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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가족을 찾습니다 3화

2007.01.27 00:37

라온 조회 수:213

'전 가족이 있어요'
시현은 길거리에 굴러다니던 돌맹이 하나를 괜히 발로 차며 터덜터덜 집으로 가고 있다. 새로 가족이 생긴 이후 가장 우울한 날이다. 결국 걷는 것도 힘든 지 집 앞 마지막 포장마차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가족이 있는 제가 왜 그 종이에 끌렸을까요?'
진우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가족이 있는 사람이 가족을 찾는다는 말에 끌린다. 모순이지만 가족이란 말의 의미가 단순하지 않다는 걸 생각해보면 더없이 불행한 결론에 다다른다.
"하아..."
자기도 모르는 새 불행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 진우가 안쓰러웠고 진우가 가족이 될 것 같은 느낌에 기뻐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잘 산다고 해요'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집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번 나고 전화가 연결되었다.
"민식이냐? 지랄하지 말고, 같이 술이나 빨자. 오늘 기분 더럽다. 앙? 아저씨랑은 방금 빨았단 말이다. 간만에 진탕 마셔야겠다. 집 앞으로 나와. 민식아"
시현은 핸드폰에서 나오는 찢어지는 고음의 욕을 싸그리 무시한 채 폴더를 접었다. 그리고 조금 나아진 기분으로 포장마차에 들어가 두가지 안주를 시켰다. 그리고 진우가 올바른 선택을 하길 기원하는 것으로 그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어두었다.

"다녀왔습니다."
진우는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신발을 벗은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어머니가 왜 늦었나 물어봤지만 대충대충 대답하고는 침대에 누웠다.
'누가 뭐래도 네 행복이 제일 중요한거야'
진우는 시현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자신의 바보같은 이야기가 끝나고 한 말들은 그에게 선택의 여지라는 끔찍한 것을 주었다.
'네가 가족이 되면 난 행복할거야. 가족은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거니까. 하지만 넌? 가족을 남겨두고 새로 가족을 맞이하는 것보다 그냥 원래 가족과 사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
진우는 자신이 선택의 순간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왔나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린나이지만 자신의 일생을 결정할만큼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그럴 때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진우야?"
어머니가 진우를 불렀다. 아마 심부름일거라 생각했지만 어머니가 물어본 것은 성적. 진우는 시간이 없어서 채점을 못했다고 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어머니가 들으라는 듯한 큰 소리의 혼잣말로 불평을 토로했지만 진우는 그걸 무시하고 다시 누워 눈을 감았다.
"행복한가?"
감은 눈 속 어두운 곳에는 그 질문에 답을 해 줄 사람이 없었다.

수능이 끝났지만 수험생들이 편하게 쉴 날은 아직 멀었다. 진우도 그 중 하나이므로 수능때문에 한동안 읽지 않았던 논술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수능 다음날도 학교 가야하나. 가봤자 뭐 특별히 할 것도 아니면서"
아침 일찍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건 좋았지만 새벽녘에야 잠든 진우는 별 감흥을 못 느꼈다.
"하아... 다녀오겠습니다."
집 밖으로 나간 진우는 3년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
그 버스정류장에서 진우와 같은 교복을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끼리끼리 잡담을 하는 데 비해 진우는 혼자 멍하니 버스를 기다릴 뿐이었다.
"이렇게 밝을 때 학교 가는 것도 오랜만이네"
부모님의 극단적일 정도로 심한 교육열 때문에 반대쪽에 있는 강남으로 학교를 다니는 진우는 해를 보며 등교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절로 나른해질 것 같은 햇볕에 진우는 떠나 줄 모르고 쉴 새 없이 진우를 괴롭히던 고민도 누그러지는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 왔다."
버스가 멈춰서자 몇몇 학생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지갑을 꺼내 카드인식장치에 대었다. 삑삑 거리는 소리가 리듬이라도 있는 듯 규칙적으로 들렸다. 진우도 그 리듬을 타기위해 카드를 대었다.
"어?"
인식장치에서 잔액이 부족하다는 무뚝뚝한 말이 나왔고 버스기사와 뒤에 있던 학생들의 매서운 눈초리가 쏟아졌다.
"죄, 죄송합니다."
진우는 버스에서 내렸다. 지갑도 챙겨오지 않아 돈도 없었다. 3년동안 매일 얼굴을 마주쳤던 기사였다면 부탁이라도 할 수 있었겠지만 평소와 다른 시간에 탄 버스는 당연하게도 기사가 달랐다. 진우가 내린 버스에선 또다시 규칙적인 소리가 들렸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떠났다.
"뭐, 어차피 혼나진 않으니... 집에 가서 돈을 챙겨와야 하나?"
부모님의 핀잔이 조금 짜증나긴 하겠지만 딱히 거리낄 건 없었다. 진우는 집으로 가려고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진우는 목을 강하게 감싸는 팔을 느꼈다.
"어이, 성실한 학생 진우군. 수능이 끝났는데도 학교에 미련이 남아있는 거야?"
두께에 비해 억센 팔 때문에 간신히 고개를 돌린 진우는 그다지 밝지만은 않은 표정으로 서있는 시현을 보았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 시현은 자신의 피와 살이 되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돈을 빌린 채 학교에 가려고 하는 진우의 옆자리에 앉아 허벅지를 쿡쿡 찌르며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너무한거 아냐? 내 돈은 고등학교라는 엿같은 곳에 쓰일 수 없다고. 게다가 이렇게 예쁘게 생긴 사람이 부탁을 하는 데 말야"
진우는 시현의 말에 몸서리를 치며 바짝 다가와 불쌍해 보이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시현의 얼굴을 살짝 밀쳤다.
"수염이나 깎아요!"
하지만 시현은 그런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는 계속 진우를 괴롭힐 뿐이었다. 진우는 어떻게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시현을 계속 밀칠 뿐이었다.
"어차피 학교가서 뭐하냐? 갈 대학교는 다 정했을 거 아냐? 공부를 하더라도 자기가 알아서 하는거지 뭐"
시현은 놀리다가 지쳤는지 한마디 하고 의자에 기대앉았다. 진우는 그런 시현의 모습에 피식 웃다가 시현이 한 말에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선택을 해야 할 때 난 선택한 적이 없다'
진우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몇 개월간의 입시생활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시현형, 저랑 얘기 좀 해요"
진우가 학교에 안 빠질 성격이라고 생각해 마음껏 놀리던 한 직장인의 하루일당을 날렸다.

“여기는 어디예요?”
시현을 따라 버스에서 내린 진우는 직장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침과는 상관없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한적한 곳에 내렸다. 미국같이 넓은 곳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전원주택들이 각자의 모습을 뽐내는 곳. 그 광경은 진우에게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여기 서울 맞아요?”
시현은 그런 진우의 반응이 재미있는 듯 방그레 웃었다.
“여기가 우리가족이 사는 곳이야. 어때 멋있는 곳이지?”
시현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집집마다 높은 담은 아랑곳않고 경탄을 자아낼 정도로 멋진 모습을 드러내는 나무들이 보였다.
“돈 많은 분들이 사는 곳이지. 가난에 쪄들어 사는 우리 가족은 예외지만 말이지”
진우는 그런 시현의 설명을 들으며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만한 멋진 풍경이었다. 같은 콘크리트 도로에 자동차도 있고 집 앞에 쌓아둔 쓰레기통도 있지만 끝없는 초원이라도 본 것처럼 기분좋게 느껴졌다.
“왜 그렇게 멍하게 서있어?”
시현은 멍하게 주의를 둘러보는 진우를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아, 아뇨.”
시현은 진우가 이해가 안 가는 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길을 걸었다. 그렇게 십분쯤 지났을까? 시현이 어느 집 앞에서 멈춰섰다.
“으음...”
지나온 집들에 비하면 그렇게 멋있는 집은 아니었다. 아무렇게나 자란 게 한눈에 보이는 나무와 덩쿨이 굴을 감싼 모습은 다른 집과 비교하면 못나보였다.
“여기가 우리집이야”
진우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키를 열고 문을 열었다. 햇빛때문인지 천천히 열리는 대문 사이로 밝은 빛이 흘러나왔다. 몇초 후 진우는 집이 될지도 모르는 곳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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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 돌아가시겠다

냉정한 평가 부탁드려요~

저를 정신적으로 파멸로 몰아갈만큼 세찬 비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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