기도 한다. 그것은 일종의 쾌감이다. 생명이 끊어진 물질을 내 사진 속에 담음으로 그것에 영생을 주고, 내 것이 된다는 것에서 쾌감을 느낀다. 내 책장에 꽂힌 앨범을 시체들로 채우고 생각날 때마다 열어보는 것으로 마치 그것들이 내게 영원한 지속을 주어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아서 기쁘고, 흥분된다. 처음 그 쾌감을 알고 얼마간은 사진들을 보며 마스터베이션까지 했었지만, 그건 곧 그만두었다.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나면 그 쾌감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시체 사진을 찍고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얼마동안은 사진을 다시 감상하고, 정리하는 일이 무척이나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곧 지루해졌다. 새로운 사진을 찍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은 것이 시체 사진들이 올라오는 웹사이트다. 해외에는 꽤 많은 수의 시체애호 사이트가 산재해 있었다. 세계 각국의 시체사진들을 보며 나는 다시금 기뻐했고, 즐거워했고, 흥분했다. 그렇게 몇 달인가를 웹서핑에 투자한 끝에 웹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시체사진들은 내 하드에 저장 되었다. 다시금 직접 시체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웹서핑을 하는 동안은 사진을 찍은 일이 없다. 며칠 밖을 돌아다녔지만, 사고현장은 고사하고 쥐새끼 시체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죽였다.

죽일 때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순식간에 식칼로 목을 그어버렸다. 동맥이 잘렸는지 틈새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 때 까지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나는 시체가 쓰러진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카메라를 눈으로 가져다 댔다. 그 순간 나는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나는 카메라를 통해 어머니의 시체를 보며 수음했다. 그 행위가 끝낼 때 나는 배출되는 정액을 어머니의 얼굴에 뿌렸다. 동공이 풀어진 눈동자 위에 이물질이 흩뿌려졌다. 나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나는 시체를 치우지 않았다. 그리고 서서히 썩어 들어가는 시체를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며 며칠을 자위했다. 시체가 정액 범벅이 되었을 때 시체는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10장쯤 카메라에 담고 드디어 시체를 치웠다. 그래봤자 집 한구석에 가져다 놓은 것뿐이고, 보고 싶다면 언제든 볼 수 있었지만 그 후 나는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결국 나는 밖으로 나가 또 한 구의 시체를 만들어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져와서 만든 거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으로 내가 다시 쾌락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시체가 정액으로 뒤덮여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사진을 찍었고, 그 다음은 또 다른 시체를 만들어 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에 촬영소재를 잡아가지고 집에 돌아왔더니 친구 놈이 집에 들어와 있었다. 내게는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친구로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서로의 집에 간다는 것 자체는 별로 놀랄 일이 아니었다. 어째서 그동안 이 녀석이 집에 들어올 수도 있었을 텐데 문단속을 철저히 하지 않았을까. 내가 그 정도로 허술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지금 친구와 내 취미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그렇게 된 거야.”

“아아, 그래? 이거 예쁜 사진이네.”

친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사진 한 장을 흔들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어머니 시체를 찍은 사진이었다. 어떻게 시체사진을 보고 저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일까. 혹시 그녀석이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너도 이런데 관심이 있었던 거야?”

나는 조금 간접적으로 물었다.

“아니, 뭐 정상적인 청년 이라면 당연한 거 아니겠냐. 그나저나 너 이런데 재능이 있었냐. 이거 거의 작품 수준인데.”

말이 헛돌고 있었다. 나는 그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시체 사진을 보고 작품이라니 너도 별난 놈이구나.”

“무슨 소리야. 시체라니. 이거, 이거 말야. 이 정액이 흩뿌려진 위치가 상당히 좋은데? 이거 온라인에서 팔면 돈 좀 벌겠다 야. 그리고 아주머니께서 좀 예쁘셔야지. 너 그런데 엄마한테 이런 짓을 해도 되는 거냐? 합의는 본거야?”

나는 순간 시체를 모아놓은 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느낌을 받고 흠칫했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내가 여태까지 모아놓았던 시체들이 일어나 내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썩어문드러진 몸뚱이를 흐느적대며 내게 다가온 시체들은 나를 끌어안았다. 썩은 내음이 내 코를 찔렀다.

“이야. 능력 좋은데? 다들 널 정말 좋아하는 것 같네.”

친구가 말했다.

“그럼. 내 아들이긴 하지만 이 녀석 정말 괜찮은 남자야.”

어머니의 시체가 웃으며 말했다. 다른 시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 동의했다. 나는 위화감이 들어 내 손을 보았다. 썩어버린 손의 형상만이 보였다. 방에 걸린 거울을 보았다. 썩은 방에는 시체들만이 존재했다. 친구와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아, 뭐야 나도 시체였던 거로군.”

“얘가 무슨 소릴 하는 거니.”

시체들이 웃었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웃음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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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허헣허허허

단편 모음 입니다.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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